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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서평_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_나카야마 시치리_RHK
나는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지만 쓰기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범인을 추적해서 잡는 이야기가 있다고 치자. 일단 경찰의 지휘 체계도 알아야 하고 수사하는 법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결국은 개연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식의 흐름대로 막 쓰다가도 막히면 발전기가 멈춘 것처럼 아무것도 쓰지 못한다. 아무튼 미스터리 소설을 쓰든 다른 장르를 쓰든 창작의 고통은 크다. 그런 점에서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은 도음이 되었다.
그는 1961년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나, 교토 하나조노 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소설 신인상에 응모했으나 최종 심사에 들지 못하자 대학 졸업 후에 회사에 취직해 펴엄한 회사원으로 일했다. 그러다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되었고 유명한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이후 지금까지 일본의 인기 작가로 불리고 있다.
일단 작가 지망생을 비롯해서 현역 작가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내가 이 말을 먼저 쓰는 이유는 비단 소설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 창작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배웠다. 물론 어느 작법 책이나 그렇듯 핵심적인 사항은 전반적으로 동일했다. 책을 많이 읽고 그만큼 써봐야 실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 책의 독특했던 점은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60대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쓰며 다작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편집자와 친밀하게 지내며 그의 제안이나 조언을 받아들여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한다. 편집자가 출판계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고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연구하는 사람이기에 긴밀하게 지내는 것 같다.
25년 넘게 직장 다니던 그는 규칙적으로 살았지만 작가가 된 이후로는 생활 패턴이 일정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건강이 염려되기도 했지만 타고남 때문인지 이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작가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 자료 조사에 대한 언급이 놀라웠다. 보통은 인터뷰를 하거나 발품 팔며 현장을 조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가 그랬다. 소설의 본질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독자들을 얼마나 재미있게 하느냐, 마느냐였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너무 자세하게 조사하는 것도 무의미하는 것이었다. 인터뷰를 한다고 한들 건질 수 있는 것도 대략 10개 중에 1개 정도라고 한다. 일반적인 지식은 잘 알려 줄지 몰라도 진짜 비밀스러운 그들만의 이야기는 잘 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 조사에 대해서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재미있게 쓰는 것이 중요했다. 또한 많은 작가들이 나이에 대해 민감해 하는데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는 40대 후반에 데뷔해서 현재는 60대이다. 그런데도 그는 데츠카 오사무처럼 죽는 순간까지도 현역으로서 글을 쓰다가 죽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리고 원작 소설과 영화를 전혀 다른 존재로 보는 것도 공감이 간다. 보통 소설을 그대로 영상화한다면 4시간 이상의 분량인데 영화는 2시간 내외로 끝내야 하기에 원작을 쓴 작가의 의도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외에도 미스터리 장르의 가장 기본적인 작법부터 시작해서 복선과 단서를 심는 법을 알려준다. 주인공이 갖추어야 할 요소 등 알짜배기 정보들이 많았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그칠 게 아니라 진지하게 작가가 되고 싶다면 곡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는 그랬다. 그저 작가가 되기 위해서라면 다른 일을 찾고 소설을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면 꾸준히 쓰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모든 점을 공감할 수는 없었다. 결국은 작가의 주관이 들어간 내용도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건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소설 창작의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세상 모든 작가들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