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걸 -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의 전쟁, 폭력 그리고 여성 이야기
나디아 무라드 지음, 제나 크라제스키 엮음, 공경희 옮김, 아말 클루니 서문 / 북트리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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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벨평화상은 나디아 무라드라는 여성에게 수여되었다. 

이라크의 소수 민족인 야지디족으로 ISIS의 침략으로 인해 가족이 파괴되고 성노예로 팔려가 물건 취급 받으며 억압되던 중 극적인 탈출 후 전세계에 ISIS의 만행을 알리는 데 노력한 인물이다. 


《더 라스트 걸》은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어린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현재 ISIS의 만행을 폭로하며 이 성폭행의 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에세이다. 


책의 초반부는 저자 나디아의 어린시절과 함께 공동체 야지디족의 종교 및 특색을 주로 그려져있다. 알라신을 믿는 수니파와 시아파 아랍인과 다른 대천사 타우시 멜렉을 믿는 야지디족은 그들만의 종교와 문화를 이루어가며 살아간다. 비록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집안일을 도와야 했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수니파인 독재자 후세인이 통치하던 이라크가 미국의 주도 아래 후세인이 쫓겨나고 시아파들이 집권과 함께 미국이 주둔하던 시절 야지디족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긴다. 

주로 농사일을 하던 생업에서 경찰 및 타지에서 일을 하게 되며 열심히 일하면 새로운 집을 짓고 잘 살 수 있을 거란 꿈을 꾸지만 이 꿈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더 라스트 걸》은 ISIS가 조금씩 그들을 봉쇄하며 야지디족을 몰살시키기 위한 과정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여준다. 다에시 (ISIS를 부르는 호칭) 가 몰살하기 직전, 오로지 침묵과 공포만이 자리잡고 있는 그 숨막히는 상황은 읽는 독자마저도 숨죽이게 만든다. 


마을 공동체를 극한의 공포 속에 몰아넣은 후 공동체 전원을 운동장에 소집 후 남자들을 총으로 몰살시키고 여자들은 사비야, 성노예로 끌러가며 제 2부가 시작된다. 


무슬림이 아닌 야지디족의 종교를 이교도라 하며 여성들을 성노예로 고문하는 상황은 일제 치하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꽃다운 나이에 아무 것도 모르고 끌려와 성노예로 부역해야만 했던 소녀들과 야지디족들이 물건처럼 거래되며 채찍질과 강간으로 고통받는 장면은 시간이 흘러도 전쟁에서 여성을 유린하는 방식은 전혀 변화가 없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 나디아는 팔려가는 차 안에서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며 자문한다. 

자신들이 이런 고난을 당하는데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걸까. 왜 이토록 잠잠한 걸까. 

그리고 ISIS의 악행에 동조하지 않지만 침묵하는 것은 죄가 없는 것일까. 


저자의 질문은 故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惡)의 편이다"라는 어록을 떠올리게 한다. 

ISIS의 만행을 알고 고통받는 현실을 앎에도 침묵으로 그들의 악을 동의한 사람들을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만약 그 현장에 있었다면 ISIS에 저항할 수 있었을까라는 깊은 의문을 낳게 한다. 


전쟁은 한 공동체를 파괴시켰고 많은 사람들은 일생동안 그 후유증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이 이 희생의 마지막 여자가 되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THE LAST GIRL 이라고 이름지었다. 

과연 저자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고통받고 있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 그리고 가해자들이 정당한 처벌을 받고 인간의 존엄성을 되살리는 길만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저자의 수상 소감은 우리에게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밝혀 준다..


《THE LAST GIRL》은 우리에게 주어진 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악에 침묵할 때 얼마나 더 큰 악이 행해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이야기한다. 

미국의 대통령도, 이라크의 많은 국민들도 악에 침묵했다. 미국은 자신의 대사관이 있는 곳만 집중 보호했고 한 때 코초를 수호하던 KDP 페슈메르가는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건 힘없는 야지디족들의 희생 뿐이었다. 이 땅의 정의를 위해 결코 침묵하지 않기를, 그리고 정의가 이루어지기 위해 가해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치루어야 함을 말해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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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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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란 시대를 뛰어넘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작품을 말한다. 

한 시절을 풍미하고 사장되어 버리는 책들과 다르게 '고전'은 시간을 초월하여도 그 감동과 의미는 퇴색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고전'의 대열에서 공자의 《논어》를 빼 놓을 수 없다.


공자와 제자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나 교육,정치,문화에 관해 논의한 이야기들을 모은 《논어》는 이미 시중에 여러 번역본과 해설집이 있다. 그 중 현대지성의 《논어》는 한문 원본과 한국 최고 수준의 중국 전문가인 소준섭 박사님의 번역과 해설이 담긴 책이다. 

제1편 [학이 學而]부터 20편 [요왈 堯曰]까지 수록되어 있는 이 책에서 순서대로 읽기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읽는 방법이 더욱 유익할 것이다. 

그 중 마음에 와 닿는 문구 몇 구절을 추려본다. 



한 사람의 인생이 정직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공자의 말을 돌아보며 바로 어제 독서를 끝낸 중국소설 <열여섯 밤의 주방>이 떠올랐다. 

지옥주방에 들른 열여섯 인생 중 유일하게 참 좋은 삶을 살았다는 말을 받지 못한 인생은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남의 것을 모방하며 살아가는 인생이였다. 

그 인생을 향해 남의 것을 훔치는 자는 결국 벌을 받아야만 했던 책을 보며 결국 정직하지 못한 인생은 용서받을 수 없음을 나타낸 공자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 인생 앞에 공자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지혜롭고 인덕하며 용기를 갖추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지혜롭고 인덕하며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를 질문하게 될 것이다. 

공자는 태재가 공자가 성인이기에 그리도 재능과 능력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바로 자신의 미천함으로 인해 여러 비천한 재주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교만함이 없이 스스로 비천하다 여기며 여러 재주를 배움에 겸손하였음이 공자를 성인의 경지에 오르게 했다. 자신을 과시하기 바쁘며 겸손이 무능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 시대에 역행하는 듯 하지만 오히려 겸손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연단하여 온 공자의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함을 알게 해 준다. 

자신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보다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한 사람만이 인생의 길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책 말미에는 공자의 삶과 <논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수록되어 우리가 <논어>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논어》가 2000년의 시대를 뛰어 넘는 고전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바로 공자가 말한 공자의 삶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하였고,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으며, 

쉰 살에 천명을 알았고, 예순 살에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일흔 살에는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 


평생을 끊임 없는 연단 속에 살았던 공자의 삶이 결국 이런 고전을 탄생하게 하였다. 

시대는 변하지만 삶의 진리는 변하지 않음을 《논어》를 통해 알 수 있다. 

가끔씩 길을 잃다고 느껴질 때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 줄 《논어》, 소준섭 박사님의 해설과 이해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때가 된다면 한 구절씩 필사하며 조용히 묵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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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밤의 주방 욜로욜로 시리즈
마오우 지음, 문현선 옮김 / 사계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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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밤의 주방》의 첫 시작은 염라대왕이 죽은 한 노부인에게 지옥주방의 '맹파'직분을 수여하면서 시작된다. 

'맹파'란 중국의 전설에서 사람이 죽어 황천길에 오르면 생전의 기억을 잊게 해 주는 '맹파탕'을 망자에게 건네는 노파라고 한다. 


'맹파'의 일이란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만들어 줌으로써 

그들이 아무 미련 없이 길을 떠나게끔 돕는 것이다. 


이 '지옥주방'은 다리를 건너기 전 그들이 평생에 맺은 한 또는 미련이 남은 영혼들이 자신의 생전에 먹어 본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 그 음식을 먹는 동안 그 사람의 일생이 주마등에 펼쳐진다. 

많은 영혼 중 열여섯 밤의 주방을 다녀간 열 여섯 영혼, 그들에겐 과연 어떤 미련이 있는 것일까. 


열여섯 영혼들에게 남겨진 사연은 다양하다.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로 군중 앞에 섰지만 사랑하는 연인도, 부도 모두 포기하고 쓸쓸하게 인생을 보내야만 했던 왕년의 인기 가수, 죽은 아들을 평생 마음 속에 그리워하며 살아야 했던 어머니, 서로의 마음을 죽음에 이르러서야 확인할 수 있었던 젊은 남녀,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자살을 택한 젊은 여성.. 


이 열여섯 영혼들의 각각의 사연들은 바로 우리의 모습을 대변한다. 

모든 것을 다 얻은 듯 하지만 결국 남은 건 인생의 허무함을,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모방하며 살아가는 데 바쁜 인생, 자신의 실수로 아들의 신체에 치명적인 결함을 입히고 끝까지 죄인으로 살아야 했던 엄마... 각각의 사연들은 결국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열여섯 영혼 중 자살을 택한 어린 소녀를 통해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이 세상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전부 살아갈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다닥다닥 수많은 집에 촘촘하게 들어찬 사람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궤적은 어떻게든 살아 낸 흔적이 아닐까? 


삶이 고통의 연속이고 인내도 나날이 심해지는 스트레스일 뿐이라는 어린 소녀의 쓸쓸한 고백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수없는 경쟁과 압박 속에 쉼없이 달려만 가는 삶이 어느덧 고통이 되어버린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그 고통을 참고 삶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도피할 것인가. 

저자는 모든 사람들의 인생 속에 살아갈 의미를 주는 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해 주고 있다. 

그 사랑을 받지 못한 어린 소녀에게 맹파는 "예쁘다"고 진심을 다해 말해 준다. 

모든 인생은 예쁘다. 자살을 택한 인생이건 안타까운 인생이건 모든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사람은 왜 사는 걸까요? 자신을 위해서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면 얼마나 무료할까요.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면 성실하게 인생을 받아들이게 되지요. 

돈이 많고 적고는 따뜻한 가정 앞에서 아무 가치가 없어요. 


사랑에 충실한 인생들이 후회 없이 웃으며 다리를 건너간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으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 사람. 그 인생 앞에 맹파도 그리고 강물도,나무도 예의를 갖춘다. 


모든 손님에게 참 좋은 삶을 살았다고 말해주지만 유일하게 좋은 삶을 살았다고 인정받지 못하는 한 인생. 그는 바로 인정 받기 위해 자신이 아닌 남의 것을 끝없이 모방하는 삶이였다. 

결국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인생은 위로받을 수 없음을, 어느 인생이든 진실된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함을 깨닫게 해 준다. 


한 드라마 대사에서 "잘 사는 것 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해요"라는 대사가 있었다. 

삶과 죽음이 과연 다를까?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잘 사는 방법은 삶의 길이를 떠나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 지옥주방에 가게 된다면 나는 어떤 음식을 주문하게 될까? 

그리고 주마등에 비친 내 인생을 내가 볼 때 나는 행복할까 아니면 부끄러워할까? 

맹파가 내 인생에게도 "무척 좋은 삶을 살았다"고 말해줄까? 


죽음을 통해 우리의 인생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소설 《열여섯 밤의 주방》은 각자의 인생이 참 좋은 삶이라고 말해준다. 단 하루를 살아도 좋은 삶을 살자. 그리고 지금 행복하고 살아가자.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김혜자씨의 대사가 떠오른다. 


"오늘을 사세요. 눈이 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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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
심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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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및 SNS을 통한 글쓰기의 창구가 넓어지며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더 높아졌다. 

그리고 이런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여러 글쓰기 책들을 볼 수 있다. 스티븐 킹의 <유혹적인 글쓰기>부터 시작하여 <무엇이든 쓰게 된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등등... 시중의 글쓰기 책들은 넘쳐난다. 그리고 그 책들 중 십중팔구는 글쓰기는 많이 쓰고 많이 읽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많이 보는 글쓰기의 책들이 주로 소설가 또는 기자 등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유명인들이 쓴 책들인데 비해《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의 저자 심원씨는 학생 또는 일반인을 가르치는 글쓰기 강사이다. 

누구나 쓰게 된다는 마법의 주문의 제목이 아닌 잘 쓰고 싶다는 일반인의 마음을 간절히 드러낸 저자는 먼저 많이 쓰고 많이 읽으라는 글쓰기의 진리를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많이 읽고 쓰면 된다는 건 누구나 잘 알지만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거나 흰 종이를 대면하는 순간 한 문장도 쓰기를 두려워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저자는 3단계를 제시한다. 


현실 베어 물기 -> 소화하기 -> 배설하기


1단계인 현실 베어물기는 바로 첫 문장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지.. 그 첫 문장은 글쓰기를 매우 어렵게 한다. 

그에 대해 저자의 대안은 간단하다. 바로 자신의 경험을 쓰는 것. 

바로 "이런 일이 있었다." 자신의 사소한 일이라도 기록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실 베어 물기의 첫 단계이다. 


글쓰기의 소재는 경험에서 나온다. 


그 경험으로부터 시작해 저자는 우리가 글을 쓸 수 있는 폭을 넓혀나가준다. 

우리가 본 영화, 책, 드라마 등을 본 후 우리의 느낌 또는 그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다. 그래도 글쓰기가 어려울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극약 처방을 제시한다. 

바로 자신의 비밀을 쓸 수 있는 것. 자신만이 알고 있는 나의 모든 흑역사를 기술하라는 것을 제시한다. 


자신의 콤플렉스, 쪼잔함, 더러움, 비열함, 사악함 등에 관해, 자신의 흑역사를 기술하라. 

그것이 이 세상에서 오직 당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게 해줄 것이다. 


전에 어느 글쓰기 수업에 참가했을 때 강사분이 "글쓰기는 솔직해야 합니다. 뼈속까지 진실되고 솔직하게 써야 읽는 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라는 말씀을 하셨다. 

저자의 이 글을 읽으면서 그 수업 때 들었던 말씀이 떠올랐다. 자신이 내보이고 싶지 않은 흑역사까지 솔직하게 드러날 때 공감을 줄 수 있고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다.


2단계 소화하기는 정확한 질문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정확한 질문이 정확한 문장을 만들고, 정확한 문장이 정확한 글을 만든다. 

그러려면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정확한 글을 만들기 위해 저자는 먼저 자신이 쓴 단어의 뜻을 확인하는 "무엇?"으로부터 시작하도록 권한다. 가령 폐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썼다면 이 단어의 뜻을 알고 있는지 끝까지 질문해보고 답하도록 말한다. 자신이 쓴 단어에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단어는 정확한 글을 만들 수 없다. 


원인과 결과를 알기 위한 "도대체 왜? 어떻게? 그런 일이?" 와 이유와 근거를 도출해내는 질문법 등 질문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저자는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저자는 특히 2단계에서 글쓰기의 중요한 태도를 강조한다. 


1.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기

2. 자기가 들은 말을 기억하거나 기록하기 


어떤 소설가는 소재를 찾기 위해 식당에 가서도 옆 테이블에 어떤 대화가 들리는지 유심히 듣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또 한 번역가는 실생활에 가까운 말투를 찾기 위해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를 유심히 듣는다고 한다. 글 쓰는 사람은 SNS에 열린 자세로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원리는 이 책에서도 동일하게 강조된다. 말하기보다 듣고 기록하라는 것. 

그 기본 토대 안에 문장을 쓰면서 계속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말해준다. 


3단계 배설하기는 2단계의 질문이 끝난 후 어떻게 글로 표현할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신념과 견해 구분하기 등 비판하는 글, 또는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글 등 여러 방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계속하여 고치는 작업에 도전할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글쓰기의 첫 단추로 필사를 제안한다. 먼저 좋은 문장을 보고 글을 써 보고 모방하는 것부터 시작하도록 제안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본 사람이 음식을 할 때 그 유사한 맛을 흉내낼 수 있다. 

만약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요리를 할 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듯 저자 또한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하고 경험한 사람이 문장을 쓸 수 있다고 말하며 모방부터 시작하되 자신만의 글쓰기를 창조하도록 권한다.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의 저자가 글쓰기 강사인만큼 이 책은 한 문장을 써도 어떻게 정확한 문장을 만들어 낼 것인지에 주목한다. 첫 문장 쓰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예문과 함께 글쓰기의 기본기에 주력한다. 일반 소설가들이 말하는 글쓰기의 비법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자신이 쓰는 글이 정확하게 읽히고 쓰여지도록 돕는 글쓰기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예문들을 읽고 따라 쓰기만 해도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글쓰기의 기본기부터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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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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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대는 추첨으로』의 저자 가키야 미우는 항상 우리 안의 평범한 일상들을 따뜻하게 꺼내는 작가이다. 특히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에서는 전율을, 그리고 <남편의 그녀>는 일본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또한 저출산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요즘, 저자는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하는 '추첨맞선법'이 법률로 제정되며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는 여러 젊은이들의 등장한다.

폭력남편 밑에서 딸을 위해 참고 살았고 딸에게만 의지하는 엄마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요시미,

라디오 방송국에서 엽서 정리를 하며 부자집 애인 란보와 결혼을 꿈꾸지만 추첨맞선법을 앞두고 애인에게 차인 나나,

유명한 기모노 디자이너 어머니와 중견사업가 아버지를 둔 유복한 집안 출신의 란보

그리고 연애와 거리가 먼 모태 솔로 남자 3인방..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현 세대들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도피처로 삼고 싶은 요시미와 나나에 대조해

모태 솔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남자 3인방의 이야기를 읽으며 의외로 나는 가족이 결혼에 주는 영향에 대해 떠올려본다.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했던 부모의 영향으로 결혼으로 도망치고 싶었던 요시미와

남편에게서 받지 못한 친밀감을 딸에게서 찾으려 한 엄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나나를 통해 결혼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개인의 행복과 자신의 삶이 바로 서는 것이라는 걸 느낀다.

자신을 무조건 희생해가며 억누른 삶을 살기보다 힘들지만 당당한 개인의 삶을 살아갈 때 자녀들에 결혼은 도피처가 아닌 여유로운 선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힘들고 불안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결혼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과 행복이였다.

책을 읽으면서 가수 옥상달빛의 "연애상담"의 가사가 떠올랐다.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혼자일 때도 씩씩한

그런 사람이 되야 해."

결혼이 전제되기 위해서 강제성보다 개개인의 행복이 우선되어야 한다.

도피처로서,삶의 수단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선택이 아닌 개인의 행복이 전제될 때 결혼과 출산율이 향상될 수 있다. 한국 시대에서 3포,4포세대가 늘고 있는 건 바로 이런 행복이 전제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저출산대책을 세우기 위해 개인의 행복과 선택은 배제하고 '테러박멸단'에 들어가게 되는 강제성을 두며 행해지는 결혼추첨맞선법의 폐해와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결혼을 떠나 개개인의 삶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결말이 꽤 만족스러웠다.

결혼이 결코 수단이 될 수 없음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가족,결혼,2030세대들의 고민 등의 현실풍자가 절묘하게 어울러진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의 저자 가키야 미우는 과연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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