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 - 기시미 이치로의 방구석 1열 인생 상담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환미 옮김 / 부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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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당신에게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대게 그 사람이 사기꾼이나 또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철학자이자 『미움받을 용기』와 『마흔에게』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가 말한다며?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이미 기시미 이치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결코 허튼 소리를 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는 기시미 이치로가 한국 독자만을 위해 쓴 심리학 책이다. 한국 영화 속의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고민을 들고 와 철학자와 상담을 하며 기시미 이치로가 조언을 해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봄날은 간다>의 상우와 은수부터 <건축학 개론> <수상한 그녀> <버닝> <동주> 등등 우리에게 익숙한 등장 인물들이 나와 삶의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의 인물들 중 완벽한 인물은 없다. 모두 자기 나름대로 고민을 안고 있다. <봄날은 간다>의 상우는 은수와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느닷없는 은수의 이별통보로 힘들어한다. "사랑이 변하니?"라고 말하며 은수에 대한 원망과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은수 또한 자신이 헤어짐을 통보했지만 행복하지 못했던 옛 결혼과의 잔상에서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끝내 헤어짐을 택한다.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뿐인 아들의 석방을 위해 모든 걸 다 하지만 결국 아들로부터 면회를 거부당한 아들로 인해 힘들어하는 영화 <마더>의 엄마, 한순간에 몰락한 자신을 호주에 있는 아내와 자녀가 받아들여주지 않을 거라며 실패한 인생이라고 자책하는 <싱글라이더>의 재훈 등등.. 그들은 철학자와 상담을 하면서 묻는다.

"과거에 부모님으로부터 좀 더 사랑을 받았더라면..."

"과거에 아내의 수줍은 모습이 남아있었더라면... " "결혼 전에 남편은 참 다정했어요..."

과거의 향수에 젖은 인물들은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을 철학자에게 털어놓지만 철학자는 단호하게 진실을 말한다.


과거는 더 이상 없습니다.


원인을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없다. 부모님에게 학대 당한 경험, 자립되지 못한 경험, 버림받은 경험 등등 철학자는 모두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아내의 결혼 전 모습, 남편의 결혼 전 다정함 또한 과거일 뿐이다. 지금 우리의 변한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만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결코 만족함이 있을 수 없다.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금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에 맞춰 우리의 행동을 변해가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살아갈 수 없으므로 지금 이 곳에 인생에 앞으로 어떻게 할 지를 주목해야 한다. 결혼 전의 그 사람과 지금의 남편은 똑같을 수 없다. 우리는 과거로 회귀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현재를 인정하며 바꿔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쁜 기억"을 지워나가는 마법 역시 바로 "지금"에 있다고 말한다.


'지금'이 바뀌면 과거의 기억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언뜻 볼 때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다. 우리는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그 아픈 기억, 나쁜 기억이 문득 문득 떠올라 우리를 힘들게 하곤 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우리가 과거를 진지하게 대면하고 지금의 행동과 생각을 재해석해가면 과거의 '나쁜' 기억은 더 이상 '나쁜' 기억이 아닐 수 있게 될 수 있다.

과거에 사로잡혀 자신을 괴롭히면 앞으로 결코 나아갈 수 없다. 원망과 회환보다는 지금의 자신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에게는 과거로부터의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속 인물들, 단 한 명의 인물이 아닌 같은 영화의 두 명의 인물들의 심정을 대비시켜주며 읽는 독자들에게 공감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들이 내뱉는 고민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는 대신 지금을 인정하며 살아갈 때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에게는 많은 인물들 중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부부 두현과 정인의 모습을 비추어 현재 나의 결혼 생활에서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부부사이에서 '완전한 평등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글 속에서 아이를 키우며 일하기 때문에 우쭐해 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로 인한 남편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한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는 관계에서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며 서로의 행동을 개선해 나갈 걸 조언하는 저자의 글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라는 기시미 이치로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기시미 이치로는 자신있게 말한다. 먼저 지금을 바꿔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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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구하기 - 삶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를 위한 개입의 기술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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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 좋은 핑계거리가 많다. 나를 예로 든다면 나에게는 쌍둥이들로 인해 시간이 없다는 최고의 핑계가 있다. 남편이 잘 도와주지 않는다는 핑계가 있다. 워킹맘이라 바쁘다는 핑계가 있다. 이러한 핑계들은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해주고 내가 현 상태에 안주할 수 있는 좋은 방패막이 되어준다. 《내 인생 구하기》의 저자 개리 비숍은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그래서 지금 당신은 만족합니까?"

《내 인생 구하기》의 저자 개리 비숍은 전작 『시작의 기술』에서 처음 1번, 그 1번을 시도하게 해 주며 지금 당장 일어설 수 있는 7가지 단언을 말해주었다면 이 《내 인생 구하기》에서는 자기 자신과의 참모습을 직면하도록 말한다.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하며 자기에게 집중할 때 어떤 변화가 찾아올 수 있는지 말해준다.

저자는 먼저 자신의 모습에 관해 진지하게 질문할 것을 요청한다.


다이어트, 어학 공부, 금연 등등 매년 작심삼일로 끝나고 마는 결심들,

왜 우리는 제대로 된 변화를 한 번도 만들어내지 못할까?

의지가 약해서?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꼭 달라지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다.

자기 암시를 하면 효과가 있을까? 우리는 이미 몇 번이나 암시를 하시만 그 효과는 오래 가지 못한다.

저자는 의지력도, 긍정적인 생각 등 외면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것보다 바로 우리 안의 잠재 의식을 진지하게 직시하도록 한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에게 훼방을 놓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자기 자신이 내 인생에 가장 큰 훼방꾼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데 어떻게 내가 훼방꾼이 될 수 있지? "자기 방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자기 방해"의 여러 예를 설명해준다. 가령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방해꾼이다. 평범하게 반응하며 익숙한 길로 가려고 하는 나 자신이 방해꾼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주로 흔히 하는 과거 핑계는 그만하라고 말한다. 주위사람 뒷담화도, 부모님 핑계도 이제 그만하라고 말한다. 과거는 이미 되돌아갈 수 없는데 왜 자꾸 과거에 집착하는가 묻고 다른 사람 핑계도 그건 그 사람들에게 맡기라고 말한다. 그 타인에 대한 비난과 핑계에서 벗어나 자기 인생에 집중할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뒤를 돌아보며 주위 사람을 원망해서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내 인생 구하기》에서 저자는 앞 표지부터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이라고 이야기한다. 표지 그림인 불끈 쥔 주먹에 새겨진 "I CAN'T DO IT." "LOSER" "I'm not loved." 등 부정적인 언어에 우리는 항상 좋은 핑계를 대왔다. 나의 경우만 해도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꾸준히 끝낸 프로그램이 전무할 정도이다. 내가 나 자신의 확실한 방해꾼이었음을 이 책은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준다. 내가 아이들을, 남편을 없게 할 수도 없고 직장을 그만둘 수 없다. 내 지인을 바꾸게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나를 바꿔야 한다. 문제가 나 자신이었다면 답도 바로 나 자신이다.

《시작의 기술》이 시작하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면 《내 인생 구하기》는 넘어지거나 정체된 인생을 다시 나아가게 해 주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이렇게 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두려워하며 주저하고 있는 이들에게, 주변의 모든 것들이 방해물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No라고 말하며다음과 같이 말해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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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시대의 탄생 - 1980년대의 시간정치
김학선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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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보면 24시간 영업하는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찜질방, 커피숍, 식당 등등 이제 24시간 영업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 24시간 시대를 살면서 언제부터 우리가 24시간을 살아오게 되었는지 궁금해 본 적이 있는가? 그 24시간 시대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져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사라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 24시간 시대의 기원을 저자는 1980년대의 시간정치라고 말한다.

《24시간 시대의 탄생》의 저자 김학선씨는 대한민국의 시간 가속화에 대한 연구하는 박사로 특히 1980년대의 사회적 시간의 개발에 대한 논문을 썼다. 왜 저자는 1980년대를 주목했을까? 왜 저자는 시간정치라고 명명했을까?

저자는 먼저 전두환 정권의 딜레마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대내적으로는 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을 통치하고 통제해야 했고 대외적으로는 19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축제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전두환 정권이 그동안 정부에 의해 유지되던 야간통행금지를 해제함으로 24시간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24시간 해제가 결코 국민들을 위한 조치가 아님을 강조한다. 가장 큰 이유는 올림픽 유치 때문이고 정부는 이 늘어난 시간을 철저하게 국익 위주로 생산성 있는 삶을 살 것을 국민에게 주입하며 시간을 자원으로 여기게 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설명한다. 금지되었던 시간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리고 난 후 과연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고 정부는 이 시간을 어떻게 이용하게 되었는지 저자는 설명해준다.

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많다면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책에서는 바로 우리가 알고 있던 이 논리가 다르게 적용했다고 말한다.


야간통금 해제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심야시간 4시간을 새로운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자원으로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해 분투했다.

당시의 성공주의와 성과주의 속에서 남들과의 경쟁에 이기기 위해 낮과 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구분 없이 노동하거나 경쟁하려는 시간의식이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경쟁의 시간의식은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시간 압박으로 작용해서 더욱 시간의 가속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1980년은 자본주의가 한국사회에 도래하기 이전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시간을 자원으로 보며 더 많이 벌고 아껴야 한다는 시간 압박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시간 부족을 호소한다. 온갖 디지털 기기가 업무 시간을 줄여주지만 더 많은 시간 단축을 시도함 효율성을 꾀한다. 이러한 시간에 대한 인식이 바로 1980년대부터 시작했음을 이 책은 알 수 있게 해준다.

왜 저자가 1980년대 시간정치라고 명명했는지는 텔레비젼에 대한 부분에서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시간과 텔레비젼이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전두환 정권은 텔레비젼이 국민들을 통제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임을 적시하고 프로그램 시간 편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24시간 시대가 개막함으로 통제 수단에 맞게 프로그램 시간대를 재조정하며 언론사를 통폐합하며 관리를 아끼지 않는다.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프로 스포츠를 중계방송으로 장시간 방송하게 하며 정치적 일정에 따라 컬러방송 시작 시점을 조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9시 뉴스, 아침에 주로 방송되는 교양 프로그램 등이 어떻게 이 시간대에 정착할 수 있었는지 또한 저자는 1980년대를 통해 정부의 기획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당시 텔레비전 정책과 편성이 신군부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되고 신속히 진행된 까닭은 그것이 정권 창출과 유지에 필요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은 편성을 통해 시청자의 사적 시간에 간섭할 수 있으며, 편성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시간이 개발되거나 일상시간과 구조가 재구성되게 할 수도 있다.


1980년도에 재구성된 사회적 시간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신기하지 않을 수 업다. 우리가 단순히 생각하는 시간의 변화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해 주며 이 시간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가 있다. 예전 어르신들은 전두환 시절 경제가 좋아 살기 어렵지 않았다고 말씀을 하시곤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등 무자비한 정권에서 어떻게 살기 좋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의아해하곤 했다. 《24시간 시대의 탄생》은 그 배경을 찬찬히 설명해 주며 이 또한 시간정치의 하나라고 말해준다. 이 밖에도 서머타임제, 명절 및 법정기념일에 대한 시간제도를 다루며 시간이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 분석한다.

주위의 24시간 영업하는 사업장들을 보면서 과연 사람들은 자유롭게 밤늦게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고 생각을 할까? 2교대 또는 3교대로 일을 하며 24시간 내내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떠올릴 수 있다. 통제하기 위해 시간을 이용하고 돈을 더 받기 위해 시간을 아껴 일을 하며 살아가던 그 시대로부터 지금 우리는 얼마나 더 시간을 풍성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1980년대로 살펴본 《24시간 시대의 탄생》은 갈수록 빨라져가는 시간의 기원을 이야기하며 시간이 갖는 의미를 다시 되새김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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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나쁜 엄마인가봐 -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엄마가 되는 육아 심리 수업
후쿠다 도모카 지음, 하진수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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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나쁜 엄마인가 봐》라고 생각하지 않는 엄마들이 있을까?

나 역시 그랬다. 나는 엄마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아이들을 바라보면서도 나 같은 엄마를 만나서 미안하다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애들에게 화를 낸 후면 어김없이 밀려오는 미안함에 나 홀로 괴로워했다.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을 보면 다정하기만 한데 아이들에게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나의 모습은 나의 죄책감을 더욱 커지게했다.

이 책 《나만 나쁜 엄마인가 봐》는 일본 육아 상담사인 후쿠다 도모카씨가 자신의 상담 경력을 살려 많은 엄마들의 감정을 다독여주는 심리책이다.

먼저 저자는 엄마들의 '미안해' 유형을 7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 나의 경우는 '아이를 예뻐하지 않는 유형'이었다.

아이와 놀아주기 힘들어하며 아이와 있는 상황을 버거워 하는 엄마유형이 내게 해당됐다. 아이의 욕구에 늘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육아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내 상황을 저자는 정확하게 표현해 주었다. 그런데 이 저자는 결코 나와 같은 엄마도 또는 다른 유형의 엄마들 또한 결코 잘못을 탓하지 않는다.

나와 같은 엄마에게도 내 안에 숨겨져 있는 사랑이 있음을 알려주며 단지 자신만의 애정 표현이 다르게 표현된 것이라고 알려준다.


2장에서는 이 일곱 가지 유형의 엄마들의 마음 습관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아이를 통해 마주하게 되며 느끼는 엄마들의 마음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내 유형인 '아이를 예뻐하지 않는 유형'은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말하며 먼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한 아이를 사랑할 수 없음을 지적해준다.

나는 아이를 출산한 후 나를 추스릴 여유가 없었다. 힘겹기만 했다. 그런 내게 주변에서는 위로보다 질책이 더 많이 쏟아졌다. "엄마니까 키워야지 어쩌겠어?"라며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할 것을 요구받기만 했다.

그런 때마다 아이들이 미웠다. 내 불행의 원인이 아이들인 것만 같았다. 내 삶이 이토록 바뀌고 힘겨운 게 아이들 탓만으로 느껴져서 한동안 아이들에게 정을 주지 못했다. 지금은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지인들이 있고 위로를 받은 이 후 아이들을 돌아볼 여유가 있었다. 내가 나 자신을 챙기고 인정받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3장에서는 우리가 아이들을 양육하는 방식이 결국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부터 찾아야 함을 말해준다.


먼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죄책감을 없애고 과거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를 벗고 자기 책망을 멈출 것을 말해준다. 때론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모님과 진지하게 대화를 하도록 추천하며 부정적인 메시지를 벗어날 것을 요청한다.

육아 상담사인 저자는 결코 엄마들을 탓하지 않는다. 저자는 철저하게 엄마가 먼저 바로 서야 아이 또한 바로 잡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기 책망을 벗어날 것을 말하면서도 정 벗어나기 힘들 때면 규칙을 정해 일정 시간 책망을 하거나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도록 권유한다.

특히 시중에 널려있는 수많은 육아 책을 따르기보다 엄마가 행복한 육아가 정답이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청개구리 육아'를 말해준다.

결국 엄마 자신이 중요하며 미안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보통 많은 육아 책들 또는 육아 프로그램은 부모의 잘못을 지적하며 부모의 행동을 고치는 상담에 집중한 반면

저자 후쿠다 도모카는 엄마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채근하지 않고 당신이 마음은 사랑하는데 어쩔 수 없이 책망하며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요 라고 따뜻하게 말해주는 듯하다. 그 위로와 함께 원인을 분석해 주며 용서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용기내준다.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도록 말해준다.

내게 맞는 유형에 맞추어 읽어 나가며 내 문제를 되짚어 볼 수 있었다. 나와 엄마와의 관계 또한 되돌아볼 수 있었고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곰곰히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엄마들에게도 이 책이 따스한 위로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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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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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세계사 관련 책은 말 그대로 세계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정리한 책에 불과했습니다.

예를 들어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라는 식으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방면에서 셰계사를 바라보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금융, 전염병, 탈세,전쟁사등 다양합니다.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는 물건으로 여성들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세계사입니다.

여성의 삶을 바꿀 수 있었던 계기가 될 수 있었던 특별한 물건에 대해 설명해주며 그 이후 여성의 역사가 어떻게 뒷받침되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책은 몸과 모성, 아내와 가정주부, 과학,패션, 여행, 노동, 창작과 문화, 정치 등 여덟 챕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Ⅰ부인 몸과 모성은 여성을 출산 또는 양육의 도구로만 바라보았던 시절 여성의 물건 중 인상 깊었던 물건은 바로 "런던 고아원의 토큰"이였습니다.

미혼이거나 남성에게 버려져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런던의 미혼모들이 고아원에 아이를 맡길 때 후에 아이를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증표로 사용된 물건입니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지 못하고 시설에 맡겨야 하는 여성들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그 여성을 심판하는 사람이 바로 남성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줍니다. 남성의 눈으로 '죄'의 유무를 판단하며 아이를 받아들이는 권한이 남성에게 있다는 사실은 여성이 얼마나 사각 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었는지 설명해 줍니다.

이 사실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현재까지도 미혼모에 대한 법적인 제도 및 보호 체계가 없이 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윤리적으로 몰아부치는 현실을 바라보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 가방은 포셋 부인의 가방입니다. 포셋 부인은 가방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지만 법정은 그 지갑에 있던 돈이 바로 지갑의 주인 포셋 부인이 아닌 남편 헨리 포셋의 돈이라고 말합니다.

지갑 주인은 포셋 부인인데 왜 재판부는 남편의 돈이라고 말했을까요? 그건 바로 여성의 재산권이 남편에게 속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결혼하면 자동적으로 남편의 소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계기로 밀리센트 포셋 부인은 여성참정권협회국민동맹(National Union of Women's suffrage Societies) 의 리더가 되는 계기가 됩니다.

정치에 참여하는 인물들이 입당 선언문을 듣다보면 그들은 일구동성으로 말합니다.

"결국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길은 정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고 사회 활동이 가정에 국한되어 있던 시절, 당연히 남성들은 기득권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왔습니다. 여성들은 남성에게 빼앗긴 재산권을 되찾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을 위한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 일이 여성 참정권 운동에 초석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잔소리 굴레] 또한 충격적입니다. 여성이 남성이 듣기에 불편한 말을 할 경우 굴레를 채워 고통과 수치심으로 여성의 행위를 억제하게 합니다. 말도 할 수 없고 당연히 먹을 수도 없으며 자신의 치부를 타인에게 보임으로 공개적인 수치를 당한다는 건 여성의 목소리가 얼마나 억제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이 굴레는 없어졌을까요? 저자는 현재까지 여성 굴레가 모양만 바뀌었을 뿐 아직도 굴레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가장 가깝게는 여성 혐오부터 미투 운동 피해자들을 향한 비난등까지 굴레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물질적인 형태가 없기에 잘 눈치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위장할 뿐입니다. 이런 제약 속에서 끊임없이 말하는 걸 포기하지 않았던 역사가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발전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결국 여성의 삶을 바꾼 건 여성이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홍성은 작가의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사회 속에서 부당한 제도 및 관습에 그대로 안주하며 살아간다면 절대 세상은 바꿔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불편함을 불편하다 말하며 바꿔 나갈 것을 말하는데요 이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또한 기득권 사회에서 고통 받고 있던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가며 변화 시켜 온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남성은 절대 알 수 없는 여성들만의 고통이기에 함께 연대하며 나누고 참정권을 위해 거리로 나서는 역사가 펼쳐집니다. 비록 그 발전이 더디다 할지라도 그 더딘 발전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세계가 만들어졌음을 저자는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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