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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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예측 가능한 운명을 알 수 있다면 행복할까?

하지만 그 운명이 불행하다면? 그리고 그 불행한 미래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유 미 에브리싱》의 주인공 제시카가 그렇다.

젊은 시절 애덤과의 사랑으로 윌리엄을 낳았지만 술주정이 된 채 출산 때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애덤에 대한 분노,

애덤과 헤어진 후 전해 듣게 된 엄마의 헌팅턴병 소식,

그리고 무엇보다 이 헌팅턴병이 유전될 수 있으며 제시카 또한 최근 검사에서 양성 반응 결과를 받았다는 것.

날마다 야위어가며 변해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가족이 느끼는 고통과 앞으로 언젠가 자신에게 닥칠 미래에 두려워한다.


소설은 제시카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격자로 보여준다. 제시카카의 출산에 연락이 없던 애덤부터 엄마의 투병을 지켜봐야만 하는 고통.. 그 현실의 무게에 짓눌러 자신의 인생을 즐길 수가 없다.

싱글모로 윌리엄도 돌봐야하며 부모님도 챙겨야하는 제시카에게 인생은 십자가일 뿐이다.

아들 윌리엄이 아빠인 애덤과 가깝게 해야 한다는 엄마의 강권으로 마지못해 헤어진 애덤이 있는 프랑스로 간다.

비록 두 사람에게 아들이 있지만 서로에게 이미 각자의 삶이 있고 애덤에게는 어여쁜 여자친구 시몬이 있다.

그들을 바라보며 더욱 자괴감이 드는 제시카. 엄마의 권유로 이 곳에 오긴 했지만 이 선택이 잘 한 것일까?


소설은 단지 제시카의 삶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먼저 주인공인 제시카와 애덤,

투병하는 엄마를 끝까지 아끼고 사랑하는 제시카의 아빠와 끝까지 살아가는 엄마.

세 아이의 양육으로 하루 하루가 버거운 제시카의 친구 베키와 남편 셉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인 또 다른 절친 나타샤.

이 소설의 장점은 바로 주인공 제시카의 삶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의 삶에도 세세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쌍둥이를 둔 엄마로서 솔직히 제시카보다 친구 베키와 셉 부부의 버거움이 더욱 공감이 갔다.

날마다 아이에게 치이며 사느라 어느덧 서로에게 무관심해고 뜸해져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매우 현실적이다.

나타샤 또한 잘 나가지만 속으로는 외로움을 느끼며 안정적인 만남을 찾고 있다.

그렇게 모든 인물들은 삶 자체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모두 삶의 무게에 버거워하며 무감각하거나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제시카와 헤어진 후 잘 나가는 애덤의 삶 마저도.


하지만 여기 삶에 기쁨을 느끼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날마다 비틀어져가며 운동 능력을 잃어가는 제시카의 엄마와 그 엄마와 끝까지 함께하는 아빠이다.

그들은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기뻐하며 하루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충만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제시카에게 끝까지 즐기며 살아가도록 조언하는 부분에서 끝내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애덤이 왜 제시카의 출산에 함께 해 주지 못한 비밀이 공개되며 또 다른 반전과 감동을 선사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알고 싶어 점을 보거나 무속인을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미래를 안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중요한 건 미래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가 더 중요함을 말해준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책 끝부분에 이르러 달라진 애덤의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조금 더 에피소드가 있어 두 사람의 관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면 더 자연스럼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해 준다는데 이견이 없다.


지금을 충만하게 느껴주는 소설이다. 특히 모두가 정서적으로 힘든 이 시기에 이런 로맨스 소설 한 권을 읽으면서 기분을 감성으로 무장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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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Wild - 송인섭 교수의 AI시대의 감성 창조 교육법
송인섭 지음 / 다산에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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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인공 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패스트푸드에서는 무인 계산기가 주문을 받고 택시 업계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매일 인간의 직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교육심리학 박사인 송인섭 저자는 묻습니다.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하는데 우리의 교육은 과연 그 속도에 맞추어 변화되고 있는가?

지금의 교육이 AI시대에 걸맞는가? AI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교육인가?

사실 이 문제는 여섯 살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저와 제 남편과 자주 충돌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명문대가 과연 도움이 될까라며 현 교육에 회의적인 저와

그래도 아직 한국사회는 학력 위주라며 지금의 교육방식을 고수하는 남편.

이 부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우리에게 큰 고민이자 숙제였습니다.

저희 뿐만 아니라 많은 부모들의 공통된 숙제일 것입니다.

이 고민을 송인섭 박사는 먼저 답을 내려줍니다.

현 교육은 정체되어 있어 AI시대에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비판하며 <제3의 물결> 의 저자 엘빈 토플러의 말을 인용합니다.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미래에는 있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 엘빈 토플러의 지적은 한국 교육을 꿰뚫고 있습니다.

성경 말씀에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교육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 맞춰 이루어져야 하지만 한국 교육은 여전히 낡은 부대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고민을 하며 과연 어떤 교육이 AI 시대의 교육에 알맞는 걸까 고민을 하며 내린 대답은 바로

"인공지능과의 공존"이였습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어차피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야 한다면 인공지능이 결코 할 수 없는 부분, 인간적인 요소를 키우는 교육 즉 '감성적 창의성' 이라고 말해줍니다.


저자는 이 '감성적 창의성'을 [자생력]이라고 명명하며 이 자생력이 왜 미래를 위한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AI 인공지능은 습득의 달인입니다. 모든 데이터를 재빠르게 분석하고 결론을 내립니다.

언어영역에서도 이미 번역가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할만큼 인공지능의 속도를 인간이 이미 따라올 수 없습니다.

송인섭 박사는 습득 지식으로 인공지능과 경쟁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미 이 습득 지식은 인간이 패배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냥 포기해야만 할까요? 종말이 온 것처럼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저자는 '창의성'을 말합니다. 그리고 감성을 강조합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한들 인간의 감성은 결코 취득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 특징입니다. 인공지능으로 결코 대체될 수 없는 감성적 창의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저자와 연구팀이 함께 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자생력 프로그램>은 먼저 아이들의 동기 부여부터 시작하여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 안에 목표를 재설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실제 참여했던 아이들의 예시와 함께 소개해 줍니다.

단지 글자를 읽는 수동적인 읽기 방식에서 능동적인,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읽기 방식등 사고력을 키워주어 IQ가 아닌 감성지수 EQ와 사회적 지수 SQ를 강화해야만 합니다.

지금의 교육은 영어 단어 외우고 수학 공식을 푸는 단편적인 지식에 그칩니다. 하지만 저자의 이 <자생력 프로그램>은 감성지수를 키워주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전인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저자가 첫머리에 '전인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어쩌면 이 책이 많은 학부모들에게 답이 되어 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제가 그동안 품고 있었던 교육에 대한 회의, 즉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책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 것인가라는 희미한 실마리를 찾았다고 해야 할까요?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교육과 미래를 걱정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교육이 미래에도 도움이 될까를 염려합니다.

그 고민을 품고 있는 부모들에게 이 책이 100% 대답은 아니겠지만 방향은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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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글쓰기의 모든 것 - 지금 배워 100살까지 써먹는 일과 삶의 진짜 무기
송숙희 지음 / 책밥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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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발달로 많은 이들이 글을 쓴다. 블로그,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등 많은 SNS에 글과 이미지가 넘쳐나고 많은 회사들 또한 SNS 마케팅 전담이 있을만큼 적극적이다.

파워블로거, XX 팔로워 돌파 등 SNS 유명 인사들이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으며 그들이 쓰는 글은 순식간에 온갖 포털의 검색어 및 제품이 단시간에 소진되는 현상을 낳기도 한다.

이 현상에 힘입어 글쓰기 교실이 넘쳐나고 이제는 마케팅을 위한 글쓰기 등의 주제가 각광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파워 블로거 또는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기 원한다. 나 역시 그렇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열심히 글을 올리고 사진을 찍어 글을 올린다.

하지만 이건 확실히 하자.

정보는 넘쳐난다. 하루에도 몇 백, 몇 천건의 글이 올라온다.

그 홍수같이 쏟아지는 글 속에 나의 글이 단 한 명이라도 읽힐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글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어야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을까?

글쓰기 코치로 유명한 《돈이 되는 글쓰기의 모든 것》의 저자 송숙희씨는 글쓰기의 기본 바로 분명한 메시지 전달이 기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광고를 보았는데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한다면 그 광고는 무용지물이다. 헛수고한 것이다.

슬프게도 어떤 메시지인지 알 수 없는 글이 많다. 그 글은 당연히 호응을 받지 못한다.

저자는 그러한 글쓰기를 헤겔짓거리라고 말한다.

돈이 되는 글쓰기를 하기 위해선 독자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독자가 자신의 글을 읽고 시간 낭비하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글이 반응을 일으키는가?

저자는 OREO 공식을 설명해준다.

어쩌면 이 공식이 너무 당연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나의 글이 이 OREO 공식을 충분히 따르는가? 아쉽지만 나 역시 Yes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 OREO 공식에 기반하여 글쓰기의 법칙을 설명해준다.

《돈이 되는 글쓰기의 모든 것》이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이 SNS 유명 인사가 되기를 꿈꾼다면 이 책을 읽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오히려 저자는 글쓰기의 기본이 잘 되어 있는지 진지하게 묻고 그 기본기를 탄탄히 다질 때 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책을 출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넘쳐 나는 데 비해 매년 바닥을 치는 책 구매율과 독서인구의 감소 현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책을 쓰고자 하면서 읽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저자는 분명하게 강조한다.

글을 잘 쓰는 유일한 비결은 '읽기'입니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다는 건 절대진리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진리를 글쓰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좋은 글을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잘 읽기 위해 저자는 필사 및 여러 방법을 소개해 준다.

저자는 또한 생각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난 후 글을 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글을 쓰면서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 강조를 위해 저자는 3F 연습법인 (FOCUS, FEEDBACK, FIX IT)의 공식을 알려준다.

SNS글쓰기, 책이 되는 글쓰기, 대본 글쓰기, 고객 서비스 글쓰기 등 여러 주제에 맞추어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어 각 분야에 맞추어 독자들은 맞춤형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글쓰기의 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 모든 것들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태도와 습관임을 저자는 잊지 않는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읽어야 하고 많이 고쳐야 한다.

단시간에 글을 쓰고 효과를 보려고 한다면 그건 돈이 아닌 독이 되는 글쓰기다.

글잘러가 되기 위해서 쓰는 사람 중심이 아닌 철저히 독자 친화적인 글쓰기가 되어야 하며 독자를 연구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독자의 머릿속 해킹라고 말한다.

글은 하나의 형태화된 말이다. 자신이 글자로 내뱉은 말에 대하여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글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많은 정치인들 또는 고위 인사가 자신이 쓴 글로 반대편의 공격을 받고 물러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 글을 읽었다면 그 사람에 대해 우리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책임 있는 글쓰기가 바로 돈이 되는 글쓰기의 완성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과연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진다.

과연 내 글은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나? 아니면 사람들은 내 글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이 책을 읽은 후 글쓰는 삶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어깨가 더욱 무겁다.

글을 쓸 때 옆에 두면서 읽고 써야 하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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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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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은 채 살아간다.

특히 인생의 청춘기에는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며 만사에 욕심이 넘친다.

욕심내며 이것 저것 계획도 해 보고 그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때론 분노가 때론 좌절감에 휩싸이곤 한다.

그러나 청춘의 다리를 건너게 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조금씩 깨닫게 된다.

인생은 항상 100% 우리의 뜻대로 들어맞는 법이 없었음을. 우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 있음을.

우리에게도 이제 욕심을 내려놓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함을 알게 된다.

박애희 작가의 에세이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또한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걷는 글을 담는다.

함께 30대의 길을 지나와서일까? 작가의 글에는 공감이 가는 많은 문장들이 마음을 적신다.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이 글을 꼽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 우정을 지키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늘 그들을 인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때때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남자와 달리 여자에게는 출산과 동시에 많은 친구들을 잃는다. 육아와 가사로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친구들과의 만남이 뜸해지고 연락이 뜸해진다. 특히 워킹맘의 경우 평일은 회사, 주말은 육아로 인해 더욱 시간을 내기 힘들다.

아이들이 다 클 무렵 연락을 취하려 해도 그 때의 절친했던 우정을 찾기 힘들다.

우정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 어디 기혼여성뿐이랴. 미혼 여성 또한 직장일에 쫓기고 자신의 생활에 바뻐 친구와의 만남을 가지기 힘들다. "언제 한 번 만나자."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언제"는 정말 알 수 없는 '언제'임을.

그렇게 언제를 기약하기만 하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쉽게 잃고 만다. 친구가 있었다는 아쉬움만을 남겨놓고서.

그래서 어른은 더욱 노력해야만 한다. 내 주변의 한 사람에게 내가 그들을 기억하고 있음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야 함을 더욱 더 많이 말해주어야 한다.

지금 바로 이 자리, 이 시간,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토양이 되리라는 것을.

귀하지 않은 시간은 없고,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 길이 보인다는 것을.

그걸 믿어야 우리는 다시 걸을 수 있다.

최근 연예계에서 젊고 예쁜 연예인들보다 오랜 세월 묵묵히 조연으로 연기를 하다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연기로 신스틸러라는 소리를 들으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 최근 영화 '정직한 후보'로 최초 단독주연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라미란, 그리고 드라마에서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동백이 엄마로, 영화 <기생충>으로 여러 상을 수상한 배우 이정은씨가 있다. 왜 그들이 갑자기 연예게의 대세로 떠올랐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그 긴 시간을 이겨내고 대세배우로 떠올랐을까.

그건 아마도 비록 남을 빛내주는 조연이라 할지라도 오랜 시간 그들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대중들이 위로를 받지 않아서였을까. 매일 힘든 세상을 살아가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인생이지만 그들처럼 이 길을 묵묵히 열심히 걸어가다 보면 우리 스스로가 빛이 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믿으며 위안을 얻어서이지 않을까.

지금은 비록 초라하지만 그래도 앞서 긴 시간을 견뎌내고 난 후 빛을 낸 사람들을 보며 우리 또한 하루 하루를 견뎌낼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게 좋다고 넘기지 않고, 귀찮다고 지나치지 않고,

"이건 왜 이런 거죠? 이렇게 바꾸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하고 물을 수 있을 때

무엇이든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질 수 있다.

그것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다음에 내 자리에 올 누군가를 위한 일이기도 하기에

조금 더 당당하게 깐깐해지고 싶다.

어른이란 그런 게 아닐까? 이젠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닌 내 뒤를 이어 살아갈 내 후배, 아이들을 위해 먼저 팔을 걷어부쳐야 하는 사람. 비록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하더라도 앞장서서 싫은 소리도 하고 싫은 소리도 들어주는 사람.

어쩌면 이 세상에 꼰대들은 많아도 어른들이 없다고 하는 건 그런 사람이 많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또 다른 잣대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고 책임있게 행동하며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어른이 있을 때 후배들은 선배를 믿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이 글을 보며 함혜숙 영상번역가가 떠올랐다. 번역가에 대한 대우가 지극히 낮지만 당당할 것을 요구하며 절대 재능봉사, 무보수등을 요구하는 악덕업체에 당당히 NO라고 말할 것을 주장하는 번역가이다.

한 두명씩 양보하는 번역가가 있을 때 번역가가 살 수 있는 틈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함혜숙 번역가 또한 다른 번역가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총대를 메고 당당해질 것을 말한다.

그 뜻에 동의한 후배 번역가들이 지지를 표하며 번역가의 권리를 위해 NO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한 어른의 행동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깨닫곤 한다.

그 한 어른의 행동으로 한 명의 삶이 바뀔 수도 있음을, 세상이 좀 더 나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젊었을 때는 모든 것들이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줄 착각하곤 한다.

부모님도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실 것 같고 나의 건강도 영원할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인생의 한 다리를 건너면 우리에게는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님을 인정하게 된다.

그 인정함 속에 새롭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인생은 원래 네 뜻대로 되는 게 아니야라는 걸 받아들이며 분노 대신 그 어긋남 위에서 인생을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임을 우리는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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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의 애프터 파이브 - 막차의 신, 두 번째 이야기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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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아가와 다이주가 쓴 전작 『막차의 신』이 막차에 올라탄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면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는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섯 편의 단편 소설집이다.


막차를 생각하면 하루 종일 지친 사람들의 피곤함과 이 차를 놓치면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다급함이 떠오른다.

그 초조함 속에 사람들은 사람들은 시간에 예민해진다. 이 막차를 타야한다는 절막감이 흐른다.

반면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첫차는 사람들에게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을 뜻한다. 첫차가 가도 다음 차를 기다리면 된다. 시간에 늦을 수 있지만 이 차가 끝이 아니고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출근시간대가 아닌 새벽 4,5시에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이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에 담겨있다.


다섯 편의 이야기에서 다섯 명의 사람들 모두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다.

회사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직한 후 러브호텔에서 청소일을 하는 소지로,

노래를 부르기 위해 도시로 올라왔지만 두려움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소녀 이와타니 로코,

일본대지진으로 삶의 터전이 무너져 도시로 도망쳐 유흥업소의 호스티스로 일하는 아키네,

막차를 타고 가다가 마지막 열차를 놓쳐 버린 전 여자친구 마리,

성매매 여성들을 데려다주는 운전기사 겐타...


남이 보기에 참 초라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시에서 움츠려 사는 사람들이다. 남의 섹스 자국을 치우고 여성들을 성매매 자리로 운전해 주거나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한다.

그들의 삶은 한국의 평범한 소시민들의 팍팍한 삶과 다르지 않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들은 떠밀리듯 대중이 기피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화려했던 또는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들의 아픈 또는 행복했던 과거를 저자는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마치 이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인물들을 읽노라면 그들이 이 과거도 현재도 모두 부인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임을 알게 된다.


사연 없는 인생 없듯 모두에게 닥치는 희노애락이 드라마같은 게 아닌 이 모두 우리의 인생임을 저자는 말해준다.

비록 초라한 인생이지만 그들이 결코 불행하게 그리지 않게 느껴지는 건 그들과 함께 하는 동료 또는 타인들이다.

다섯 명의 사람들의 인생 골목에 함께 해 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비록 함께 하는 그들 또한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주인공과 함께 동행해 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따뜻함을 자아낸다.

두 번째 단편 소설 제목 그대로 <스탠 바이 미> 처럼 힘든 하루에 서로가 힘이 되어 준다.

지진으로 고향에서 나와 호스티스를 하는 아카네에게 식당 '이치아야'의 주인과 손님들은 아카네의 안부를 찾아 함께 걱정해주고 운전기사 겐타는 돈을 벌기 위해 힘든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있어준다.

결국 그들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하루를 견뎌낼 수 있게 해 줌을 이 소설은 말해준다.




첫차. 첫차는 그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을 말해준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있음을

그들의 인생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임을 알게 해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는

함께 첫차를 함께 견뎌내게 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아직 인생은 살 만하다는 걸 말해준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소설이다.

누군가 내 곁에 함께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인생이 결코 나쁘지 않음을 알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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