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가 시작됐다 - 다가올 경제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법
미야자키 마사히로.다무라 히데오 지음, 박재영 옮김, 안유화 감수 / 센시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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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제 경제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더욱 공고해지는 보호 무역주의로 인해 여러 수입품에 고관세를 부여하며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는 트럼프의 정책이 결국 200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보고 있는 중국에게 집중적인 공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예상은 가시화되어 2018,2019년에 온 나라가 이 두 나라의 분쟁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한 때 제조업을 책임지며 제1의 경제대국을 향하여 질주하던 중국이지만 중국의 여러 경제 정책이 한계에 달하면서 시작되는 여러 경제 붕괴 조짐들을 일본 내의 두 중국 경제 전문가인 미야자키 마사히로와 다무라 히데오가 『중국발 세계경제 위기가 시작됐다』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공동 저자인 미야자키 마사히로와 다무라 히데오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시작된 중국의 파멸>, <검증 미.중 무역 전쟁>등의 저자로 중국 전역에 걸쳐 독자적인 취재 활동을 하는 전문가들이다.

먼저 이 두 저자는 미국 트럼프 정부내의 경제 관료들이 친중파들에서 강경파로 돌아서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친중파인 헨리 키신저 노선이였던 렉스 틸러슨 국무 장관이 재직 중에는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지만 이 후 부임한 마이크 폼페이오가 국무 장관을 맡으며 대중 강경 노선으로 전환되었다. 또한 존 볼턴이 대통령 수석 보좌관으로 취임하며 대중 강경 노선의 수완가가 갖추어진다.

트럼프 정부의 중국에 대한 대중 정책 목표는 "중국이 달라져야 미 ·중 무역 전쟁이 끝난다"라는 생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에 2000억 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트럼프가 내건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공약과 함께 안보와 깊이 관련되어 있는 기술 도용을 막기 위한 두 가지로 그려진다.

중국이 내세운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안전보장과 불가분의 관계인 5G 기술등과 깊은 연관이 있기에 미국으로서는 견제해야 할 필요가 강하고 이는 언론과 미국 민주당 내에서도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두 저자는 중국의 경제 특징을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외화로 금융 팽창 방식으로 성장해 왔지만 그 한계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외화에 맞추어 위안화를 발행하던 과거와 달리 위안화와 달러의 불균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즉 중국의 외화 자금 보유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걸 뜻하며 앞으로 이 감소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리먼 브라더스처럼 불량 채권으로 인한 신용 불안으로 돈이 움직이지 않게 될 때 '중국발 경제 불안'이 발생될 수 있다. 또한 민간 중소기업의 연쇄적인 채무불이행과 파산 그리고 지방정부의 채무와 '구이청'이라고 하는 유령도시 건설로 인해 터전에서 쫓겨난 농부들 등 중국의 불안정한 요소들은 극대화되어 가고 있다.

이 책에는 중국이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일대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캄보디아, 미얀마,브루나이,베네수엘라, 아프리카까지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하며 그에 대한 채무의 덫에 걸리는 개발도상국의 실태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득을 챙기고자 하는 일본의 속내 또한 분석해 준다.

또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경제 정책의 변모와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타겟을 돌리는데 두 저자는 그 국가로 한국을 주목한다.

한반도 평화를 도모하는 문재인 정부를 보며 한반도가 통일이 될 경우 중국에 큰 위협이 될 것임을 느낀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들어올 것임을 예측한다.

중국의 투자 전략, 국내, 국외적 상황등을 포함해 두 저자는 줄어드는 외환 보유고로 인해 발생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종착점에 다다른다.

위안화의 가치 하락과 자본 도피가 중국인들의 불만의 기폭제가 되어질 수 있고 이는 천안문 사태의 인플레이션과 깊은 연관이 있다. 늘어만가는 젊은층들의 반발, 떠돌이가 된 농부공등 중국의 불안 요소는 이 세계 경제에 화약고가 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의 여러 공장이 멈춰선 후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중국 공장으로부터 수입되던 물건들이 가동을 멈춰 언제 재가동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임시적인 상황에서도 중국의 위기는 한국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만약 저자가 우려하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더 큰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매우 위험함을 예상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일본은 통화 스와프 등 협력으로 살아남기 위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 또한 갈수록 가까워지는 경제 위기에 한 발 앞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중국 전문가들이 대담 형식으로 풀어내어 어렵지 않지만 어려운 경제 용어들이 많아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또한 일본인 저자이기에 일본이 중국에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가 많았고 한국은 그에 대한 기술이 적어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내 경제 상황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 등 많은 부분을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어 현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또는 나처럼 수입업 또는 수출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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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애비 웜백 지음, 이민경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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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 웜백, 미국의 전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로 FIFA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이자 여남 축구 선수를 통틀어 국제 축구 경기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이자 은퇴 후 '울프팩 인디버'를 창립해 리더십 개발에 관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왜 저자는 늑대라고 말했을까? 왜 늑대인가.  

저자는 1995년 옐로스톤 공원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준다. 늑대가 없는 70년 동안 먹이사슬의 가장 위인 사슴의 방목으로 인해 목초가 황폐해지고 둑이 침식되었다. 

결국 사슴을 견제하고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공원 관리자들은 늑대를 방사하기로 결정한다. 

늑대의 출현은 사슴을 긴장하게 하고 사슴이 늑대를 피해 계곡을 피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 결과 풀이 자라나고 동물이 돌아오며 생태계가 복원되었다. 

늑대가 나타남으로 무너진 자연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저자는 여기에 주목한다. 

바로 우리가, 여성들이 이 늑대라고 말한다. 무너진 사회를 바로 잡을 수 있으며 불공평 등 부조리한 것들을 고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모든 동물에게 그들의 생존 법칙이 있듯, 늑대에게도 무리가 단결하기 위한 법칙이 있다. 

이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애비 웜백은 8가지 법칙을 강조한다. 


저자는 전직 축구 국가대표 공동주장답게 많은 예를 축구로 설명하여준다. 

한 개인이 특출난다 하더라도 팀이 무너지면 결코 승리할 수 없듯이, 애비 웜백은 팀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만 승리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은 덜하지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드라마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어린 직원에게 뺏길까봐 똑똑한 신입 직원들을 경계하며 자기 밥그릇 지키기 급급한 여자 상사의 모습이 자주 비치곤 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모습이 남성들이 맞추어놓은 룰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이 주요 자리를 독차지하고 한 두 자리만 남겨놓은 채 그 소수의 자리를 여자들끼리 싸우도록 규칙을 만들며 따르도록 한다. 그리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비아냥 거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  규칙을 과감하게 깨뜨리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으로 이루어진 사회에 끊임없이 돌팔매질을 해야 한다. 


서로를 챔피언으로 만드는 일은 여성에게 쉽지 않습니다. 

테이블에 마련된 단 하나의 자리를 위해서 

계속 싸우는 구도가 설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희소가치'라는 환상을 유지하는 주체는 바로 권력입니다. 


우리는 흔히 리더십에 대해 앞에서 지시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애비 웜백은 리더십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리더십은 스스로를 살피고 다른 이들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일입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자기 삶의 리더라고 정의한다. 내 의지로 내가 원하는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행동하는 개인이 바로 리더이다. 내 삶의 리더가 될 때 우리는 판단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 

내가 리더가 될 때 수동적인 삶을 살 수가 없다. 저자는 자신의 은퇴 경기에서 체력의 한계로 인해 벤치에서 지켜보고만 있어야 헀던 경험을 말한다. 비록 실전에서 뛰지 못하지만 뒤에서 힘을 주고 응원해 주는 선수의 역할도 중요함을 느끼며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모든 곳에서 리더이거나 어디에서도 리더가 아닙니다. 


앞서 저자는 팀플레이를 강조하지만 팀플레이는 결코 자신을 희생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의 역량을 힘껏 발휘하면서 팀원 개개인을 세워주어야 함을 말한다. 

개인의 능력을 펼칠 수 있을 때 팀에게도 힘이 되어줄 수 있다. 개인이 성장할 때 팀 또한 성장할 수 있다. 


여권신장이 높아지고 유리천장이 사라져 간다고 하지만 이 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여성이 리더로 날개를 펼치기에 외롭고 힘든 장애물이 많다. 하지만 늑대가 무리를 지어 나아가듯 여성 또한 함께 무리가 되어 나아갈 때 우리는 잘못 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 

옐로스톤 공원에서 늑대가 나타남으로 생태계가 회복되었듯, 여성들이 함께 나아갈 때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나아갈 초석을 놓아줄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앞선 인생의 여성 선배들이 힘들게 쟁취해서 얻은 것처럼 우리 또한 다음 세대들이 좀 더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야 한다. 


저자는 한 개인의 리더십을 말하지 않는다. 한 팀에서 함께 성장하는 리더십을 말한다. 

각자가 모두 리더가 되어 자신의 역할을 완수하고 전체적으로 팀이 성장할 수 있는 리더십을 말한다. 

이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무색할 수 있도록 서로 이끌어주고 밀어줌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늑대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리더십을 말해준다. 

남성 위주의 리더십이 아닌 우리 각 개인과 팀이 함께 승리하는 리더십이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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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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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해도 박완서 작가님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문학계의 큰 거목인 박완서 작가님은 돌아가신 2011년 이후 9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작가님의 작품들은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오고 있다.

작품이 아닌 자신의 모든 작품에 수록한 서문과 발문만 발췌하여 낸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제목을 접했을 때 과연 이 짧은 발문만으로 박완서 작가님을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의구심 속에 시작된 나의 독서는 시작되었다.

박완서 작가님은 다른 작가들과 달리 사십 세의 늦은 나이에 집필을 시작했다. 결혼과 출산 후 아이들이 자신의 손이 닿지 않게 될 만큼 성장한 뒤에 작가님은 그 남는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뒤늦은 출발, 그리고 남들이 하는 문학 수업 또는 스승도 없이 덜컥 쓰기 시작한 자신의 위치가 하나의 짐이 되는 작가의 고백은 화려한 여성이 아닌 뒤늦은 출발에 선 한 여성의 홀로서기와 고뇌를 엿보게 해 주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때때로, 내게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나의 불신과 내가 해 낼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나의 질문 속에 작가님 또한 열등감 속에 더 열심히 뛰어야 했노라는 글은 내게 한 없는 위로를 주었다.

그 뒤늦게 작가의 길을 달려가는 자신의 제2의 인생의 첫 작품 <나목>이 작가님에게 개인적인 애정을 품게 된 건 어쩌면 엄마와 아내의 이름에서보다 박완서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쓰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설프게 틈입자처럼 문단에 뛰어들었다는 열등감과 소외감이 항상 나에겐 있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조건, 사물의 허위에 속지 않고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직관의 눈과,

이 시대의 문학이 이 시대의 작가에게 지워준 짐이 아무리 벅차도

결코 그걸 피하거나 덜려고 잔꾀를 부리지 않을 성실성만은 갖추었다라는 자부심 역시 나는 갖고 있다.


박완서 작가님은 1.4후퇴 후 텅 빈 서울에서 몰래 숨어 있으며 그 긴장과 공포를 언젠가는 꼭 기억해서 글을 쓰리라고 다짐한다. 자신이 이 역사의 산 증인이며 그 기억을 자신의 작품 <목마른 계절>에 자신의 경험을 써내려간다.

6.25와 1.4후퇴 등 자신의 경험등을 모두 차곡차곡 글에 담아 하나의 작품을 쓰며 회상하는 작가님의 모습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의 경험들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그러함으로 모든 경험이 소중하며 우리는 우리만의 경험과 기억을 붙잡아야 한다.


무의미한 현실도 좋은 추억이 있으면 의미 있는 것이 되고,

나쁜 기억도 무력한 현재를 고양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저절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40세의 나이에 등단한 작가님이 1985년 집필한 소설<서 있는 여자>에서 보여준 발문이다.

지극히 가부장 시대를 살아온 작가님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평등 없는 관계를 고민하고 질문한 사실은 파격적이라 할 수 있어 매우 놀라웠다.

1931년생으로 출간 당시 54세의 연세에 결혼과 평등에 대해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시대상에 비추어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여자가 평등을 얻기 위해서 애쓰고 고되게 획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쓴 글에 보며 성평등이 예전보다 향상되었다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 2020년을 한참 거슬러 1985년에 결혼과 평등한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글은 훨씬 시대를 앞선 것이었고 그 글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가 있었음에도 끝까지 밀고 나간 작가의 뚝심은 존경스러웠다.


남자와 여자의 평등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결혼이

과연 행복할 수 있나 없나라는 내 딴엔 좀 새로운 문제였다.


평등을 자신이 앞으로 애써 지혜롭고 고되게 획득해나갈 문제라고 여기지 않고

자기만은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독자는 거기서부터 비롯된 똑똑한 여자의 중대한 착오를 주의 깊게 봐주었으면 싶다.

글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는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소설이 단명하는 시대를 걱정하는 저자의 글은 갈수록 어려운 출판계를 나타내며 씁쓸해진다. 2000년도에도 책 특히 소설이 차지하는 위치가 급격히 줄어드는 걸 걱정하는 저자의 고민을 보며 순수한 읽기의 즐거움을 상실해가는 현 사회의 모습에 아련해진다.

좁아지는 출판시장에서 자신의 글이 출판계에 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활자공해가 되지나 않았으면 하는 작가님의 바램을 읽노라면 거목 답지 않은 겸손함과 자신이 그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이 과연 작가를 표현해 낼 수 있을까로 시작되었던 독서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순전한 나의 우려였음을 깨닫는 시작이였다.

내가 읽지 못한 작품들이 많지만 이 서문과 발문만으로도 나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더 사랑스러워졌고 작가의 인생관과 글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세월과 함께 더욱 폐가 되지 않으려는 저자의 겸손을 엿볼 수 있었다.

단어 하나 하나의 선택에 몇 시간을 고민하고 경쟁 사회의 힘이 아닌 자연과 노동 사이에서 생겨나는 힘을 가르쳐주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으로 지은 동화책, 우리의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도 쉽게 읽힐지언정 가벼운 글을 쓰지 않으려는 작가의 글을 보며 박완서 작가가 돌아가시기까지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살아온 시대의 거울인 동시에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거울이 있어서 나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글을 쓸 수 있는 한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자신의 글이 결국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말한 작가의 고백처럼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은 박완서 작가의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그리고 자신의 더 깊은 작품의 세계로 읽는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 글을 읽고 초대에 응하지 않을 독자가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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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 현장실습생 이야기 사탐(사회 탐사) 5
허환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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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율이 80%가 넘는다이제 대학은 전형적인 교육 과정처럼 느껴질만큼 대학 진학은 당연하게 되었다.

매년 수능 난이도, 대학입시 경쟁률 등 보도하며 고3 수험생 이벤트등 시끌벅적하지만 고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하고 현장실습이라는이름으로 험한 작업장에서 힘겹게 버티는 어린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드물다.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김군이 스크린 도어 수리 도중 그 처참한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그리고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군의 안타까운 사고가 있기 전까지 그 어린 현장실습생들은 이 사회에서 잊혀진 존재들이였다.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의 저자 허환주 기자는 인터넷 언론매체 "프레시안"의 기자로 현장실습생들의 산재 사건에 관한 현실 그리고 왜 이 사고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일어나는지를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그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하는지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먼저 전주의 한 LG유플러스 하청업체로 콜센터에서 근무하며 회사의 성과제 압박과 쏟아지는 고객으로부터의 폭언 끝에 결국 자살을 택한 18세 홍은주 양의 죽음을 소개한다. '애완동물'과를 공부하고 애완동물 미용사가 되고 싶었던 은주 양에게 학교가 소개해 준 곳은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통신사의 콜센타.. 그 곳에서 끊임없는 압박과 시달림 끝에 홀로 마지막을 택한 은주양에게 회사의 변명은 가정의 불화로 인하여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구차한 변명뿐이었다.

한 노동자의 인권보다는 실적만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으로 인해 끝내 죽음에 내몰리게 된 은주양의 죽음과 함께 현장실습에 취직했지만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한 박영수 군의 죽음을 통해 저자는 그 원인의 뿌리를 추적해간다.


저자는 박정희 시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전 국민의 과학화"를 외치며 기술력을 갖춘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공업고등학교를 육성하고 한국과학기술원을 설힙했던 시대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직업계고의 설립으로 '산업역군'을 배출하였지만 IMF로 인한 고용유연화 이후 외주화가 본격적으로 희생되면서그 외주화의 한 가운데 직업고교를 나온 학생들이 그 외주화란 이름으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차근차근 분석해간다.


대학 진학이 당연시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집안 형편에 스스로 공고 또는 직업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던 중학생들, 또는 성적이 되지 못해 어쩔수 없이 직업고등학교로 내몰린 아이들은 처음부터 문제아라는 딱지를 떼고 임하게 된다. 같은 직업고교이지만 재학생들의 취업률에 따라 학교 예산이 정해지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회사의 구조와 학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작정 아이들을 위험한 일터로 내모는 이 교육정책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아 버린다.



평등한 교육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공교육에서마저 소수의 엘리트들만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며 나머지 아이들은 방치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교육의 현장.. 취업률 하나로 회사에 대한 변변한 정보 없이 아이들을 일터로 내몰고 책임을 지지 않는 학교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변변한 근로계약서 없이 이용하지만 사건이 일어나면 아이의 태도를 문제삼고 아이들의 부주의라고 매도하는 사업주들.. 그들의 무책임 속에 아이들이 죽어간다.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군의 죽음에는 외주화가 있었고 21조의 안전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태안화력발전소에서의 23세의 김용균도 그 위험한 장비 앞에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목숨을 잃어야 했다.

돈이 많이 투입되는 안전에 관한 부분은 외주화로 돌려버리고 편한 사무직 정규직은 있는 자들이 독식하는 그 시스템에서 위험한 외주화의 자리는 현장실습생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 끝나지 않는 악순환 속에서 이들의 이름을 건 법안이 제정되지만 여전히 변한 건 없는 사회.. 현 정권마저 주변의 압박 속에 정책은 진보는 커녕 후퇴해만 간다.


이 막막한 현실 속에 아직도 고 김용균군의 어머니는 거리에 나와서 온전한 법 개정을 외치며 더 이상 이런 사고가 없어야 한다고 외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안전을 위한 바램은 기득권들에 의해 막연하기만 하다.

저자 또한 이 현실 앞에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그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일 때, 음지에 있던 그들을 양지로 끌어낼 때 조그마한 변화라도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하러 가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상은 과연 정상인가?

                     바로 이 세상 끝에 열여덟 우리 아이들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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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집에 온 날 - 운명과 기적으로 만난 엄마와 딸
차예은.신애라 지음, 김물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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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내가 우리 집에 온 날》만을 보았을 때 제목에 의아함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이 두 딸을 입양한 배우 신애라씨와 입양한 딸 예은 양의 사랑편지임을 아는 순간 책 제목은 의아함에서 감탄사로 바뀌게 됩니다.

이 그림책이 특별한 건 바로 엄마인 신애라씨의 글만이 아닌 딸 예은양의 사랑이 묻어나는 그림책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우리 집에 온 날》 은 바로 짐작하듯이 예은양이 입양되어 엄마 아빠의 품에 오게 된 날입니다.

바로 12월 15일이죠.

부모와의 인연으로 만난 예은양은 처음부터 솔직하게 밝힌 부모님 덕분에 자신의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때로는 안 됐다는 동정도 받을 때도 있고 처음부터 부모님의 자녀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 하며 말하는 예은양에게 어린 시절의 고민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현실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예은양의 마음은 결국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진실된 사랑이였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입양이라는 사실을 숨기기보다 아이를 위해 사실 그대로 말해주며 이겨낼 수 있도록 더 큰 사랑을 주는 마음이 닿아서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자신도 더 큰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됨을 느낍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미 아기 예은양을 자신의 딸이였음을 고백하는 신애라씨의 고백과 붉은 실로 연결 된 아이 그림은 이 모녀가 처음부터 서로 가족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더 깨닫게 해 줍니다.

비록 핏줄은 아니지만 서로가 없는 존재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사랑으로 맺어진 이 가족은 누가 뭐라 해도 가족임을 알게 해 줍니다.

부모의 사랑이 만나 자신도 입양을 하겠다고 고백하는 예은양과 그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엄마.

하나의 사랑이 또 하나의 사랑을 낳게 됨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해 줍니다.

평소 딸에게 편지를 많이 받는다는 신애라씨의 이야기와 이 그림책에 담긴 예은양의 엄마를 향한 고백을 들으며 편지에도 이런 사랑의 고백이 듬뿍 담겨 있겠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게 결국 사랑임을 느낍니다. 그 사랑이 두 모녀의 편지와 따뜻한 그림이 어우려져 깊은 감동을 줍니다.

특히 자신을 입양해 줘서 고맙다는 예은양의 고백과

앞으로 자신도 다른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예은양의 다짐을 보며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예은양을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알게 해 줍니다. 그리고 저 또한 아이들에게 그러한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해 줍니다.

그동안 방송에서 부모인 신애라씨의 마음은 잘 알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접한 딸 예은양의 마음을 알게 되어 많은 감동을 줍니다. 많은 부모들에게 이 책이 이 겨울의 끝자락을 따뜻한 온기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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