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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평점 :
<웨스트코스트 블루스 west coast blues >블루스 음악 장르 가운데 하나. 194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음악 장르로, 점프 블루스와 재즈 음악적 요소가 두드러지며 기존의 블루스보다 강하고 지배적인 피아노 연주, 재즈적인 기타 솔로가 특징이다.
꿈과 예술의 나라 프랑스가 나은 스릴러의 거장 <장파트리크 망셰트> 의 소설을 읽으며 섬세한 묘사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핵심만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분명한 세트를 완성하는 플롯에 그저 감동했습니다.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를 합니다. 얼굴의 형태와 옷을 입은 스타일, 성격 그리고 살아온 인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맞닥뜨린 상황과 직업적인 부분까지도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고급스러운 웨스트코스트 스타일의 재즈 음악이 있고 근사한 포도주와 진한 오크 향이 느껴지는 양주 <커티샥>의 감성과 함께 프랑스 도시 곳곳을 탐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보통 이 정도의 꼼꼼함은 개인적으론 일본 로맨스 소설이나 순문학 소설에서 느꼈던 것들이었는데 예상을 깨는 올망졸망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시나리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느낌이었으며 결말은 비장함이 느껴질 정도로 외로우면서도 슬픔을 담고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작가 <장 파트리크 망셰트>는 오늘날 시나리오의 표본을 만든 선구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건이 있고 위기가 있으며 치유와 극복, 그리고 전투, 결말이 아주 예쁘게 다듬어진 느낌이었어요. 이야기 자체는 주인공 제르포가 정체 모를 두 사람을 사고 난 차량에서 구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곧 두 암살자의 추적당하는 흐름을 그리지만, 그 이면에는 부유층과 가난한 하층민들의 인생 끝과 끝이 있었습니다. 제르포는 대기업의 중간급 임원이자 성공적 인생을 사는 부유한 사람이며 두 딸의 아버지입니다. 그의 아내 베아 또한 부르주아 집안의 딸이었습니다. 행복한 그들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 두 암살자에게 암살의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습니다. 여기에서 사람 목숨은 가볍게 여겨지게 되는데 그들에게 목표물에 대한 자비는 없었습니다. 만약 단순하게 일관된 추적을 하게 되고 총격이나 액션 장면 위주로 이야기가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 소설은 재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의 천재적인 발상이 여기서 기지를 발휘합니다. 암살자 <카를로>와 <바스티앵>은 냉소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코믹 영화 <덤 앤드 더머>처럼 유머러스하면서 바보 같고 제르포를 추적하는 과정에선 서로 의견이 달라서 다투기도 하며 어설프게 짝이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제르포를 목표로 한 첫 살인 시도의 장소였던 <생조르쥬르디돈> 해변에서의 모습이 그러했는데 살인 자체를 두고 그냥 무소음 총을 쏘거나 칼을 쓸 수도 있었지만 바보 같은 행동을 하며 놓쳐버리게 됩니다.하지만 여기서 독자들은 제르포라는 캐릭터에게 다행이라는 동정여론이 생기고 그가 암살자들을 잘 물리쳤으면 하는 심리적인 동의를 하게 됩니다.살인을 하려 했지만 어설픈 추적 장면에서 느껴진 건 결국 그들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왜냐하면, 죽은 이에 대한 조의를 하고 좋아했던 것들을 기억하고 슬피 울며 소중한 물품들을 두고 가는 모습에선 암살자지만 동정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복수를 다짐하는 비장함을 느꼈습니다.소설 <웨스트코스트블루스>는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제르포는 죽음의 위기 속에서 그것을 극적으로 이겨내고 치유의 시간을 갖는 동안 새로운 장소에서 그는 다른 인간으로 태어납니다. 그를 구해주고 도와주는 외딴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실과 거짓을 섞어 얘기하는 부분은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 상당히 매력적이고 작가의 예리함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완전한 거짓이었다면 이야기 전개가 뒤틀어지고 개연성 없는 진행에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반대로 모두 진실만을 얘기했다면 뻔한 진행이 되어 재미가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작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 주위에 있는 깊은 숲의 마을에 제르포의 도피처를 꽤 긴 글로 써냈습니다. 그는 부유층의 삶에서 가난한 불법체류자들의 소굴이라 할 수 있는 최 빈민층의 마을에 머무르게 되고 <라귀즈> 하사라는 노인이 죽음의 문턱에 있는 제르포를 기적적인 도움으로 살려냅니다. 벌목꾼들은 굉장히 무뚝뚝하면서도 그를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치료를 해줍니다.그곳에서의 시간 동안 제르포는 제르포가 아니였습니다. 그가 꿈꿔왔던 세상과는 다른 최악의 장소였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라귀즈> 하사와 함께 속세를 잊은 듯 새로운 일을 하게 되고 노인의 취미 생활인 수렵 활동을 통해 총을 쓰는 법을 익히게 되고 생명의 죽음 대한 두려움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이는 훗날의 복수극 연습 무대가 되었다고 봅니다.낯선 마을에서의 복수를 위한 치유의 시간을 보내며 파리에 있을 가족을 마음 속에 두고 제2의 제르포로 살아가며 <라귀즈> 하사의 손녀 <알퐁진>을 만나서 사랑 아닌 사랑을 하게 되는데 그녀는 함께 지내기를 원했지만 제르포는 거절을 하고 솔직하게 사랑하지 않는 다고 얘기를 합니다. 제르포는 자신의 가족을 잊지 않았으며 언젠가는 돌아갈 생각을 늘 해왔었습니다. 어쩌면 치정이나 불륜극으로 빠질 수 있었던 부분을 해결했던 것 같습니다.
<웨스트코스트 블루스>의 마지막.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이어서 독자의 궁금증에 대한 해결을 해주게 되는데 이야기의 시작에 등장하는 <알폰소> 그리고 미리 알려주는 죽음의 메시지. 그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욕심으로부터 시작되고 욕망을 채웠음에도 암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완벽한 방어를 위한 준비를 하고 강력한 집지킴이인 거대 맹견을 키우고 곳곳에 경보기를 설치해 놓았지만 늘 그는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심리적인 관점에서 주인공 제르포의 행동에 대해 정의감을 실어주고 동질적인 마음을 갖게 해줍니다. 그가 이야기의 시작부터 걸어가는 인생을 관조하면서 더더욱 동의하게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처단의 순간은 많이 잔혹했고 제르포에게서 광기 어린 시선을 느꼈습니다. 잔인함에 미학을 얹기는 싫었고 살인 자체에 동의하긴 싫었지만, 소설이 끝나는 순간까지 그 트라우마는 제르포에게 잊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이 소설은 비교적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누아르 문학의 고전이며 명작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매력적인 이야기 진행도 끝내줬지만 웨스트코스트스타일 재즈 음악은 소설의 재미를 더했고 소설 속에 나오는 소품과 등장인물들의 스타일 또한 지금 시대에서 살펴도 괴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게 느껴졌습니다.
작가 <장파트리크 망셰트>는 시대를 앞서간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소설을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들면서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누아르 미스터리의 미학을 독자들에게 전하는지 알고 있는 천재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히 미스터리 문학의 예술가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의 명작 소설 <웨스트코스트 블루스> 를 시작으로 더 많은 작품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그의 책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했고 아직도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가시질 않습니다.어쩌면 우리가 사는 시대의 쓸쓸함과 허무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장파트리크 망셰트> 그는 우리 시대 미스터리 소설계의 낭만주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