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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평점 :

불행은 삶에 있어 사람을 강하게 해 줄까 아니면 한없이 약하게 만들까.
사람마다 다르기에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 불행을 대하는 태도 또한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불행 앞에서 더욱 강해지는 사람이 있고 또는 한없이 약해지는 사람이 있다.
『개 다섯 마리의 밤』은 불행의 늪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불행을 대하는 태도를 그리는 소설이다.
먼저 "개 다섯 마리의 밤"의 설명이 필요하겠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아주 추운 밤이면 개를 끌어안아
체온을 유지했다는 것에서 기인해
개 다섯 마리를 끌어안아야 버틸 수 있는 정도로 추운 밤,
즉 혹한의 시간을 뜻하는 의미"
책 속에 소개된 인물들은 모두 고통의 늪을 통과한다.
계부와의 성폭행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세민을 키우는 박혜정
'알비노' 희귀질환으로 실명이 가속화되며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세민.
혜정과 친한 사이였으나 아들 안빈이 혜정의 아들 세민보다 실력이 부족하자 극한 혐오로 바뀌게 되는 안빈엄마.
지독한 열등감으로 세민을 자극하며 괴롭히다 파멸해가는 안빈.
그리고 그 친구들과 부모들..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고통을 어떻게 견뎌내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어린 시절 자신의 상처도 극복 못했던 박혜정은 아들 세민의 숨겨진 마음까지 알기가 겁이 난다. 세민은 엄마에게 자신의 고통을 즐겨 말하지만 결코 자신의 신세를 동정하는 시선을 거부한다. 오히려 도둑을 쫓는 개처럼 컹컹 짖으며 실력으로 그들을 더욱 도발한다.
친했던 사이가 순식간에 혐오 관계로 바뀌는 세민 엄마 박혜정과 안빈엄마의 관계는 혐오란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는가를 엿보게 한다. 아들이 괴로워할 때마다 자동으로 쏟아지는 세민의 질환과 출생에 대한 저주를 퍼부으며 이게 모두 세민이 때문이라며 혐오를 조장하는 안빈엄마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혐오가 얼마나 쉽게 노출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19로 아시아혐오, 또는 코로나 확진자 혐오 등 혐오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그게 과연 불쑥 생겨난 것일까. 안빈엄마처럼 평온한 환경에서 잠시 조용했을 뿐 불행 앞에 우리는 혐오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공격하고 혐오한다. 해결책을 찾기보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탓하는 게 불행 앞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세민에게 종말론을 말하는 집단이 소개된다. 손가락이 여섯 개인 육손을 가지고 태어난 태권도 권사범님과 성별자를 기다리는 종교인들이 소개된다. 예전이라면 이들이 미친 광신도라고 말하겠지만 고통의 늪을 통과하는 이 등장인물들의 삶과 함께 나오는 이들의 이야기는 이 또한 불행을 끝내고 싶은 사람들의 깊은 믿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개 다섯 마리의 밤』에서는 어떤 변환점도 없이 그저 묵묵히 통과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세민에게 집중되었던 고통이 안빈가족에게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암시하며 독자들에게 과연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통과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삶 구비구비 나타나는 이 불행 속에서 고통을 어떤 모습으로 대해야 하는지 답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의 실체를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쉽지 않지만 과연 나는 어떤 모습인지 끊임없이 묻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