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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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사람이 많다는 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인데 왜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까? 하지만 우리는 이 현상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현실을 보고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 조직 내 누군가가 누명을 써도 용기 있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 왜 그럴까? 암허스트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무관심이 가져오는 《방관자 효과》가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방관자 효과'를 벗어날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

처음 저자는 2012년 8월 11일 오하이오 슈토이벤빌에서 16세 여학생이 만취한 상태에서 강제로 옷이 벗겨진 상태로 성폭행을 당한 사건을 이야기한다. 피해를 당했음에도 여성의 성폭행 동영상이 SNS에 유포되는 2차 피해를 겪었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가해자를 천성부터 나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악인과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 여러 사건에서 지켜 보았을 떄 그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방관자 효과》는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방관자가 되기 쉬운지 여러 가지 실험 결과들이 소개된다.

혼자 있을 때와 군중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책임의 강도,

직업에 따라 응급 상황 속에서 적극적으로 행하는 결과,

함께 검사 받을 때와 단독으로 검사 받을 때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강도 등등.

이 여러 실험들을 볼 때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가 함께 있을 때 책임을 가볍게 느끼고 돌발 상황에도 덜 대처하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실험결과들은 군중 속에서 방관자가 되기 쉬운 건 인간의 본성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방관자 효과>를 불러 일으키기 쉬운 조건에서 인상깊었던 건 바로 '모호한 상황'이 '방관자 효과'를 불러 일으키기 쉽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사회에서 신체적 위협이 있는 '분명한 상황'보다 '모호한 상황'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모호한 상황'이란 무엇을 말할까?

예를 들어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상황도 모호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여자에게는 분명 치욕스러운 상황이지만 남자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남자가 여성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남성이 군중을 향해 '내 부인이니까 건드리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 어떤 사람에게는 부부간의 일이라며 방관하는 사람도 있고 부부관계에서도 이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모호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모호함은 군중에게 실천을 막는다. 그리고 군중은 주변의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굳이 나서야 할 이유를 잃고 방관자가 된다.

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확실한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나서는 한 사람이 중요하다.

그 한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고 있던 사람들이 방관자가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아무도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행동하지 않게 된다.


책 후반부에서는 '방관자'가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도덕적 저항'을 가질 수 있는지 방법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방법 중에는 바로 '행동'을 통해 '도덕적 용기'를 얻는 것과 '공감' 능력을 발전시키도록 조언한다. 특히 부모로서의 역할을 매우 강조한다. 어려서부터 부모와 논쟁하며 부모의 정의로운 행동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도 똑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는 나 역시 부모로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또한 '공감 능력'을 중요시 하는 맥락 또한 부모의 교육을 강조한다.

어려서부터 여러 상황에서 부모의 공감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은 부모로부터 길러진다.

그래서 저자는 결국 실천할 수 있는 건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방관자 효과》를 읽으며 "세계평화는 자기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라고 말한 한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자녀를 올바르게 양육하는 것.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방관자가 되는 걸 막도록 교육시키는 건 결국 세계평화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방관자 효과》는 생각보다 다소 어려웠지만 책 속에서 펼쳐지는 많은 실험들과 실제 상황의 예시가 다양하게 수록되어 '방관자 효과'가 되는 이유들을 다양하게 설명해준다. 방관자가 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나도 될 수 있고 우리 모두 방관자가 될 수 있다. 침묵을 깨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 또한 배울 수 있었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화되고 있는 이 때 방관자가 되기 가장 최적의 환경이 아닐까. 특히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가 증가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코로나가 방관자 효과를 더욱 조장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방관자 효과를 깨고 누군가에게 손을 뻥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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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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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봇이 풀어나가는 사건의 진실, 코봇이기에 할 수 있는 해결 방법, 코봇이기에 가능한 반전. 이 모든 것들이 잘 녹여낸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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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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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와이프』는 독특하다. 이야기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주인공이 공감 로봇, AI 로봇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이야기 속 현실이 우리의 가까운 미래일 것이라는 저자의 상상력에 놀라게 되는 소설이다.


디왈리 축제, 그리고 그 축제에서 사랑하는 애인 팀이 프로포즈를 한다. 아니 하려고 하는 순간에 주인공은 꿈에서 깨어난다. 깨어난 현실은 꿈과 정반대다.

눈도 아프고, 목도 아프다. 윙윙 기계 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다. 남편 팀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의 아들 대니는 무사할까?

그 때 남편 팀이 다가온다. 자신이 꺠어난 사실에 눈물을 글썽하는 팀을 보며 자신은 무사하며 청혼 받았던 꿈을 꾸었다고 말하자 팀은 말한다.


"여보, 내가 설명할 게 있어. 무척 어려운 이야기지만 당신이 당장 알아야 하는 거야.

당신이 꾼 건 꿈이 아니야. 업로드였어."

주인공의 정체는 실리콘밸리에서 뛰어난 IT업계 사업가 팀이 만든 동반자 로봇, 코봇이었다.

5년 전에 죽은 아내 애비 컬런의 죽음에 너무 슬퍼 아내의 모습을 복제해 만든 공감할 수 있도록 설계된 코봇이다.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들이 컴퓨터로 업로드한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소설 『퍼펙트 와이프』에서 주인공을 당신으로 묘사한다. 글의 화자가 주인공이지만 멀리 떨어진 존재처럼 묘사한다.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는 이 모습에 초반부에는 이야기의 흐름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읽어나가면서 알게 된다. 남편 팀이 선택적 업로드한 기억만 가지고 있는 주인공 로봇은 자신의 행동에 확신하지 못한다.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 와중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들은 주인공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일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의심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 의심의 절정은 마침내 남편 팀이 숨기려고 했던 사건에 맞닥뜨린다. 그 사건은 바로 5년 전 아내 애비 컬런은 죽은 게 아닌 실종되었다는 사실이고 남편 팀이 아내 살인혐의로 재판받았다가 기소 중지로 풀려났다는 사실이다.

경찰의 말이 거짓이었다며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존재였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강조하는 남편 팀,

남편의 말이 거짓이라며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미지의 존재..

과연 코봇 애비 는 누구를 믿어야 할까? 이대로 남편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숨겨진 진실을 찾아야 할까?


『퍼펙트 와이프』는 코봇이 자신의 형상인 애비 컬런의 진실을 따라가며 남편 팀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그 정체는 소설 초반에 설명된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피그말리온'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이 주인공을 한낱 로봇으로 여기며 무시하는 모습에 화를 내며 하나의 '사람'으로 생각하는 팀의 모습 속에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을 떠올리게 된다.





애비 컬런과 팀의 관계, 그리고 이들 사이에 있는 자폐증 아들 대니의 진실까지 드러나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그 반전은 가장 큰 충격으로 마무리된다. 소설은 주로 코봇 애비의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각 단락 마지막 부분에 남편 팀이 일하는 조직원들의 시점이 함께 그려진다. 제3자의 눈으로 보는 팀과 애비의 관계가 그려지며 팀의 정체와 진실을 더욱 복잡한 사슬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 복잡한 사슬은 끝날 때까지 독자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코봇이 풀어나가는 사건의 진실, 코봇이기에 할 수 있는 해결 방법, 코봇이기에 가능한 반전. 이 모든 것들이 잘 녹여낸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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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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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처음부터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어.


오늘날의 시대는 특별함을 추구하는 시대다. 남들보다 튀어야 하고 달라야 한다. 톡톡 튀거나 자신만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 반면 평범함은 따분함을 불러 일으킨다. 남과 다르고 싶어 안달인 이 세상, 하지만 자신의 초능력이 오히려 덫이 된다면? 축복이 아니고 저주가 된다면?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는 초능력이 저주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설 속 진은 강원도 정선의 '캐딜락 전당사'에서 일하는 20대 청년이다.

아버지와 어릴 적 집을 나간 어머니, 그 빈 자리를 대신해 8년 전 아버지와 함께 사는 정희 아줌마와 함께 산다.

진에게는 질병이 있다. '기면증' 학창시절부터 무의식적으로 수면상태로 쓰러지는 기면증으로 그는 학업도 중단하고 군대까지 면제받았다. 쓰러진 진이 항상 깨어나는 곳은 그가 일하는 전당사의 주인 성사장의 캐딜락 뒷좌석이다.

소설은 곧 진이 가지고 있는 '기면증'의 정체를 오래 숨기지 않는다. 손이 뜨거워지며 포트를 만들어 공간을 이동하는 소수의 초능력을 사용하는 사람들. 특히 진은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이동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자의 소유자였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부모는 진의 능력을 숨겨왔지만 그의 능력은 갈수록 커져간다. 그리고 그의 능력을 노리며 진의 뒤를 쫓는 이들이 있다. 초능력자의 심장을 이식하여 자신이 초능력자가 되려고 하는 욕망의 화신들이 진을 위협한다.

자신의 능력이 축복이 아닌 범죄의 도구가 된다. 누군가는 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으로 카지노의 칩을 훔치고 소매치기를 하고 사람을 죽인다. 능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불행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인생, 사람들의 타겟이 되어야 하는 인생. 그들의 재능은 타인의 욕망의 도구가 되어 서로를 공격한다.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초능력을 발휘할 때가 가장 불행했을 때임을 주목한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절망에 빠졌을 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려울 때 그들의 능력이 발휘된다. 불행할 때 발휘되는 능력이라는 정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능력이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됨을 암시해준다.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는 이 욕망 속에 이용되어지는 저주받을 초능력에 대해 속도감있게 밀어붙이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반전이 아닌 엄청난 감동을 선사해준다. 소설 초반 의심쩍게 묘사된 성사장의 정체와 초능력 후에 진이 꺠어나는 장소였던 캐딜락이 어떤 의미인지 막판에 가서야 밝혀진다. 이 글에서 스포이기에 쓸 수 없지만 한 사람의 자리가 이토록 클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코끝 찡한 결말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모처럼 한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만났다.

사람들의 욕망이 들끓는 강원도 카지노라는 배경과 욕망의 도구가 되는 초능력이 만나 더욱 맛깔나는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재미있는 추리 소설을 찾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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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 버닝썬 226일 취재 기록
이문현 지음, 박윤수 감수 / 포르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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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도착 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연행했다.

이게 현실에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이 어이없는 현실의 피해자 김상교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 억울함에 응답한 이문현 기자의 취재로 우리가 '승리 사건'으로 알게 된 '버닝썬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난다. 범죄의 온상 '버닝썬' 그 실체를 밝혀낸 기자의 226일간의 기록이 공개된다.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의 저자 이문현씨는 MBC 사회부 기자다.

그는 2018년 12월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김상교씨의 억울한 사연을 보게 된다. '경찰이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기사도 놀라웠다. 50만에 육박하는 놀라운 조회 수, 하지만 기자를 더 놀라게 했던 건 이 피해자의 사연을 취재해 보도한 기사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피해자의 증언 밖에 증거가 없는 현실 속에 이문현 기자는 하나씩 단서를 찾아나간다. 피해자의 증언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거듭해서 질문하고 경찰이 공개하지 않던 CCTV 영상도 찾아 나가며 사건의 일지를 완성해간다. 이 추적 끝에 저자는 뒤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버닝썬의 실체를 알게 된다. 버닝썬이 바로 마약이 자유자재로 거래되며 경찰까지 눈감아주는 범죄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단순하게 '버닝썬 게이트'가 마약 그리고 가수 승리의 범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버닝썬에서 벌어지는 성폭행의 사건이 일어나는 마약 GHB의 실체를 밝히며 이 GHB에 대한 무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성폭행이 눈감아져왔는지를 폭로한다.

왜 버닝썬에서 성폭행이 벌어졌음에도 성폭행 피해자들의 증언이 묵살되고 가해자가 무죄 취급을 받을 수 있었는가?

경찰들은 CCTV 영상에서 여성들이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닌 온전한 정신으로 걸어나갔다며 일방적인 성관계가 아닌 여성의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단지 CCTV 영상 속의 모습만으로 판단하고 피해자의 주장은 묵살당한다. 가해자는 무혐의로 풀러나간다. 저자는 버닝썬을 취재해가며 GHB가 소변으로 쉽게 배출되기에 검출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GHB는 치매처럼 다른 마약과 달리 '기억의 상실'이 먼저 오고 그 후 '의식의 손실'이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억'이 먼저 소실되기 때문에 피해자는 그 당시 현장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 약점을 가해자는 너무 잘 알고 있었던 반면 조사하는 경찰은 너무 무지했다.

'마약 무검출'과 CCTV 영상만으로 경찰은 가기소를 포기했다.

장교수는 미국이면 몰라도

국내에선 GHB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대한민국 사회에 심각한 성범죄 문제로 나타났다.

GHB는 2001년에 마약류로 등재됐지만,

수사기관은 20년째 GHB 범죄,

정확히 말하면 'GHB 사용 의심 범죄'에 대해 손을 놔버렸다.


돈만 있으면 출입증도 없이 미성년자를 VIP 출입구로 모시며 샴페인 파티를 한다. 경찰 또한 걸려도 눈감아준다.

버닝썬 게이트를 취재하기 전에도 자신의 범죄가 드러날까 비우호적인 경찰은 취재가 나간 후 발칵 뒤집혔지만 이들의 수사는 알맹이가 없다. 저자가 기록한 경찰의 수사 일정을 보고 있노라면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범죄와 무능을 누가 당당히 치열하게 밝힐 수 있겠는가....

일반 술집과 김치찌개집은 수시로 미성년자 확인단속이 나와도 버닝썬에는 제대로 된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경찰유착의 현실. 성폭력과 마약의 온상을 보며 저자는 말한다.


우리나라 법은 가끔씩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


알맹이가 없는 수사인만큼 결과 또한 알맹이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이 버닝썬 게이트로 'GHB 성범죄'에 대한 '약물 사용 성법죄'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으로 위안삼는다.

시원하게 마무리되면 좋으련만 아직도 어디선가 '버닝썬 게이트'는 또 다른 이름으로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피해자 김상교씨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겨우 실체만을 알리는 작은 신호탄이었다. 그 신호탄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저자와 같은 언론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관심만큼 더 중요한 건 없다. 국민의 관심만큼 무서운 건 없다. 국민의 관심은 무능력한 정치와 경찰에 행동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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