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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컬러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62
너새니얼 호손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3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서평_주홍글씨_너새니얼 호손_현대지성
역시 고전 문학의 힘은 대단했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마치 과일이 가진 비타민과 콩의 단백질을 다 갖춘 완전식품같이 완벽했다. 내가 좋은 소설이라고 하는 기준은 일단 재미이고, 동시에 감동까지 받는다면 최고라고 생각한다. 너새니얼 호손 작가의 소설 ‘주홍 글씨’가 그랬다. 그는 19세기 미국 문학의 거장이자 미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1804년 미국에서 태어나 17세기 신대륙 개척 시대에 건너온 청교도 가문의 후손이었다. 그의 선조 중에는 마녀재판을 주도한 판사가 있었고 그 때문에 가문의 비극적 역사와 죄의식이 호손의 문학 세계에 스며들게 되었다. 그에겐 훗날 미국 대통령이 된 절친한 친구인 프랭클린 피어스가 있었다. 그래서 가난하게 지냈던 호손을 검시 감독관으로 임명하며 잘 살 수 있게 도왔다. ‘주홍 글씨’는 그의 첫 장편소설이자 성공작이었다.
앞전에도 말했듯이 이 소설은 버릴 것이 없는 소설이다. 그러나 리얼리즘 소설이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읽었다. 좋게 말하면 등장인물의 심리적인 면이나 상황을 자세하게 써서 전개가 느린 면이 있다. 거기다 불필요해 보이는 단어나 내용 때문에 건너뛰며 읽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시 미국 사회의 역사적 배경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훌륭했다.
‘현대 지성’출판사에선 특별히 국내 유일의 컬러 일러스트를 44점이나 수록했다. 일러스트레이터 휴 톰슨의 그림은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설명이 필요한 단어는 번호를 달아서 페이지의 아랫면에 해석을 해놓았다.
사실 서문을 읽는 것부터 하나의 산을 넘는 것처럼 부담스러웠다. 다른 번역 책에는 서문이 뒷면에 있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현대 지성’출판사에선 과감히 앞에 실었다. 뒷부분에는 저자의 해설 편도 있고 너새니얼 호손의 연대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간략하게 읽어볼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며 크게 3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사람들에게 종교란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영국인은 어떻게 신대륙에 정착할 수 있었나? 마녀재판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당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페미니즘적 시대 상황은 어떤가? 마녀재판은 종교의 강한 믿음 때문에 벌어진 여성 탄압이었다. 당시에는 모든 사람들이 신의 이름으로 행하여지는 이 행위에 대해 신뢰를 했지만 하나의 정치적 수단이자 도구로 이용되었다. 아무 죄도 없던 여성들도 마녀로 지목되면 대부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소설의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 갓난 아기를 꼭 안은 체 아이 아버지의 존재를 밝히지 않는 여자 프린. 그녀가 마녀로 지목되어 시민들 앞에 서서 심판을 받는다. 가슴엔 선명한 붉은 글자로 ‘A’가 수 놓아져 있는데 이는 ‘아담의 타락으로 우리 모두는 죄인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이 주홍 글씨의 여러 의미는 해설 편에서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녀는 시민들의 원성을 참아내며 버티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도 프린은 강인했다. 심판의 날 이후 본인이 가진 바느질 실력을 바탕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훌륭히 살아갔고 딸인 펄은 7년간 건강하게 자랐다. 그러면서도 종교와 정치계 인사들과 교류했고 서서히 그녀의 남편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 이야기였다. 다만 프린과 불륜 관계인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특히 사랑에 대한 부분이 말이다. 그리고 본 남편에 대한 사연도 마찬가지였다. 여담이지만 사랑의 과정이 궁금하다면 각색이 되긴 했으나 영화에 잘 나와있다. 1995년에 개봉했으며 세계적인 배우 게리 올드만과 데미 무어가 열연했다.
이 소설은 조금 더 깊고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 미 대륙으로 건너간 사람들의 미국 정신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글 자체의 섬세함으로 인간 심리를 잘 표현했고 피의 역사로 기록된 마녀재판의 시대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자유 민주주의 시대를 만들기 위한 시민 의식의 교과서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 ‘주홍 글씨’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읽힐 훌륭한 소설이기에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