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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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0년을 훌쩍 넘었다. 

비록 조그만 소기업이지만 이 회사라는 배 안에서 내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8년째 버티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내가 사장님의 친인척이 아닌 한, 언젠가는 이 배에서 내려야 한다는 걸. 

특히 쌓이는 연차만큼 곧 내려야 할 때 또한 가까워져오는 나의 두려움 또한 쌓여간다. 

한 회사에 8년째 일하다 보니 나보다 나이가 어린 직원이 자신의 기술을 닦아 창업하여 사장님이 된 경우도 보게 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옵션을 선택하는 직원도 있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며 이 배에서 내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나를 보며 나는 대체 뭘 해야 할까라는 공허함이 물밀 듯이 밀려오곤 한다.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우리가 이 회사라는 배에서 영원히 타 있을 수는 없음을 기본 전제하에 글을 시작한다. 누구나 다 알지만 피하고 싶은 진실을 저자는 명확하게 짚어준다. 


회사는 그야말로 나의 '배'일 뿐임을, 

따라서 언젠가 이 배에서 내려야 함을 잊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 뿐이다.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서핑 보드를 집거나 

자기만의 작은 배를 만들어야 한다느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배의 선장이 되지 못한다면 좋은 서퍼가 되어야 한다. 서퍼는 바다의 온갖 변화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한다. 파도를 타고 그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훌륭한 서퍼일수록 파도의 흐름을 잘 포착한다. 

이 책은 바로 서퍼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 변화하는 만큼 자신을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성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준다. 


회사만 바라보다 정년퇴직 또는 명예퇴직 후, 평생 일해 받은 퇴직금을 몽땅 털어 치킨집을 하거나 자기 사업을 시작하지만 노하우가 없이 섣부른 도전으로 돈을 잃게 되는 기사를 자주 접하곤 한다. 

한 우물만 파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고 독려하던 시대는 지나갔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저자는 바로 독자에게 다양한 우물을 파도록 제안한다.

일명 '딴짓 프로젝트' 

본업을 계속하되 퇴근 후 딴짓도 열심히 하며 자신의 또 다른 커리어를 즐길 수 있도록 두 가지를 함께 병행해가며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함께 독자들에게 다양한 기회에 자신을 노출시킬 것을 권한다. 


업무 강도와 별개로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거나 

어딘지 모르게 공허하고 피로하다고 털어놓는 친구들이 많다.

 나는 그럴 때면, 삶을 좀 더 촘촘하게 채우는 방법의 일환으로,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새롭게 만들어보라고 추천한다


회사라는 조직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시스템과 달리 내 자신이 온전히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실행에 옮기는 저자가 말하는 딴짓은 또 다른 삶의 활력이자 회사일 또한 함께 해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주게 된다. 보통 출퇴근만 반복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1년 내내 바쁘게 살아왔지만 막상 시간이 흘러 아무 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는 자신의 모습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곤 한다. 회사에서는 과장,부장 등 대우를 받지만 회사라는 배를 나서는 순간 그동안 우리가 이루어놓은 업적들은 무가 되고 만다. 

하지만 내가 주인이 되어 행해졌던 일들은 결코 무가 되지 않는다. 나 개인의 이름으로 행해져왔고 내가 주체가 되었기 때문에 이 세상에 살아있는 한 나의 일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해준다. 

직장인 유튜버 한시연씨, 글쓰는 엔지니어 신원섭 작가, 퇴근 후 펍을 운영하는 김가영 씨 등등.. 실제로 자신이 주인이 되어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이 딴짓들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들 모두 무조건 시작하고 도전해 보라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다양한 기회에 자신을 허락하며 딴짓을 하는 사람들이 변화하는 이 시대에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회사로부터도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 독립적인 관계로 설 수 있다. 

나를 위한 일은 없지만 나를 위하는 일은 할 수 있음을 저자는 설명해준다. 

딴짓을 하는 사람들 모두 실행에 옮기면서 일과 딴짓을 올바르게 병행하는 방법을 터득해갔고 성과를 만들어갔다. 물론 그 딴짓을 하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잃을 것인지 또한 나라는 한정된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철저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이후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시중에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말하는 책은 많지만 이렇게 딴짓을 권하는 책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조언은 이 글이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가능한 일임을 말해주고 있다. 

어떤 기회든 자신을 오픈하며 그 기회에 자신의 경험을 실어보는 것. 그리고 그 딴짓의 경험은 자신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갈수록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을 외치는 회사 분위기로 위축되어 있는 내게 이 책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려준 느낌이다. 내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지 내 안의 공허함과 갈망을 포착하고 우선 두 발을 담그는 것. 그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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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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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수많은 거래가 이루어진다. 물물교환에서부터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거래 등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 치열한 싸움이 전개된다. 

프레드릭 베크만의 신작 《일생일대의 거래》는 죽음을 앞둔 한 남자가 세상에서 무엇보다 가장 큰 거래인 자신의 생명을 내건 거래에 대한 짧은 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암환자이며 옆 병실에는 불치병에 걸린 소녀가 있다. 

소녀는 점점 가까워져 오는 마지막에 대한 두려움을 빨간색으로 색칠한다. 그 의자에 있으면 죽음의 사신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는 듯이.   


앞만 보고 살아왔던 나는 가족도 자신의 곁을 떠났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성공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오고 수많은 재산을 축적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은 건 옆에 아무도 없는 외로움과 아들과 함께 하지 못한 후회뿐이다. 

그 후회를 아들이 바텐더로 일하는 바의 바깥에 서서 창문으로 아들의 모습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다.  

행복,만족, 충분히 등의 추상적인 개념을 싫어하고 수량과 계산에 능숙했지만 행복에 대해서는 잊고 살았던 나는 암 판정을 받은 후 바닷가에서 뛰어 노는 개 두마리로부터 비로소 자신의 삶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로오 옆의 바닷가를 걷다가 개 두 마리가 바닷 속으로 뛰어 들어가 

파도와 장난을 치며 노는 걸 보았다. 

그리고 나는 궁금해졌다. 

내가 그 개들처럼 행복한 적이 있었는지. 

그 정도로 행복해질 수 있었는지. 

행복해지는게 그럴 말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찾아오는 행복에 대한 질문, 그리고 함께 시간 보내주지 못한 후회 속에서 나는 소중한 것을 찾아나간다. 헤어지기 전 아내가 그에게 그토록 강조했던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아이의 관심은 절대 되찾을 수 없어."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기, 그 시기가 지나면.

그 시기가 맨 먼저 지나가 버리거든." 




 《일생일대의 거래》에서 죽음의 사신은 언제나 나의 주위 곁을 맴돈다. 그리고 죽음이 결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지금 우리 곁에 항상 함께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은 영원히 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바로 지금이 마지막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찾을 수 없기에 그저 물끄러미 아들의 모습을 창문 너머로 살펴보는 아버지. 

그 아버지의 모습을 내 모습에 대입해 나의 가족을 바라본다. 그리고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내 옆의 사람들에게 소중히 대하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우리가 뭘 아쉬워하는데요?"

"시간."


시간.. 과연 우리에게, 나에게 시간이 많이 남아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충분할까? 지금의 시간은 지금일 뿐인 것을 우리는 자주 놓친다. 

내일은 결코 오늘이 될 수 없음을 잊곤 한다. 


마지막에 가서 중요한 걸 찾으며 위대한 선택을 하는 아버지를 통해 사람을 위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아렬준다. 생명보다 더한 걸 요구하는 이 일생일대의 거래를 통해 과연 나는 이 거래에 응할 수 있게 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을 위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이 짧은 소설 안의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기에 천천히 읽게 된다. 천천히 읽어나가며 각 문장마다 진지해진다. 읽으면서 지금에 감사하게 되고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한다. 

읽고 난 후 그 깊은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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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 웨이보 인싸 @하오선생의 마음치유 트윗 32
안정병원 하오선생 지음, 김소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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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를 떠올린다면 흔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정신과 또한 자식도 못 알아보며 미친듯이 절규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공포감을 조성하곤 한다.

사회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지고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는 중국 안정병원의 하오선생이 자신의 정신과를 방문한 환자와 지인들의 이야기들을 엮어 만든 책이다.

하오선생의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남편을 잃고 그 그리움에 병원의 인턴을 남편이라고 착각하는 환자, 만날 때마다 새로운 시를 읊어주며 쉽게 놓아주지 않는 환자, 심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은행 여직원 등등 다양한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하오선생은 자신의 역할을 마음을 쓰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네 말이 맞아. 의사는 병을 치료해주는 사람이지.

근데 치료는 약으로만 하는 게 아니야,

마음을 써야지.

베푼 만큼 대가가 돌아오는 법, 초조해하지 마. 익숙해질 거니까.

자신의 마음을 나누는 것. 하오선생의 그 말은 이 책의 시종일관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일관된 태도를 유지한다. 버스에서 자폐아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그 자폐아 가정의 어려움을 나눠주고, 은행에서 강박증을 가진 여직원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하오선생의 마음이 책을 통해 전달되어서일까. 책의 내용은 한결같이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특히 하오선생의 대학 동기인 펑위가 심한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투신자살을 하고 정신과의사로서 친구를 돕지 못했다며 자책한다. 친구 펑위의 우울증을 통해 주변의 충고와 비판은 환자들을 점점 궁지에 몰아가는 행동임을 말하며 비판이나 충고보다는 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해주며 안아줄 것을 말하는 하오선생의 글은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의 글을 떠올리게 한다.

우울증 환자에게 가장 잔인한 행동은,

죽은 환자를 향해 무책임하다고 손가락질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살아 있는 동안 그의 고통을 무시하는 행위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병의 치료는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곤 한다. 이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예외이지 않다.

하지만 과연 질환이 개인이 모든 걸 부담해야 할까? 더구나 어린 아이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말일까?

하오선생은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함을 말해준다. 자폐증과 같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먼저 사회가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대할 때 그 소아는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

하오선생은 소아자폐증을 가진 량량을 통해 강조하지만 이는 모든 질환에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정신질환이든 우리는 모두 마음을 열고 그들이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남편을 잃은 충격에 혼란형 조현병에 걸린 여성을 위해 병원 인턴이 남편 연기를 해 주었던 것처럼 우리 개개인 모두 아픈 사람들을 위해 손을 내밀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신이 한 입 베어 문 사과처럼 누구나 결점을 갖고 있다.

만약 그 결점이 비교적 크다면,

그것은 신이 특히나 그 사람의 향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대머리에다 여자에게 인기 없는 쑥맥이지만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유머까지 장착한 하오선생.

하오선생의 웨이보가 왜 이토록 인기인지, 입소문을 타게 되었는지 이 책을 읽으며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웃음과 안타까움 그리고 감동 코드가 이 한 권의 책에 응축되어 있다.

하오선생과 같은 정신과 의사를 만날 수 있다면 나 또한 진료를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맞다. 이런 따뜻하고 재밌는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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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는 것보다 살찌는 게 더 무서웠다 - 나를 사랑하기 힘들었던 식이장애 그 8년의 기록, 롱롱데이즈
라미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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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는 것보다 살찌는 게 더 무서웠다》는 저자가 8년여동안 식이장애로 인해 고통받았던, 그리고 그 긴 터널을 뚫고 나오기까지의 힘든 여정을 기록한 그림 에세이다. 


여성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외모를 평가받는다. 남자들은 태어나면 못생겨도 장군감이네, 남자니까 괜찮아라며 외모에 관대하지만 여자들은 태어나면서 쌍거풀 수술해야 되겠다라는 등 외모를 평가받는다. 

여자의 외모와 날씬한 몸매를 사회의 기준으로 그 기준을 따를 걸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저자 라미는 그 기준이 저자에게 식이장애를 불러 일으키고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먹는 것 자체가 죄악처럼 느껴지고 살 찌는게 무능력처럼 비춰지기에 이런 정신적인 고통이 차곡차곡 쌓여 폭식과 구토를 병행하는 식이장애는 외로움의 부작용까지 초래한다. 

할 수 있다라는 긍정마인드로 무장도 해 보고 여행 및 다이어트 등 많은 수단을 강구하지만 일시적인 해결책을 되어도 다시 원 상태로 복구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무엇보다 누구도 이 병에 대해 질병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여러 훈계만 가득한 일방적인 조언은 식이장애의 환자에게 도움은 커녕 환자를 정신적으로 더 고립시켜준다. 

8년, 결코 짧지 않은 긴 세월을 빙빙 돌아 저자는 자신이 해 왔던 모든 방법들이 다 실패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는지를 깨닫고 이 식이장애라는 질병이 사회에서 여자에게 가해지는 하나의 폭력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깨닫는다. 


여성의 외모가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리고 품평회를 여는 듯 화장과 옷차림이 평가받는 여자의 몸, 

그 가해지는 평가는 여성의 자존감을 하락하게 하고 그 기준에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을 평균 이하로 몰아세운다. 무다리, 얼큰이 등 외모비하적인 별명들, 그 모습 자체로 인정해 주지 않고 더 노력해서 예뻐지라고 채찍질하는 이 사회는 먹는 음식 또한 죄악으로 규정지었다. 


모든 사람은 다르듯이 각 개인의 체형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체형만을 기준으로 다른 체형을 비하해오고 존중해 주지 못했다. 자신의 체형에 따라, 몸 상태에 따라 식이요법이 다르고 건강 관리가 다르지만 일방적인 기준 속에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방법만을 강구하니 실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몸 상태를 인정하고 자신에게 거리두기를 시작한다. 부정적인 생각대신 다른 관심으로  자신을 생각을 보호하고 자신부터 상대방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누가 더 예뼈졌는지 말하는 게 아닌 상대방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며 응원해 주자고 말한다. 


나 역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몸이 워낙 뻣뻣해 스트레칭 등 유연성 운동을 하라는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살을 빼는 유산소와 근육 운동을 고집했던 경험이 있다. 결국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던 악순환이 있었다. 나 역시 나의 몸을 무시하고 그 기준을 채우고자 내 몸을 존중해주지 못했다. 

자신의 몸을 존중해 주지 않도록 조장하는 사회. 이 기준 자체가 또 하나의 폭력임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물리적인 푝력만 폭력이 아니였다. 더 예뻐지고 날씬해 질 것을 강요하는 그 자체도 폭력이 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저자와 같은 식이장애를 겪거나 다른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 스스로 이 외모지상주의로부터 해방되며 우리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 식이장애 또는 그 비슷한 질병을 겪는 환자가 있다면 이건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우리는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탈코르셋 운동이 조금씩 시작되지만 아직도 거대한 이 외모지상주의 세상 속에서 조그마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나 또한 이런 나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더 이상 외모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이 작은 시작이 바로 온전히 나답게 살아갈 수 있고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는 첫걸음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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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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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직종의 사람들에게는 요구되는 첫번째 덕목은 친절함이다.

낯선 사람들에게 항상 미소를 띠며 그들의 요구에 언제든지 응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친절은 커녕 원칙을 지키지 않는 손님에게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는 호텔 주인이라면

아무리 호텔 규칙이라고 하더라도 방문객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문은강 작가의 소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의 주인공 고복희 사장이 바로 그 매정한 호텔 원더랜드 사장이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홀로 원더랜드를 운영하는 고복희 사장의 원더랜드는 고복희의 엄격한 호텔 규칙으로 인하여 손님이 거의 없는 적자 상태이다.

호텔 재정 상황을 걱정한 직원 린의 제안으로 한국인을 겨냥한 한달 살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 첫 번째 손님으로 한국에서 온 박지우가 호텔에 체류하며 프놈펜에서의 한 달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원더랜드와 프놈펜 한인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려진다.

무뚝뚝한 고복희, 한국어에 능한 현지 직원 린, 한인교회 목사 이영식,

간사한 김인식 사장의 직원 안대용, 그리고 기타 많은 한인 사람들..

이들에게 자신의 원칙만을 고수하는 고복희는 달갑지 않은 존재이다. 그리고 앙코르와트를 보지 못해 좌절한 투숙객 박지우 또한 고복희를 매정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 매정하게 느껴지는 고복희의 원칙은 고복희의 과거 이야기를 거슬러 오가며 고복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에는 다른 시선에 개의치 않고 옳지 않은 일임에도 행동하며 정면 돌파해 나간다. 그리고 자신이 세워 놓은 원칙 하에 모든 사람들을 대해 나간다.

어떤 일에 자신의 감정이나 편견을 배제하고 원칙을 가지고 대함으로 타인의 평가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제공해 준다.

어떤 순간에서도 피하지 않고 살아가는 고복희에게서 타인을 향한 배려를 배운다.

투숙객 박지우와 현지 직원 린의 모습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그저 그대로 바라만 봐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때론 외롭더라도 자신만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고복희의 존재는 그가 고집스럽게 고수한 그 원칙이 바로 고복희란 존재를 지켜주고 만들어냈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고복희의 사별한 남편 장영수가 없었다면 고복희는 지금의 자신일 수 있을까?

조개를 먹으며 프로포즈를 받았지만 고복희의 특이한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며 응원해주던 장영수의 존재는 고복희가 고복희일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혼자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이다.

고복희에겐 장영수가, 린에겐 고복희가, 박지우에겐 이 원더랜드의 여행에서으 만남이 새로운 희망이 되어 준다. 그리고 그 사람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봐 줄 수 있을 때 서로의 존재가 빛이 될 수 있다.

내가 본 고복희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오히려 그대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박지우는 박지우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고 린 또한 새로운 인생을 찾아 걸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의 시선에서 조금 부족한 안대용마저도 고복희의 눈에는 동등한 존재일 뿐이었다.

고복희에겐 자신의 원칙대로 해 나갔고 그의 행동은 한인교회 목사마저 부끄럽게 했다.

읽고 난 후 고복희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소설이다. 디스코텍에서 꼿꼿이 앉아 있는 고복희와 호텔 프런트에서 홀로 서 있는 고복희의 모습이 대비되며 웃음을 자아내게 해 준다.

고복희처럼 나만의 방식으로 굳건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나 자신으로 그렇게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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