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 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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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 삽니다_이지니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모르던 어떤 걸 알기도 했고, 무엇이 필요한지 깨달았다. 그리고 위로를 받는데 그럴때면 가슴 한견에 울컥함이 머물기도 했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애매한 감정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한 분야에 24년째 몸 담고 있는데, 이룬게 없다. 이러다 끝나는 게 아닐까, 하는 자기비하적인 생각도 든다. 이런 내게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 삽니다'가 왔다. 
이지니 작가님은 이미 출판사를 통해 책을 냈음에도 자가 출판까지 한 분이셨다. 자존심 따위는 개나 주라는 듯 꿋꿋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우셨다. 그리고 밝고 명랑한, 맑은 글도 좋았다. 작가님의 문장은 쉽게 술술 읽히는 매력이 있었다. 보통 전문 용어나 이해 못하는 단어나 한자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게된다. 그러면 책을 읽는 흐름이 끊기는데 그게 참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거의 없었다. 
잘 읽히는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은 내 고정관념의 틀을 좀 더 확실하게 깨주었다. 그냥 쉽게 쓰는게 아니라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건 작가님도 멋진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못쓴다는게 아니라 안쓰고 피한다는 것이었다. 오롯이 독자들을 위한 것이며 어찌보면 작가와 독자가 서로 문학적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나는 작가님의 우정과 사랑을 느꼈다. 사실 부러웠던 부분 중 하나였다. 소중한 친구가 있고 함께 하는 남편이 있으며 가족을 이루고 예쁜 애기까지 있는 작가님의 인생 속엔 행복이 있었다. 

_내가 부분적으로 느껴졌던 감정_

난 지금 그리 궁핍한 상태는 아니지만 친구가 없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 외로움 속에서도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건 가족 뿐이다. 사실 작가님의 부부 사랑이 부러워서 읽다가 넘겨 버렸다. 분노라기 보다는 피하고 싶었다. 솔직히 '자격지심'이었다. 결국 슬픈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나에게 잔인한 것일까. 질투의 화신은 그랬건만 정작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왜 그랬을까, 싶다.

p154
스마트폰 글꼴만 바꿨을 뿐인데.
이 부분을 읽고 나도 바꿨다. 괜찮은 것 같다. 근데 적응이 안되서 다시 기본 글꼴로 바꿨다.

p166 을 읽고_
영혼이 맑은 글이 좋은 건 맞다. 그런데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 우울함과 부정을 감추며 산다는 건 내게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 맞다. 우울도 전염 된다는 거. 그래서 난 비겁하기도 하다. 읽혀지도록 써놓고선 그런 나를 꼭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도 아닌데. 
나도 조금 비겁한 방법을 택했다. 써놓고 금방 지우기. 부정한 댓글을 달면 상대방에게 두고 두고 읽혀지고 상처로 남기에. 일종의 배려랄까. 내 기억 속의 흔적만 남겨두고 지워버린다. 설령 그게 쓸데없는 짓이라고 해도 말이다.

p170 
500명 앞에서 강연한 그 날을 어찌 잊으리, 를 읽고_

나는 참 발표를 좋아하고 잘 했었는데. 어느 순간 무대공포증이 생겨버렸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쓴 글에 대해 보지 않고 발표를 한적이 있었는데, 말을 더듬고 불안 장애자처럼 떨었다. 결국 하고 싶은 말도 다 못하고 수치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이지니 작가님은 자신감 있게 도전하는 자세가 좋았다. 실천력도 있다. KBS 공채 개그맨 선발 대회에도 나가셨다니. 평범하진 않다. 거기에 500명 앞에서 강의를 하셨던 것도. 아무튼 이 글의 끝에 쓴 차용글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

최소한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걷는게 중요한 것 같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나가다 보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작가님의 강의 계약서를 보며 나도 성공의 희망을 품고 살아 갈 것이다.


메모.
p43
얼마 전'문해력 공부' 를 출간한, 인문 교육으로 유명한 김종원 작가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최고의 무대에 서려면 최고의 실력을 갖춰라.'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인 즉슨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의 제안은, 실력은 없지만 당장 그 일을 하고 싶을 때 오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실력이 갖춰진 후 너무 바빠서 그 제안을 거절해야 들어온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생각하는 멋진 곳에서의 제안은 실제로 자신이 멋진 사람이 된 후에야 그 기회가 찾아 온다는 것이다.

p129
독서는 때로는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전해주어 인생의 방패막이 되어주고, 때로는 나와 비슷한 실패나 아픔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따스한 위로가 되어 준다. 

p148
독자에게 공감을 주고, 살아있는 글을 전하고 싶다면 말이든 글이든 누가 묻지 않아도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는 연습부터 하자. 상대방이 재차 묻는 일이 없도록.

p161
글쓰기 동기부여의 가장 좋은 방법 하나는, 먼저 그 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작
자극받기라고 생각한다. 그를 지켜본다고 해도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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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500개의 계단 Q&A
이혜송.이혜홍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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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추천도서_나를 만나는 500 개의 계단 Q&A_이혜홍_이해송


깜짝 선물에 완전 감동했어요. 이혜홍 선생님이 보내주신 코팅 된 네잎 클로버와 아담한 연녹색 종이에 따듯한 글귀가 쓰여 있었어요. 제 이름도 있었죠. 감사합니다.

내가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책.
바로 '나를 만나는 500개의 계단 Q&A' 입니다. 아마도 이 책만큼 나를 알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 질문들을 다 채우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요. 사람들은 지금도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다들 바쁘게, 치열하게 살아가죠. 정말 나를 소중히 여기고 더 사랑해야 겠습니다. 그렇겠죠?

이 책을 차근차근 채워가는 것도 소중한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해요. 질문을 500가지나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저자님들의 노고를 존중하게 되었어요.
얼마나 세상이 각박하면 이런 책이 나올까, 싶기도 해요. 다행스럽기도 하고요. 
각 질문을 살펴보면 오롯이 나를 위한 것들이었어요. 그렇다고 곤란한 질문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차근차근 채워나가면 마치 나를 위한 이야기가 되고 더 나아가 한 권의 책이 완성되겠더라고요. 정말 근사하지 않을까요? 내 이야기로 가득 차 있으니까, 쓰기 어려운 것도 없잖아요. 이런 기대감과 호기심이 들게하는 책이에요. 쓰고 나니까 뭔가 후련한 기분이 드네요.
다섯개의 단락별로 되어있는데 그 첫번째 질문들에 답을 써봅니다. 

1장. 회상의 계단.

내 이름은 어떤 뜻을 지녔고 누구에 의해 지어졌나요?

제 이름의 뜻은 보석이 크게 빛이 납니다, 에요.
참 단순한 뜻이죠.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보통은 작명소에 가서 짓는 경우가 많은데 어찌보면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보다 어린 시절엔 제 이름이 마음에 안들어서 아빠를 원망하기도 했는데 나이가 조금 더드니 생각이 좀 깊어졌나봐요. 제 이름이 좋습니다. 뜻도 좋고 흔치 않아서 또 좋고. 
하지만 저는 자식이 생기면 전문가에게 맡겨서 사주적으로도 완벽하고 듣기 좋은 이름을 만들 생각이에요. 신중해야 하니까요. 

2장. 머무름의 계단. 

나에게 휴식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떤 일적인 것이 마무리가 되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인 것 같아요. 뭐랄까, 그런 휴식이 없이 진행을 하면 역효과가 나더라고요. 스트레스도 더 쌓이고, 내 몸이 신호를 보내는 듯해요. 그럴 때 다른 취미 생활을 한다거나, 먹고 싶은 걸 먹거나, 바람  쐬러 바깥에 나갔다가 오면 마음이 정리가 되고 머리도 싹 비워지는 것 같아요. 풀리지 않던 일도 해결되고 새로운 걸 시작해도 잘 되더라고요.


3장. 그림자의 계단.

1. 나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성공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나를 볼 때요. 그러다가 우울감도 생기고 굉장히 슬프고 무기력해져요. 일도 안되고, 쉬어도 쉬는게 아닌 것 같죠. 친구를 만나는 것도 이젠 안되요. 변명같겠지만 나이가 조금 드니까 다들 살아가느라 바쁘기도 하고, 이 핑계 저 핑계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친구도 없더라고요. 위로는 결국 나 자신이 나에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남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가족 조차도 그렇죠.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4장. 진실의 계단.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음.. 세 가지로 보자면 인격적으론 마음이 행복한 사람이죠.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잖아요. 궁극적으론 돈이 많은 사람이죠. 세번째는 마지막을 고통없이 조용히 잠을 자다가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요. 저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굉장히 복잡하게 생각 했었는데 다 부질 없더라고요. 어느 책에서 그랬어요. 태어났으니까 살아가는 것이라 하더라고요. 진짜 단순하지만 진리에요. 우리는 태어났으니까 살아가는게 맞죠.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는 건 그 다음 얘기같아요.
그럼에도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게 맞아요. 돈이 없으면 궁핍하고 비굴한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거든요. 인생의 참된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없이 세상을 살아갈 순 없어요. 그리고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건 아무도 원하지 않죠. 그런 것 같아요. 편안하게 잠자고 있을 때 조용히 세상을 떠나는게 다들 바라는 죽음이 아닐까, 해요. 그게 결국 행복이고요.

5장. 도약의 계단.

인생에는 총 세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는데 그 기회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학생 때 공부에 집중 할 수 있는 기회.
이십대 나아가 삼십대까지의 젊음의 기회.
행복한 노년기를 준비하는 기회.

정도가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나서 적네요.

학생시절 만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그때로 돌아가라면 안가겠지만요. 지금이 좋아요.

이십대 삼십대 초반 정도가 사람을 다양하게 만나고 거침없이 덤빌 수 있는 젊음의 열정이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좀 드니까 조금 과거의 나를 되돌아 보는 여유있는 마음도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도화지에 색깔을 채우고 나니 그 다음은 참 신중해져요. 인생도 그렇죠. 익숙하고 무감각 해지고, 귀찮고 그런 느낌 공감하시는 분들 많을 거에요. 그럼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죠. 어찌됐든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하고, 아름답고 풍족한 노년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 쓰고나니까 시간이 참 빨리가는 것 같아요. 쓸 얘기가 더 있는데 이 정도만 쓰려고요. 평범하지만 의미있는 도전이었어요. 누구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책이죠. 오랜만에 특별한 경험을 했네요. 나를 찾아가는 이 책을 독자님께 추천드립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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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나무 아래 - 시체가 묻혀 있다
가지이 모토지로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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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벚꽃나무 아래_가지이 모토지로_위북

'태평스러운 환자.'
가지이 모토지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이것이었다. 이 소설집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작가 연보가 나온다. 참으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오셨던 분이셨고 폐병과 함께 여러 풍파도 많았던 외로운 젊은 작가였다. 일찍이 별이 되었지만 그의 훌륭한 소설을 읽으며 문학적 사유를 할 수 있었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태평스러운 환자'는 주인공 요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태평스럽다기 보다는 내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폐병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나름의 고찰을 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 사회에 폐병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결핵은 현재 인류에게 정복이 된 병이긴 하지만 작가가 살았던 시대에는 치사율이 높았던 상당히 무서운 질병이었다고 알고 있다. 요시다는 젊은 나이에 폐병에 걸렸으며 외롭게 고통을 이겨내는 중이었다.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철없는 아들이었다. 그 와중에도 바깥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찾아온 불청객인 고양이를 혐오하면서도 감싸고 보살피기도 했다. 폐병 환자들의 소문을 들으며 은근히 치료의 희망을 가져 보지만 대부분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 해버렸다. 오죽하면 정석적인 의학 치료가 아니라 민간요법을 생각 했을까, 싶다. 더 나아가 사이비 종교인에게 까지 휘말릴 뻔한 이야기는 당시 시대적 상황을 볼 때 요시다 본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민들을 대표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폐병에 걸렸을 때 송사리를 먹으면 낫는다. 죽은 사람의 골수를 삶아 먹으면 낫는다. 목 메어 죽은 사람의 밧줄을 먹으면 낫는다. 
지금에야 들으면 콧방귀도 안낄 치료법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치료에 대한 간절함이 얼마나 극에 달했으면 이런 얘기들이 떠도는 건가 싶었다. 요시다는 풍문으로만 듣고 본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설은 가지이 모토지로 작가의 자전적인 글처럼 느껴졌다. 이야기 자체는 수필같은 느낌이었고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 맞을 것이다. 극적인 사건이나 긴장감은 없었지만 시종일관 베어 있는 음울한 분위기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 비극적 상황을 소설로서 담담하게 써내려간 일본 사회의 서민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사하지만 이면엔 슬픔을 갖고 있는 벚꽃같던 그의 인생은 이 소설집 안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p41
병이란 결코 학교의 행군처럼 견딜 수 없는 약한 사람을 행군에서 제외시켜 주지 않는다. 마지막 죽음의 골로 갈 때까지는 어떤 호걸이든 겁쟁이든 모두 같은 줄에 서서 마지못해 질질 끌려가는 것이다.

단편소설 출간 순서.
레몬-칠엽수꽃-눈내린뒤-K의 죽음-겨울파리-어느벼랑위에서 느낀 감정-벚꽃나무 아래-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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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피노키오 -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카를로 콜로디 지음, 엔리코 마잔티 그림, 이시연 옮김 / 더스토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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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피노키오_카를로 콜로디_더스터디



꿈과 환상의 세계. 피노키오 월드.
그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라 생각해왔는데, 원작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거기다 오리지널 삽화는 마치 이 책의 초판본을 읽는 색다른 체험을 해주었다. 내가 그 시대의 원서를 번역한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책을 읽다, 가 아니라 과거로의 문학적 여행을 떠나는 진정성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했다. 그 만큼 '피노키오'는 내게 특별했고 가치있는 책이 되었다. 물론 동화의 본질은 어린이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고 동시에 바른 인성을 길러주는 긍정성이 있는 것이 맞다. 작가 카를로 콜로디 또한 최초 비극으로 쓰여진 소설을 독자들의 바램으로 다시 고쳐서 권선징악적인 구성으로 변화를 주었다. 역시나 정의로운 착한 행동이 행복을 낳는다는 건 어린이들의 동심을 깨지지 않게 한다. 하지만 어른인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 또 다른 면모를 보게 되었다. 피노키오의 세계는 비현실적이다. 환상이 있고 동물이 의인화 되어 등장하며 유럽 신화에서나 나오는 요정이 나온다. 이런 전개 자체를 볼 때. 동물들의 행동은 단순히 어린이들의 놀잇감이라기 보단 당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성이 느껴졌다. 더 나아가 서민들의 애환과 지배 계층을 비유하는 풍자 소설이며 사회 비판적인 색채도 곳곳에 뿌려져 있었던 것 같다. 이 점은 피노키오의 위대한 문학적 가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다. 소설을 읽으며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답답하며 불편한 심리가 느껴졌다. 그렇다고 읽기 거북하다는 것은 아니고 전개상 위기를 느끼고 긴장감이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피노키오는 행복을 이루기 위한 위대한 여정을 한다. 비교적 짧은 소설이지만 굉장히 큰 스케일을 갖고 있었다. 숲과 바다를 지나 하늘을 날고 환상의 세계에서 변신하기도 한다. 목각 인형이기에 배고픔을 느끼면서도 죽지 않고 처절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살아 남는 모습은 동화적 장치로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피노키오에서의 매력 캐릭터는 아름다운 요정이었다. 푸른 머리에 하얀 피부. 그 모습은 삽화에서도 잘 표현되었다. 어쩌면 피노키오의 시련과 역경은 요정이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인 것 같다. 그를 성장시키고 완성시키기 위해 이끌던 존재가 그녀인 듯 했다. 그러면 최초 피노키오는 신의 세계로부터 온 신성한 존재라는 건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시작부터가 특별했던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피노키오의 행복처럼 어른과 어린이들에게 주는 희망은 언제나 우리들의 가슴 속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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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의 기록
우주비행사 지음 / 우주정거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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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우주에서의 기록_우주비행사_우주정거장


'우주에서의 기록'은
어쩌면 국내 최초의 SF시 시집이 아닐까. 
이미 해외에선 SF라는 장르가 소설, 영화와는 별개로 SF시라는 장르가 따로 있어서 권위적인 문학상까지 갖춘 명예로운 장르 문학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우리 나라엔 '나의 세번째 눈과의 조우'라는 제목으로 '브루스 보스턴' 작가의 시집이 출간된 바 있다. 
내가 이 얘기를 꺼낸 건 벌써부터 SF 시가 예상보다도 빠르게 국내에 태동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시 라기보다는 장르 문학을 주제로 짧은 글을 짓는 것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취미로 글을 쓰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경우다. 문학적 완성도 보다는 짧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점때문에 그런 듯하다. 아무튼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반가운 기분이 들어서 선뜻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주비행사'라는 작가명 특별했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손수 적으신 우편 주소를 확인했는데 글씨체부터가 묘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소중한 이에게 선물을 하라는 넉넉한 마음이 있으셔서 그런지 두 권이나 왔고 우주 별모양의 주머니 굿즈도 완전 마음에 들었다.

우주에서의 기록. 사실 예상과는 달리 SF시 라고 치부하기 보단 우주라는 무한한 존재 안의 나를 사유하는 문학 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SF 장르라 하면 외계인과 로봇 그리고 최첨단의 다양한 로봇 기기들이 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의도한 건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은 다양했다. 


우주를 주제로 쓰인 시.
자유주의를 위해 온 몸 불태웠던 독립 운동가들의 시.
외로움과 죽음을 사유하는 시.
자연에 관한 시.

시와 함께 수록된 컬러 사진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참 좋은 세상이다. 사진들이 흑백이 아니고 실제에 가까운 느낌이어서 더 생동감이 있었다. 거기다 심플하게 그린 그림들도 특별함이 있었다. 시집을 풍성하기 위한 작가님의 노력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모두 훌륭한 작품이었다. 특히 이성과 감성이 동시에 공감 되었던 시는 '지나는 중'이었다. 지나가는 순간들을 보며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지만 정작 그 순간들 조차도 이미 내안의 나로부터 온 것들이라는 생각. 내 눈 앞에 보이는 세상 또한 내가 그린 세상이며 나한테만 있는 것이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의식 못하고 살아왔던 인생이 허무하기도 했지만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결국은 내가 나를 소중히 여겨야 했던 것이다. 
이 시집은 고독했다. 그렇지만 그것을 밝게 승화시키려는 시적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외로울은 우울감을 낳고 더 나아가 극단적 선택의 바탕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삶은 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에서 희망으로 이어지는 작가님의 시적 움직임과 동일시되는 순간이었다. 시가 가지는 매력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적 교감은 신비스러운 체험을 하게한다. 특별한 감각처럼 말이다. 눈으로 읽는 것보다 직접 읽으면 더 와닿는다. 그런 시도를 하며 이 시집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시를 읽으며 문학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p60
지나는 중
p78
낙엽들 사이로 거닐어 본다.
p80
나를 죽이고서 가는 길
p84
죽음을 피하는 방법
p90
영혼의 꽃
p108
따뜻핫 외로움
p112
사계절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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