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 중국 민주 자유를 위한 간절한 외침
우쩐룽 지음 / nobook(노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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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라고 하면 보통 우리는 시리아 또는 예멘 등의  난민을 생각한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중국 난민이라고 한다면 잘 연상이 되지 않는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서  온 난민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아함을 품을 것이다. 중동과 달리 사상 또는 정치적인 망명이 많은 중국, 수많은 소수 민족을 통제하기 위해  SNS를 막는 나라 중국에서 온 정치 난민인 우쩐룽 씨가 쓴 회고록이다. 

<도망자>의 저자 우쩐룽 씨는 중국에서 사상범으로 수배되어 한국으로 망명한 첫 번째 정치 난민이다.  저자는 자신의 첫 이야기를함께 망명온 친구 등원비와 거하던 중 자신을 찾아 온 쉬버 씨와의 쉬버 씨를 통해 알게 된 최황규 목사님과의 인연을 이야기한다. 강대국인 중국의 압박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난민 지위를 받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저자는 법무부와의 면접을 통해 자신이 망명 온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쩐룽 씨는 중국 섬서성 흥평시 소남촌 출생으로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해방년 출신이다. 시골 마을에서 자란 저자는 할머니, 아버지 무승신, 어머니 가가을 자신의 3명의 스승이라고 칭하며 자신이 공산당의 일방적인 가르침에 세뇌되지 않은 건 할머니의 영향이 컸음을 고백한다. 

공산당 정권은 학생들에게 '혁명 소설'을 읽으라고 권장하는 등 중국 공산당이 전 국민에게 공산주의로 전향하라는 임무를 주며  통치한다. 저자 또한 공산당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사상 교육을 받으며 순응해 간다.  공산주의 청년단 교육에서 반장 겸 학습위원인 주요 자리까지 차지하지만 단 지부에서 실행하는 '자아비판'은 저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저자 자신이 본보기 대상이 되어 자신의 죄를 동지들에게 고백하며 용서를 받아야 하는 이 과정은 사상적,  정신적인 고통이자 치욕이었다. 이 '자아비판'을  통과하지 못하면 당장 학교에서 쫓겨나야 하는 이 시간이 저자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후에 자신의 반역 행위도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회고한다. 

<도망자>에서 저자는 자신이 공산당의 사상에 반하는 글을 쓰고 움직이게 된 계기는 '문화대혁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는 자신이 공산당을 반대하게 되는 계기인 이 문화대혁명에 대해 너무 단편적으로만 소개한다. 중국의 역사에 낯선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이 역사의 배경이 부족한 상황에서 저자의 심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공산당이 조금씩 중국 국민을 통제해 가는 모습은 순차적으로 소개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간략한 설명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매우 크게 느껴졌다. 
책의 말미 저자가 정치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후 언론과 인터뷰한 기사도 좋지만 중국의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는 자신이 사상에 반하는 원고를 썼기 떄문에 수많은 원고를 썼지만 한 권도 출판하지 못하는 불운한 작가라고 말한다. 어떤 원고는 화재로 불에 탔고 중국 공산당에 압수된 원고도 있다. 책 곳곳에 출판되지 못하고 묵힌 원고들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나는데 그 원고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곁들이거나 저자가 기억하는 만큼 자신의 원고를 일부 소개해 주었더라면 저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도망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였다. 180페이지라는 짧은 분량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차라리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었다면 이런 아쉬움은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해에 태어난 저자는 공산당 정권이 국민들의 통제력을 조금씩 장악해가는 모습을 설명해 주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중국의 이면을 이해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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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 즐겁게 시작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허유정 지음 / 뜻밖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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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코로나바이러스 원인이 자연의 닫힌 시스템이 환경 오염으로 인해 열린 시스템으로 전환되며 박쥐 등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이된 결과라는 글을 읽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 등 동물들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노출되어 전염병을 일으켰다는 기사가 과연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글의 진위여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환경 오염이 북극곰, 빙하 등의 아주 먼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피해라고만 인식했지만 이제 멀리가 아닌 바로 내 앞에 닥친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공포감이 나를 압도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텀블러 외에 내가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막막하기만 했다. 좀 더 실질적인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로부터 그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책의 저자 허유정 씨는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환경운동가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어떤 단체에 소속되기보다 "자연에 무해한 일"이 결국 "자신에게도 무해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저자는 솔직히 고백한다. 자신이 제로 웨이스트 삶을 살게 된 건 북극곰이 아닌 자신의 건강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직장 생활 3년 차 갑자기 찾아온 가슴 통증으로 검사를 받고 자신의 통증 원인을 생각해 보던 중 저자는 과거에 보았던 다큐멘터리가 떠올렸다. 생리통에 힘들어하던 여학생들이 집에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유리 용기로 바꾸면서 생리통이 완화되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떠올리던 저자는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 때부터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나갔다.

종이컵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며 조금씩 친환경주의 생활을 시작한 저자가 본격적인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결심한 건 독일 함부르크에 방문하면서부터였다. 제로웨이스트 (Zero Waste)는 단어 그대로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만들며 사는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을 보며 저자는 깊은 감명을 받는다. 환경 보호가 생활이 된 사람들,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정착된 그들의 삶을 보면서 저자 또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찾아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환경운동가가 아닌 일반 생활인의 입장이기에 매우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준다. 설거지, 구매 습관, 텀블러 이용, 휴대용 도구, 보관 용기 등 주방, 거실, 생리대 , 화장품 까지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전반적인 생활용품등을 친환경 아이템으로 추천해준다. 특히 자신이 사용하는 아이템과 함께 주변 SNS 지인들이 추천해주는 아이템까지 함께 설명해주어 선택폭을 넓혀 준다. 저자의 목록을 따라가다보면 그동안 우리 생활에 얼마나 플라스틱 제품이 침투해져 있는지, 우리가 무의식중에 버리는 쓰레기가 매우 많음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제로웨이스트 제품 중에 가장 놀라운 건 화장솜이었다. 여자라면 화장 필수 아이템인 화장솜 대신 면패드로 사용하고 매일 세척하여 사용하는 점은 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화장솜이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작은 사각 모양의 솜이 아침 저녁으로 버려지고 이 양이 쌓여 거대한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사실 '제로웨이스트'삶을 살아 간다는 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 하고 매일 행주를 삶아야 한다. 면생리대도 매일 빨아야 하고 보관 용기도 들고 다녀야 한다. '빨리 빨리'와 '간편함'을 최고로 여기는 이 시대에 '제로웨이스트'삶은 슬로우 라이프를 요구한다. 최근 새벽배송으로 큰 인기를 끄는 '마켓XX' '로켓 XX'은 편함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의 모습 속에 파괴되어 가는 자연을 보여준다. 하루 더 빨리 받자고, 조금만 더 편해 보자고 하는 우리의 욕심 속에 쓰레기는 쌓여 간다. 하지만 조금만 더 늦게, 조금만 불편을 감수한다면 모두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



재활용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의 라벨을 제거하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한 마디씩 하곤 한다. 이런다고 안 달라진다고.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말 속에 고민하곤 한다. 나 혼자 유난 떠는 것일까. 하지만 저자 허유정 씨는 이 운동이 결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님을 말해준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법 규정도 중요하지만 먼저 가장 쉬운 '텀블러'를 이용하는 첫 걸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다.

나가서 피켓은 들지 못하더라도 내 주변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쟤도 하는데 나도 해볼까?라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가장 쉬운 것부터 실행하기로 했다. 우선 설거지 비누와 천연 수세미를 구입했다. 그리고 차근차근 다른 아이템을 바꿔나가야겠다.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며 자꾸 따라할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평범한 자신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 하겠냐며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책을 읽고 난 후 나 뿐만 아니라 읽는 독자 누구라도 저자의 제로웨이스트생활에 동참하고 싶어질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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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뒤에 오는 것들 - 행복한 결혼을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
영주 지음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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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대 중반을 넘어 결혼했다. 결혼하기 전 부모님은 얼른 결혼하라며 나를 압박했고 창피하게 여기셨다. 결혼이 인생의 전부인 마냥 시집 안 간 과년한 딸을 부끄럽게 여기셨다. 막상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부터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말하곤 한다. "이렇게 살 거면 왜 부모님은 나한테 결혼하라고 하셨지?"

결혼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남편의 고지식한 부분에 직면해야 했고 아이를 낳은 후에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충실하게 살 것만을 요구하는 주변의 압박이 나를 힘들게 했다. 결혼 뒤의 삶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은 엄마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오늘도 혼자말을 하곤 한다.

"이렇게 살 거면 왜 부모님은 나한테 결혼하라고 하셨지?"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의 저자 영주씨는 [며느리 사표]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결혼에 대해 큰 반향을 일으킨 분이다. 20년 넘는 시집살이와 결혼 생활 끝에 시부모님께 사표를 제출하고 자신의 삶을 뒤늦게 살아가면서 비로소 행복을 찾은 저자의 두 번째 에세이 《결혼 뒤에 오는 것들》를 출간했다.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은 부부생활을 위한 책이 아니다. 주로 여성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결혼 생활에서 여러 굴레와 억압으로부터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가 [며느리 사표]로 알게 된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과 함께 이 한국 사회의 결혼생활에 대해 독자들에게 말한다.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은 다섯 가지 파트로 나뉘어져 소개한다. 첫 번째 파트인 '자각하기'에서는 주로 친정과 시댁 양가 어른들의 잦은 간섭으로 인해 침해되는 부부의 삶을 이야기한다. 지금이야 분가가 자연스러워졌고 결혼 문화가 간소화되었지만 여전히 시어른을 모시고 사는 부부도 많고 결혼 예단 등 준비부터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부모님의 경우 딸같은 며느리를 원하며 며느리도 자식이라며 딸 노릇을 해 주기를 원한다. 이 현실 속에 저자는 거리 두기를 제안한다. 부부가 되면 자식 간일지라도 분명한 선이 있어야하며 그 선을 침해하지 않도록 과감한 거리 두기를 할 것을 요청한다.

결혼을 한 후 내가 가장 힘들었던 문제는 바로 '엄마'라는 이름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남편의 태도였다. 또한 어머님, 친정부모님 모두 나 자신의 삶보다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위해 살 것을 요구했다. 기도도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라고 하고 내가 뭔가를 배우겠다고 하면 아이들보다 자신을 더 위한다며 이기적인 엄마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저자 영주 씨는 결혼 하면 겪게 되는 여성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사회의 시선으로 인해 여성들이 더 고립되고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이 여성이 행복하지 않으면 가정이 행복할 수 없는데 사회는 이런 문제는 엄마 스스로 해결하도록 권하며 희생, 의무 만을 강요한다.


아무도 모른다,

여자가 결혼해 며느리,아내,엄마로서만 사는 게

왜 우울을 유발하는지.

멀쩡한 한 인간으로 살아오다가 부여받은,

주어진 역할만을 우선시하는 삶이 왜 우울한지

진짜 아무도 몰랐다.


부모님보다 부부의 삶이 먼저이다. 그리고 부부의 삶보다 더 먼저인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이다. 결혼하면 남편에게 많은 걸 기대하는 삶, 착하게 살면 이쁨받을 거라며 기대하고 남편이 채워줄 거라며 충성하지만 돌아오는 건 공수레인 며느리, 엄마의 역할... 저자 또한 남편에게 호소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리고 늦게나마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관계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 때에서야 남편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누군가가 알아봐 주길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서로 독립적인 관계로 만나고 자신이 자신을 챙겨줄 때에서야 관계가 발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나 역시 쌍둥이 육아의 힘듬을 토로할 때마다 남편의 반응은 차가웠다. "다들 그렇게 살아." "이 정도도 각오 못 했냐?" "너만 유별나게 왜 그래?"라며 나를 몰아세웠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남편이 나를 챙겨줄 것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고 나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며느리는 없다. 현모양처는 없다. 먼저 자신을 생각할 줄 알고 돌보는 사람만이 결혼생활에 성공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남편이나 가족 등 타인도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만큼

스스로를 대접해주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여자가 혼자 있을 수 있는 방과 경제력이라고 말했다.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의 영주 저자 또한 자신만의 시간을 적극 가질 것을 권장하며 글쓰기, 그리고 경제적인 자립을 강조한다. 그리고 여성이 여러 역할놀이에 함몰된 자기 자신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것이지만 결코 부부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부부싸움을 조장한다. 여성에게 불리한 이 기울어진 결혼 제도에서 여성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싸우고 투쟁하며 단호해져야 함을 이야기한다. 남들이 규정한 역할이 아닌 여성 자신이 역할을 규정하고 그 안에서 행동할 것을 권한다.


올해 초, 글쓰기 수업을 듣겠다고 하는 나에게 남편은 나를 집안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비웃었다. 며칠간의 싸움 끝에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만 내 돈을 내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수업을 듣겠다는데 나를 비난하는 남편이 힘들었다. 그리고 내가 왜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투쟁하듯 살아야하나라는 깊은 우울증으로 힘들었다. 이 책은 내게 말해준다. 아직도 투쟁할 것이 있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포기하지 말라고. 자신을 돌보라고.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고 적극 말해준다. 저자는 20년이 넘는 세월끝에 알았지만 나는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나 또한 다시 다짐하게 된다. 절대 지지 않는다.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며느리이기 전에, 딸이기 전에 바로 나 임현경이다.


이혼 선언을 시작으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내 삶의 주인은 나임이 분명해졌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부모도 남편도 아닌 내 두 손에 달렸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상황을 변화시킬 힘도 내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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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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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단장애인의 의족을 수입하는 회사에 다닌다. 처음 이 업종에 근무하기 전까지만해도 내 주위에 손 또는 다리가 절단된 장애인들을 보지 못했다. 아니 절단된 사람들이 있다는 존재조차도 알지 못했다. 절단 장애인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내가 이 업종에 일을 시작한 후 절단된 손과 다리의 모습을 보면서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첫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는 그분들의 신체를 보는 것이 꼭 죄를 짓는 기분이였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보다 조금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익숙하지 못한다. 


소설 《그녀, 클로이》의  공간은 뉴욕 웨스트빌리지  5번가 12번지의 아파트이다. 자동화 엘리베이터가 흔한 세상이지만 이 아파트는 아직도 수동식 아파트를 운행한다. 승무원인 디팍과 리베라가 주야간으로 교대하며 아파트 주민을 태워주며 물건을 받아주는 이 아파트에서 디팍은 자신이 운행한 거리를 세며 언젠가 신기록을 세우리라고 다짐한다. 매번 침묵의 원칙을 지키며 성실하게 일하는 디팍과 부인 랄리의 곁에 릴라의 조카이자 IT 사업가인 산지가 인도에서 뉴욕으로 건너오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통 우리는 인도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때 가난하고 낙후된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뉴욕에서 건너온 산지는 부모님으로부터 뭄바이 호텔을 물려받은 재산가이다. 다만 그의 재산을 탐내는 삼촌들과 다투기 싫어 그의 사업에 투자할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산지가 뉴욕에 도착해 택시를 탄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를 인도의 가난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건너온 이민자로 대우한다. 그들만의 삶에 익숙한 그들은 자신과 다른 타인, 아시아인 또는 흑인들에게 당연한 선입견을 내세우며 그들을 대한다. 


그럼 당신도 나처럼 택시 기사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여기 온 인도인들은 대부분 그렇거든요. 

똘똘한 사람들은 우선 옐로우캡이나 우버를 몰고,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은 이 차 같은 리무진으로 영업하죠.


이 5번가 12번지의 아파트의 9층에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오디오북 배우 클로이는 절단장애인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고 당한 그 때를 '14시 50분'이라고 말한다. 두 다리 신체의 40센티미터를 잃은 그녀는 절단장애인이 된 자신을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하다. 남들이 자신을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시선을 감당하면서 타인의 맹목적인 도움과 선의는 거절할 줄 아는 당당한 여성이다. 수동식 엘리베이터 승무원 디팍과 리베라에게 항상 친절한 그녀는 우연히 디팍을 찾아온 산지와 만나게 되고 그들은 호감을 갖게 된다. 


역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나는 그런 용기를 낸 것을 후회했다. 

그곳에는 병원 직원들도 나의 퇴원을 축하해주는 사람들도 없었고, 

내 휠체어를 피해 돌아가면서 잃어버린 나의 40센티미터,

없어진 내 다리와 두 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밖에 없었다. 

별 것 아닌 것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다. 


인도에서 건너온 산디와  두 다리를 잃은 클로이, 이 두 사람은 뉴욕 사회에서 낯선 존재들이다. 아시아에서 건너온 외국인과 장애인의 존재는 이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뉴욕 사회에서도 그들과 다른 존재들이었다.  《그녀, 클로이》의 작가 마르크 레비는 이 두 사람을 통해 아파트 주민들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많은 국가들이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비난하지만 뉴욕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또한 아시아권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과 특권의식으로 그들을 대하며 장애인들의 존재를 그들의 공동체 안에 받아들이기를 부담스러워한다. 자신과 다른 타인에게 차별이 당연한 옵션처럼 내재되어 있는 이 사회의 모습을 디팍과 랄리 그리고 산지와 클로이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 가끔씩 이 5번가 12번지 주민들의 생활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클레르 부부는 사랑을 나누고 젤도프 부부는 싸움을 하고 모리슨 씨는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졌다.  고급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을 읽으며 나는 이게 그들만의 단단한 철옹성 같이 느껴졌다. 자신들의 삶은 지극히 정상이라는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삶은 낮게 여기는 그들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 같았다. 그런 차별이 내재되어 있는 그들에게 승무원 리베라의 사고로 인해 삶에  균열이 일어났을 때 당연히 모든 원망과 원인은 그들과 다른 디팍과 산지였다. 


자신을 불쌍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익숙했던 클로이가 초반 산지의 호감을 동정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는 시선에 그와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이 소설은 극적인 스토리는 없다. 하지만 이 소소한 일상들 속에서 차별과 혐오가 내재되어 있는지 마르크 레비는 따뜻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당연히 무고하지.

이 나라는 우리 같은 이민자들에게 약속의 땅이었어.

의무와 고마움으로 개처럼 일했건만

저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봐요,

외국인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어.

이것이 오늘날 미국의 현실이라면

나는 인도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 싶어요.


'14시 50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클로이가 이 사고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는 말미에 이르는 이야기를 읽으며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그들에게 차별과 상처를 준 것도 주민들이었지만 디팍을 위해 마음을 나누고 행동에 나설 때, 그리고 클로이 또한  산지를 만남으로 상처를 치유해갈 수 있었다. 클로이가 말한 삶의 경이로움은 바로 우리가 함께 서로를 포용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이룰 수 있음을 말해준다. 


코로나로 인해 아시아 혐오증이 거세지고 미국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종차별이 또 다시 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때 이  《그녀, 클로이》의 출간은 참 시기적절한 때라고 생각한다. 로맨스와 사회 문제를 이 이야기 속에 적절히 버물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마르크 레비, 그는 이 소설로 자신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나는 절단장애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보면서 눈을 피하고 몸둘바를 몰라하던 내 모습에  차별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차별은 미국 조지 플로이드 같은 사망 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과연 나는 이 5번가 12번지 주민들의 모습과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 번씩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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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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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다룬 드라마를 보면서 "저렇게 사느니 빨리 죽을 거야"라며 혼잣말을 하곤 했다.  치매 판정을 받은 이후 잊혀져 가는 삶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죽는 것보다 못한 삶. 내게 치매는 고통보다 못한 그 이상 이하도 아니였다. 그런 내게 글쓰는 요양보호사 고재욱씨가 쓴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는 낯설었다. 기억을 잃어가는 자신의 의미를 존재하는 이 분 글에서 삶을 본다는 의미가 낯설었다. 암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이 질병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보게 될까.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에서는 저자가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들을 만나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치매의 경중에 따라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기억의 모습이 다르다. 어느 할머니는 전쟁으로 헤어진 어머니를 기억하는 모습이 있다. 다른 할머니는 남편분의 사랑을 듬뿍 받은 경험으로 행복해 하는 분도 있다. 반면 오지 않는 자식을 한없이 기다리며 창문을 쳐다보는 할아버지가 있다. 노인들이 겪는 그들의 기억의 단편을 붙잡고 남은 삶을 살아간다. 


나는 이 치매가 사람의 생을 끝내는 질병이라고 생각했다. 내 아이, 부모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가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치매가 "매일 하루 하루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어제의 기억이 다르고 오늘의 기억이 다르다.  환자들은 어제와는 전혀 다른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병으로 잃은 삶의 한 부분의 기억을 오늘 삶의 한 부분의 기억으로 채워간다. 어제의 미련이 아닌 오늘 하루만을 살아가는 질환, 그래서 오늘을 꼭 붙잡고 있는 병이 바로 치매임을 말한다.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삶은 계속되고 죽음의 고통 속에서 두려워하고 있음을 저자는 따뜻하게 말해준다. 


요양원에도 일상이 있다. 바깥세상과 다르지 않다. 

조금 느리고 조금 단순할 뿐이다. 

거창한 희망과 열정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든, 

자세히 보아야만 보일 정도로 작은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든,

결국 모두 오늘을 살아간다. 

건강하면 건강한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같은 하루를 살아간다. 

이 곳에서 지내다 보면 알게 된다. 

지나버린 어제나 아직 오지 않은 내일보다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오늘이라는 희망은 모든 이에게 가장 공평하게 주어지는 희망이라는 것을.  


흔히 치매는 환자만 행복한 병이라고 말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환자만이 자유롭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에서 저자가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 요양보호소에 남겨진 삶 속에서, 잊혀진 기억 속에서 자신의 사랑을 희미하게나마 간직한다. 그리고 그분들의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잃어가는 기억 속에서도 삶에서도 사랑은 여전히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 것도 모르리라 생각하는 환자들에게 남아 있는 사랑의 흔적은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알게 해 준다. 


저자는 이 치매 유형도 사람의 평소 성격이나 습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평소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면 치매 판정 이후에도 정리를 잘 하는 반면 화를 잘 내는 성격은 똑같이 치매 발명 이후에도 동일하다고 한다. 치매를 다룬 드라마를 보며 내가 환자였다면 어떤 모습이였을까를 생각할 때가 있다. 저자는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을 보라고 말한다. 지금의 내 성격과 삶의 태도는 결코 나를 잃어가는 환자들의 모습에서도 영원히 남게 된다. 자신의 태도와 인격은 인생의 마지막날까지 함께 하게 된다는 걸 아는 순간 우리는 결코 현재를 낭비할 수 없게 된다. 


나는 평소 삶의 태도가 

얼마나 끈질기게 영향을 미치는 지 알고 싶었다.


언젠가 치매가 나를 찾아올 수도 있다. 

그때의 내 모습이 오로지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은 아니기를, 

무엇이라도 나누고 베푸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저자가 현장에서 치매 환자들을 돌보며 겪는 가장 안타까운 현실은 이 요양보호소가 재활이 아닌 격리의 장소가 된 현실이었다.  "어리석고 미련하다"라는 뜻의  치매(痴?)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 아무런 의식 없이 쓰이는 반면 인지증(認知症)이란 단어로 대신하며 그들을 격리가 아닌 재활의 대상으로 보는 일본의 예를 들려준다. 예전 어느 출판사에서 일본의 한 젊은 가장이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회사에 가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그래도 웃으면서 살아갑니다>가 떠올랐다. 치매를 극복할 수 없겠지만 환자들이 사회에서 격리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사회의 시선은 치매 환자들에게 삶의 의지가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요양보호소에 격리된 채로 살아가는 환자들에게는 외로움과 더불어 병의 증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치매를 막을 수 있는 약은 아직 없지만 오직 주위의 관심과 사랑만이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다.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살아온 인생에 대한 후회, 특히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후회하는 일이었다. 

제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 없기에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고, 

그저 오로지 열심히만 살아온 세월을 후회하는 일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들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며 사랑을 배워간다. 뚝 끊긴 가족의 연락을 한없이 기다리는 분들의 외로움에 함께하고 수십번 되풀이되는 인생 이야기를 매일 듣는다. 생의 끝에서 하루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환자들을 통해 삶이란 끝날 때까지 소중한 것임을 깨닫는다. 결코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으며 마지막까지 사랑하며 살 것을 말해준다. 삶의 끝까지 우리는 사랑하고 포기하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기억을 잃어가기에 더욱 소중한 오늘을 가장 충실히 살아가는 환자들. 그분들의 이야기 속에 나의 오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짐해본다. 포기하지 말자. 끝까지 사랑하자. 끝까지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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