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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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개_김훈_푸른숲



인간의 아픔과 기쁨과 그리움을 함께하는 세상 모든 '보리'에게.



보리는 이 소설의 주인공 개의 이름이다. 순돌이, 땡칠이 등 촌스럽고 투박한 이름이 아닌  세련되면서도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좋은 이름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까? 바보같은 질문일 수도 있겠다. 예전에 비해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들이 참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거리 어디를 가도 개를 쉽게 볼 수 있으며 심지어 놀이동산이나 관광지를 가도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는 주인들이 많이 보였다. 물론 이런 현상은 반려 동물 관련 방송매체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반려견에 대한 폭력과 끔찍한 살육의 현장 그리고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주인과 개의 끈끈한 사랑을 지켜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참 따듯해지기도 한다. 인간관계 조차도 상실되어가는 개인주의 사회는 자연스럽다지만 각박한 세상에서 반려견이 노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미 그 이상의 정이 느껴진다. 
작가 김훈님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큰 작가님이시기도 하다. 두말하면 입만 아프겠지만 주옥 같은 작품들은 후배 작가들에게도 많은 귀감을 준다. 작가님이 이번에 다시 글을 다듬은 후 낸 개정판 '개' 는 사람 손에 길러진 보리라는 강아지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근데 관찰자로서의 글이기도 했고, 개 자신의 일인칭 시점에서 보여지기도 했다. 우리가 개가 아닌 이상 완전히 동물의 세계를 이해할 순 없겠지만 이 책은 마치 개가 쓴 소설처럼 섬세하고 유려하게 쓰여졌다. 개라고 하니까 어감이 좀 이상하긴 하다. 일명 '견생 견사' 라고 할까. 담담하게 풀어 낸 보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회와 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한다. 
개가 느끼는 오감은 사람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사람이 느끼는 인생과 개가 느끼는 견생. 근데 개가 뭘 알겠냐, 하는 선입견도 있었지만 그걸 통해 개의 인생에 내 인생을 녹여서 차분히 돌아보게 되었다. 과연 나는 옳게 살고 있는 것일까, 여기 이 강아지 만큼의 행복은 느끼고 살아온 걸까. 혹은 반려견을 기르면서 간과했던 여러가지 것들을 보며 부끄러워 했다. 개만도 못한 인생인 걸까, 하며 자책도 했다.
우리가 개를 아끼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보리가 완전한 개지만 사람처럼도 보여졌다. 이런 건 소설적 재미로서 읽으면 될 것 같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과한 자극없이 따스함이 있던 소설 '개' 를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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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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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과거여행사 히라이스_고호_델피노


와, 첫 장부터 강하다.
단순 시간여행 소설이라고 가벼이 생각했었는. 미스터리 스릴러 뺨치게 긴장감이 있었고 단숨에 몰입이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 연극도 그렇지만 소설도 최초 1장이 내용 전체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것인가. 작가 고호님의 소설에서 굉장한 신선함과 강렬한 탄산음료같은 톡쏨을 느꼈다. 소설도 분명 그런 것 같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기억에 소개글을 읽었던 것 같은데, 뒷 표지면에도 과거 부모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 두분을 결혼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스토리였는데. 아무튼 첫 장은 꽤나 충격이었다. 4명의 여자가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호텔에서 하는데 즐거웠던 분위기가 갑작스레 사진 한 장으로 험해지고 과거 동창 하나를 학폭, 왕따해서 죽게 만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표지는 귀요미다. 일본풍은 느낌도 든다. 히라이스. 하이라이스. 음식이름 같기도 하고, 분홍색 배경과 벚꽃나무, 일본풍의 집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꽤나 정갈하게 잘 그려진 표지그림이다.

이 소설은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각 각의 개별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옴니버스 형식이기도 하고 연작소설 같기도 하면서 장편소설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해도 좋고 내키지 않으면 보고 싶은 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다. 어찌보면 작가의 필력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으며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는 매력도 있다. 
가끔은 나도 과거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돌아올 수 있다는 조건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왕복. 다시 돌아가서 영영 살고 싶진 않다. 과거는 과거이고 미래는 어차피 올 것이며 현재가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책처럼 몰래 과거로 돌아가서 살펴보고 싶다.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는 여행시스템이 기발하다. 사실 외계인이니 괴물이니 하는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했다면 뻔하고 유치한 클리셰가 될 법도 했는데 역시 고호 작가님은 탁월하시다. 아마도 집필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셨을 것 같다.(당연한 얘기지만) 현재까지도 시간 여행을 소재로한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시간여행사 히라이스' 는 참신한 이야기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던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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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
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 올드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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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_피에로 말베치_조반니 파렐리


어떤 댄스음악축제에서 본 적이 있다. 동대문 운동장에서 몇개의 스테이지로 나누어져 이틀 또는 삼일간 오전부터 자정 전까지 광란의  댄스파티가 펼쳐진다. 각 공간별로 이름이 나누어져 있는데 메인 무대와 서브 무대로 나뉜다. 입구쪽에 하나, 운동장 중앙에 크게 하나 그리고 운동장으로 들어서기 전 내부 공간에 하나. 그곳이 일명 레지스탕스라 불려졌다. 거긴 상업적인 주류 음악이 아닌 소위 댄스 음악의 비주류 음악이 나오는 소규모의 공간이었다. 그래도 빅스타라 불렸던 디제이들이 작은 곳에서 공연을 하니까, 친근함이 좋았지만 뭐랄까, 뭔가 음악적으로 소외된 느낌이었다. 물론 다는 아니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앵콜에 무반응하며 공연만 하고 내려갔던 건 서운했지만 말이다.
이야기가 갑자기 산으로 갔는데 레지스탕스 얘기가 나와서 생각이 났다. 이탈리아의 독립 투사들을 일컬어 레지스탕스라고 했다. 나는 큰 착오를 했다. 무식이 대수라지만 잠깐 독일의 게슈타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바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형을 앞둔 독립 투사들의 심정은 어떨까, 이루어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죄를 지어서가 아닌 자유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몸 던져 희생하던 독립 운동가들. 이 책에서 그들을 보며 우리 나라의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지스탕스는 이렇게 기록으로 나마 숭고한 정신이 남아있지만 우리는 없다는게 한 편으론 안타깝기도 했다. 여기는 특정 계층이나 특별한 사람들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일반 시민들도 많았다. 생의 마지막에서 목숨 부지를 위한 비굴한 모습보다는 가족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들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죽음 보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글을 읽으니 참 마음이 아팠다. 차마 한꺼번에 다 읽을 수가 없었다. 읽을수록 안타까움에서 더 절망적이고 슬프기까지 했다.먹먹한 마음은 책을 덮게 했다. 전쟁은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 속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오를 다시 반복하면 안된다. 안되는데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전쟁은내외적으로 현재진행인 건 사실이었다. 우리는 이 편지를 보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역사의 기록으로서 그 존재 가치를 두고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세상 그 어느 것도 이들의 마음을 대신 할 수 없지만 두꺼운 책은 영원히 함께 할 인류의 상처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겸허히 마음 한 쪽에 그들의 위대한 정신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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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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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말괄량이 길들이기_셰익스피어


오래된 고전이지만 지금 읽어도 너무 재미있는 희극이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남자들의 경쟁은 본인들에겐 처절하지만 구경하는 독자의 입장에선 긴장감 넘치고 흥미로웠다.
근데 세익스피어 희극 중에 제목이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있던가, 싶다. 별도의 언급이 없는 것 같아서 궁금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소설이 아니라 대본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희극이다.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을 빗댄 문장들은 꽤나 전통적인 느낌이 들었다. 물론 현대적인 드라마에 익숙한 분들에겐 뻔해 보일 수 있겠지만 오랜 세월 농익은 고전의 매력은 영원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현대 드라마, 영화 등의 플롯은 이미 그리스 시대의 희극에서 나왔다고 한다.

희극 대본 읽는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연신 인물 소개면을 오가며 반복적으로 읽었다. 특히 여러 인물이 한꺼번에 겹쳐서 대사를 치면 누가 누군지 햇갈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남정네들은 자신을 속인 채 밥티스타의 둘째 딸 비앙카와 결혼하려 경쟁 한다. 또 속이기 위해 하인과 그 주인이 역할을 바꾸기도 했다. 그래서 인물이 한번 더 꼬인다. 물론 괄호 처리를 해서 구분은 해놓았다. 시대적 특성 때문인지 장녀 카탈리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남자의 지위와 재산으로 반강제 시집을 가게되는 부분은 억지스럽긴 했다. 카탈리나의 말괄량이 같던 행동이 참 여성스럽고 매력적이었는데 페트루키오의 능구렁이 같은 입놀림을 알면서도 결혼을 하게 되다니. 거기다 결혼 당일 그것도 늦게 나타난 신랑 페트루키오의 몰골은 최악이었다. 사고를 당한건가. 아니면 본색을 드리낸 건가. 햇갈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신사같던 성격도 다 속임수를 위한 연기였나. 아무튼 카탈리나 보다 더한 성격인게 드러났다. 이 부분이 별다른 사건 없이 축약된 채 전개가 되서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럼에도 충격적인 분위기가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고갔던 것 같다. 어찌보면 사람의 인생사가 그렇듯 속고 속이는 관계가 맞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둘째 딸 비앙카를 꼬시려는 남정네들도 다들 응큼하지 않던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백마탄 왕자같아 보이진 않았다. 물론 상류층의 자식들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제목처럼 말괄량이를 길들이기 위한 재미적 요소라고 봤다. 장황하지 않은 적절한 전개는 희극의 대가 셰익스피어를 생각나게 했다. 
책의 크기가 적당히 크지만 무게가 가벼워서 독서하기가 편했다.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 특유의 디자인도 예뻤고 표지 사진이 어떤 처자들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확인 된 바는 없는 것 같다. 솔직히 그림 보다 사진이 좋다. 오래된 고전은 지금 시대에 읽어도 영롱하게 빛이나는 듯 하다. 그 문학적 매력에 빠져드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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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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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내가 사랑한 화가들_정우철


'내가 사랑한 화가들' 담백함. 편안함. 
미술을 전혀 모르는 분들에게도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표지그림은 '펠릭스 발로통' 의 '마르세이유 항구'이다. 푸르른 색감은 심리적으로 안정 된 느낌을 주었고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고 추억까지도 떠올리는 것 같다. 사람들은 문자보다도 시각이 주는 그림에 심리적으로 끌리는 건 아마도 우리 몸의 본능적 행동으로 보여진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물어보면 뚜렷한 이유도 알 수가 없다. 그냥 그래서 그림에 더 매력을 느끼는게 맞을 것이다. 참  좋은 세상이다. 미술관에 가지 않고도 이렇게 훌륭한 책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까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게 말이다. 필자는 얼마전 위민준 미술 전시회를 갔었다. 혼자 갔는데 '도슨트'라는 어플을 이용해서 굉장한 도움을 받았다. 어플을 다운받고 해당 전시회의 '도슨트'를 유료로 구입을 하면 이용 할 수 있었다. '도슨트'는 간단히 설명하면 음성으로 전시회 그림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전시회의 각 그림에 카메라를 인식시키면 자동으로 해당 그림에 대해 알려준다. 이 얘기를 굳이 상세하게 하는 이유는 이 책에도 도슨트가 언급되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미술전시회를 가는 분들께 적극 추천해주고 싶었다.

책의 내용은 너무나 훌륭했다. 미술 초보자인 내게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글이 쓰여져 있다. 거기다 컬러가 완벽한 그림들은 따로 미술관에 안가도 될 만큼 퀄리티가 좋았다. 혹여 전문적인 내용이라 이해가 어렵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이 책은 장황한 이론 설명도 없었고 구차하게 미술 역사를 서술한 책이 아니었다. 물론 그림의 이해를 위해 해당 미술 작가의 일대기를 일부 썼다지만 그게 이 책이 가진 하나의 매력이었다. 필요한 부분만 딱 있었고 그 때문에 수록 된 그림들이 절묘하게 이해되었다. 특히 모딜리아니의 이야기는 하마터면 울 뻔했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러브스토리가 마치 영화같았으며 잘 생긴 그의 외모 덕분에도 더 빛이 났던 것 같다. 막연히 추상적인 그림인 줄만 알았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되어서 이제는 그의 그림을 달리 보게 되었다. 프리다 칼로의 인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불행했던 그녀였지만 끝까지 삶의 등불에 희망을 놓지 않았고 살아있는 그 자체를 존중했다. 나를 사랑했고 일편단심 남편을 잊지 않았다. 두렵고 힘든 삶때문에 살고 싶지 않다는 이들에게 프리다 칼로의 작품들과 인생사는 많은 가르침을 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우철 작가님의 이 책이 한 권으로 머물게 아니라 2권, 3권도 주운 나와줬으면 좋겠다. (왜?) 재미있다.유익하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며 읽었다. 위대한 미술가들을 알게해준 작가님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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