쓰레기에 관한 모든 것
피에로 마틴.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박종순 옮김 / 북스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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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대기가 맑아지고 베네치아의 물이 깨끗해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인간의 활동이 제한됨으로 자연과 동물들에게 이익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마음이 씁쓸해졌다. 인간은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배출해낸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쓰레기에 대해 놀라울정도로 무지하다. 나 역시 무지하지만 사람들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 무지 속에 더욱 많은 쓰레기들이 우리의 지구를 뒤덮는다. 《쓰레기에 관한 모든 것》은 쓰레기에 관한 모든 종류에서부터 시작하여 쓰레기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까지 모든 지식을 총망라하여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려준다.

제 1장은 쓰레기의 종류를 알려준다. 많은 사람들은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고 있는 곳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저자 피에로 마틴과 알렉산드라 비올라는 많은 등산가들의 동경의 산 에베레스트, 그리고 우주의 달 까지 인간이 만든 쓰레기가 넘쳐난다고 경고한다.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기 위해서 베이스캠프부터 정상까지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와 배설물 등이 지구 온난화로 얼음과 눈이 녹기 시작한다면 그 배설물들이 우리의 생활 공간을 위협하는 무기가 된다.

우주 또한 마찬가지이다. 달 착륙을 한 우주선들이 배출하는 각종 쓰레기들이 달 표면에 버려져 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말한다.

그렇다. 우리는 지구의 경계 너머까지도 오염시켰다.

우리는 달에도 쓰레기를 버렸다.


인간을 생존하게 해 준 온실효과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에어컨, 냉장고 등의 사용으로 생긴 수소화불화탄소 등의 사용등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과제이다. 최고 온도를 기록하는 폭염, 그에 따라 소비가 많아지는 냉장고와 에어컨 등의 악순환은 인간의 수명을 계속 단축시키고 있다.


예전에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가장 좋은 방법인 줄 알았다. 분리수거만 잘하면 재활용이 가능하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쓰레기의 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불필요한 소비와 지출을 줄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저자는 농경 시대 농부들이 바로 이 최상위의 쓰레기 관리법인 쓰레기 발생 줄이기를 예방했다고 말한다. 농부들은 소비하는 것보다 있는 것들을 활용하고 쓰고 아끼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기술 발달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정책으로 우리의 경제는 순환 경제로 바뀌게 되었다.


사서 쓰고 버린다.

이것은 소위 말하는 선형경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은

제한된 수명주기를 따라야 한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예전에는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걸 제조의 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제 매출을 걱정하는 기업들은 소모품이라는 이유로 제품 수명을 일부러 조작하며 새 제품으로 바꾸도록 조작한다. 가령 핸드폰은 2년이 지나면 배터리 소모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데이터 케이블 또한 몇 달만 사용해도 오류가 생겨 새 제품으로 바꾸곤 한다. 아껴 쓰고 고쳐 쓰는 걸 지향했던 생활 방식이 쓰고 버리는 방식으로 바뀌어지고 이 폐기물들은 땅 속에 매립되는 운명을 맞는다. 저자들은 이 선형경제의 시스템을 순환경제로 옮겨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폐기물들을 재활용해 원자재로 다시 쓰일 수있도록 순환되어 처음부터 재설계 되는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기증이라는 단어에 현금이나 물건, 또는 장기 기증을 떠올린다. 하지만 돈을 받고 똥을 기증한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쓰레기에 관한 모든 것》에서는 미국의 오픈바이옴이라는 회사에서 엄격한 건강 관리를 통과한 기증자들로부터 똥을 받아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박테리아를 치료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현실을 알려준다. 또한 우리가 똥에 가지고 있는 편견에 비례해 대변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수십 억의 가치가 있음을 강조한다.

최근 급격한 사막화로 인해 기후 난민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기후 난민은 인간들의 행위로 인한 직접적인 결과였다. 기후 난민을 넘어 이 책에서 저자는 비슷한 의미로 "환경 인종주의"를 말한다.

안타깝게도 지구상의 많은 쓰레기를 배출해내는 선진국보다 빈곤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나라들이 더 많은 오염에 노출되어 있다. 물, 공기, 땅등을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과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은 생활의 격차를 넘어 환경의 빈곤화 격차를 만들어낸다. 이는 단지 인종주의로만 볼 수 없다. 한국에서도 밀양의 송전탑으로 인한 한 공동체의 상처 또한 우리는 이 환경으로부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서울 또는 대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시골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농사 터전을 짓밟는 행위는 지역간의 환경 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인이 되었다.

피라미드는 4,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콜로세움은 1,950년 전 만들어졌다.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그 광대한 역사에 감탄한다. 하지만 수십만 년 전에 만들어진 핵폐기물이 10만 년 후에도 존재한다면 우리는 이 핵폐기물에도 감탄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세대야 다음 세대에게 이 위험물의 존재를 경고하겠지만 과연 1만 년을 넘어 10만 년 후의 세대들에게도 이 위험성에 관한 메시지가 전수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핵폐기물에 대한 위험성 뿐만 아니라 10만 년 이후 세대들에게 전할 메세지까지 준비되어야 하며 실제로 과학계에서는 이를 연구중이라고 말한다.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 설립 저지 반대 운동에 동참할 것을 요청받는 메세지를 받았다. 한전 및 일부 정치인등은 원자력 발전소가 멈추면 당장 전기가 끊어질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태양력 등 다양한 대체 에너지 연구 단계로 진입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원자력 발전소 찬반 여론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떠올라 씁쓸함을 자아내게 한다.

이 책에는 기저귀, 휴대 전화, 타이어 등 각종 쓰레기들에 대해 어떻게 재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한 여러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 쓰레기에 관한 현실을 시각적으로 쉽게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탈리아에서 재사용을 위한 환경 단체가 활성화되어 있는 사실도 인상깊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정부의 분명한 친환경 정책이 동반되고 그에 맞는 기업가들의 환경 의식이 동반되지 않으면 우리의 땅에 미래가 없다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정부와 기업에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친환경 제품을 만들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쓰레기에 관한 모든 것》은 환경 보호를 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책이 아니다. 단지 과학자로서 우리의 현실을 과학적으로 말해 줄 뿐이다. 그 현실이 결코 가볍지 않기에, 과학적으로 검증된 이 문제들에 대해 독자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여지를 남겨준다. 환경 보호의 시작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시작을 이 책으로 함께 해 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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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6개의 예언 찾아라! 숨은그림찾기 사전 - 초등 입학준비 신비 호기심 쑥쑥 8
정주연 그림 / 서울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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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쌍둥이들은 신비 아파트를 좋아합니다. 다른 또래들은 신비 아파트 귀신이 무서워 잠을 못 잔다는데 아이들은 저보다 귀신 이름도 더 잘 알 만큼 재미있어 합니다. 평소 공부를 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주는 육아를 지향하지만 이제 일곱 살이 가까워오니 슬슬 초등학교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알게 된 책은 바로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 주는 《신비 아파트 고스트볼 더블 X 6개의 예언 찾아라! 숨은 그림 찾기》였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준비 답게 초등학교 교과 과목으로 나누어 있습니다. 신비 아파트 캐릭터를 재미있게 그려내 아이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매 장마다 신비 아파트의 숨은 그림 찾기와 초성을 이용한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보통 숨은 그림 찾기에 어려워 하는데 이 책은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쌍둥이들 모두 한 번에 숨은 그림 찾기에 성공했거든요.

하지만 문제에 대한 난이도는 여섯 살 반인 제 아이들의 수준에는 다소 높게 제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초성으로 문제를 맞히는 부분은 어려워했습니다. 초성에 대한 개념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초성을 기준으로 답을 맞추어야 하는 부분이 설명하는 부모인 저의 입장으로서 약간 난감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숨은 그림으로 놀이와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게 해 주는 《신비아파트 찾아라! 숨은 그림 찾기 사전》은 각 교시마다 재미로 할 수 있는 부록과 색칠 공부가 있어 아이들이 끝까지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초등학교 입학 준비라서인지 아직 여섯 살인 제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문제였지만 여러 놀이와 친숙한 캐릭터로 공부로 여기지 않고 놀이처럼 이 책을 즐깁니다. 비록 초등학교 입학 준비 중인 일곱 살이 아니더라도 이 책의 숨은 그림찾기만으로 놀이처럼 즐긴다면 일석 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공부는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바로 그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획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제 초등학교 입학 준비 교재를 고민한다면, 혹은 저처럼 공부와 친해지게 하고 싶은 엄마들이라면 이 《신비아파트 찾아라! 숨은 그림 찾기 사전》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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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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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허지웅이란 사람을 알게 된 건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이였다. 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처음 만난 그는 신동엽 못지 않은 입담과 자유분방함이 느껴졌다. 프로그램 종영 후 '미운오리새끼'에서 본 그의 모습 또한 자유였고 촛불집회 때 어머니와 함께 촛불을 든 사진을 보며 이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패기가 느껴졌다. 언제까지나 강할 것 같아 보이던 그의 투병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고 팬들에게도 담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답게 전혀 농담 같지 않은 농담 《살고 싶다는 농담》을 출간하였다.


불행의 인과관계를 선명하게 규명해보겠다는 집착에는

아무런 요점도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그건 그저 또 다른 고통에 불과하다.

아니 어쪄면 삶의 가장 큰 고통일 것이다.

그러한 집착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던 인과관계를 창조한다.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반추해서 기어이 자기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불행을 마주했을 때 주로 나타나는 반응은 "왜 나야?"라는 질문이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허락된 거지? 왜 나지? 자신은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 고통을 허락한 신을 원망하곤 한다. 한바탕 원망을 쏟아낸 후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고통을 견뎌나간다. 저자는 자신에게 닥친 이 불행 속에 어떤 원망이나 억울함 대신 현실을 내려놓음을 택한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정의하기보다 받아들임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현재 투병 중이신 엄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가족을 위해 헌신했건만 자신에게 닥친 이 불행을 엄마는 1년이 넘도록 과거를 반추해내며 우리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신다. 자신은 피해자라고 생각하시는 엄마의 원망 속에 엄마의 고통은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한다. 이 글을 엄마에게 보여줄 순 없지만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로 생각나는 글귀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론이 아니라 결심이다.

거창한 결론이 삶을 망친다면 사소한 결심들은 동기가 된다.

<살고 싶다는 농담 22p, 23p>



죽음이 가까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한 가지 결론이 자신을 휘감는다. 죽을 수도 있다. 그 결론은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된다. 그 결론에 지배당하는 삶을 살게 된다. 결론이 우리의 삶을 짓누른다. 저자는 자신이 오래 전에 끄적거린 이 한 문장이 엄청난 고통 앞에 부딪힌 그의 병 앞에 이 글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깨닫는다. 매일 밤 천장과의 사투를 하는 그의 증상 속에 그 역시 죽음이라는 결론에만 사로 잡혔다. 죽음이라는 결론을 뒤로 하고 살겠다는 결심으로 바뀌고 난 후, 그리고 사소한 결심으로 자신의 삶을 채워나간 후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는 앞서 말한 고통을 인정하고 피해자라고 규정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견뎌내겠다는 그의 태도로 이어지게 된다.


지금은 버틴다는 것이

혼자서 영영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조금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동지가 필요하다.

<살고 싶다는 농담> 108p


저자를 처음 보았을 때 느껴졌던 패기와 자유분방함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저자의 가족 사정이야 잘 모르지만 대학생 시절 아버지께 눈물을 흘리며 등록금을 내 달라며 도움을 요청했건만 '등록금을 줄 수 없다'는 단호한 한 마디에 홀로 버티어 나가겠다고 결심했던 그의 이야기는 왜 그가 그토록 강인한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과거가 만들어낸 보호막이 타인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게 되었음을 저자는 고백한다.

그는 투병 생활 동안 홀로 고통을 견디는 걸 택한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 버틴다는 것이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걸 비로소 느낀다. 혼자 버틸 수 있는 영역이 있고 동지가 필요한 영역이 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그가 완치 후 자신과 비슷한 시절을 겪는 청년들이 똑같은 시행착오를 견디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이제 세상을 바꾸겠다는 패기가 아닌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겠다고 하였음에도 그의 세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바뀌지 않았음을 용산 참사를 다룬 <두개의 문>과 <공동정범>을 다룬 평론과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대규모 예배를 강행한 교회들의 선의 아닌 선의를 말하는 그의 글에서 느낄 수 있다. 공동체를 분열시키려는 정치권의 행태, 자신들이 말하는 선의에 갇혀 정부당국의 권고에도 예배를 드리는 그들의 모습 등을 보며 그는 침묵 보다 발언을 택한다. 그의 글을 보며 생각한다.

'아! 허지웅은 허지웅이구나! 비록 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고 했지만 그 의미가 침묵이나 타협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구나'

불행에 잠식되는 것보다 불행을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고통을 엄마의 투병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는 것을 너머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길을 택한다. 그 결심과 변화를 이 책을 통해 고백한다.

읽기 전까지만 해도 《살고 싶다는 농담》라는 제목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 하지만 읽은 후 나는 이건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 가장 허지웅다운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제목 안에 그의 삶에 대한 인정과 결심이 돋보였다.

고통의 문을 통과한 그가 언제 또 재발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으면서도 함께 버티어 나가자고 말하는 그의 다짐이 눈부시게 다가온다. 《살고 싶다는 농담》 은 자조의 농담이 아니였다. 오늘도 고통을 견디고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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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읽는다는 것 - 각자의 시선으로 같은 책을 읽습니다
안수현 외 지음 / SISO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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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의 꿈방>이라는 카페를 통해 생애 첫 독서모임을 했다. 반비 출판사에서 독서 모임 지원 이벤트에 당첨이 된 후 급조된 이 모임에 회원 분들은 정성스레 책을 읽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넷 카페라는 특수성상 온라인으로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처음 만나고 인사한 후 나눈 책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아이에게 묻혀 있던 내 삶에 아이 이야기가 아닌 책이야기와 우리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모임이 잠시 중단되었지만 《모여 읽는다는 것》의 표지는 그 때의 나를 되새김질 해 주었고 혹시 나와 비슷한 경험이 아닐까 엿보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되었다.

《모여 읽는다는 것》에는 네 명의 저자 중 주최자이자 리더인 안수현씨가 <나를 깨우는 독서 모임>의 회원 안수현 씨를 포함한 조선영, 한순범, 김민정씨가 함께 책을 읽고 나누며 일어난 변화를 이야기한 책이다.


먼저 안수현씨의 <나를 꺠우는 독서 모임>의 시작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결혼 후 엄마가 되고 워킹맘이 된 후 방전되어 가는 생활 속에 안수현씨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오롯한 새벽 시간을 이용해 책읽기를 통해 변화가 일어나고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시작된 첫 번째 독서모임은 첫 운영의 미숙함으로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 첫번째의 부족함을 보완하여 만든 두 번째 독서모임, 지금의 《모여 읽는다는 것》의 저자들이 모일 수 있던 계기인 <나를 깨우는 독서 모임>으로 다시 시작하여 이들은 책을 읽고 나누기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까지의 변화를 주로 그려진다.


리더인 안수현씨를 비롯해 모든 회원들이 엄마이다. 나 역시 엄마로 첫 독서 모임에 참가했다. 조선영씨, 한순범씨, 김민정씨 모두 아이가 있고 지친 상태에서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엄마가 되면 모든 주제가 아이로 귀결된다. 정말 힘든 건 엄마인데 엄마의 안부를 묻기보다 아이의 안부만을 묻고 아이 이야기만 한다. 엄마라는 이름은 책임과 부담만 강요된다라는 걸 대부분의 엄마들은 엄마가 되고 난 후 깨닫는다. 아이와 집안일에 매몰되어 마지못해 살아가는 엄마의 하루 속에 나를 잃어감을 알지만 도와주는 이가 없다. 하지만 독서모임은 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다.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되는 시간. 그 안에서 아이가 아닌 엄마가 위로받고 성장하는 시기이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이 모임을 통해 서로가 성장해간다.


책을 읽는다는 건 바로 책에 나를 대입하는 것이다. 그냥 읽고 멈추는 책은 흰 종이의 텍스트일 뿐이다. 책의 내용을 나에게 대입해보고 이해하고 느끼는 행위이다. <디 아워스>를 읽은 저자 조선영 씨의 시선은 주인공의 시점 변화에 따라 자신의 대입 변화가 매우 흥미롭다.


조선영씨는 이 책을 읽기 전 자신의 아픈 상처를 고백한다.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났던 엄마를 원망했던 그 과거의 시점이 소설 속의 엄마 로라 브라운이 떠난 후 홀로 남겨진 아들 리처드와 자신의 시선이 동일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로라 브라운이 떠날 수 밖에 없던 상황과 그게 그녀의 최선이었음을 마음으로 이해하면서 그 이해가 조선영씨의 어머니에 대한 용서로 이어진다.


훗날 아들 리처드의 장례식에 노부인 로라 브라운이 나타났을 때,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는 그동안 나를 계속 괴롭혔던 상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요. 누구라도 그 이상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렇구나, 그것이 엄마의 최선이었구나.'

깨달음으로 마음이 떨려왔다.



『디 아워스』를 읽기 전의 내가 네 살배기 리처드의 시선에서 엄마를 보았다면

이제는 한 여성으로서 로라 브라운을 보듯 엄마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네 명의 저자들은 책을 통해 일어난 변화를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한순범씨는 [연금술사]를 읽고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굳이 신청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발령을 신청한다. 책과 책들이 서로 별개가 아닌 연결되는 경험을 통해 더 넓은 독서의 세계로 가게 되고 그 모습을 가족들이 인정해주며 가족 블로그로 책 감상을 하게 되는 모습 또한 인상깊다. 초창기부터 함께 시작한 회원이 아닌 중간 합류자인 김민정씨가 비교의식으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다가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다시 성장하는 모습 또한 흥미롭다.


《모여 읽는다는 것》에서 저자들이 쓴 책에 대한 각자의 시선이 내가 읽지 않았던 책들이라 솔직히 이 리뷰를 쓰는 게 쉽지 않다. 저자들이 소개한 책을 읽지 않은 현 상황에서 책과 저자의 변화를 느끼기란 다소 한계가 있었다. 저자들이 나눈 책 <디 아워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굿라이프>, <싯다르타>, <데미안> 그 외 책들을 읽고 나서야 이 책에 대한 나의 시선과 더불어 저자들과 책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이 네 분의 저자들과 비공식적인 독서 모임의 회원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과연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준다. 단지 재미를 읽는 책이 아닌 책의 저자의 의미를 이해하고 서로를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각자의 시선으로 읽는다. 정답은 없다.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읽고 나누며 자신이 몰랐던 시선을 더 알아가며 확장하면 된다. 《모여 읽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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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게 일합니다 -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7가지 정리 습관
곤도 마리에.스콧 소넨샤인 지음, 이미정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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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개념을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가정 또는 개인용품 정리를 떠올린다. 옷, 책, 악세사리 등을 떠올리는데 멈춘다. 하지만 이 '정리'를 가정, 집을 넘어 '회사' 또는 업무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우리에게 정리가 업무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분명한 변화를 믿을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만약 상사가 내게 말했다면 나는 또 하나의 잔소리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리 컨설턴트의 대가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곤마리하다 (to konmari)'라는 동사로 사전에 등재된 곤도 마리에가 말한다면 솔깃할 수 밖에 없다. 정리의 대가 곤도 마리에와 <스트레치>의 저자이자 미국 라이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스콧 소넨샤인은 분명히 말한다. "정리를 잘 하면 일도 잘 합니다. 여러분의 삶이 더욱 의미있어 집니다." 


이 책에는 업무 공간인 물리적인 영역부터 디지털 데이터, 시간, 관계 그리고 회의와 팀 정리까지 업무의 비물리적인 전반적인 영역까지 정리법을 소개해준다. 


곤마리 정리법에서 마리에는 정리를 두 종류의 정리로 정의한다. 


'일상의 정리'는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새로 생긴 물건의 자리를 정해주는 개념으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정리의 개념이다. 

하지만 곤마리 정리법은 '일상의 정리'가 아닌 '축제의 정리'를 말한다. 자신의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찾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개념으로 중요한 것, 본질적인 것만을 정리하는 개념이다. 


먼저 저자는 업무공간 정리에 관한 팁을 제공한다. 사무용품, 서류 등 모두 한 곳으로 모아서 카테고리를 나누어 정리하도록 한다. 정리의 기준은 '곤마리 정리법'과 동일하다. 



위의 질문들 가운데 '당신을 정말 설레게 하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은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곤마리 정리법 답게 물리적, 비물리적 영역의 정리법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물론 업무공간은 사적인 영역과 달라 자신이 원한다고 모든 걸 버릴 수는 없다. 보존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동료와 공유해야 하는 문서도 있다. 이런 경우 저자는 '색인 카드' 이용법을 추천한다. 


디지털 데이터 정리의 경우 스마트폰 정리법이 매우 흥미롭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 앱에서 울리는 알람은 우리의 업무를 수시로 방해한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스마트폰 존재 자체만으로도 과제 수행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실험결과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온갖 소셜미디어 앱으로 가득차고 이 관계로 발달한 인맥 네트워크는 관계 정리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고 이 기술 도구에 끌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업무의 모든 영역을 정리하면서 묻는 질문은 모두 똑같다.

 

정말 필요한 사람 또는 물건인가?”

설레게 하는 사람 또는 물건인가?”

 

이 질문들을 마주하게 되면 많은 것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본질이 보인다. 무엇보다 지저분한 책상 자료와 사람들에 치우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놓치게 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저자의 정리법대로 자신의 삶에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고 본질에 충실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정리를 통해 자신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정리할 때도 책의 종류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관계 정리법에서는 광대한 인맥 관계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업무 공간 또는 업무 활동은 공유하는 공간이므로 정리법에 제약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상황에서 무조건 순응하기보다 개인이 바꿀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팁을 제공해 조금씩 바꿔보도록 제안한다.

 

저자는 일상의 정리가 아닌 축제의 정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만 남기는 이 축제의 정리는 결국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첫 걸음이다. 다른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쏟기보다 삶을 단순화하며 중요한 것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물론 업무 방식까지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직장에서의 일이 무기력하다고 생각되는 직장인들, 자신이 상황에 끌려간다고 생각될 때 곤마리 정리법을 강력히 추천한다. 정리를 통해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해보자. 그 대화 속에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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