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야
다인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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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땐 외교관을 꿈꿨다.

그리고 대학시절엔 유학을 가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취업과 결혼, 그리고 엄마가 되면서 어느 누구도 내게 꿈에 대해 묻지 않았다. 마치 엄마의 꿈이 아이의 미래인 것 마냥 단정지으면서 궁금해 하지 않았다.

꿈이란 게 도대체 뭘까라는 질문으로 학교 책상을 박차고 세계로 나간 열 일곱 살 소녀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열일곱 살 소녀가 25개국을 돌며 만난 사람들에게 묻는 질문은 단 한 가지.


당신의 꿈은 뭐예요?

이 질문의 인터뷰이는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10대부터 시작해서 88.56세 할아버지까지 저자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꿈을 이야기한다.

꿈을 이룬 사람도 있고 여러 사정으로 인해 마음 속에 담아두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흘러 살아가는 데 급급했던 사람들 은 이 여행객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자신이 잊고 있었던 꿈을 어느 새 이루었다는 걸 깨닫고 행복한 웃음을 짓기도 한다.

이탈리아, 프랑스, 홍콩, 멕시코, 아랍에미리트,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꿈 속에 어떤 꿈도 작고 큰 꿈이 없고 소중하지 않은 꿈이 없다.

서로가 서로의 꿈이 되어주는 노부부, 지금처럼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일상이 꿈인 마르살라 할아버지,

자신이 즐거워하는 만화를 틈틈이 그릴 수 있는 삶을 꿈꾸는 캐롤라인.. 이 사람들에게 꿈은 꿀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걸 우리에게 말해준다.

우리는 꿈을 높게 잡아야 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전정신을 불어넣지만 이 책의 많은 인터뷰이들은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함을 말해준다. 그 꿈이 바로 현재에서 멀다 하더라도,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하더라도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있음을 말해준다.


저자의 세계 여행과 함께 쏟아지는 다양한 꿈 속에 나 또한 "당신의 꿈은 뭐예요?"라는 저자의 질문에 인터뷰이가 되어본다.

나의 꿈.. 나의 책을 출간하고 번역가가 되는 꿈.

누군가는 번역가가 사양직종이라고 하고 나의 나이를 문제삼고 나의 능력을 문제삼는다.

그래서 언제나 꿈을 말할 때는 조심스러웠고 침묵할 때가 많았다. 물론 묻는 사람들이 드물기도 했지만...

하지만 사랑이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라는 공리의 답변 속에 계속 꿈을 꿀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쉽지 않기에 꿈을 꾸고 그 꿈으로 인해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꿈을 꿔가며 나 자신의 삶을 꾸며나가면 된다.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

나는 지금 나의 삶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저자가 세계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의 꿈에 나의 꿈 하나가 포개어진다.

그 각자의 꿈이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의 행복을 만들어진다.

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책을 읽기 전 꿈은 내게 신기루와 같은 환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내게 꿈은 정반대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꿈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다.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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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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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제왕업》에 대한 명성은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장쯔이 주연의 블록버스터 드라마로 제작이 완료되어 2020년 기대작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 《제왕업》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제왕업》은 제목 그대로 중국 제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벌어지는 중국 무협 소설이다.

흔히 무협 소설이 남성을 중심으로 그려진다면 이 소설은 여성 왕현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주인공 왕현은 낭야왕씨 가문의 딸로 황후인 고모, 공주인 어머니, 좌상인 아버지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여성이다.

어려서부터 궁궐에서 주로 자란 그녀는 이제 성년식인 계례를 치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왕현에게는 어려서부터 흠모하는 태자 자담이 있다. 왕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 또한 왕현과 자담의 혼사를 당연시하게 여기지만 아버지와 황후 고모만 이 혼사 건에 대하여 침묵을 지킨다. 자담은 현재 황릉에서 3년간 어머니상을 치르고 있으며 왕현은 자담이 빨리 수도 경사에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자담의 복귀만을 목타게 기다리는 왕현 앞에 아버지는 당시 위세를 떨치며 승전보를 울리는 평민 출신의 장군이자 왕인 예장왕 소기와의 결혼을 추진한다. 명문가의 집안이자 집안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왕현은 자담과의 인연을 접고 소기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첫날 밤을 치르기도 전에 갑작스런 출정으로 인해 남편 없는 밤을 보내게 된다.

비록 정략결혼이고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부의 연을 맺지만 왕현과 소기가 점차 마음을 나누고 역경 속에 제왕의 자리를 차지해 가는 여정이 매우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특히 이 책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여주인공이 결코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자신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당당한 여인이기 때문이다.

적에 의해 납치를 당해도 주눅들지 않고 기회를 노려 적을 공격하고 분노에 차 지아비인 소기의 뺨을 때리며 상황에 따라 지략을 펼치는 왕현의 모습에 어찌 남편인 소기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제왕업》은 중국 무협소설답게 초반은 어려운 용어 및 수많은 인물들에 대한 묘사로 다소 어려움을 느끼지만 이 밑그림이 그려지고 난 후 각 사건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납치, 첫날 밤, 반역 등 바람 잘날 없는 이 위기가 일상인 시대, 소기와 왕현이 그리는 모험은 이 책이 중국 웹소설계의 큰 이슈를 몰고 왔으며 많은 제작진이 이 작품의 드라마를 원했는지는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제왕업 上》권은 왕현과 소기가 궁궐로 돌아오게되고 황제와 황후가 승하하며 세상을 떠난다. 《제왕업 上》에서는 왕현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지는 데 주목한 반면 下 권에서는 이 부부가 제왕의 자리를 두고 더욱 치열한 전쟁 및 음모가 전개될 예정이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빨리 《제왕업 下》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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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 용서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에 대하여
시몬 비젠탈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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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대통령이 10억달러에 위안부 합의를 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난 후 내가 처음 들었던 생각은 "자기가 뭔데 합의를 하지?" "자기가 피해자도 아니고 피해자가 용서를 안 했는데 왜 제 3자가 용서를 한다는 거지?"였다.

피해자가 제외된 합의, 피해자가 제외된 제 3자가 용서하기로, 끝내자고 마음 먹는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위안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많이 남아 있다. 5.18 민주혁명, 4.3 제주사건 등등 우리에게 많은 과제로 남겨져 있다.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에 있던 저자 시몬 바젠탈이 죽음을 앞둔 독일군 병사의 용서를 뿌리치고 돌아선 저자가 용서의 자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책이다.

본래 이 책은 자신의 경험을 [해바라기]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후 용서에 대해 수많은 인사들이 그에게 보낸 답장이 함께 추가되어 실린 개정판이다.

건축가였던 시몬 비젠탈이 전쟁으로 인해 미래를 저당잡히고 매일 죽음과 직면해야 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을 그려진다. 생각도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SS대원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기쁜척 행군을 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살아간다. 죽음이 일상화된 사회..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삶 속에서 저자는 임시병동으로 쓰이는 학교에서 은밀하게 죽음을 앞둔 독일군 병사의 고백을 받게 된다.

평화롭던 어린 시절부터 전쟁 후 유대인 몰살 행위를 고백하며 용서를 구하는 독일군 병사의 애원에 저자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 자리르 나온다. 진심으로 참회하는 그에게 용서해 주지 못한 저자는 전쟁 후 그의 집을 방문하여 어머니를 뵈면서도 끝내 용서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하며 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이 질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보내온다.보스니아 내전 피해자, 가톨릭 사제, 달라이 라마, 작가, 유대교 신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답변을 다룬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의 답변은 결국 그 피해자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수많은 답변을 읽으면서 나는 영화 '밀양'을 떠올렸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을 자신도 용서하지 않았는데 주님에게 용서를 받았다며 평안함을 느끼는 범인의 모습에 분노하는 전도연의 모습이 그려진다.

피해자가 우선시 되지 않는 일방적인 용서가 피해자에게 더 큰 가해로 다가올 수 있음은 영화 '밀양' 뿐만 아니라 똑같은 수용소 동료들의 입장을 통해서도 대변된다.

누군가가 자네에게 저지른 짓에 관한 한, 자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용서하고 잊어버려도 되지.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할 문제니까 말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자네의 양심으로 무마하려는 것은 오히려 끔찍한 죄가 될 수 있을 거야.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에서 죽은 사람들이 자네에게 와서 이렇게 묻지 않겠나?

'당신이 도대체 무슨 권리로 우리를 죽인 자를 용서했단 말인가?'


이 책의 수많은 사람들의 글 중 훌륭한 글도 많지만 나는 실제 피해자였던 유대인 동료들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용서할 것을 강요하지 못하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이제 그만 하라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조롱도, 뻔뻔하게 시내를 휘젓는 전두환을 보면서 우리가 피해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함께 해 주는 것 뿐이다.

그 상황에 있지 않는 우리들에게는 가만히 그들을 지켜봐주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의 판단을 그들에게 강요하도록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를 유대인 동료가 해 준 용서에 대한 대화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 사법부들 또한 피해자로부터 시작하여 용서받을 자격을 주어야 하는지 심판해야 한다.

이 책이 개정판이 아닌 초판인 [해바라기]만으로 읽는다 하더라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책이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용서 받을 자격, 용서할 자격은 누구에게 아닌 피해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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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미움들 - 김사월 산문집
김사월 지음 / 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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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가수 김사월의 존재만 알고 있었을 뿐 김사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삶의 여유를 노래하는 산문집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처음 폈을 때, 그녀의 글은 나의 섣부른 판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1부 젋은 여자에서는 온갖 미디어들이 연예인들의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찬양하며 자기관리를 칭찬하는 글로 기사를 장식할 때 김사월은 그에 역행하는 고민을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의 기준으로 인해 자신의 몸 그대로를 사랑할 수 없으며 남들이 여자의 기준으로 그녀에게 툭툭 내뱉는 말로부터 받는 상처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몸부림을 저자는 글 속에 담아낸다.

땀 흘리며 공연하는 가수가 땀 흡수하기 좋은 편한 옷을 입으며 공연에 집중하는 대신 한국에서는 이미지를 위해 풀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 꾸밈 노동에 대한 고단함... 이 사회가 여성에게 유독 엄격하게 요구하는 꾸밈 노동에서 용기를 내어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은 저자 또한 이 세대의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무언의 폭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말해주며 여성으로서 공감을 만들어 낸다.


지금까지 나는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며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감추고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을 보완해왔다.

오늘, 맨얼굴과 흰 민소매 차림의 나는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생각했다. 스스로 이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구원해줄 수 없을 것이다.

설사 비난을 받는다 해도 오늘 꾸밈을 멈추는 것은 나를 위한 일이다.


2부 누군가에게는 유명 뮤지션이 아닌 생계형 뮤지션으로 버텨내는 하루 하루를 이야기한다. 인디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 공연할 공간이 부족한 그들에게 또 다른 공연장이 사라져 버리는 아픔을 드러내준다.

사라져 버리는 건 결코 아름답지 않으며 아픔만 남을 뿐이며 내일이면 사라질 곳에서 그 아픔을 삼키며 노래하는 그녀의 마음이 글 속에 오롯이 느껴진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지금 이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는 저자의 마음은 지금 변변찮은 이 직장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는 나와 동질감을 일으키게 한다.


나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기억하고 싶었다.

막연히 '마지막이라는 것은 잔인하구나'하고 혼자 생각하고 미화해버리는 것처럼.

하지만 이 모든 걸 무시해버릴 수는 없었다.

사라지는 것의 현실은 훨씬 지독하다.


《사랑하는 미움들》은 외롭고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나가는 처절한 김사월의 세계를 보여준다. 결코 화려하지 않고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는 저자의 마음이 그려지며 글 읽는 내내 화려한 가수로서의 김사월이 아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으로서 저자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일까 책 마지막 부분 그녀의 희망 부분을 읽으며 저자를 응원하게 된다.


나의 몫만큼 가지며 오래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희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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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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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건축가인 김진애 저자는 <알쓸신잡>에서 최초 여성 패널로 알려져있다. 또한 이명박 4대강 사업 당시 강하게 비판하며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16대 비례의원을 지냈다.

전문가로서 해외 여러 도시를 방문하며 저자가 바라본 세계 도시의 모습과 역사 그리고 지금 현재 한국의 도시의 실 주소를 통해 도시를 이야기하는 책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에서 저자는 도시를 12가지 콘셉트로 이야기하지만 큰 맥락에서는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모르는 사람들과 사는 공간

2. 감동하는 공간

3.머니 게임의 공간

4. 도시를 만드는 힘

위 네 가지의 테마로 저자는 먼저 도시의 익명성을 이야기한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알고 지내던 옛 농경 시대에 비해 이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익명의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서 도시를 이야기한다.

익명의 개인들이 거주하는 공간이기에 그 타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규칙 등이 정해지는 모습과 그 타인들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광장이 필요함을 설명한다.

그리스시대부터 광장 문화에 익숙해 있던 서양과 달리 광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지만 광장 정신이 충만했던 한국인들이 2002 월드컵을 시작으로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내고 축제로 만들었던 그 광장 정신은 그동안 온갖 일제 탄압기의 3.1운동부터 4.19혁명, 5.18 운동 등 핍박받아왔던 광장 정신이 소멸되지 않고 지속되어옴으로 결실을 맺어오게 된 저자의 설명은 다시 한 번 광장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워 준다.

그동안 단순히 알고 있던 단지 건물로만 여겨졌던 건축물들에 저자는 각 구조물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 의미를 알려준다. 소통이 없는 국회의 모습과 기형적인 국회의사당의 모습, 홀로 동떨어진 청와대의 구조, 무뚝뚝하고 표정 없으며 자기들의 굴레에 둘러싸인 검찰청 청사 등의 이야기를 통해 마치 <알쓸신잡>에서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저자의 이야기 중 부동산 공화국이 되어버린 한국의 현 모습은 인정하긴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씁쓸하게 인지하게 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되어 버린 도시의 모습, 상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유서 깊은 상가의 몰락과 프랜차이즈점 매장의 폭발적인 증가율 등도 씁쓸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아파트 공화국'이자 '단지 공화국'이 되어버린 한국의 현 모습이다.

단지에 따라 차별이 존재하고 그들만의 공동체가 형성되며 공공성이 사라져버린 현 모습 속에 자라나는 차별과 부정은 전에 임대 주민들에게 길을 막으며 통행을 금지했던 그 슬픈 기사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도시의 모습이 기능에 충실할 때 도시의 미래가 디스토피아가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도시의 기능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비판했던 청와대 또는 국회, 그리고 주상복합 시설등은 자신들의 권력과 욕망에 눈이 멀어 그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욕망이 아닌, 차별이 아닌 사람 살아갈 수 있는 그 기능에 기반해 도시는 디자인되어야 하는 것이다.

"도시는 모쪼록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는 의미는 바로 도시 안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도시는 지금 내가 거주하는 곳이자 다른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 도시 안에 나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 타인의 이야기 등 삶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는 건 도시 디자인이 기본에 충실할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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