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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9월
평점 :

사람들은 말한다. 예전에 비해 여성의 삶이 좋아졌다고. 유리 천장이 많이 없어지고 좋아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없어지지 않는 모성에 대한 환상, 육아에 대한 일방적인 부담, 직장에서의 차별, 여성혐오는 그대로다. 과연 우리는 좋아지긴 한 걸까?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세피』 는 1956년도의 '넬리'와 2018년의 '앨리스' 의 두 여성의 삶을 대비시키며 여성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은 '앨리스 헤일'이 새 집으로 이사하며 시작된다.
회사의 홍부팀에서 퇴사 후 소설가를 꿈꾸는 앨리스는 내키지 않지만 남편 네이트의 결정으로 낡지만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원만 아름답고 모든 게 수리해야 할 투성인 집은 앨리스에게 탐탁치 않다. 조용한 거리도, 생활 시설도 불편하기만 하다.
앨리스는 지하에서 발견한 상자에서 전 집주인이 남긴 듯한 물품을 발견한다.
낡은 글씨로 가득한 <모던 주부를 위한 요리책>
1954년부터 1957년 사이에 출간된 <레이디스 홈 저널> 잡지.
코코 샤넬이 직접 디자인한 돈으로도 구하지 못하는 샤넬 핸드백..
이 물건들은 과연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소설은 1956년 넬리의 삶과 2018년 앨리스의 삶이 교차되며 보여준다. 여성에게 결혼과 임신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여겨지던 넬리. 그리고 잘 나가는 회사에서 일했지만 한 순간에 해고되고 전업주부가 된 앨리스. 두 사람의 삶은 매우 다른 듯하다. 넬리는 집안일, 정원 꾸미기에 충실한 고전적인 아내로 보이는 반면 앨리스는 친절한 남편과 자신의 꿈을 펼칠 수는 있으니까.
소설에서 넬리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넬리가 이웃 미리엄의 도움으로 조금씩 각성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아무런 조건 없이 넬리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미리엄에게 넬리는 최후의 반격을 시도한다. 물론 그녀의 장기인 정원 꾸미기와 요리를 통해. 가장 순종적인 그녀의 도구가 남편 리처드를 향한 무기가 된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성폭행 후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무기력한 넬리,
넬리의 레시피대로 요리를 하며 넬리의 비밀을 알아가는 앨리스.
그리고 두 여성의 엄마, 이웃 여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다양한 여성들의 삶과 그 삶에 대한 고뇌가 잘 드러난다. 원치 않는 임신, 싱글맘의 고통, 심한 우울증을 앓고 끝내 사라짐을 택한 여성 등, 그리고 현재 앨리스의 삶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여성의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과연 앨리스는 넬리보다 더욱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을 갖게 한다. 2018년 앨리스의 삶은 1956년 넬리의 삶과 모습만 달리할 뿐 여성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벽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 모습을 보며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되풀이되는 여성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게 해 준다. 결국 '완벽한 아내'는 시대가 만들어낸 허상임을 폭로하며 그 허상을 결국 파괴하는 넬리의 모습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책 속에 소개되는 여러 책에서 발췌한 옛날의 여성에 대한 모습은 50년대 넬리의 삶을 더욱 자세히 알게 해 주는 팁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세피』 제목부터 영리한 소설이다. 결혼에 대한 의미와 그 속에 주어진 의미, 시대를 뛰어넘지만 여성들의 이야기가 가장 가부장적인 무기를 통해 가부장을 타파하는 가정 스릴러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