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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평점 :

'일부다처제'를 생각하면 으레 중동 국가를 떠올리기 쉽다. 텔레비젼에서 몇몇 여자 연예인들이 아랍 왕자로부터 몇 번째 부인이 되달라는 프로포즈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는 일화이다. 이제 아랍에서만 있을 것 같은 '일부다처제'가 가장 최첨단인 미국에서 존재한다면? 여성 인권이 발달한 미국에서 일부다처제 안에서 생활한다면? 대학교육까지 받은 여성이 현대판 '일부다처제'로 남편을 나눈다는게 가능한 일일까? 이 가정하에 그려진 심리스릴러 《아내들》은 일부다처제를 살아가는 여성 써스데이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그는 목요일마다 온다.
그날이 나의 날이다. 난 써스데이다.
남편 '세스'가 오는 날은 '목요일이다. 일주일에 오는 단 하루, 목요일을 위해 주인공은 모든 것을 그에 맞춘다.
목요일에만 만날 수 있는 남편. 주인공은 자신이 써스데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소개하는 이 써스데이라는 말은 혼란을 일으킨다. 목요일의 여자라는 의미로 써스데이라고 한 걸까? 아니면 자신의 본명이 목요일인 써스데이라고 한 것일까? 나는 처음 이 써스데이를 전자. 즉 목요일의 여자라고 받아들였다.
남편 세스에게는 써스데이 말고도 두 명의 부인이 더 있다.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어 이혼했지만 아직까지 관계를 지속중인 첫 번째 부인 화요일.
남편의 궁극적인 소망인 아이를 임신한 부인 월요일.
그리고 유산과 자궁 적출 수술까지 받아 영구불임이 된 목요일의 부인 써스데이.
이들은 서로의 관계를 알지만 암묵적인 합의하에 서로를 알려 하지 않고 남편을 공유한다.
비록 짧은 시간을 남편과 함께 보내지만 만족해야 하는 부부생활이 결코 행복할 리 없다. 세 여자 사이를 오가면서 지내는 남편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고역이다.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두 부인을 생각하면 질투심이 치밀어 오른다. 애써 괜찮다 생각했던 써스데이의 내면은 남편 세스의 옷에서 삐죽 튀어나온 '해나'라는 여성의 진료비 청구서를 보면서 궁금증이 폭발한다. 과연 어떤 부인들일까 알아내기로 한 써스데이는 월요일의 부인과 화요일의 부인을 찾아 인터넷 뒷조사를 하며 그들을 알아낸다.

소설은 써스데이가 남편의 두 부인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는 남편의 본모습이다. 새롭게 알게 되는 남편의 모습을 통해 위기를 느끼며 두 여성을 도와줘야 한다는 절박감까지 생긴다. 그렇게 이 소설은 '일부다처제'로 피해 보는 세 명의 여성들이 연대하는 소설로 유도해낸다. 하지만 이 추측은 소설을 읽다 보면 틀렸다는 걸 곧바로 알게 된다.
《아내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월요일과 화요일 부인보다 써스데이의 부모님의 결혼생활이다.
아내는 남편을 위해 희생해야 하고 집안일을 완벽하게 할 줄 알아야 하며 남편에게 맞춰줄 것을 강요하는 써스데이의 엄마의 모습은 보수적인 가부장적인 모습이다. 써스데이는 자신에게 잔소리하는 엄마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싫어하는 엄마의 모습이건만 일부다처제에 맞춰 생활하는 써스데이의 삶 또한 엄마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페미니즘 입장에서 이 소설을 본다면 굉장히 도발적인 작품이다. '일부다처제'라는 상상은 가장 폭력적인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고 변호사와 간호사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여성들이 남편 세스에 의해 이용당하는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기도 하다. 배울 것 다 배운 사람들이 왜 한 남자에게 조종당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종종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소설 말미에 진실이 드러났을 때 이 비극이 결국 써스데이의 부모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써스데이라는 이름의 뜻이 갖고 있는 의미인지를 알게 해 준다.
소설은 저자 태린 피셔의 인터뷰와 '독자들의 토론해볼 만한 질문'이 수록되어 독자들에게 또 다른 결말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도발적인 작가의 상상이 현실에 갖는 의미와 문제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나눔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도록 유도해서 북클럽에서도 함께 나누기 좋은 책일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