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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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시리즈'의 첫 이야기인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가 출간되었다.

무려 26년 동안이나 여러 무민 시리즈가 출간되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 첫 번째 이야기인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가 세상에 나온 시기가 1945년이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토베 얀손이 쓰기 시작한 책으로 해티패티와 함께 떠나버린 아빠를 찾아 무민과 무민의 엄마가 찾아 떠나는 동화이다. 무민과 무민 엄마는 어두운 숲을 지나던 중 작은 동물을 만나 함께 동행하게 되고 왕뱀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위기의 순간, 튤립으로부터 나온 여자 아이 튤리파로 인해 목숨을 구한다. 이들은 노신사를 만나 아이스크림과 여러 다과가 가득한 숲에 초대되기도 하고 해티패티를 만나 배를 타고 가던 중 폭풍우도 만나며 섬의 한 소년의 집에 머무르던 중 사라진 무민 아빠의 소식을 듣는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모든 등장인물들은 서로 당연하게 친절을 베풀며 함께 동행한다. 처음 만난 작은 동물에게 무민의 엄마는 자연스럽게 함께 할 것을 제안하고 친구가 그리웠던 작은 동물 또한 그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노신사도, 작은 소년 또한 어서 오라며 그들의 문을 낯선 이에게 닫아두지 않는다. 동화라고 하더라도 한 두명의 악인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 무민 시리즈에서는 가족을 남기고 떠난 무민 아빠에게도 원망의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이 친절이 가장 두드러지는 건 바로 홍수가 발생하고 무민 일행이 본격적인 구조 활동을 하면서이다. 모자를 찾아주고 무민 아빠를 찾아 나서면서 대머리황새 아저씨는 자신이 날아다니면서 본 수많은 인파들을 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저자인 토베 얀손은 이 홍수 이야기에서 소재의 쓰임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다. 의자에 실려 떠내려가는 고양이들, 병에 담긴 무민 아빠의 구조 편지 등은 그 시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작가의 생각에 감탄하게 된다.

토베 얀손이 이 첫 번째 이야기를 처음으로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를 썼다는 건 아마 저자가 집필하던 시기가 세계대전이라는 시점이 큰 영향을 끼쳤음을 짐작하게 한다. 긴 전쟁으로 생활 거처를 빼앗기고 가장이 전쟁에 징집되며 모두가 힘든 이 시기 토베 얀손은 서로가 힘이 되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첫 시작을 따뜻하게 그려내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 홍수라는 이야기 속의 배경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현실의 축소판을 의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친절, 동행, 구조, 희망 등은 이 암흑기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던 작가의 소망이였으리라 추측하게 한다.

무민 가족이 정착하게 되는 이 첫번째 이야기에서 각 캐릭터가 더욱 잘 이해하게 되며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제 완전체가 된 무민 가족이 어떤 모험을 펼칠지 다시 한 번 지난 연작소설들을 들춰보게 한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만화 캐릭터에만 친숙한 내 아이들에게 새로운 친구 무민을 본격적으로 소개해 주고 싶다. 정형화된 만화 속 캐릭터보다 귀엽고 엉뚱한 친구 무민의 이야기와 함께 더 큰 따뜻함으로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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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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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다. 오테사 모시페그의 소설의 인물은 난해하다. 처음에 그 난해함에 당황하지만 읽다 보면 그 난해함에 공감하게 된다. 작가 오테사 모시페그는 첫번째 소설 《아일린》의 자기 혐오 강한 여주인공으로 《내 휴식과 이완의 해》의 주인공은 모든 현실로부터 휴식을 선언하고 동면에 잠자기로 한 스물 여섯 여성을 그려냄으로 자신만의 강렬한 개성을 드러낸다.

《내 휴식과 이완의 해》에서의 주인공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매우 회의적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경제적인 부도 있지만 어머니는 술과 약에 취해 있었고 아버지는 존재감이 없이 암으로 쓸쓸이 돌아가셨다. 전 남자친구 트레버는 바깥에서는 전망 있는 금융인이지만 심심풀이용으로 '나'를 만나고 자신의 성적 취향에만 따를 것을 강요하는 이기적인 남자이다. 직장에 손쉽게 취직했지만 해고 당하고 친구인 리바는 자신의 세계로 편입되고 싶어하는 속물이다. 이런 현실에 '나'는 살아가기보다 잠을 택한다.

세탁물 자동 수거, 속옷 배달, 공과금 자동납부 처리, 실업수당 자동응답 서비스 등등.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긴 유산으로 돈 걱정없이 동면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모든 인간이 24시간 잠을 잘 수는 없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런 의심 없이 수면제를 처방해 줄 수 있는 정신과 의사인 '닥터 터틀'을 찾아 여러 핑계를 대며 수면제와 안정제를 처방받는다. 깨어있는 동안 볼 영화 비디오테이프도 대여하는 등 주인공은 모든 환경을 완벽하게 세팅한 후 본격적인 동면에 들어간다.

잠에 빠져들기로 결심한 '나'의 모습이 무책임할 수 있다. 스물 여섯, 청춘의 나이에 잠으로 한 해를 보낸다는 게 무책임하게 느껴지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사랑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과 전 애인과의 만남 그리고 친구까지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어느 곳에도 그녀는 의지할 곳이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나'의 안에 축적된 회의감이 이제 주변에 눈을 감고 잠이라는 회피 수단을 택할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잠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나'의 행동이 염세적이지만 그만큼 더 외로웠음을 알게 되며 잠이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 그녀 나름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김하나 작가는 추천사에 이 이야기가 우리가 삶이라는 고통에 내동댕이쳐질 때 눈을 감느냐 뜨느냐의 문제를 말한다고 했다. 처음에 이 추천사가 공감이 가지 않아다. 하지만 주인공 나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이 추천사야말로 이 소설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 준다는 것을 알았다. 누구에게도 삶은 녹록치 않다. 만만하지 않은 삶 속에서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눈을 뜨고 살아갈 것인가. 눈을 감고 회피할 것인가. 보통 많은 사람들은 회피야말로 비겁한 수단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주인공처럼 잠시 현실 속에서 회피하며 쉴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비겁한 게 아니라 다시 살기 위한 행동이다. 결국 주인공의 '잠'이라는 수단도 다시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휴식과 이완의 해를 보낸 주인공은 과연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하지만 주인공이 또 다시 눈을 감지는 않을 것 같다. 78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여자가 완전히 깨어 있다고 말하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건 그래도 깨어 있을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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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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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었다. 일제 시대 조선과 일본에서의 조선인들의 고난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와이로 건너가 사탕수수밭을 일구며 일하는 동포의 삶을, 그리고 사진만 보고 헐헐단신으로 건너와 이민자의 아내로 삶을 만들어가는 여인들의 삶이란. 들어서는 알고 있었지만 다소 낯선 그들의 삶, 18세 세 여자들의 이야기는 내게 낯설음으로 다가왔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어진말의 열여덟 소녀 버들에게 방물장수 부산 아지매가 사진 결혼을 권하면서 시작된다. 아버지와 오빠를 여의고 어머니를 도와 살림을 하는 버들은 부산 아지매가 포와 (지금의 하와이)에는 나무에 돈과 보화가 주렁주렁 달렸고 지주인 남편이 공부를 시켜준다 다며 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딸이였기에 공부를 포기해야 했던 버들에게는 공부할 수 있다는 말에 결혼을 결심한다.

버들의 오랜 소꿉 친구 홍주는 결혼 후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과부가 되어 친정 집에 두문불출하며 지낸다. 과부라는 주홍글씨 아래에서 딸이 조선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을 염려한 송화어머니는 홍주의 미래를 위해 버들의 사진결혼 이야기를 듣고 홍주의 사진결혼을 추진한다.

비록 신랑 이름과 사진 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두려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설레임과 희망으로 가득찬다. 하루 빨리 결혼을 하고 공부도 하고 친정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오랜 친구 버들과 송화 그리고 함께 사진결혼 여행길에 오르게 된 무당 금화의 손녀 송화 서로 함께 있어 든든하기만 한다.

먼 길을 돌아 드디어 포와에 도착했지만 정작 그들을 맞은 건 처참한 현실이었다. 버들에게는 다른 신부들에 비해 젊은 신랑이었지만 무뚝뚝한 남편, 중풍병자인 시아버지, 지주는 커녕 백인 밑에서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을 하는 일꾼이었다.부산아지매의 거짓말을 원망할 겨를도 없이 버들은 포와의 삶에서 적응하기 바쁘다.

소설은 처음 남편 태완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다 주기 바라며 순종적이던 버들이 남편이 떠나보낸 옛 여인 달희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먼저 다가가야 함을 깨달으며 자신이 먼저 손을 내민다.


지는 가 볼랍니더.

딴 가시나한테 마음 다 준 사나라 캐도 지는 당신하고 계속 가볼랍니더.

가다 보면 당신 맘도 돌아오는 날이 있겄지요.

당신도 노력하겄다고 어무이 앞에서 약속하이소.

고마 퍼뜩 일나소. 지 손도 놓칠 겁니꺼?


함께 갈 것을 다짐하며 버들은 달라진다. 먼저 말을 걸고 농담을 하며 부부가 되어간다. 그 때부터 버들은 수줍은 소녀에서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해간다. 시아버지를 봉양하고 남편을 도와가며 든든한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간다.

전쟁 중, 어느 누구의 삶도 순탄치 않다. 삶은 살아가야 하지만 만만치 않은 삶이다 남편 태완이 독립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버들이 집안의 가장이 되고 송화와 홍주 함께 모이게 되며 힘든 시기에 서로 버팀목이 되어준다. 삶 구석구석 비주류 독립운동파인 남편으로 인해 외로움도 느끼고 끼니도 챙기기 힘들지만 이 세 여성은 삶을 꿋꿋이 버텨나간다.

만주로 떠난 남편을 대신해 실질적인 가장이 된 버들, 아들과 함께 조선으로 가자는 남편의 요청을 거절하고 포와에 홀로 남기로 결심한 홍주, 남편과 사별한 후 버들과 홍주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 중 어느 누구의 삶도 녹록치 않았지만 모두들 자신의 자리에서 파도를 맞아가며 살아갈 수 있었다. 헐헐단신으로 포와에 왔지만 그들에게는 힘든 고비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때론 섭섭하기도 하지만 힘이 되어 줄 사람들이 자신들이라는 것을 아는 그들은 결코 손을 거둬들이는 일이 없었다.

소설 말미 세대가 바뀌고 버들의 딸 진주의 시선으로 상황이 급반전되며 펼쳐지는 비밀은 그 세명의 여성이 비록 이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떨어져 있지만 어떻게 연대해 있는지를 보여주며 또 하나의 감동을 안겨준다.

처음에는, 박복하게만 보이던 이 세 여성들의 삶이지만 그 삶을 원망치 않고 몰아치는 파도를 온 몸으로 맞아가며 앞으로 나아감으로 자신의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날개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시간이 지난 후 나도 이들과 같은 고백을 하며 과거를 회상할 수 있을까?

그들의 고백은 당당하게 삶을 지켜낸 이들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일 것이다.

비록 화려하지 않아도 함께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세 여성의 모습은 긴 메아리처럼 마음 속을 울리는 듯하다.

저 아들이 꼭 우리 같다.

우리 인생도 파도타기 아이가.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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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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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뉴스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노사분규, 파업, 법적 분쟁등을 보면서 이건 내 일이 아닐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급격하게 변하는 직업환경은 어느새 우리를 그 현장의 중심에 있게 한다. 노동법을 따르자니 그에 수반되는 부담에 고민하는 회사의 입장과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직원들의 미묘한 줄다리기는 이제 흔한 일상이 되었다. 늘어나는 이 노사분규와 줄다리기를 위해 노무사란 직종이 생겨나고 노무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의 저자 미즈키 히로미는 2008년 《소녀들의 나침반》으로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신인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이다. 주로 미스터리 작품으로 자신의 작가 세계를 구축해 왔던 작가는 신작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는 스물 여섯살 신입 노무사의 눈으로 그린 일본의 노동 현실을 날카롭지만 따뜻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주인공 히나코는 야마다노무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신입 노무사이다. '히나코'라는 이름이 일본어로 병아리를 뜻하는 '히요코'와 발음이 비슷해서 회사 동료들은 히나코를 '병아리'라고 부른다.

노무사인 히나코는 주로 중소 기업들의 인사, 급여, 사회보험 등에 대해 고문 역할을 해주며 월급 계산 등도 대행해주는 일을 한다.

소설에는 여섯 가지의 사건들이 전개된다.

쓰지 못한 연차 급여를 달라고 요구하는 퇴사자.

종업원을 해고하고 싶다는 프랜차이즈 선술집 전무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맞는 육아휴직을 요청하는 직원으로 인해 고민하는 대표

파견 사원에 대한 차별,

직장 내 괴롭힘

갑질, 파견직의 설움, 육아 휴직 등 소설 속 이야기는 결코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저자 미즈키 히로미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를 엮어 가며 공감대를 형성해간다.

여섯 개의 에피소드 중 가장 공감되었던 에피소드는 <카나리아는 운다>였다. YQY컴퍼니 회사 창립 사상 첫 육아휴직 대상자인 도마씨가 해고당할까봐 불안해 하는 마음을 보며 나 역시 같은 경험자로서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새로운 임시 직원을 채용하기 부담스러운 회사의 입장에서 자진 퇴사해주기를 바랬던 노골적인 분위기가 나의 육아휴직 때의 모습이 연상되어 더욱 안타까웠다.

회사와 계약된 노무사로서는 회사 입장도 중요하지만 결코 직원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 이 현실에 히나코의 고민은 깊어진다.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양측의 주장을 절충하기란 힘든 일이다.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끌려가는 듯한 히나코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해가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노무사는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입장일 뿐 이 사건의 당사자는 바로 회사와 직원들이다. 서로가 해결하려 하지 않으면 옆에서 법적 조언을 해 주어도 일은 해결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서로 평행선을 달리지만 서로의 대화와 의지가 있는 곳에 문제의 출구를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서로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유능한 여직원 도마씨를 붙잡기 위해 육아휴직 규칙을 만드는 데 수긍한 요코제키 대표 또는 인수합병의 기로에서 어렵지만 함께 견뎌나가는 걸 선택한 펠리치타카발로의 직원들도 마음을 열었을 때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육아 휴직 일로 주위 사람들과 마찰을 맞을 때 누구와 상담해야 하느냐고

이전에 니와 씨에게 물었던 질문에 대해서는 모토코 씨에게 한 가지 답을 들었다.

일이라고.

얼마나 그 일을 하고 싶은지, 보람이 있는지,

자신에게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다시 일과 마주해 생각하고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히나코의 조언을 수긍하며 수정해 나가는 회사도 있고 불쾌함을 드려내며 계약을 해지한 회사도 있다. 이 사건들과 사건들을 대하는 회사와 직원들의 태도 속에서 '함께'라는 의미를 생각해본다. 서로가 '함께'라는 의식이 있는 곳에 해결이 있었고 '나 자신'만 있는 곳에는 일방적인 희생 또는 끝내 풀리지 않는 숙제가 남았다.

어쩌면 양측이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노무사'라는 직업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텐데 결코 녹록지 않은 현실은 수많은 노무사들을 필요로 한다. 이 수많은 사건과 분쟁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이 소설은 말해준다.

바로 이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그러니 우리의 현실을, 우리의 동료를 외면하지 말자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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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 - 차별화된 기획을 위한 편집자들의 책 관찰법
박보영.김효선 지음 / 예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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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작가를 꿈꾼다. 나 또한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만이라도 출간하는 게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글을 쓰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출판을 꿈꾸며 출판사에 투고를 하며 자신을 발굴해 주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은 많아졌지만 어떤 글이 출간될 수 있는지 일반 독자로서는 알기 힘들다.

하루에도 몇 십편씩 쏟아지는 투고 원고들을 가장 많이 접하고 원고를 발굴해 내는 편집자 두 분이 이런 예비저자들을 향해 말한다. "편집자의 눈으로 책을 보라"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는 제목 그대로 20년 넘게 편집자로 재직 중인 박보영, 김효선 편집자가 현장에서 예비저자로부터 느끼고 궁금해 하는 사항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책이다. 글쓴이의 눈으로 보기에 자신의 글이 충분히 매력적인데 왜 출판사로부터 매번 거절의 메일을 받거나 아니면 소리 없는 메아리가 되는지 A부터 Z까지 설명해준다.

먼저 저자는 책쓰기의 기술에 들어가기에 앞서 책을 보는 기술에 대해 가르쳐준다. 책을 본다고 하면 보통 정독, 낭독 등 읽는 방법을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가 말하는 책을 보는 기술이란 책의 구성을 말한다. 우리가 무심코 넘겨버리는 앞표지와 뒷표지의 이야기, 추천사, 목차 등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며 책을 쓰고 싶으면 책을 제대로 보라고 강조한다. 특히 책의 앞표지는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이 책의 콘텐츠가 무엇인지 앞표지에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선택을 받기 힘들다. 앞표지에서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 줄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베스트셀러 책 제목들을 발췌해 콘텐츠와 연계하여 어떻게 독자들을 유혹하는 책 제목을 정하는지 설명해준다. 물론 출판사와 함께 제목과 표지글을 정하지만 분명한 건 저자 스스로 자신의 콘텐츠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살면서 우리가 자주 하는 생각을 구어체 표현으로 한 줄 정리할 수 있다면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예비저자들이라면 대중의 바람과 필요를 연구해서 자신의 콘텐츠와 연계하고,

이를 한 줄의 구어체 표현으로 정리하는 훈련을 꼭 하기 바란다.


간혹 출판사를 운영하는 분들의 SNS를 보면 자신의 출판사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원고 투고가 간혹 온다고 말하며 그들이 제대로 출판사에 대한 사전 탐색이 전혀 없이 무작정 투고를 하는 예비저자들에 대한 푸념글을 읽곤 한다. 가령 과학서 전문 출판사인데 소설이나 에세이를 투고해 오는 경우이다. 이런 무작정 투고는 신뢰를 받지 못한다.

두 저자들 또한 현명하게 투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며 먼저 출판사 정보를 숙지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책에 나와 있음을 설명해 주며 판권지를 눈여겨 볼 것을 말한다.

하루에도 몇 십권씩의 책이 출간된다. 부동산, 소설, 에세이, 재테크, 인문학 등등 수없이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식상한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외면을 받듯, 식상한 콘텐츠는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항상 새롭고 참신한 콘텐츠'여야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콘텐츠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가? 저자는 바로 자기 자신을 알아야만 한다고 한다. 저자가 일상 속에 겪은 경험, 자신만의 방법 , 솔루션 등을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아는 방법이 아닌 자신만의 경험을 독자에게 소개하며 그 노하우를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1장에서 책을 보는 방법을 소개하고 2장에서는 책쓰기의 방법을 소개해준다.

저자는 책쓰기가 하나의 재테크가 되었음을 강조하며 책쓰기의 기술은 자기 계발에서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출간하면 먼저 자신의 프로필에 추가할 수 있으며 공신적으로 전문가임을 입증할 수 있다. 그 전문성 입증을 위해 예비저자들은 출판사를 기웃거린다. 저자는 '책을 쓰는 데 필요한 기술'을 [자신의 강점 콘텐츠]와 [문장력과 구성력]이다. 그 중 콘텐츠가 확실하면 독자의 인정을 받기 쉽지만 수많은 예비저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한다. 나 역시 내 안의 어떤 강점이 있는지,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불분명한 콘텐츠는 원고를 수백번 투고한다해도 편집자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 강점 콘텐츠를 어떻게 찾아내는가를 저자는 자기 자신에서 찾으라고 말한다.


사실 답은 저자 자신의 내면에 들어 있다.

내가 생활 속에서 불편해하는 것, 답답해 하는 것, 소소한 고민거리에서 주제를 찾자.

내 마음을 정확하게 건드리는 주제가 마음에 와닿는다.


즉 앞에서 말했듯 자신의 일상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자신을 알아야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원고를 쓸 때 예비저자들이 가장 많이 생각해야 하는 건 바로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많은 글쓰기 강사분들이 하는 조언은 블로그라 하여도 항상 자신의 위주가 아닌 읽는 사람, 익명의 독자들에게 쓴다는 식으로 글을 쓰도록 한다.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에서도 독자의 눈높이를 강조한다. 독자들은 어떤 점을 궁금해할까? 이 부분에서 독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낄까? 대중의 기호를 맞출 수 있을 때 책은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다.

이 외에도 , 출판의 종류, 출판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묻는 질문,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인세, 책읽기 기술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편집자로서 그동안 예비저자들의 글을 읽고 만나면서 느꼈던 저자들의 모든 경험담이 이 책 속에 압축되어있다. 잘 팔리지 않는 출판계의 극심한 불황계도 숨기지 않으면서 힘든 현실이지만 진정 원한다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볼 것을 응원해 준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쓰기에 관련된 책 중 책을 출간하기만 하면 인생이 역전되는 식으로 독자들을 부추기는 책들을 심심찮게 보곤 한다.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에서는 책을 쓰기에 앞서 독자들에게 책을 먼저 제대로 보고 쓰고 읽은 후에 책을 쓰도록 권한다. 그리고 진지하게 자신의 책이 독자를 끌 만한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다. 책쓰기가 목적이 아닌, 편집자의 입장에서 출판시장의 불황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는 책을 쓸 수 있도록 사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내 일상의 세심한 관찰자, 자기 자신의 탐구자가 되어 끊임없이 연구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다. 책을 쓸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내게 더 큰 숙제가 주어진 느낌이다. 내 자신을 과연 나는 얼마나 알고 있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하고 싶은 예비저자 뿐만 아니라 책 읽기의 다양한 방법과 자신 안의 강점 콘텐츠를 찾아내는 법 등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어 자기 계발에도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매우 추천하고 싶다.


저자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작정 쓰기가 아닌 사랑받는 책을 쓰도록 하자. 편집자의 눈을 빌려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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