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사랑한 편집자들 - 재테크 책 만들다가 저절로 업행일치 키키
이경희.허주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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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세상 사람들 다 돈을 잘 벌고 있네? 왜 나만 집 없어?

 


서울의 수많은 아파트를 보며 이런 말을 하지 않은 무주택자들이 있지 않을까? 10년째 전세 난민으로 살고 있는 나 역시 매번 전세 재계약할 시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왜 이 많고 많은 집 중에 내 집은 없는 건지 한숨이 나오곤 했다.


열심히 일하는데 노동 소득으로는 어림없는 내 집 마련. 나와 같이 푸념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이상 안 되겠다며 두 팔 걷어부치며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고수가 아니다. 바로 출판사에서 재테크 책을 만들면서 책을 그대로 따라하고 행동한 『돈을 사랑한 편집자』들이다.


『돈을 사랑한 편집자』의 저자 이경희씨와 허주현씨는 출판사 편집자들이다. 출판사 박봉 월급에 두 사람이 마주한 건 집이 없는 현실. 신혼집을 구하면서 동년배의 집주인을 마주하며 돈 없는 자신의 현실이 더 비참하게 다가온다. 같은 해에 태어났는데 왜 자신은 세입자이고 다른 사람은 집주인인가. 회의가 차오른다. 이렇게 일만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을 하던 그들은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어떻게? 바로 자신이 필요한 답을 줄 수 있는 저자를 섭외해 책을 만드는 것이다.


책은 협업작업이다. 원고는 작가가 쓰지만 원고를 다듬고 수정 보완하는 작업은 편집자가 한다. 그러니 편집자가 원고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자신에게 필요한 답을 줄 수 있는 재테크 책을 만들기로 한 시작은 좋으나 온통 신세계인 단어를 접하는 편집자는 이 떄부터 본격적인 재테크 공부에 들어간다. 창피함을 무릎쓰고 작가로부터 하나하나 물어가며 재테크의 첫걸음을 뗀다. 책에 배운대로 하나하나 실천해가며 기회를 타고 3000만원에 나온 집을 매수하는 등 본격적인 행업일치에 들어가게 된다.

사람들은 대출받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막상 대출금의 연 이자를 계산해보는 사람은 드물었고,

대출이자와 아파트 상승분을 비교해보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이 만든 부동산 책을 하나씩 대입해가며 투자의 길에 들어선 편집자들. 그들의 행보에 주변에서 관심을 보이며 물어보지만 저자들이 깨달은 건 관심만 있지 행동하지 않는 주변의 반응이었다.


자신들은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생각하며 책에서 나온대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기회를 찾아 아파트를 매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에 한 발 앞서나가는 데 주저했다.


물론 손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금 폭탄을 맞기도 하고 집 앞에 절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집을 구해 템플스테이하는 심정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신이 만드는 책대로 행동하며 나아갔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 행동들은 다른 길로 나아갈 수있는 용기가 되어준다는 데 있다.


안정적인 것은 가장 불안정했다.

회사는 아무것도 책임져주지 않았고,

결국 회사라는 계급장을 뗴고 나 자체로 경쟁력이 있어야 했다.


 

 어느 연구소에서 실험을 했다. 온갖 물고기를 먹을 것을 주며 여유로운 환경에 있는 물고기와 물고기의 천적이 있는 어항의 물고기를 비교했다. 과연 어느 물고기가 더 오래 살까? 정답은 바로 천적이 있는 물고기였다. 위협상대가 있는 물고기는 살아남기 위해 생존능력을 발휘했지만 배부른 환경에 있는 물고기는 돌아다닐 필요도 없이 받아먹기만 하며 살아남는 법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안정적인 환경이 가장 위험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 비유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쓰이는 비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영혼을 갈면서도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의 단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직장인들. 미생의 유명한 대사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진리처럼 생각하며 오늘도 영혼을 간다. 하지만 알고 있다. 이 상황이 영원할 수 없음을. 결국 회사는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돈을 주고 우리의 영혼을 갈지만 그 자리에 나오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무의 존재임을.


영혼을 바치지만 원하는 만큼의 보상이 오지 않는 곳.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그들은 고민한다. 그리고 그들의 답은 Go이다. 어차피 불안정한 인생.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보자고. 그렇게 자신의 어항을 깨고 창업이라는 길로 나간다. 편집자이면서 재무설계자로, 공동대표로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한다. 자신을 위한 가장 큰 투자가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보면 무모하다 할 수 있지만 과감하게 첫 발을 뗸 저자들. 그들을 보며 생각한다. 이들의 행동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자신들이 만든 재테크 책을 만들고 배우고 행동하면서 얻은 소득이 바로 그 밑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똑같은 책을 읽지만 누군가는 읽는 데 그치고 (바로 나다ㅠㅠ) 누군가는 행동한다. 그리고 그 열매는 극과 극 차이다. 저자들은 행동한 후자였다. 부동산 책을 만들면서 집을 사고 주식 책을 만들면서 테슬라에 투자하며 희비가 극명한 날들이지만 실천하면서 알게 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매번 일을 벌이는 그들. 떄론 손해도 보고 뒷처리에 급급하지만 그 과정 속에 하나하나 배워가며 오늘도 일을 벌이는 그들. 부동산과 주식을 열심히 보며 어떻게 지속가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저자들.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 아무 일이라도 만드는 게 인생의 진일보하는 길임을 실천을 통해 손수 보여준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똑같은 물건이지만 그 결과는 확연하다. 책에 나오는 대로 따라했더니 삶이 달라지는 그들의 여정이 매우 코믹하게 그려져 단번에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본다.


내가 읽은 책들을. 내가 책의 내용을 따라하는 삶인가 아니면 읽고 덮는 데 그치는가. 이제 나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삶'을 졸업하고 '아무 일이라도 만들어보자'하는 용기가 생긴다. 그래. 아무 일이라도 해 보자.

절망에 주저앉아 있기보다 다만 무언가라도 한다면

나는 인생이 기회를 준다고 믿는다.

기회를 안 주면 또 어떤가. 내가 만들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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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스트레인지 보이
이명희 지음 / 에트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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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도 이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할 것이다.

임신 26주 5일 만에 1.03kg 아이 출산. 오른손을 못 쓰는 편마비와 오른다리 까치발 뇌성마비 판정.

2016년 12월 네 살 아이 원인불명의 뇌손상으로 사지마비와 시력 상실...

상상할 수 있을까? 태어나자마자 장애를 짊어진 아이의 무게만으로도 겨우 적응해 나가는데 신은 또 다른 장애를 주신다. 사지마비와 시력상실. 하루 아침에 달라진 아이의 모습에 온 가족은 넋을 잃는다.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 여전히 한 생명이 살아있기에. 그 생명의 부모이기에.

『마이 스트레인지 부모』는 중증 장애아의 엄마로 살아내기 위한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정답이 없는 삶. 어느 누구에게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이 막막함 속에서 아이와의 동반 자살, 죽음, 이혼, 도망 등 이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리라며 고뇌하던 그 시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매번 결정적인 순간 삶에 에 대한 미련이었다. 아... 그래도 나는 아직 살고 싶구나라는 걸 발견하며 다시 삶을 계속 이어간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살아본 적 없는 방식의 삶이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믿어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바로 부모의 역할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 살의 엄마는 두 살의 아이가 다르다. 매번 커가며 발달해가는 아이의 상태에 맞춰 부모는 역할을 달리 해야한다. 그 역할은 매번 낯설고 새롭다. 같은 아이임에도 어제의 아이와 내일의 아이는 다르다.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어느 땐가 아이가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는 그런 기대라고나 할까?

하지만 중증장애아의 부모는 다르다. 장애는 그 아이의 일부분이다. 평생을 함께하며 평생을 돌보아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이의 장애를 마주한다. 이 장애 앞에서 이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닐거야라는 자기 부정에서부터 회피부터 인정해나가기까지 그 시간은 어느 누구보다도 길고 느리게 흐르기만 한다.

그래도 삶은 살아가기 위한 방도로 유튜브를 찍고 수영을 배우고 클라리넷을 배우고 직업상담사 시험 도전하는 삶 속에 저자는 장애아 엄마의 삶에서 저자 이명희로서 숨을 쉰다. 매우 귀한 이 짜투리 시간들이 저자를 숨쉬게 한다. 다시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매일 매일의 삶이 살아가는 것이라기보다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다짐하는 삶. 움직이지 못하는 몸에 힘을 주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보는 게 안쓰럽지만 아이의 장애와 함께 하지 못하고 지켜봐야만 하는 고통.

그 안에서 저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하는 것 뿐이었다.

 

그래야만 네가 버틸 수 있다면, 그렇게 믿고 살면 된다고.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아이가 몸을 활처럼 뒤로 휘며

모든 것을 잃어가던 그 끔찍한 모습을 기억해주는 거라고.

그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을 혼자 다 겪어내고도

다시 네 곁에 살아 있는 그 아이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완전히 사랑하는 것뿐이라고.

 

답이 없는 삶. 아이의 평생 보호자로 평생 돌봄을 해야 하는 삶 속에서 저자의 분투기. 글과 그림만으로 그 채워질 수 없는 고뇌를 알 수 없다. 차마 이 종이에 담을 수 없었을 그 마음을 여백을 헤아리고 짐작해보려 하지만 솔직하게 고백한다. 감히 저자를 이해한다고, 힘든 거 안다고 말할 수 없음을.

그저 저자가 지인들에게 힘들게 아이의 장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저 저자의 일상처럼 받아들였던 것처럼 이 책에 어떤 동정도 아닌 저자의 이야기로 읽어나가는 것 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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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에겐 목표가, 승자에겐 체계가 있다 - P112

1등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목표 달성이 아니라 체계를갖추는 것이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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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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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때 나는 '작은' 회사원 같았다.

하루하루가 길고 피로했다. 맡은 임무가 있었지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 소설들이 있다. 읽는독자들을 그 자리에 붙잡아두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

큰 사건도 없이 단지 소설 속 현장으로 데려가 독자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보여준다.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극장 연극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태연하게 연기를 하고 독자들은 가까이에서 인물들의 연기를 감상한다. 무대와 관람석에 경계가 없는 극장에서 보는 배우들의 연기는 생생하다. 박연준 시인의 소설 『여름과 루비』가 그렇다.

일곱 살 소녀 '여름'과 친구 '루비'의 길고 피로한 일곱살부터의 유년 시절이 팔딱팔딱 숨쉬는 소설이다.

일곱 살 아이 '여름'은 엄마가 없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고모 밑에서 사촌언니와 함께 자란다. 아빠는 있지만 왠지 아빠는 철이 없는 어린 아이같다. 아무리 고모라지만 남의 집에 있는 게 편할 리 없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눈치가 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어린 여자를 데려왔다. 이제 엄마라고 부르라고 한다. '여름'에게 새엄마가 생겼다. 새엄마가 생기며 작은 회사원의 생활을 하는 여름은 새로운 임무가 더 늘어만 간다. 이 피곤한 일곱 살 시절에 여름에게는 '비밀 친구'가 있다. 루비이다. 비밀리에 사귀는 친구. 루비에게는 자신의 고충을 말할 수 있다.

『여름과 루비』는 많은 사건이 없다. 단지 이들의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일곱 살 아이의 시점에서 어른들을 본다. 아빠의 재혼, 새엄마와의 갈등, 고모의 이면적인 모습 등이 비춰진다. 어른들은 아이가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함부로 말하기도 하고 '넌 몰라도 돼'라면서 회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름은 말한다. 모르는 건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라고. 자신들이 알고 있다는 것도 모르면서 어른들은 아는 척을 한다.

아이들은 지혜를 갖고 태어난다.

지혜를 잃어버리는 건 늘 어른들 쪽이다.

시인의 첫 소설이라서일까. 『여름과 루비』는 시적인 문장의 향연이다. 휘몰아치는 전개가 없지만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일곱 살 아이가 독자인 나에게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말이 너무 아름답다. 유년 시절을 버텨나가는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을 적확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유년이 시절이라는 것.

유년은 '시절'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멈추거나 끝나지 않는다.

돌아온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 컸다고착각하는 틈을 비집고 돌아와 현재를 헤집어놓는다.

사랑에, 이별에, 지속되는 모든 생활에, 지리멸렬과 환멸로 치환되는

그 모든 숨에 유년이 박혀 있다.

 

어른들에 의해 규정되어지는 아이들의 세계. 아직 어리기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이 받아들여져야 하는 아이들의 세계. 여름과 루비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그 헤어짐의 무게를 감당하는 마지막은 먹먹하다 못해 아련하기까지 한다.

어른들은 모른다. 여름과 루비의 유년 시절이 지나갔으니 이들도 그냥 다 잊힐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년은 현재를 헤집어놓듯이 유년 시절의 무게를 짊어지고 언덕을 유년에서 홀로 언덕을 넘는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생각한다. 내 아이의 눈에는 나의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아이들에게 유년은 어떤 시절로 기억되며 돌아올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여름과 루비』는 흥미진진한 전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시선으로 따라가며 문장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욱 좋은 소설은 없다. 책 모든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책. 이 책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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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 - 전2권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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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화학입니다. 화학은 생명이지요.

모든 것을 바꾸는 여러분의 능력,

바로 자신을 바꾸는 능력도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Lessons In Chemistry)는 영어 원제 그대로 화학수업이다.

화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는 건 지겹고 어려운 화학 공식으로 가득찬 과학 공부를 떠올릴 수 있다. 우리의 삶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배워도 소용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과연 그럴까?

정말 화학은 우리와 무관한 학문인걸까? 소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의 소설을 읽어보면 화학에 매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죠트는 딸 매들린을 홀로 키우며 집에서 화학 연구를 하는 화학자이다. 어쩌다 그녀는 싱글맘으로 연구소가 아닌 집 주방에서 화학연구를 하며 살아갈까? 소설은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찾아 10년 전인 1952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의 참정권도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 심지어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도 없던 시대인 그 때로 말이다.

남자들로 가득찬 헤이스팅스 연구원, 그 곳에서 여성 화학자는 엘리자베스 죠트 단 한 명이다. 이 연구소에서 엘리자베스 죠트를 제외한 다른 여성들의 존재는 남성 화학자들의 조수나 보조일 뿐이다. 그러니 남성 화학자들의 눈에 엘리자베스 죠트 또한 자신들과 동등한 과학자로 인정해 줄 리 만무하다.

주변의 방해와 시기를 뒤로 하고 자신만의 연구에 몰두하는 엘리자베스 죠트. 그녀에게 운명의 만남이 다가온다. 헤이스팅스 연구원의 에이스이자 스타 과학자인 캘빈 에번스와의 만남이 그렇다. 물론 모든 드라마답게 이들의 만남이 시작부터 부드러울 리 없다. 엘리자베스가 자신이 쓰는 연구용 비커를 캘빈 에번스가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캘빈 에번스의 단독 연구실로 쳐들어간 우리의 주인공. 그녀는 당당하게 이 사실을 밝히고 자신의 비커를 되찾아온다. 사랑하는 주인공들에게는 우연이 찾아오는 법, 이들의 반갑지 않은 첫 만남에 우연이 이어지며 이들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된다.

이 소설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일 리 없다. 이 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핑크빛 이야기일 리 없다. 저자는 주인공에게 캘빈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라는 고난을 선사한다. 그리고 연이어 찾아오는 불행의 파도. 아이를 원치 않았지만 캘빈이 죽은 뒤에야 알게 된 임신, 그리고 연구소에서의 해고.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더구나 여성이라면 남성의 들러리로나 간주되던 1952년에 말이다! 무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죠트가 이대로 포기할 리 없다. 끝없이 변화하는 화학 공식처럼 엘리자베스 또한 변화해나간다. 세상 공식이 통하지 않는 부모의 역할에 적응해 나가고 뺴앗긴 연구실 대신 자신의 집에서 자신만의 연구실을 만들어 나간다.

집에서 홀로 연구한다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경제를 무시할 수 없다. 우연한 기회에 딸 매들린의 친구 아버지에게 제안받은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하게 되며 엘리자베스의 매력이 폭발한다. 잠들어 있던 여성 시청자들을 깨운다. 요리가 화학 시간이 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화학 공식처럼 여성들 또한 요리 뿐만 아닌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 가도록 요구한다.

화학은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룹니다.

그 말에 따르면 화학은 바로 삶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파이처럼 삶에는 튼튼한 토대가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는 바로 여러분이 그 토대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하는 일에는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이토록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데도

세상에서 가장 저평가되고 있지요.

 

소설은 엘리자베스를 단순한 요리 진행자로 한정지으려는 주변의 방해와 공작, 그리고 그 방해를 뚫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엘리자베스와 그녀를 돕는 여성들의 연대가 두 축을 이룬다. 물론 평탄할 수 없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나쁜 일을 겪을 수록 더 큰 전투력을 발휘한다.

 

나쁜 일을 겪었을 때 대처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뭔지 아니?

나쁜 일을 거꾸로 원동력으로 삼는 거야.

나쁜 일에 사로잡히는 걸 거부하렴.

맞서 싸우렴.

 

화학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화학 공식으로 단순한 재료가 맛있는 하나의 요리가 되는 것처럼 엘리자베스는 화학 공식을 요리 뿐만 아닌 자신의 삶에 대비시키도록 시청자들, 특히 엄마들에게 외친다. 그녀의 화학수업은 인생 수업이 되고 동기 부여의 시간이 된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엘리자베스만 느끼지 못했을 뿐 거대한 변화가 되어 잠자고 있던 여자들의 욕망을 꺠운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를 읽고 난 후 우리는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아니, 화학이 이렇게 흥미롭고 가슴이 뛰는 과목이었나? 정말 화학은 우리와 무관한 과목이었나?

아니다.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화학수업이었다. 정상성이 없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게 당연한 과목.그래서 화학은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수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화학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과목으로, 변화가 필요할 때, 무기력이 느껴지고 포기하고 싶을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에서 엘리자베스 죠트의 화학 수업을 꼭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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