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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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멕시코 이민자인 빅 엔젤의 가족이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의 장례식에 모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 와 가족을 이루고 집안의 큰 기둥 역할을 한 빅 엔젤은 암을 통보받은 시한부 인생이다.

그의 마지막 생일을 남겨놓고 빅 엔젤은 온 가족에게 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할 것을 통지했지만 그의 생일을 일주일 남겨 놓고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의 장례식을 일주일 뒤로 미루고 그 다음 날 바로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하도록 일정을 잡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엄격한 아버지이자 손주들에게는 '아부지'로 통하고 절대 늦는 법이 없던 빅 엔젤은 이제 기저귀를 차고 부인 페를라와 딸 미나의 도움으로 모든 것을 의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빅 엔젤은 자신의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언제나 당당한 모습을 유지한다.

어머니의 장례식과 빅 엔젤의 마지막 생일을 보내기 위해 모인 온 가족들의 이틀 동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지면서 빅 엔젤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아이가 둘이나 있던 페를라와의 결혼,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습 등 그의 온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민자로 미국 사회에 살아남기까지의 고민, 위험한 미국 사회에서 아들과 사촌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 반이성애자를 선언하며 집안과 인연을 끊은 인디오, 그리고 배다른 동생인 리틀 엔젤 등 각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며 해묵었던 감정들이 펼쳐진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내가 기대했던 뭔가 드라마틱하며 죽음을 앞두고 서로의 사랑을 깨달으며 극적인 화해를 하는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집안의 기둥인 빅 엔젤의 죽음을 앞두고 모든 이들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이어간다. 시한부 인생인 빅 엔젤은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고 모든 사람들 또한 이를 당연시 여긴다.

누구 하나 슬퍼하기보다는 하루 하루가 어제와 다를 바가 없이 살아간다. 마지막까지 서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잔잔한 감동을 일으켜준다.


그게 바로 소중한 것이다.

결국 마지막 한 방울의 피와 불꽃을 가지고 매 분의 생명을 위해 싸울 가치가 있다는 깨달음.



절친한 데이브 신부의 권유로 마지못해 수첩에 감사제목을 적기 시작하지만 조그만 것들 하나씩 늘어나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백미다.전에는 전혀 몰랐을 감사들이 죽음을 앞두고 수첩에 적히는 감사제목은 극히 사소한 것들이지만 삶의 마지막에서 각 시간마다 벌이는 에피소드 속에서 감사 제목들이 쌓여간다.

소설은 빅 엔젤의 마지막 화해와 함께 새로운 세대의 교체를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좋은 인생이었다고 이야기하는 빅 엔젤과 그를 떠나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은 죽음 앞에 선 우리의 자세를 이야기해준다. 멕시코인 특유의 분위기 속에 펼쳐지는 이 가족들의 이야기 속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음을 이야기하며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진심이 만나며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기가 막히는 반전 등은 없지만 끝까지 당당한 어른 역할을 해내는 빅 엔젤의 모습을 보며 나의 마지막을 생각해본다. 내가 빅 엔젤처럼 기저귀로 용변을 해결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한 상황에서 나는 빅 엔젤처럼 끝까지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끝까지 당당할 수 있을까.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다소 실망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죽음은 하나의 끝이 아닌 인생의 또 하나의 이야기임을 믿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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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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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열풍이 뜨겁다. 블로그 및 다양한 SNS의 등장으로 인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글쓰기에 관한 책과 수업 등에는 수강생이 붐빈다. 그런데 왜 글쓰기에는 여성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을까?

나 또한 그랬다. 결혼 전만 해도 글쓰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전문적인 작가들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나고 보수적인 남편과 사회의 압박 속에서 시달리던 내가 글쓰기를 하면서 이 시대에 대한

불평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글쓰기는 나를 붙드는 원동력이었다.

《여성의 글쓰기》, 저자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다. 왜 저자는 여성의 글쓰기라고 이름 지었을까?

경향신문 기자였던 나름 알아주는 직업을 가졌던 저자 이고은씨는 자신이 일을 할 동안에 아이들을 돌봐 줄 마땅한 보호자를 찾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퇴사라는 선택지를 받고 전업주부가 된 저자에게 보이는 세상은 그나마 대접받는다고 여겼던 세상에서 불합리와 모순, 여성혐오 및 소외의 세상이었다.

이 혐오의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글을 쓰면서 저자는 여성이 글을 쓰며 목소리를 높일 때 세상이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여성의 글쓰기》는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아, 진실, 그리고 결핍과 충족의 글쓰기, 사회,연대, 글쓰기 등으로 구성된다. 1장 자아를 찾아가는 글쓰기에서는 자신으로부터 글감을 찾아가며 글을 쓰는 방법에서 이야기한다.

처음 글쓰기가 막막할 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방법인 '나'로부터 시작하지만 이 '나'에 관한 이야기가 읽는 이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선 '나'에 대한 이야기가 거시적 함의를 지녀야 함을 알려준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글쓰기, 즉 글쓰기는 나를 알아가고 발견하며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됨을 알려준다.

2장은 저자가 일간지 기자였던 시절, '사건'에 관한 뉴스를 취재했던 글쓰기와 현재 언론의 모습에 관해 보여준다.

1인 미디어, 또는 다양한 미디어가 생겨났지만 정작 중요한 전통적인 언론사들은 언론 시장의 변화를 깨닫지 못해 '기레기'라는 오명을 듣기 까지의 상황을 언론인의 시점에서 설명해준다.

언론이 권력과 결탁하면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쓰기만 지속되어버린 한국의 언론계로 인해 세상은 답을 구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렸음을 지적한다. 글쓰기에서도 끊임없이 좋은 질문을 하며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2장이 서두였다면 3장부터 본격적인 《여성의 글쓰기》가 시작된다.

저자는 결혼 전 그나마 인정받던 삶에서 전업주부라는 외피를 쓰자마자 달라진 세상의 대우 속에서 이 사회가 여성을 소외시키고 불편하게 하는지를 똑바로 직시하게 된다.

분명 여성의 사회 진출은 예전보다 활발해졌다.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 휴직, 단축 근무 등 많은 법적 시스템은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법적 시스템이 있다 할지라도 도와 줄 누군가가 있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진다.

또한 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 , '맘충이', '노키즈존'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및 다양한 여성 혐오 범죄 등으로 인해 위축되어 가는 여성들의 모습 속에서 글쓰기는 바로 여성의 목소리를 높여 가는 것이라고 조언해 준다.

저자는 글을 쓴다는 건 바로 언어를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세상은 남성의 언어로 가득하다. 가부장제, 여성 혐오, 모성의 강요, 성차별 등 모두 남성의 언어다.

자신들의 언어로 들끓는 세상에서 남성들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이 사회가 대신 말해주니까. 그런 의미에서 조금씩 커져 가는 여성의 언어는 당연히 남성들에게 달게 들릴 리가 없다.

그런 남성의 언어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결코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반면 여성은 아이를 낳고 소외된 세상 속에서 타인을 보는 시각이 생겨나고 이 사회의 차별을 좀 더 잘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는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 세상이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여성의 글쓰기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 세상을 바꾸는 큰 씨앗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의 글쓰기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때때로 생겨나는 가사의 공백으로 인해 불편해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마치 내가 처한 현실이 복제한 듯했다. 가사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깊은 밤이나 이른 새벽 이외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여성의 글쓰기, 글쓰기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나에게 일축했던 보수적인 남편의 모습이 그려지며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한 시간이라도 온전히 잠이 오는 시간이 아닌 한낮의 1시간이라도 쓸 수 있었다면 하는 글쓰기에서 가끔씩 그냥 다 때려치우고 편하게 살까 하는 유혹을 받곤 한다.

하지만 이 여성의 글쓰기가 소외된 자들이 모여 연대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한 큰 목소리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저자는 글쓰기를 독려한다. 물론 《여성의 글쓰기 》가 글쓰기에 대한 방법을 제시해 주기도 하지만 가장 큰 궁극적인 목적은 여성들이 힘들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글을 씀으로 함께 불합리한 언어를 바꿔 나가고 더 나은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여성들의 글쓰기를 독려하는 것이다. 여성이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자신의 진솔한 고백을 나누며 얼마나 큰 의미를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이야기해준다. 여성의 글쓰기가 개인의 변화를 넘어 더 나은 삶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책이다.

나의 글쓰기를 비아냥 거리는 남편의 조롱 속에서 이 책을 만났다. 책을 읽으며 수없는 밑줄을 치며 글을 읽었다.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는 나에게 남편은 집안 일이나 신경쓰지 쓸데 없는 것을 배운다며 나를 비난했다.

과연 이게 쓸데없는 짓일까. 저자의 글을 보며 이게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고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저자는 내가 글쓰기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알려 주었다. 내가 나 혼자에 멈추지 않는 연대의 목소리가 될 수 있도록 힘들지만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디뎌보려고 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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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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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은행원의 세계를 그려낸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3권이 출간되었다.

조직의 횡포에 굴복하기보다 과감히 맞서며 갑에 대항하는 을의 멋진 통쾌한 활약상을 보여줌으로 수많은 직장인들의 환호를 받았던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가 2권까지는 주무대가 은행에서 3권에서는 증권사로 옮겨진다.

조직의 이단아인 한자와 나오키가 도쿄중앙은행의 자회사인 도쿄센트럴증권으로 파견되며 《한자와 나오키 3》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상 좌천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자와 나오키가 근무하는 도쿄센트럴증권은 전뇌잡기집단 사로부터 경쟁업체인 도쿄스파이럴의 M&A의 자문사를 의뢰받는다. 이 거대 프로젝트를 위해 부하 직원 모로타를 중심으로 일을 꾸려나가지만 갑작스러운 계약해지와 함께 모회사인 도쿄중앙은행이 자문사 업무를 가로채가며 한자와는 책임 추궁과 함께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모회사인 은행이 전뇌잡기집단의 자문사 역할을 빼앗고 한자와 나오키가 전뇌잡기집단의 반대편인 도쿄스파이럴의 자문사 역할을 맡게 되면서 은행과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된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잃어버린 세대]에서 바로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가 거품 경제의 순풍을 타고 무난히 은행에 입사할 수 있었던 세대에 비해 거품이 꺼지고 불경기와 함께 취업 한파를 몸소 겪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일명 잃어버린 세대를 뜻한다.

그 잃어버린 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인 한자와의 부하직원인 모리야마의 좌절감 그리고 한자와 세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를 통한 모습이 주로 그려진다.

이 책의 부제인 [잃어버린 시대의 역습]만큼 모리야마가 한자와 나오키와 일하게 되면서 변화되는 과정에 주목한다.자신은 어려운 취업난을 힘겹게 이겨내고 증권사에 어렵사리 탑승하였기에 이 증권사가 소중한 일자리지만 은행에거 파견되어온 사람들에게 하나의 징검다리식으로 여기는 은행파 파견직들에 대한 분노,쉽게 취업할 수 있었던 기성세대들에 비해 모든 게 힘겹기만 한 잃어버린 세대들에 대한 좌절감등에 주눅들어 있던 모리야마는 한자와 나오키와 함께 도쿄스파이럴의 M&A를 막기 위해 일을 해 나가면서 변화해 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나는 계속 싸워왔어.

세상과 싸운다고 하면 막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조직과 싸운다는 건 눈에 보이는 사람과 싸우는 거야.

그거라면 나도 할 수 있잖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잘못되었다고 말했고,

입씨름을 통해 몇 번이나 상대를 박살내왔지.


분노로 인해 좌절감을 맛보기보단 조직의 부조리와 싸우고 변화를 이루어나가는 한자와 나오키의 삶 속에 모리야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비참함 속에, 은행파와의 비교 속에, 기성세대와의 비교 속에 좌절하기만 할 뿐 싸워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모리야마는 한자와와 함께 일하면서 좌절 대신 정면승부를 택하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 승부 속에 활약을 펼치면서 부제 그대로 잃어버린 시대의 활약하며 일에 대한 의미를 깨워 나가는 모리야마의 모습은 뭉클함을 자아낸다.

인사이동으로 겁을 주는 조직의 위협 속에서도 불평하는 대신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데 주목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자와의 모습은 나에게 내가 처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최선을 이끌어낼 것인지 바라보게 해 준다.



입사 후 처음부터 조직의 부조리에 맞서 싸워오는 삶을 택했던 한자와 나오키였기에 그만이 해 줄 수 있는 질문이였다.


세상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비판만 해서는 안 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대답이 필요해.


단지 직장생활만이 아니라 내가 있는 가정에서도 한자와 나오키의 말을 적용해 보았다.

내 꿈을 쓸모없다 비웃는 남편에게 분노하는 나의 모습 속에서 불평하는 대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회사에서도 나의 의견을 피력해가며 내 스스로 대답을 만들어가는 삶이 되어야 함을 한자와 나오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수입회사에 일하면서 그동안 숱하게 보았던 외국 업체들의 인수합병 뉴스 속에 잡아먹으려는 자와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정보 싸움과 음모등이 이 책으로 조금씩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쟁터와 같은 현장에서 길을 만들어가며 후배 세대들에게 답을 보여주는 한자와 나오키, 그리고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잃어버린 세대의 모리야마를 보며 결국 답은 자신이 찾아가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도 내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답을 찾기 위한 조그마한 용기를 내 본다.

이번에도 나는 한자와 나오키에게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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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야
다인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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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땐 외교관을 꿈꿨다.

그리고 대학시절엔 유학을 가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취업과 결혼, 그리고 엄마가 되면서 어느 누구도 내게 꿈에 대해 묻지 않았다. 마치 엄마의 꿈이 아이의 미래인 것 마냥 단정지으면서 궁금해 하지 않았다.

꿈이란 게 도대체 뭘까라는 질문으로 학교 책상을 박차고 세계로 나간 열 일곱 살 소녀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열일곱 살 소녀가 25개국을 돌며 만난 사람들에게 묻는 질문은 단 한 가지.


당신의 꿈은 뭐예요?

이 질문의 인터뷰이는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10대부터 시작해서 88.56세 할아버지까지 저자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꿈을 이야기한다.

꿈을 이룬 사람도 있고 여러 사정으로 인해 마음 속에 담아두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흘러 살아가는 데 급급했던 사람들 은 이 여행객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자신이 잊고 있었던 꿈을 어느 새 이루었다는 걸 깨닫고 행복한 웃음을 짓기도 한다.

이탈리아, 프랑스, 홍콩, 멕시코, 아랍에미리트,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꿈 속에 어떤 꿈도 작고 큰 꿈이 없고 소중하지 않은 꿈이 없다.

서로가 서로의 꿈이 되어주는 노부부, 지금처럼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일상이 꿈인 마르살라 할아버지,

자신이 즐거워하는 만화를 틈틈이 그릴 수 있는 삶을 꿈꾸는 캐롤라인.. 이 사람들에게 꿈은 꿀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걸 우리에게 말해준다.

우리는 꿈을 높게 잡아야 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전정신을 불어넣지만 이 책의 많은 인터뷰이들은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함을 말해준다. 그 꿈이 바로 현재에서 멀다 하더라도,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하더라도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있음을 말해준다.


저자의 세계 여행과 함께 쏟아지는 다양한 꿈 속에 나 또한 "당신의 꿈은 뭐예요?"라는 저자의 질문에 인터뷰이가 되어본다.

나의 꿈.. 나의 책을 출간하고 번역가가 되는 꿈.

누군가는 번역가가 사양직종이라고 하고 나의 나이를 문제삼고 나의 능력을 문제삼는다.

그래서 언제나 꿈을 말할 때는 조심스러웠고 침묵할 때가 많았다. 물론 묻는 사람들이 드물기도 했지만...

하지만 사랑이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라는 공리의 답변 속에 계속 꿈을 꿀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쉽지 않기에 꿈을 꾸고 그 꿈으로 인해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꿈을 꿔가며 나 자신의 삶을 꾸며나가면 된다.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

나는 지금 나의 삶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저자가 세계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의 꿈에 나의 꿈 하나가 포개어진다.

그 각자의 꿈이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의 행복을 만들어진다.

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책을 읽기 전 꿈은 내게 신기루와 같은 환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내게 꿈은 정반대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꿈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다.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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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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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제왕업》에 대한 명성은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장쯔이 주연의 블록버스터 드라마로 제작이 완료되어 2020년 기대작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 《제왕업》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제왕업》은 제목 그대로 중국 제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벌어지는 중국 무협 소설이다.

흔히 무협 소설이 남성을 중심으로 그려진다면 이 소설은 여성 왕현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주인공 왕현은 낭야왕씨 가문의 딸로 황후인 고모, 공주인 어머니, 좌상인 아버지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여성이다.

어려서부터 궁궐에서 주로 자란 그녀는 이제 성년식인 계례를 치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왕현에게는 어려서부터 흠모하는 태자 자담이 있다. 왕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 또한 왕현과 자담의 혼사를 당연시하게 여기지만 아버지와 황후 고모만 이 혼사 건에 대하여 침묵을 지킨다. 자담은 현재 황릉에서 3년간 어머니상을 치르고 있으며 왕현은 자담이 빨리 수도 경사에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자담의 복귀만을 목타게 기다리는 왕현 앞에 아버지는 당시 위세를 떨치며 승전보를 울리는 평민 출신의 장군이자 왕인 예장왕 소기와의 결혼을 추진한다. 명문가의 집안이자 집안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왕현은 자담과의 인연을 접고 소기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첫날 밤을 치르기도 전에 갑작스런 출정으로 인해 남편 없는 밤을 보내게 된다.

비록 정략결혼이고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부의 연을 맺지만 왕현과 소기가 점차 마음을 나누고 역경 속에 제왕의 자리를 차지해 가는 여정이 매우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특히 이 책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여주인공이 결코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자신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당당한 여인이기 때문이다.

적에 의해 납치를 당해도 주눅들지 않고 기회를 노려 적을 공격하고 분노에 차 지아비인 소기의 뺨을 때리며 상황에 따라 지략을 펼치는 왕현의 모습에 어찌 남편인 소기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제왕업》은 중국 무협소설답게 초반은 어려운 용어 및 수많은 인물들에 대한 묘사로 다소 어려움을 느끼지만 이 밑그림이 그려지고 난 후 각 사건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납치, 첫날 밤, 반역 등 바람 잘날 없는 이 위기가 일상인 시대, 소기와 왕현이 그리는 모험은 이 책이 중국 웹소설계의 큰 이슈를 몰고 왔으며 많은 제작진이 이 작품의 드라마를 원했는지는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제왕업 上》권은 왕현과 소기가 궁궐로 돌아오게되고 황제와 황후가 승하하며 세상을 떠난다. 《제왕업 上》에서는 왕현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지는 데 주목한 반면 下 권에서는 이 부부가 제왕의 자리를 두고 더욱 치열한 전쟁 및 음모가 전개될 예정이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빨리 《제왕업 下》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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