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쉼표, 그림책 - 엄마의 자존감을 위한 그림책 읽기
김서리 지음 / 가나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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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기 전까지 그림책은 아이들책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보다 더 위로를 받는 나를 보게 된다. 간단한 그림과 짧은 말이 전부이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그림책은 더 강렬한 의미를 준다.

《마음 쉼표, 그림책》의 저자 김서리씨 또한 그림책을 통해 위로를 받은 후 공예와 그림책을 결합한 브랜드 [그림책공방 '숨결']을 시작한다. 자신이 위로 받았듯 타인 또한 그림책으로 위로받기 원하는 마음으로 해나간다. 그리고 《마음 쉼표, 그림책》을 출간하여 자신의 이야기와 그림책을 통해 위로 받은 이야기를 말한다.

부제에서 나오듯, 이 《마음 쉼표, 그림책》은 엄마가 된 후의 이야기가 주로 많이 담겨있다. 그토록 아이를 바랬건만 엄마가 되기 전과 된 후의 상황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그 이야기부터 저자는 시작해나간다.


그거 하나하나 다 하고 나면 내 시간이 전혀 없어.

난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갖고 싶어.


저자가 엄마가 된 후 남편과 나눈 대화이다. 엄마가 된 후 아이들에게 우선순위를 두고 그 후 자신의 일을 할 것을 말하는 남편의 말에 저자는 반격한다.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갖고 싶다고...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아이들에게 집중할 것을 요구했던 남편과 조금이라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던 나의 바램은 자주 부딪쳤고 수많은 말다툼을 낳았다. 엄마들에게 아이만큼 자신 또한 중요하다는 걸 사람들은 쉽게 알아주지 못한다. 아이만 낳으면 저절로 엄마 모드로 돌입하길 원한다. 한순간에 세상이 바뀌고 자신을 잃게 되는 엄마로서의 고뇌는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이름으로 평가받는다.

그토록 기다렸던 아이였지만 엄마가 되기란 쉽지 않다. 10개월동안 배에 품고 아이를 만나기를 준비했지만 현실은 결코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엄마 역할. 때론 포기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서 쌍둥이들이 울 때 함께 울 던 내 모습이 겹쳐진다. 저자가 소개한 그림책 <엄마와 복숭아>에서 아이를 지키기 위해 호랑이도 만나고 곰도 만나며 어려움에 부딪치는 엄마의 삶은 엄마의 역할에는 위험과 고달픔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엄마가 된 후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허상과 힘든 현실을 부딪히게 된다.

나는 이 책에서 저자의 엄마로서의 역할도 공감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저자가 남편과 나누는 일상이 더욱 공감이 되었다. 미래를 준비하고 자신의 일을 하고 싶은 저자와 현재에 충실하기에도 지친 남편의 모습은 나와 남편의 모습과 판박이였다.

"왜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될까 봐 걱정하면서 우리 가족에게는 민폐를 끼쳐?"

나 역시 남편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엄마 역할 말고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하지만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아내의 일을 민폐라고 말하는 남편의 말은 아내에게 섭섭함을 불러일으킨다. 왜 엄마는 육아와 가정 일 이외에 다른 활동은 민폐라 할 수 있을까. 남편에게도 회사일과 아이 아빠의 역할이 쉽지 않다. 솔직히 현재를 살아가기도 벅차다. 서로가 여유 없을수록 미래를 꿈꾸기 힘들다. 그럼에도 나아가고자 발버둥치는 저자와 피곤한 일상에서 쉬고 싶은 남편의 마음. 누구도 탓할 수 없음을 알기에 안타까움이 겹쳐진다.

《마음 쉼표, 그림책》은 저자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상황에 맞는 그림책들을 알려준다. 다만 아쉬운 건 책 표지와 저자의 설명만으로 그림책을 설명하려다보니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저작권 문제도 있겠지만 그림책은 타인이 설명해주는 내용보다 그림과 함께 읽어나가야 더 잘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엄마가 되면서 느끼는 혼란과 고뇌, 육아를 하며 자신의 일을 해 나가기위한 갈등과 몸부림등이 진솔하게 적혀있어 엄마 입장으로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저자가 소개한 그림책 목록을 부록으로 뒷면에 수록했다면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을것이다. 무엇보다 이제 갓 엄마가 된 초보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들에게 힘든 게 당연한 것이라고.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고 힘내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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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분노는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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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에런라이크의 글은 자본주의 사회와 아메리칸드림으로 포장되어 왔던 현실의 속살을 폭로한 글로 유명하다. 부지런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을 철저히 부순 <노동의 배신>,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허상을 심어 준 <긍정의 배신>, 중산층의 몰락을 말한 <희망의 배신>등을 출간했다.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일을 기반으로 글을 써 온 그녀의 글은 현실에 분노하며 출간 때마다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해 왔다.

《지지 않기 위해 쓴다》는 작가가 어떻게 현실에 대한 이해력과 그에 바탕해 치밀한 글을 쓸 수 있었는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칼럼을 모은 글이다. 작가의 체험담으로 시작된 <노동의 배신>부터 시작하여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비리와 부조리에 대한 분노, 이를 미국 사회에 알리기 위한 작가의 날카로운 필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물리학의 명제와 마찬가지로

빈곤도 시작할 때의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가난한 사람들만 가진 비밀스러운 경제학적 지혜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하기 때문에 물어야 할 비용들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었다.


작가는 <노동의 배신>을 쓰기 위해 먼저 하류층의 삶을 이해해야 했다. 책상에서 글자로 이해하는 삶이 아닌 식당 웨이트리스 , 호텔 객실 청소부 , 요양원 보조원으로 근무했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허상, 게으른 사람이 가난하다는 거짓된 믿음을 마주한다. 식당 웨이트리스 두 곳을 다니며 열심히 돈을 모으지만 가난하기에 더 포기해야 하는 비용도 많고 더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많은 부조리한 현실을 저자는 폭로한다. 가난한 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이 불합리한 구조를 저자는 날카롭게 비판한다.



미국의 복지 수당의 실체는 우리가 갖고 있는 허상을 처참히 깨뜨린다. 한국에서도 복지 수당을 받기 위해 비인간적인 대우를 감내해야만 하는 부끄러운 현실이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예전, 서울시에서 보편적 학교 급식을 반대하고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기보다 비판하는데 급급한 사회. 도와주지 못한다면 비난하지도 말 것을 강하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은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외침이기도 하다.


한동안 미국 할리우드에서 미투 운동이 한참일 때, 사람들은 세계적인 배우 앤젤리나 졸리, 귀네스 팰트로와 같은 유명 스타들도 피해자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상 앞에 성희롱 피해를 고백한 그들에게 세상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지지 않기 위해 쓴다》의 저자 바버라 애런라이크는 그들의 고백 너머 고백할 공간도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하류층 직종의 여성들의 실태에 더욱 주목한다.

높은 지위와 명성, 그리고 부유하기까지 한 그들은 들어줄 대중이 있지만 성희롱을 습관처럼 받으면서 말 할 수 있는 통로조차 없는 웨이트리스, 청소부 등의 노동자 계층의 여성은 알려져있지 않다. 미투 운동을 넘어 미투라고 말할 기회조차 없는 하위 계급의 여성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들을 위한 피해 창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저자가 직접 체험하며 깨달았기에 가능한 비판이다.

《지지 않기 위해 쓴다》는 단지 기자가 책상에 앉아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체험형 글쓰기'의 대가로 불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들의 현실을 똑같이 경험한 이만이 알 수 있는 글이다.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저자는 분노했고 독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 바탕 아래 <노동의 배신>, <긍정의 배신> 등 베스트셀러들이 만들어졌다.

분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며 불의와 싸운 바버라 에런라이크. 글을 읽을 때마다 사회의 아픈 부분들을 꼬집는다. 단지 아파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변화를 만들자고 독촉하는 작가의 글은 어느 작가들보다 날카롭고 설득력이 강하다. 세상에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이 책은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당하는 사회의 불합리를 이야기하며 변화할 수 있도록 저항할 것을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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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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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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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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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의 여성은 화려하다. 다만 얼굴이 가려져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꽃에 얼굴이 가려진 여인은 누구일까?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일본 장편소설 《환상의 그녀》는 표지처럼 묘령의 여인을 찾아가는 미스테리소설이다.


'올해 2월, 장녀 미사키가 영면했습니다. '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이 죽었다는 상중 연하장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장미를 사랑하고 친절했던 미사키가 죽었다니..

후타는 믿기지 않는다. 강아지를 좋아하고 후타에게 강아지 입양하는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며 좋아했던 미사키. 헤어진 연인의 부고 소식에 후타는 마음이 심란하다.

같은 펫 시터이자 절친한 여사친 유키에와 난임치료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 유이치로와 만나며 후타는 심란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후타는 비슷한 시기에 만났던 또 다른 여자 친구 란 과 에미리의 안부를 확인하지만 그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후타와 함께 했던 그녀들, 미사키, 란, 에미리.

비록 헤어졌지만 후타는 그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장미를 좋아했던 미사키, 고급아파트에 사는 부유한 란 등등... 이 느닷없는 부고를 알기 위해 후타는 그녀들을 열심히 좇지만 모든 것이 행방도 없이 사라졌다.

《환상의 그녀》는 후타가 사라진 그녀들의 행방을 쫓으면서 여러 가능성을 안겨준다.

후타가 만났던 환상의 그녀들은 실제 존재의 인물이 아닌 후타가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혹은 후타를 스쳐간 여인들이 모두 동시에 사라졌다면 혹시 후타가 범인이 아닐까?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후타의 혼란처럼 읽는 이를 혼란속으로 인도한다. 과연 그녀들은 누구인가?

그녀들의 행방을 찾아 나가면서 후타는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소속되어 있는 협회' 해피서클'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받기도 하고 그녀들의 행바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추적하는 단계에서 알게 되는 건 그녀들이 자신의 인생을 도와 준 의미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비록 헤어졌지만 감사하고 끝까지 돕고 싶은 옛 추억. 후타는 그녀들을 돕고 싶다.

소설은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반전과 또 마지막 강력한 반전이 기다린다.

첫번째 떡밥은 눈치 빠른 독자라면 짐작할 수 있지만 두번째 떡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도록 진실을 숨겨 놓는 작가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소설에는 윤리적인 질문과 함께 인간의 의료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잠시 남긴 사랑과 추억이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이 모든 여정이 결국 쉽지 않았지만 환상의 그녀들은 후타의 인생에 또 다른 감동을 남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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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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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아픔에 무관심하지 않도록 끝까지 독려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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