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방
구소은 지음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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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파란방_구소은_소미미디어

은채,
쓸쓸한 사랑.

사랑이 고결하고 아름다운 것이라지만, 은채에겐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자위적인 성적 쾌락과 윤에 대한 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교차되는 구성은 쓸쓸했다. 어쩌면 그게 윤채의 쓸쓸한 사랑이었던 것 같다. 윤에겐 은채라는 존재는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수단이었을까. 적어도 은채의 '쓸쓸한 사랑'에선 진실됨을 느껴보지 못했다. 윤이 어떤 남자인지 그 배경 조차도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작가가 이끄는 대로 그 감정선을 따라가야 했을 뿐이다. 어이없는 윤의 행동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뭐랄까,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비현실성과 현실에서의 괴리감은 내 심적인 면을 자극했지만 그것이 어쩌면 윤의 본성이지 않을까, 싶었다. 윤은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저 개인적인 성향이 본인 인생을 지배했을 뿐이었고 그것이  그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었을 것 같다. 최선을 다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못하는 것도 아닌 중립적인 느낌. 그렇게 치부하기에도 애매함이 묻어났다. 은채의 불완전한 심리는 자위적 성적 쾌락을 통해 다른 곳에서 표출 되었다. 보다 더 은밀하면서 섬세했고 순수성을 넘어서는 여성들만의 자기애적 행동이 과감했다. 나를 위한 쾌락의 본능, 비밀스런 자위 행위는 그 자체를 더럽다고 부정할 순 없었다. 그것은 우리 내면에 드리워진 본능적인 쾌락 수단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지만 표면에 드러나는 순간 도덕이라는 잣대에 옭아매어 진다.

파란 색이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파란방'에서 윤은' 적록색맹' 이라고 했다. 윤과 윤채의 프랑스 여행에서 보라색과 코발트 블루 스카프의 색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색채 장애인을 위한 특수 안경이 있다. 이는 반대로 색맹환자들의 세상을 엿볼 수 있는 안경도 있다는 건데,  윤은 이미 그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 같다. 다만 본인이 부정하며 그 안경을 사용하지 않았던 걸로 생각이 되었다.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채 구분 장애를 하나의 예술적 수단으로서 생각했던 것 같다. 윤은 은채에게서 선물 받은 그 안경의 의미를 알고 자리를 떠나지만 그의 행동이 분노인지 도피였는지 그 결말이 궁금했다. 성과 사랑 그리고 색채 장애로부터의 구속을 예술로서 승화하려한 한 남자. 그리고 결핍 된 사랑 속에 피어나는 진실을 그린 여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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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 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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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걷는게 중요한 것 같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나가다 보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작가님의 강의 계약서를 보며 나도 성공의 희망을 품고 살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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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 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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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 삽니다_이지니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모르던 어떤 걸 알기도 했고, 무엇이 필요한지 깨달았다. 그리고 위로를 받는데 그럴때면 가슴 한견에 울컥함이 머물기도 했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애매한 감정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한 분야에 24년째 몸 담고 있는데, 이룬게 없다. 이러다 끝나는 게 아닐까, 하는 자기비하적인 생각도 든다. 이런 내게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 삽니다'가 왔다. 
이지니 작가님은 이미 출판사를 통해 책을 냈음에도 자가 출판까지 한 분이셨다. 자존심 따위는 개나 주라는 듯 꿋꿋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우셨다. 그리고 밝고 명랑한, 맑은 글도 좋았다. 작가님의 문장은 쉽게 술술 읽히는 매력이 있었다. 보통 전문 용어나 이해 못하는 단어나 한자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게된다. 그러면 책을 읽는 흐름이 끊기는데 그게 참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거의 없었다. 
잘 읽히는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은 내 고정관념의 틀을 좀 더 확실하게 깨주었다. 그냥 쉽게 쓰는게 아니라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건 작가님도 멋진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못쓴다는게 아니라 안쓰고 피한다는 것이었다. 오롯이 독자들을 위한 것이며 어찌보면 작가와 독자가 서로 문학적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나는 작가님의 우정과 사랑을 느꼈다. 사실 부러웠던 부분 중 하나였다. 소중한 친구가 있고 함께 하는 남편이 있으며 가족을 이루고 예쁜 애기까지 있는 작가님의 인생 속엔 행복이 있었다. 

_내가 부분적으로 느껴졌던 감정_

난 지금 그리 궁핍한 상태는 아니지만 친구가 없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 외로움 속에서도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건 가족 뿐이다. 사실 작가님의 부부 사랑이 부러워서 읽다가 넘겨 버렸다. 분노라기 보다는 피하고 싶었다. 솔직히 '자격지심'이었다. 결국 슬픈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나에게 잔인한 것일까. 질투의 화신은 그랬건만 정작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왜 그랬을까, 싶다.

p154
스마트폰 글꼴만 바꿨을 뿐인데.
이 부분을 읽고 나도 바꿨다. 괜찮은 것 같다. 근데 적응이 안되서 다시 기본 글꼴로 바꿨다.

p166 을 읽고_
영혼이 맑은 글이 좋은 건 맞다. 그런데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 우울함과 부정을 감추며 산다는 건 내게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 맞다. 우울도 전염 된다는 거. 그래서 난 비겁하기도 하다. 읽혀지도록 써놓고선 그런 나를 꼭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도 아닌데. 
나도 조금 비겁한 방법을 택했다. 써놓고 금방 지우기. 부정한 댓글을 달면 상대방에게 두고 두고 읽혀지고 상처로 남기에. 일종의 배려랄까. 내 기억 속의 흔적만 남겨두고 지워버린다. 설령 그게 쓸데없는 짓이라고 해도 말이다.

p170 
500명 앞에서 강연한 그 날을 어찌 잊으리, 를 읽고_

나는 참 발표를 좋아하고 잘 했었는데. 어느 순간 무대공포증이 생겨버렸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쓴 글에 대해 보지 않고 발표를 한적이 있었는데, 말을 더듬고 불안 장애자처럼 떨었다. 결국 하고 싶은 말도 다 못하고 수치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이지니 작가님은 자신감 있게 도전하는 자세가 좋았다. 실천력도 있다. KBS 공채 개그맨 선발 대회에도 나가셨다니. 평범하진 않다. 거기에 500명 앞에서 강의를 하셨던 것도. 아무튼 이 글의 끝에 쓴 차용글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

최소한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걷는게 중요한 것 같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나가다 보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작가님의 강의 계약서를 보며 나도 성공의 희망을 품고 살아 갈 것이다.


메모.
p43
얼마 전'문해력 공부' 를 출간한, 인문 교육으로 유명한 김종원 작가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최고의 무대에 서려면 최고의 실력을 갖춰라.'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인 즉슨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의 제안은, 실력은 없지만 당장 그 일을 하고 싶을 때 오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실력이 갖춰진 후 너무 바빠서 그 제안을 거절해야 들어온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생각하는 멋진 곳에서의 제안은 실제로 자신이 멋진 사람이 된 후에야 그 기회가 찾아 온다는 것이다.

p129
독서는 때로는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전해주어 인생의 방패막이 되어주고, 때로는 나와 비슷한 실패나 아픔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따스한 위로가 되어 준다. 

p148
독자에게 공감을 주고, 살아있는 글을 전하고 싶다면 말이든 글이든 누가 묻지 않아도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는 연습부터 하자. 상대방이 재차 묻는 일이 없도록.

p161
글쓰기 동기부여의 가장 좋은 방법 하나는, 먼저 그 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작
자극받기라고 생각한다. 그를 지켜본다고 해도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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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500개의 계단 Q&A
이혜송.이혜홍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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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추천도서_나를 만나는 500 개의 계단 Q&A_이혜홍_이해송


깜짝 선물에 완전 감동했어요. 이혜홍 선생님이 보내주신 코팅 된 네잎 클로버와 아담한 연녹색 종이에 따듯한 글귀가 쓰여 있었어요. 제 이름도 있었죠. 감사합니다.

내가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책.
바로 '나를 만나는 500개의 계단 Q&A' 입니다. 아마도 이 책만큼 나를 알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 질문들을 다 채우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요. 사람들은 지금도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다들 바쁘게, 치열하게 살아가죠. 정말 나를 소중히 여기고 더 사랑해야 겠습니다. 그렇겠죠?

이 책을 차근차근 채워가는 것도 소중한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해요. 질문을 500가지나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저자님들의 노고를 존중하게 되었어요.
얼마나 세상이 각박하면 이런 책이 나올까, 싶기도 해요. 다행스럽기도 하고요. 
각 질문을 살펴보면 오롯이 나를 위한 것들이었어요. 그렇다고 곤란한 질문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차근차근 채워나가면 마치 나를 위한 이야기가 되고 더 나아가 한 권의 책이 완성되겠더라고요. 정말 근사하지 않을까요? 내 이야기로 가득 차 있으니까, 쓰기 어려운 것도 없잖아요. 이런 기대감과 호기심이 들게하는 책이에요. 쓰고 나니까 뭔가 후련한 기분이 드네요.
다섯개의 단락별로 되어있는데 그 첫번째 질문들에 답을 써봅니다. 

1장. 회상의 계단.

내 이름은 어떤 뜻을 지녔고 누구에 의해 지어졌나요?

제 이름의 뜻은 보석이 크게 빛이 납니다, 에요.
참 단순한 뜻이죠.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보통은 작명소에 가서 짓는 경우가 많은데 어찌보면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보다 어린 시절엔 제 이름이 마음에 안들어서 아빠를 원망하기도 했는데 나이가 조금 더드니 생각이 좀 깊어졌나봐요. 제 이름이 좋습니다. 뜻도 좋고 흔치 않아서 또 좋고. 
하지만 저는 자식이 생기면 전문가에게 맡겨서 사주적으로도 완벽하고 듣기 좋은 이름을 만들 생각이에요. 신중해야 하니까요. 

2장. 머무름의 계단. 

나에게 휴식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떤 일적인 것이 마무리가 되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인 것 같아요. 뭐랄까, 그런 휴식이 없이 진행을 하면 역효과가 나더라고요. 스트레스도 더 쌓이고, 내 몸이 신호를 보내는 듯해요. 그럴 때 다른 취미 생활을 한다거나, 먹고 싶은 걸 먹거나, 바람  쐬러 바깥에 나갔다가 오면 마음이 정리가 되고 머리도 싹 비워지는 것 같아요. 풀리지 않던 일도 해결되고 새로운 걸 시작해도 잘 되더라고요.


3장. 그림자의 계단.

1. 나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성공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나를 볼 때요. 그러다가 우울감도 생기고 굉장히 슬프고 무기력해져요. 일도 안되고, 쉬어도 쉬는게 아닌 것 같죠. 친구를 만나는 것도 이젠 안되요. 변명같겠지만 나이가 조금 드니까 다들 살아가느라 바쁘기도 하고, 이 핑계 저 핑계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친구도 없더라고요. 위로는 결국 나 자신이 나에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남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가족 조차도 그렇죠.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4장. 진실의 계단.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음.. 세 가지로 보자면 인격적으론 마음이 행복한 사람이죠.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잖아요. 궁극적으론 돈이 많은 사람이죠. 세번째는 마지막을 고통없이 조용히 잠을 자다가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요. 저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굉장히 복잡하게 생각 했었는데 다 부질 없더라고요. 어느 책에서 그랬어요. 태어났으니까 살아가는 것이라 하더라고요. 진짜 단순하지만 진리에요. 우리는 태어났으니까 살아가는게 맞죠.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는 건 그 다음 얘기같아요.
그럼에도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게 맞아요. 돈이 없으면 궁핍하고 비굴한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거든요. 인생의 참된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없이 세상을 살아갈 순 없어요. 그리고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건 아무도 원하지 않죠. 그런 것 같아요. 편안하게 잠자고 있을 때 조용히 세상을 떠나는게 다들 바라는 죽음이 아닐까, 해요. 그게 결국 행복이고요.

5장. 도약의 계단.

인생에는 총 세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는데 그 기회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학생 때 공부에 집중 할 수 있는 기회.
이십대 나아가 삼십대까지의 젊음의 기회.
행복한 노년기를 준비하는 기회.

정도가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나서 적네요.

학생시절 만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그때로 돌아가라면 안가겠지만요. 지금이 좋아요.

이십대 삼십대 초반 정도가 사람을 다양하게 만나고 거침없이 덤빌 수 있는 젊음의 열정이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좀 드니까 조금 과거의 나를 되돌아 보는 여유있는 마음도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도화지에 색깔을 채우고 나니 그 다음은 참 신중해져요. 인생도 그렇죠. 익숙하고 무감각 해지고, 귀찮고 그런 느낌 공감하시는 분들 많을 거에요. 그럼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죠. 어찌됐든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하고, 아름답고 풍족한 노년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 쓰고나니까 시간이 참 빨리가는 것 같아요. 쓸 얘기가 더 있는데 이 정도만 쓰려고요. 평범하지만 의미있는 도전이었어요. 누구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책이죠. 오랜만에 특별한 경험을 했네요. 나를 찾아가는 이 책을 독자님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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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나무 아래 - 시체가 묻혀 있다
가지이 모토지로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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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벚꽃나무 아래_가지이 모토지로_위북

'태평스러운 환자.'
가지이 모토지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이것이었다. 이 소설집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작가 연보가 나온다. 참으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오셨던 분이셨고 폐병과 함께 여러 풍파도 많았던 외로운 젊은 작가였다. 일찍이 별이 되었지만 그의 훌륭한 소설을 읽으며 문학적 사유를 할 수 있었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태평스러운 환자'는 주인공 요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태평스럽다기 보다는 내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폐병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나름의 고찰을 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 사회에 폐병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결핵은 현재 인류에게 정복이 된 병이긴 하지만 작가가 살았던 시대에는 치사율이 높았던 상당히 무서운 질병이었다고 알고 있다. 요시다는 젊은 나이에 폐병에 걸렸으며 외롭게 고통을 이겨내는 중이었다.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철없는 아들이었다. 그 와중에도 바깥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찾아온 불청객인 고양이를 혐오하면서도 감싸고 보살피기도 했다. 폐병 환자들의 소문을 들으며 은근히 치료의 희망을 가져 보지만 대부분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 해버렸다. 오죽하면 정석적인 의학 치료가 아니라 민간요법을 생각 했을까, 싶다. 더 나아가 사이비 종교인에게 까지 휘말릴 뻔한 이야기는 당시 시대적 상황을 볼 때 요시다 본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민들을 대표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폐병에 걸렸을 때 송사리를 먹으면 낫는다. 죽은 사람의 골수를 삶아 먹으면 낫는다. 목 메어 죽은 사람의 밧줄을 먹으면 낫는다. 
지금에야 들으면 콧방귀도 안낄 치료법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치료에 대한 간절함이 얼마나 극에 달했으면 이런 얘기들이 떠도는 건가 싶었다. 요시다는 풍문으로만 듣고 본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설은 가지이 모토지로 작가의 자전적인 글처럼 느껴졌다. 이야기 자체는 수필같은 느낌이었고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 맞을 것이다. 극적인 사건이나 긴장감은 없었지만 시종일관 베어 있는 음울한 분위기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 비극적 상황을 소설로서 담담하게 써내려간 일본 사회의 서민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사하지만 이면엔 슬픔을 갖고 있는 벚꽃같던 그의 인생은 이 소설집 안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p41
병이란 결코 학교의 행군처럼 견딜 수 없는 약한 사람을 행군에서 제외시켜 주지 않는다. 마지막 죽음의 골로 갈 때까지는 어떤 호걸이든 겁쟁이든 모두 같은 줄에 서서 마지못해 질질 끌려가는 것이다.

단편소설 출간 순서.
레몬-칠엽수꽃-눈내린뒤-K의 죽음-겨울파리-어느벼랑위에서 느낀 감정-벚꽃나무 아래-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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