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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평점 :

우리는 보통 범죄자들의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불평한다. 최근만 해도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사건을 비롯해 성범죄 사건들은 겨우 1-2년에 그치고 마는 경우도 많다. 이런 법원 판결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대체 정의가 어디 있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그 가해자에게 복수를 해 준다면 과연 정의는 실현될 수 있는 것일까? 스릴러 소설 《디 아더 피플》은 누군가 나의 복수를 해 준다면 그 대신 나도 다른 사람의 복수를 해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쇄 복수 스릴러 소설이다.
《디 아더 피플》의 작가 C.J. 튜더는 2018년 <초크맨>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스릴러 작가이다.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그의 작품이 인정 받은 후 차기작 <애니가 돌아왔다>의 연이은 성공으로 그는 스릴러 장르 소설 작가로서 입지를 확보했다. 《디 아더 피플: 복수하는 사람들》은 C.J. 튜더의 세 번째 작품으로 [디 아더 피플]이라는 복수 대행 업체에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방 안에 누워 있는 소녀와 방 안의 풍경을 묘사해준다. 빽빽히 둘러싸 있는 의료기기들, 피아노, 아이보리색 소라고둥 등. 기계음과 숨소리만이 존재하는 이 방에 갑자가 '도' 소리가 울러 퍼지며 그 순간 어딘가에서 다른 소녀가 쓰러진다. 침대 위의 소녀와 쓰러진 다른 소녀는 과연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소설에는 세 명의 인물들이 그려진다. 집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앞 차에서 딸 이지를 발견하고 뒤쫓아 가지만 놓치고 마는 가장 게이브, 연이어 들려오는 부인과 딸의 죽음과 용의자로 지목되는 게이브,
딸 앨리스를 데리고 정체 모를 남자를 피해 끊임없이 도망다니는 프랜과 거울을 두려워하며 잘 쓰러지는 앨리스.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일을 하며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피곤에 찌든 워킹맘 케이트
이 세 명의 인물 중 가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는 바로 케이트이다. 게이브는 가족을 잃은 지 3년이 지난 후 일상을 잃고 캠핑카를 이끌고 고속도로를 전전하며 딸이 탔던 차를 수색한다. 직장도 그만두고 집도 팔고 홀로 캠핑카에서 살며 딸을 찾는 그에게 일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프랜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다. 앨리스와 함께 정체 모를 누군가를 피해 도망치는 프랜의 사연이 무엇인지 그리고 앨리스가 자주 쓰러질 때마다 발견하게 된는 조약돌은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인 케이트는 근무하는 커피숍에서 딸을 찾는 게이브를 향해 동정을 느끼지만 그녀 역시 자신의 생활에 바쁜 사람일 뿐이다.
초반 <디 아더 피플>에 대해 딸과 가족을 잃은 게이브가 이 단체에 복수를 의뢰한 후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이야기를 훨씬 더 영리하게 풀어간다. 먼저 불쌍한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게이브에게 막연한 동정을 느끼다가 조금씩 드러나는 그와 제니의 부부생활, 그리고 결정적인 그의 전과 이야기등은 게이브가 피해자가 아닌 범인이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프랜과 앨리스의 관계가 밝혀지며 갈수록 심해지는 앨리스의 기면현상 그리고 이 세 명의 연결관계가 드러나기까지 읽는 이들은 이 사건의 연관성을 추리해갈 수 없다. 소설 속 간간이 등장하는 침실 속 소녀의 이야기가 이 세 명을 둘러싼 이야기들의 중심이리라 짐작하지만 과연 이 소녀에게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종잡을 수 없게 한다.
경찰이 아닌 억울한 사람들이 대신 복수해 주고 의뢰인이 다시 다른 의뢰인의 복수를 대행해 주는 이 검은 사이트 이 <디 아더 피플>에서 딸과 부인을 잃은 게이브가 의뢰인이였다면 이야기는 다소 전형적인 스토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 <디 아더 피플> 사이트의 누군가로부터 지목 받은 복수 대상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이야기는 급반전을 맞는다. 과연 누가 그의 딸과 아내를 죽이게 했는가. 뭔가 단서가 잡히려 할 때마다 또 다른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져 나오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이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게 해 준다.
《디 아더 피플》 복수 대행 사이트에 얽힌 이들의 실타래가 풀리면서 조금씩 되찾아가는 일상. 소설은 비로소 매일 반복되는 지겨울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해준다. 이 일상이 너무 가까이 있기에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알려주며 우리의 평범한 하루에 감사하게 해 준다.
다만 이 소설 속에 아쉬운 건 병실에 누워 있는 소녀와 다른 맞은 편에 쓰러진 앨리스와의 관계가 옥의 티가 아닐까 싶다. 이 두 소녀의 연결고리가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로 촘촘이 이어져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약간 튀어 나온 느낌이랄까. 다른 연결고리가 있었다면 좀 더 완벽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나의 복수를 해 준다는 설정은 진부하다. C.J 튜더는 이 진부한 설정에 "복수 의뢰인은 다른 계획에 참여하는 것으로 반드시 갚아야 한다"라는 한 가지를 더 추가하여 지루할 수 있는 설정을 흥미로운 소재로 바꾸어 놓았다.
주인공이 의뢰인이 아닌 복수 대상자로 지목되어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게 설정한 점 또한 작가의 트릭을 엿볼 수 있다. 이 많은 이야기들이 마무리 된 후 느끼는 평안함 속에서도 뭔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이 불안함 속에서도 자신의 일상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는 걸 이 소설은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