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를 주세요 큐큐퀴어단편선 4
황정은 외 지음 / 큐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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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작가들의 단편집. 너무 멋있고 소중한 문장들. 읽으면 읽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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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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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예전에 비해 여성의 삶이 좋아졌다고. 유리 천장이 많이 없어지고 좋아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없어지지 않는 모성에 대한 환상, 육아에 대한 일방적인 부담, 직장에서의 차별, 여성혐오는 그대로다. 과연 우리는 좋아지긴 한 걸까?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세피』 는 1956년도의 '넬리'와 2018년의 '앨리스' 의 두 여성의 삶을 대비시키며 여성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은 '앨리스 헤일'이 새 집으로 이사하며 시작된다.

회사의 홍부팀에서 퇴사 후 소설가를 꿈꾸는 앨리스는 내키지 않지만 남편 네이트의 결정으로 낡지만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원만 아름답고 모든 게 수리해야 할 투성인 집은 앨리스에게 탐탁치 않다. 조용한 거리도, 생활 시설도 불편하기만 하다.


앨리스는 지하에서 발견한 상자에서 전 집주인이 남긴 듯한 물품을 발견한다.

낡은 글씨로 가득한 <모던 주부를 위한 요리책>

1954년부터 1957년 사이에 출간된 <레이디스 홈 저널> 잡지.

코코 샤넬이 직접 디자인한 돈으로도 구하지 못하는 샤넬 핸드백..

이 물건들은 과연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소설은 1956년 넬리의 삶과 2018년 앨리스의 삶이 교차되며 보여준다. 여성에게 결혼과 임신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여겨지던 넬리. 그리고 잘 나가는 회사에서 일했지만 한 순간에 해고되고 전업주부가 된 앨리스. 두 사람의 삶은 매우 다른 듯하다. 넬리는 집안일, 정원 꾸미기에 충실한 고전적인 아내로 보이는 반면 앨리스는 친절한 남편과 자신의 꿈을 펼칠 수는 있으니까.

소설에서 넬리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넬리가 이웃 미리엄의 도움으로 조금씩 각성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아무런 조건 없이 넬리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미리엄에게 넬리는 최후의 반격을 시도한다. 물론 그녀의 장기인 정원 꾸미기와 요리를 통해. 가장 순종적인 그녀의 도구가 남편 리처드를 향한 무기가 된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성폭행 후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무기력한 넬리,

넬리의 레시피대로 요리를 하며 넬리의 비밀을 알아가는 앨리스.

그리고 두 여성의 엄마, 이웃 여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다양한 여성들의 삶과 그 삶에 대한 고뇌가 잘 드러난다. 원치 않는 임신, 싱글맘의 고통, 심한 우울증을 앓고 끝내 사라짐을 택한 여성 등, 그리고 현재 앨리스의 삶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여성의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과연 앨리스는 넬리보다 더욱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을 갖게 한다. 2018년 앨리스의 삶은 1956년 넬리의 삶과 모습만 달리할 뿐 여성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벽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 모습을 보며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되풀이되는 여성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게 해 준다. 결국 '완벽한 아내'는 시대가 만들어낸 허상임을 폭로하며 그 허상을 결국 파괴하는 넬리의 모습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책 속에 소개되는 여러 책에서 발췌한 옛날의 여성에 대한 모습은 50년대 넬리의 삶을 더욱 자세히 알게 해 주는 팁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세피』 제목부터 영리한 소설이다. 결혼에 대한 의미와 그 속에 주어진 의미, 시대를 뛰어넘지만 여성들의 이야기가 가장 가부장적인 무기를 통해 가부장을 타파하는 가정 스릴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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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의 말센스 - 불신의 시대,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제이슨 해리스 지음, 서유라 옮김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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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영향력이 커지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졌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에서도 '좋아요'와 '구독 알림'을 외치고 '공감'과 '좋아요'를 외치고 기업에서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으로 마케팅을 펼쳐나간다. 일명 '관종'이라고 불리며 인플루언서가 되기 원하는 시대, 과연 무엇이 인플루언서를 만드는가. 어떻게 다른가. 『인플루언서의 말센스』는 바로 그 점을 다룬 책이다.

『인플루언서의 말센스』 의 저자 제이슨 해리스 (Jason Harris)는 미국의 광고 전문가이다. UN, HBO, '벤앤제리스' , 조 바이든 부통령 시절 캠페인 파트너였던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는 '최고의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리더 10인', '광고계를 발전시킨 100인'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처음 제목만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책이, 요즘 시중에서 흔히 인기인 '블로그 글쓰기' '인스타그램으로 마케팅 하는 법' 과 같은 책인 줄 알았다. 그래서 저자가 말한 '말센스'를 단지 말하기 화술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였다. 처음부터 말하자면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기본부터 시작해서 성과를 얻는 법까지를 알려 주는 책이였다.

『인플루언서의 말센스』 에서의 핵심 주제는 '어떻게 남을 설득시킬 수 있는가'이다.

저자는 '인플루언서'란 남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직종인 광고 또한 사람들을 설득해 구매에 이르기까지 하는 단계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옛날에 비해 불신과 거짓 뉴스가 판치는 이 시대, 어떻게 사람을 설득하는가를 가르친다. 남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다.

만약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속성법을 배우고자 하는 바램과 달리 저자는 기본부터 다져나간다.

반짝 뜨고 지는 인플루언서보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기 위한 밑바닥은 바로 '진정성'이다. 먼저 인간성으로부터 시작하고 친밀한 관계를 펼쳐나가기 위해 저자는 지면을 다소 할애한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진정성'이 바탕이 되지 않는 한, 결코 남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하지만 저자는 역으로 길게 가는 장거리만이 성공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타인에게 '진정성'에 확신이 주었다면 우리는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공감'이다. 타인과 가장 친밀감을 높여줄 수 있는 말센스, 바로 상대방이 나와 공감하고 있다고 느낄 때 영향력은 높아진다. 저자는 공감의 방법에서 타인에게 호기심을 가지며 다가가는 법,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방법 중 여러가지를 제시하는 데 나에게 가장 와 닿았던 건 바로 <상대가 '천재'라고 가정하라>는 방법이다.


우리는 늘 고객을 '천재'라고 부른다.

고객이 시작 단계부터 이 일을 잘 안다고 생각하면 내가 내놓은 아이디어의 약점을 스스로 파악할 확률도 크게 올라간다.


요즘 연예인 또는 인플루언서들의 잦은 실수로 들려오는 기사를 읽다 보면 구독자 또는 이웃들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며 무시하는 실수가 많음을 알게 된다. 즉 상대방을 자신보다 낮게 봄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오히려 구독자들에게 실수를 지적받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 점을 역으로 이용한다. 즉 고객이 '천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천재'라고 생각할 때는 대충 할 수 없다. 속임수도 쓸 수 없다.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와 우리가 내 놓는 일의 콘텐츠 또는 말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게 된다.

결국은 이 모든 일들이 '본질'임을 저자는 말한다. 나의 경우 이 책을 보며 내 블로그를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되었다. 과연 나는 이 블로그에 올리는 책 리뷰가 진실한가, 상대방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웃들이 남겨주는 댓글에 소통하지 않는 독불장군식 모습, 이웃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나의 불성실 등이 보여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함을 깨닫게 해 준다.

이 책은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속성반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맞지 않는다. 다만 장거리로, 길게 오래 갈 수 있는 인플루언서 또는 영향력을 높이고 싶은 사람에게 A부터 Z까지의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믿고 살 수 없는 제품은 절대 소개하지 말라'고 말한다. 나는 말한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김경일 인지심리학자이자 <적정한 삶>의 저자의 글을 인용하고 싶다. 바로 '곁에 가까이 두고 오래 오래 들여다봐야 하는 책." 자신이 무언가를 놓쳤는 지 알고 싶을 때, 또는 기본부터 쌓고 싶을 때 꼭 이 책을 읽어보고 시작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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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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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 우리에겐 '캘커타'로 더 익숙한 인도의 도시 명칭이다.

소설 『콜카타의 세 사람』의 제목이자 주요 인물 세 사람은 다음과 같다.

지반, 대형 쇼핑몰에서 일하는 22살의 무슬림 여성

러블리, 트랜스 여성, 히즈라로 주위의 천대를 받는 여성, 연기를 배운다.

체육 선생, 지반이 학창 시절 지반의 능력을 높이 여겼으나 말도 없이 간 지반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소설은 기차역 화재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 달리는 기차 창문으로 횃불을 던져 대형 화재로 번진 화재였다. 정부는 피해자에게 보상을 약속하고 범인을 꼭 색출할 것을 약속하지만 아무도 정부를 믿지 않는다.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기보다 구경만 했던 무능력한 경찰들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이 현장으로부터 가까운 곳에 사는 지반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운명을 바꿔 놓을 한 문장을 쓴다.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이 한 문장이 가져 오는 여파는 컸다. 아니 엄청났다. 지반은 테러리스트로 지목되어 잠결에 경찰서로 연행된다.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은 지반과 지반의 부모님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느닷없는 경찰의 침입에 지반의 아버지는 큰 부상을 당하고 지반은 죄인이 되어 감옥에 넘겨지는 신세가 된다. 국선변호사를 소개받지만 국선변호사는 이미 그녀가 유죄라는 판단 하에 죄를 인정하라고만 한다.

이 소설의 배경이 여성의 인권이 인도여서인지 지반이 수감되는 감옥의 배경은 인도 여성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듯하다. 잘못을 했음에도 고발을 당하며 어떤 보호막도 없는 억울한 사연들이 감옥에 넘쳐난다.

뒤에는 애꾸눈 칼키디가 있다.

얼굴 반쪽이 불에 탄 그녀가 크게 웃어서 돌아보니

벌어진 잇새가 보인다.

남편이 그녀에게 염산을 뿌렸는데 어떻게 해선지

그녀가 감옥에 있다.

여자가 되면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이 소설에서 주목된 부분은 나날이 부풀려지는 언론들의 행태이다.

그들은 지반의 설명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니 듣고 싶어한다. 그래서 지반의 부모님께 무례하게 요구하는 등 무리수를 둔다. 특종을 위해서라면 그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사실 지반과 지반의 부모님을 취재하고 싶지만 중요한 건 언론에게 진실이 아니다. 진실보다는 대중이 듣고 싶어할 수 있도록 조작하는 것이다. 경찰도 무능력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 지반을 희생시켰고 언론은 그에 맞장구친다. 언론은 지반의 이야기를 날마다 과장시킨다.

그리고 그 언론의 이야기에 생각없이 동의하는 지반의 옛 체육 선생이 있다. 어떠한 사실 확인도 없이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체육 선생은 지반이 감사의 말도 없이 자신을 떠난 것에 대한 괘씸함과 섭섭함으로 여과 없이 언론의 말을 믿기로 한다.


이제 그는 안다.

예전부터 지반이 뭔가 잘못돼 있었음을.

그녀의 사고방식이 어딘가 잘못돼 있었음을.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을 아끼던 교사에게 말도 없이,

인사나 감사의 말도 없이

학교를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한 사람, 지반에게 영어를 배우는 트랜스 여성 러블리가 있다.

사랑하는 남자가 있지만 남자의 가족에게 냉대를 받으며 헤어질 것을 요구받고 사회의 냉대를 받는 러블리.

그녀는 지반을 위해 법정에 서지만 현실은 결코 쉽지 않다. 사회적 소수자인 러블리의 발언은 무시된다.

『콜카타의 세 사람』은 지반의 누명 속에 뒤얽힌 인도의 사회 모습을 보여준다.

공권력의 희생양이 된 지반, 한국에서도 '기레기'라 불리는 언론들의 행태, 보여지는 대로 믿으며 흥분하는 군중들 등 각종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그런데 이 인도의 모습이 한국과 다르지 않다. 독재 시절, 공권력에 희생된 많은 사람들, 한국에서도 여전히 기승인 기레기 언론, 보고 싶은 대로 믿으며 남을 몰아가는 군중들..

그래서 이 소설은 우리에게 경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 없이 살아간다면 어떻게 되는지, 언론이 부패하면 한 개인의 삶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언론에 대한 군중들의 자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소설은 지반의 비극을 통해 보여준다.

그저 페이스북에 한 문장으로 시작된 작은 불씨는 지반의 생애를 불태웠다. 이 책의 원제인 '버닝 (Burning)'은 기차역의 화재를 말하는 버닝이기도 하지만 지반의 생애를 불태운 버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작은 불씨가 더 커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걸 지켜야 하는지 작가는 집요하게 묻는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읽어나가며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갈수록 커져 나가는 불이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한다. 누군가는 이 소설을 인도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결코 그렇지 않다. 지금 바로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그에 대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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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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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대로 우울한 코로나 시대 유쾌함을 안겨 주는 소설이란 표현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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