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티 씽 - 반짝이는 것은 위험하다
자넬 브라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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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발달하며 보여주기 사회에 살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래머블 (instagramable)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타인의 좋아요에 집착한다. 이 흐름은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는 이들에게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여러 브랜드의 협찬을 받아 홍보해주며 타인의 관심을 얻는다.

『프리티 씽』은 SNS에 집착하는 현 사회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불우한 환경에 사기꾼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던 니나 로스와 부유한 집안 출신이자 화려한 인플루언서인 바네사의 관점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소설이다.

니나 로스는 남자 친구이자 같은 사기 동료인 라클란과 함께 주로 부유층들을 공략한다. 부유층 자제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들을 분석하며 그들이 다니는 술집을 알아내고 전략을 짜 그들의 물건을 몰래 파는 일을 한다.

러시아 부유층 자제 알렉세이에게 접근해서 그의 아파트로 들어갈 수 있었던 데도 알렉세이의 인스타그램 영향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될 수 없는 법. 암이 재발했다는 엄마의 소식과 함께 경찰에게 덜미가 잡힌 니나 로스는 아픈 엄마를 홀로 둔채 라클란과 함께 다른 곳으로 피신한다.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하는 니나 로스에게 잡힌 곳은 어린 시절의 아픈 추억이 있던 타호시에서 바네사 리블링이 자신의 자택에 임대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는 글이였다.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베니 리블링의 아버지에게 관계를 들켜 마을에서 쫓겨나야 했고 그 후 자신의 인생이 철저히 추락할 수 밖에 없었던 니나는 복수심을 가지고 있었고 첫사랑의 누나 바네사가 임대인을 구한다고 하는 기사는 당연히 다음 사기 목표는 바네사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프리티 씽』 은 처음 니나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이야이가 지루하다. 하지만 니나의 이야기를 지나 바네사의 이야기로 들어서면서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네사만 알고 있는 니나와 베니의 숨겨진 이야기, 바네사가 인플루언서가 되며 얻게 되는 인기에 비해 자꾸 소모되어 가는 일상에 대한 번뇌와 외로움. 그리고 그 외로움을 공격하고 친분을 터서 바네사 집의 금고를 털려는 니나와 라클란의 음모. 과연 바네사는 이들의 음모를 막을 수 있을지, 사기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사건은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이 책의 인물들은 모두 거짓된 삶을 살아간다. 니나도, 라클란도, 바네사와 메이, 심지어 니나의 엄마마저도 모두 자신을 감추거나 꾸미며 살아왔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꾸미게 만들었나. 남에게 보여주기 일색인 이 사회는 저절로 많은 사기꾼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자신의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바쁜 이 모습이 온갖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컬 할 수 밖에 없다.

언젠가 한 지인이 말한 친구 이야기가 떠올랐다. 남편때문에 불행하다고 울며 하소연하던 친구가 다음날 SNS를 보면 행복해하는 사진을 올린 걸 보면서 씁쓸했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에 솔직하지 못하는 세상, 행복만을 보고 싶은 군중의 심리, 희노애락이라는 삶의 진리를 외면하는 모습 속에 수많은 거짓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약혼자 빅터가 헤어지며 바네사에게 한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당신이 하는 일이,

당신의 인생이,

그냥 너무 ……

얄팍한 것 같아.

텅 비어 있는 것 같아.


현재 인스타그램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광고를 하지 않는 회사가 없고 많은 사람들은 인플루언서들의 피드에 환호한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고 고민한다면, 혹은 재미있는 소설을 읽기 위해서라도 이 소설을 추천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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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시간 - 결국 현명한 자는 누구였을까
안석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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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장벽의 역사를 써 내려간 책이다. 베를린 장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장벽, 미국-멕시코 장벽,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DMZ,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장벽까지 그 시작과 발달 전게 그리고 그 후까지 상세하게 설명해나간 국제 분쟁 전문 기자인 안석호 기자의 르포집이다.

먼저 이 글에 저자가 소개한 네 가지 장벽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읽으며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미국의 전직 대통령 트럼프이다. 미국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분리주의를 외치며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헌했고 시도하려고 했던 트럼프가 자꾸 연상되었던 건 역사에서 반복되었던 국가들의 행위가 트럼프의 속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차단시키겠다는 공공연한 의지의 상징이 바로 장벽이다.

베를린 장벽은 동독을 지키기 위한 소련이 서독과 동독을 분리하기 위해 세운 베를릴 장벽.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들을 고립시키기 위한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장벽,

남한과 북한을 차단하여 자신들의 영역에 가두겠다는 DMZ...

모든 강대국들은 가장 쉬운 조치로 장벽을 택했고 이 장벽은 그들에게 성과를 주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베를린 장벽과 DMZ 경우 장벽을 넘을 경우 바로 위험에 처하지만 이스라엘의 경우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장벽을 통해 진입이 가능하도록 만들며 감시한다는 것일 뿐이다.

저자는 이 장벽의 역사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장벽이 한 집단을 차단시켰다면 그 차단된 그룹 안에 또 다른 차단이 발생하는 악순환 또한 자세하게 설명해낸다. 모든 것이 고립되고 먹고 살기 힘든 생활고는 한 조직을 갈라놓고 멀어지게 만든다. 그게 바로 이스라엘의 더 큰 속셈이며 위험한 수단임을 알게 해 준다.

저자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며 다시 장벽들이 유무형의 형태로 생겨났다고 말한다. 관세장벽, 코로나19로 생겨난 혐오로 인한 장벽 등 수많은 장벽들은 쉽게 만들어진다. 그리고 저자는 앞으로도 장벽은 끊임없이 만들어질거라고 말한다. 과연 어떻게 이 장벽들을 없앨 수 있을까. 나는 그 답을 베를린 장벽에서 찾고 싶다. 동독인들이 몰래 장벽을 넘을 때 손을 내밀어 준 서독 사람들이 있었다. 동독 군인이 탈출할 때 빨리 그 탈출한 군인을 숨겨 주고 총부리를 겨눈 서독 군인이 있었다. 장벽 너머 도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서독 사람들이 있었기에 후에 이 장벽은 무너질 수 있었다. 서로 하나라는 의식이 아니었다면 과연 서독 사람들은 동독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었을까.

바로 그런 의지가 있었기에 장벽이 무너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장벽은 한 두명의 정치가의 의지로 생겨나지만 장벽을 철거할 수 있는 건 우리 모두의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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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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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에게 사람들은 말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러니 기운 차리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준비된 죽음이 아닌, 갑작스레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어떤 준비도 없이 누군가가 옆에 없다는 건 견딜 수 없는 아픔이다.

영미장편소설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는 그런 가족을 배경으로 한다. 할머니와 언니 베일리, 마리화나 골초인 빅 삼촌과 함께 사는 레니는 언니 베일리가 연극 공연 중 갑작스런 부정맥 발생으로 언니를 떠나보낸다.

언니 베일리와 우애가 깊었던 레니. 그리고 할머니와 빅 삼촌은 깊은 슬픔에 잠기지만 끝까지 슬픔에 침몰할 수는 없다. 할머니는 집을 돌보고 레니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이들은 과연 현실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소설의 특징은 열 일곱 레니가 언니를 잃고 학교로 돌아오며 상실의 슬픔과 현실의 격차를 통과하는 장면이다. 어른들에게조차 힘든 상실은 십대인 레니에게는 더욱 버겁다. 학교에서 혈기왕성한 친구들과 살아가면서 그리고 슬픔에 빠져 지내는 와중에 레니에게 다가온 언니의 전남친 토비와 새로운 남사친 조 폰테인의 등장은 레니의 마음을 수십번 혼란스럽게 한다. 언니를 잃어 여전히 슬프지만 설레는 감정 또한 멈출 수 없다. 이게 맞는 걸까? 레니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아직 어린 레니에게는 참 힘든 일이다.

복잡한 레니의 마음과 토비와 조의 새로운 관계는 음악과 자연 풍경과 함께 어울러진다. 자연과 함께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모습, 나무에 올라가 있는 레니와 숲 속의 침대에서 데이트하는 레니와 조의 모습은 더욱 풋풋함을 자아낸다.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에서 후반부에 할머니는 자신에게 마음의 곁을 주지 않는 손녀 레니에게 울분을 토한다.

자신 역시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며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소리치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서야 슬퍼하는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걸 안 레니가 할머니에게 제시한 방법은 마음 속에 있는 슬픔을 참지 말고 분출하는 것이었다.

종이를 오리고 찢어 표현하므로 비로소 이들은 애도란 슬픔을 담담히 통과하며 삶을 살아나가는 거라는 걸 알게 된다. 애도란 슬퍼할 때 슬퍼하고 기뻐할 때 기뻐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애도의 강을 건널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감정에 솔직해지고 음악을 다시 시작해도 된다고. 그것이 결코 세상을 떠난 언니를 잊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소설의 중심은 언니의 죽음이지만 언니의 죽음에 너무 매몰되지 않는다. 할머니의 정원, 조와 레니의 데이트 장소인 숲 속, 클라리넷과 기타의 연주 등 음악과 자연의 하모니가 함께 어우러지며 풋풋함을 자아낸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도, 애도하는 방법도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어디에나 있다. 하늘이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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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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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란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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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 불공정한 시대의 부와 분배에 관하여
이매뉴얼 사에즈.게이브리얼 저크먼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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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많은 나라는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하는 정책이 법인세 인하였다. 낙숫물 효과 운운하며 기업이 잘 살아야 가정이 잘 산다는 말로 포장했고 법인세를 인하해주곤 했다. 생각하면 기업의 전기 사용량이 월등히 많지만 산업을 위한답시고 가정에만 엄청난 누진세를 적용한다. 경제가 어려우면 개인이 더욱 힘든데 정부는 개인보다기 기업만 우선시한다. 기업이 더 많이 벌지만 세금은 더 적게 내는 이 현상... 과연 많이 벌면 많이 내는 게 세금의 진리가 맞는 걸까?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의 저자 이매뉴얼 사에즈와 게이브리얼 저크먼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 교수로 경제적 불평등과 조세천국 문제 전문가이다. 이들은 부자들이 오히려 여러 방면으로 세금을 감면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며 이 불합리함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저자는 먼저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선을 치루던 당시를 회상한다. 힐럴 클린턴이 억만장자 트럼프의 탈세를 공격하자 트럼프는 절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의기양양하며 힐러리에게 말한다.

"그래서 내가 똑똑한 거요."

자신의 탈세를 떳떳하게 인정하며 딩딩힌 트럼프를 통해 조세 정의가 사라진 미국의 실패라며 이 실패의 원인에 대해 파악해나간다. 저자는 미국인의 평균 소득과 노동계급의 평균 소득을 거듭한다. 평균 소득이 7만 5천 달러이지만 실제적인 미국 노동계급의 평균 소득은 평균 소득에 못 미치는 1만 8500달러이다. 미국의 상위 1%의 소득은 날마다 고공행진하지만 나머지는 밑바닥을 이어고 있는 부의 분배의 불평등이 중요시된다.

많이 버는 자가 많이 버는 게 세금의 정석이다. 하지만 저자가 파악한 소득집단은 보통 25~30%를 세금으로 내지만 슈퍼리치들은 20% 정도만을 내는 누진세가 아닌 역진세가 적용된다. 중산층까지만 해도 올라가던 소득세율이 최상위 400명에 도달하면 세금이 떨어져 버리는 현상. 저자는 트럼프 일가, 저커버그, 워런 버핏 등을 주목한다.

특히 트럼프가 공격한 적은 세금으로 워런 버핏을 공격하고 워런 버핏이 이에 맞받아쳐 자신이 세금을 잘 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저자는 워런 버핏이 어떻게 탈세에 성공하고 있는지 주목하며 워런 버핏의 헛점을 공격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많은 부분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바로 "자본에 붙는 세금"과 "노동에 붙는 세금"의 차이가 현저히 크다는 점이다. 워런 버핏이 주장한 '버핏 룰'에서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세금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의 노동에는 많은 세금을 부과하지만 자본에 붙는 세금은 절감되어 오히려 더 많은 자본축적을 불러 일으키는 현실 그리고 이를 적정하게 부과하기 위해서 우리가 그 적정 세율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여러 이론을 제시하며 해결해나가고자 애쓴다.

이 불합리함을 타파하기 위해 저자는 자본에 붙는 소득이건 노동으로 얻는 소득 상관없이 동일한 소득액에 동일한 세금을 부여하는 국민소득세 신설을 주장한다. 모든 이에게 단일한 세율을 적용하여 불공정한 역진세를 대체하자고 주장한다.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는 미국을 기준으로 쓰여졌지만 한국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선거철마다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만을 펴내는 정치인 또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또한 전기 누진세 소송 등을 생각하며 이 불합리함을 타파하기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저자가 꿈꾼 '국민소득세'처럼 우리도 정의를 위해서 비범한 상상력을 생각하고 제시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며 불합리함을 개선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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