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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도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댄 윌리엄스 그림, 명혜권 옮김 / 스푼북 / 2021년 4월
평점 :

기억한다. 나의 눈물샘이 펑펑 터지던 순간을... 한 권의 책이 나의 눈물샘을 그렇게 한번에 허물어버릴 줄이야...
그렇게 펑펑 울며 책을 본 나는 그 책을 동생 및 여러 지인들에게 소개하며 말했다. 이 책을 읽고 울지 않으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울지 않고는 못 배길 거라고... 그 책이 바로 할레드 호세이니의 책 <연을 쫓는 아이>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였다.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계급이 다른 두 아이가 겪는 사회상을 그린 <연을 쫓는 아이>와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탈레반 수하의 두 여성의 연대를 그린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었다. 그 후 작가의 신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신작 소식은 내게 큰 두근거림이었다.
할레드 호세이니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에 또 다시 두근거렸다. 항상 소설로 찾아오던 할레드 호세이니는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창작동화로 찾아올 줄이야. 시리아 내전을 피해 부모님과 바다를 건넜으나 풍랑으로 목숨을 잃고 바다에 떠밀려온 세 살 난민 아기의 죽음이 모티브가 된 그의 창작동화 『바다의 기도』이다.
『바다의 기도』는 아빠가 아들 마르완을 사랑스럽게 부르면서 시작한다.
사랑하는 마르완
아들을 부르는 말이 애틋하다.
아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들러주며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들의 행복했던 추억들이 소환된다.
엄마가 아기를 데리고 자신들이 자랐던 그 곳을 함께 걷는 모습.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시장, 모스크, 교회, 실랑이 하는 사람들...
모두 평화 속에 움직인다.

우리가 코로나19로 평범했던 일상을 한 순간에 빼앗기듯, 평화 또한 마찬가지다.
시위, 그리고 격화된 내전은 한 순간에 많은 사람의 일상을 앗아가버린다. 우리가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고 웃던 그 때가 까마득했던 것처럼 내전은 이 가족의 일상이 언제 있었냐는 듯 안개처럼 사라져버린다.
생사의 기로에 있는 가족은 결국 위험한 바다를 건널 수 밖에 없는 과정이 그려진다. 아이를 매일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의 현장에서 하루 빨리 피해야 한다. 살아야 한다. 아이를 위해서. 이 아이를 위해서 위험하더라도 바다를 건너야 한다. 사랑하는 마르완을 위해서...

위험한 바다를 건너며 아빠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기도뿐이다. 바다에게, 신에게 아들을 살려달라는 그 간절함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애석하게도 신께서는 아버지의 바다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셨던 그 기도...
『바다의 기도』를 일곱 살 딸과 함께 읽었다. 폭탄과 두려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본 딸이 놀라움으로 내게 묻는다. 정말이냐면서. 행복해야 할 아이들이 좋은 걸 보고 자라나야 하는 아이들이 가장 위험에 노출되는 이 내전의 현장에서 두려워 떠는 모습이 충격처럼 다가오는 듯하다.
우리의 일상은 쉽게 깨진다. 평화 또한 연약하다. 우리가 함께 하지 않으면 그들을 기억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그들의 평화 또한 더욱 요원해진다. 한 때 한 난민 아이의 죽음은 온 세계를 분노케 했고 행동에 옮기게 했지만 또 다시 코로나로 난민에 대한 관심은 멀어져간다. 그래서 할레드 호세이니는 다시 한 번 그들을 생각해달라고 그림과 동화로 된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긴 설명과 묘사 없이 아버지의 회상으로 아버지의 기도로 이루어진 짧은 내용이라 더 강렬하고 애잔하다. 아들을 살려달라는 아버지의 기도보다 더 애잔한 것이 무엇이랴...
시리아 내전을 검색해본다. 2011년 3월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의 퇴출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시작이 어느새 내전으로 번지고 이제 10년을 넘어섰다. 난민들은 안전을 위해 오늘도 바다를 건너고 국경을 열어달라고 호소한다. 그 안에 어린 아이가 죽어가고 있음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떠돌아다니는 난민들의 모습이 그림과 함께 애잔함을 일으켜온다. 우리가 코로나로 아픔과 두려움에 만성화되듯, 난민들에 대한 관심 또한 둔감해진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수많은 난민들은 또 다시 표류한다. 그리고 또 많은 난민들이 생겨난다. 코로나로 우리의 주변에 무관심한 이 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통 받는 이웃과 타인에 대한 관심이다. 난민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지금 바로 그들을 기억하고 행동해야 할 때임을 아버지의 기도로 보여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