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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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집행관들_조완선_다산북스.



시나리오도 쓰시는 작가님이셔서 그런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현실감이 있었다. 소설이건 영화건 최초 3분 타임이 있다. 초반에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으면 그 소설은 상업성은 안녕이다.
집행관은 그 최초 3분부터 나를 사로잡은 소설이었다. 참 오랜만에 감칠맛나는 제대로 된 미스터리 소설을 읽었다. 조완선 작가님은 프로를 넘어 이미 소설계의 정점을 찍으셨고 메이저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도 대상을 수상하신, 말그대로 문학과 시나리오계의 장인이시다. 작가를 꿈꾸고 있거나 현재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도 귀감이 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최초 3분에서 나를 사로잡았던건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었던 문제들이 고스란히 나왔기 때문이다. 분명 뉴스에서 봄직한 것들의 주제. 하지만 완벽하게 해결되지 못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던 그런 사회파 문제들 말이다. 군부, 정치, 언론, 국가 기관들, 기업들 모두가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 비리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땅히 벌받아야 할 인물들은 특별사면을 받거나 무죄, 혐의 없음으로 보란 듯이 떳떳하게 풀려난다. 그리고 보복을 하거나 다시 비리를 순환 시키는 뭐 그런 이야기들은 낯선게 아니었다. 이런 인간에게 사회 정의라는 이름으로 나름의 법리적 심판을 해서 처단을 한다고 하면 그 얼마나 시원할까.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 이건 사이다,이다. 소설을 통한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 해두자. 이만하면 소설'집행관들'은 내 마음의 합격이었다. 그리고 문장들도 참 잘 썼다. 쓸데없는 인물 설명도 없고 장황하게 배경 묘사도 안한다. 더도덜도 없이 딱 필요한 만큼만 쓰였다. 이렇게 간결하게 쓰기가 쉽지가 않은데 그 때문에 소설에 금방 빠져들 수 밖에 없었고 외국소설에선 느낄 수 없었던 우리 나라 소설만의 감성이 있는 한국판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흥미로운건 한국적이면서도 플롯의 구성이나 인물배치 등은 헐리웃 영화적인 틀 같아서 바로 영화화 되어도 훌륭 ,할 작품이었다. 
'집행관들'은 독자들의 내면에 있는 희망의 무기였고 암묵적인 심판관들이었다. 물론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우리는 심리적 동의를 하게되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들 집행관들은 각자 슬픈 과거가 있었고 정의 구현을 위해 또는 누구나 꿈꾸지만 누군가는 쓰레기를 처분해야할 하나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빈틈이 없다. 하나의 팀이자 단체 또는 쓰레기들의 아나키스트 같기도 했다. 우리는 쓰레기들의 죽음을 보며 정의냐, 양심이냐, 어느 편에 서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오랜만에 느낀 소설의 행복이다. 멋있고 소설적 재미도 있고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함께 감동도 있었던 소설이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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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 부리기 - 사랑을 위해 수작을 부려라
최성열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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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수작부리기_최성열 시집_바른북스




컥.. 수작부리기라. 제목이 가히 당황스럽다. 나에 대한 수작일까, 그(그녀)에 대한 수작일까. 아니면.. 작가님?(아니겠지).

재미있는 시집이 나왔다. 표지도 참 예쁘다 부담스럽지 않은 연보라색에 가까운 컬러에 아담한 크기의 하트가 있고 한자로 '수작' 이라 적혀있다.

수작.(酬酌)
1. 술잔을 서로 주고받음.
2. 서로 말을 주고받음. 또는 그 말.
3. 남의 말이나 행동, 계획을 낮잡아 이르는 말.

출처.네이버사전.

아마도 두번째가 맞을 것 같다. 서로 말을 주고 받는 다는 것. 그렇다. 나와 작가님이 문학적 교감을 하는 것. 

진짜 제목만 봐서는 사회에 대한 불신을 토해 낸 수필같은 그런 느낌이지만 알다시피 사랑에 관한 시이며 고백의 이야기다. 제법 유치할 수 있는 주제인데, 원래 사랑은 창피하고 숨기고 싶고 유치한게 맞다. 그래서 더 고귀하고 아름다운 거 아닌가. 결국 가장 인간미 넘치는 존재, 행위가 사랑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튼 내가 또 놀랬던 건 작가님이 친히 이 시를 얼마든지 개작해서 써도 좋다는 것이었다. 
으음.. 내가 사랑의 대상이 있다면 당장 써먹고 싶다. 그런데 시는 그렇다치고 특이하다. 고백의 시라니. 각 시엔 일별로 날짜를 세어나가고 있다. 뜬금없지만 가수 이상우님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 같은 느낌의 설레임이라고나 할까. 사랑은 그 자체로 설레고 인류가 태동한 이래 가장 우리 삶에 밀접히 붙어있는 기생하는, 인생의 이유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이 각박하고 황량한 세상에 '수작부리기'는 순수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그런 신선함과 반가움이 있는 책이었다. 사랑 할 수만 있다면 멍멍이 수작이라도 부리고 싶다. 사실 참 외롭다. 100일간의 고백의 여정은 아름답고 위대했다. 시 하나 하나가 다 예쁘다. 가만히 음미하 듯 소리내어 읽으면 어느새 사랑의 세계로 빠져드는 의식과 무의식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지나간 세월과 함께 사랑의 추억들도 새록 돋아나는 것 같다. 그런 사랑은 늘 내 가슴에 묻혀있으면서도 이런 감성에 젖으면 어느새 시 속에 스며들어 버린다. 사랑 잔풍이 솔솔 내 심적인 애환을 스쳐가 듯 서글프기도 하다. 이것이 시의 힘인가, 싶다. 처음엔 이십대의 젊은 분이 쓰셨겠거니 했는데 나보다 연배가 많으신, 그래도 내 인생을 털어 놓고 싶은  선생님이셨다.(표지 뒷면 사진이).
어느새 봄은 절정을 이루었고 여름이 이미 와버린 듯하다. 외롭게 방구석에 가슴으로 울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최성열 작가님의 '수작부리기'를 추천하고 싶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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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난생처음 시리즈 4
이경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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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난생처음 내 책,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_이경_티라미수

제임스 블런트- One Of The Brightest Stars



이경 작가님을 읽으며 제 마음에도 불꽃이 활짝 피었네요. 그것이(마음이 혹은 희망이)참 뜨겁습니다.

'난생처음 내 책,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작가와 편집자와의 관계가 굉장히 특별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중요했어요. 무언가 마음적으로 든든해졌습니다. 작가 지망생에서 첫 출간까지의 여정. 이경 작가님에겐 도전에 또 도전 그리고 도전이었어요. 거기다 완전한 초보 작가도 아니었고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유명 커뮤니티 '리드머'의 필진이셨다니. 놀라웠습니다. 
요즘 여러 책을 읽어도 완독을 다 못하고 덮어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경 작가님의 이 책은 끝까지 다 읽어버렸습니다. 열심히 봤어요. 뭐랄까, 담담한 맛이 있었고, 어려운 단어도 없이 술술 잘 읽혀졌습니다. 작가의 출판이야기여서 더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리고 구차하게 이론적 설명을 하는 것도 아니여서 부담도 없었습니다. 출판 이야기 외에 삶의 진솔함을 담은 인생 썰은 그 세대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였습니다. 특히 PC통신 시절의 썰 들과 싸이월드에 관한 것이 그랬죠. 파란 화면을 채워 놓는 흰 글씨들. 삑삑거리는 기묘한 접속 사운드, 추억 돋는 것들이었어요. 찬란했던 이십대의 시절을 싸이월드에 불태운 그 세대 청춘들의 수미쌍관적 인생.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삶과 함께했던 주옥같은 음악들도 알게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가사 내용이 와닿았고, 하나 하나 들어보며 그 감정을 교감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애정하는 곡이 되어버렸어요. 감사했죠.

이경 작가님의 글에서도 느꼈지만 저 또한 비슷한 것을 알게되었어요. 작가라는 직업적 공통점 말이죠. 물론 개개인마다 성향은 다를 수 있지만 일단 작가는 굉장히 예민합니다. 솔직하게 말해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아서 공개적 상황에 나서려 하지 않고 움츠러 듭니다. 댓글 하나에 울고 웃는. 그리고 글 쓰는 것에는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지만 막상 직접적인 현실을 마주하면 역시 피하거나 도망가 버리는 경우도 있고요. 그랬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얘기에요.

작가 지망생의 꿈이 그렇 듯 출판은 궁극적인 목표이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전자 출판을 고려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책 냄새는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디지털이 간소하고 편하다지만 저는 종이책 출간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 책은 메마른 땅의 단비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것도 좋았고 직접 경험을 하며 온 몸으로 체득한 이경 작가님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가 책을 내기위한 필수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나도 책을 낼 수있겠다,(노력하면) 였습니다. 
작가님 언급셨던 괄호 쓰는 법을 따라해 봤습니다.
 
그리고 편집자와 작가와의 미팅에서 책도 다 읽지 않고 읽은 것처럼 얘기해서 일명 뽀록난 편집자의 사례를 봤습니다. 그래싀 이 책을 꼭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야 허심탄회하게, 그리고 독자로서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출판계의 현실이 참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해 7만에서 8만권의 책이 출간 된다는 건 엄청난 수치였습니다. 예상 밖이었어요. 거기다 편집자가 한 해 작업하는 책이 6 권이란 것도 놀라웠네요.
이경 작가님의 말씀처럼 화살을 쏘지도 않으면서 과녁을 맞출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화살을 쏴야 빗겨가든, 나무에 맞든, 과녁에 맞는 순간도 오니까요. 모름지기 작가라면 되든 안되든 글을 써야하고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끊임없이 보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첫 출간을 하기까지 투고를 64번이나 하셨더라고요. 두번째 책은 22번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처음이 참 중요했고 좋은 편집자를 만나는 것 또한 그랬습니다. 이경 작가님은 그 편집가를 '구원의 천사'라고 했습니다. 저도 부디 투고를 통해 '구원의 천사'를 만나고 싶네요. 출판사에 보냈던 작가님의 메일 내용을 보며 진실됨을 느꼈고 글 하나 하나에 정성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런 시도 조차도 하지 않고 '내 글 구려병'으로 자책만 하던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참 아름다웠어요. 메일이. 
저에게 용기를 준 이경 작가님의 이 책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힘을 내려고요. 언젠가 분명히 출간을 하겠지만(그렇게 생각하지만). 오늘의 경험을 잊지 않고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준비하려고 합니다. 좋은 책은 역시 가치있고 결국 희망을 주네요. 고맙습니다.혹여 이 내용이 또 나중에 이경 작가님의 책에 영광스럽게 실릴지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으로 웃습니다. 더 많은 작가지망생들이 이 책을 읽으며 성공적인 출간을 했으면 좋겠어요.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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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
이솝 지음, 최인자 외 옮김, 로버트 올리비아 템플 외 주해 / 문학세계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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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이솝 우화 전집_이솝_문학세계사



이솝 우화는 우리들에게 참 친숙한 이야기다. 특히 어린 시절 선생님을 통해 들었다거나, 티브이 매체를 통해 그림 동화나 만화, 인형극으로 접하기도 했다. 말그대로 동물을 의인화하여 권선징악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던 걸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이솝 우화의 이면은 전혀 달랐다는 것에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다. 뭐랄까. 한 때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던 서구 동화가 사실은 어른들의 이야기였고 상당히 잔혹했다는 것. 실체는 가려지거나 왜곡되었고 어린이를 위해 순화되어졌던 것이었다. 
그래도 이런 걸 두고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어린이를 위한 동심 세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각색 된 동화를 보며 즐거워하고 감동도 하며 자랐다. 지금의 독서 습관도 어찌보면 이솝 우화를 보면서 생겼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었다.
'어른을 위한 정본 이솝 우화 전집'은 역시 말그대로 어른에게 필요한 우화 모음집이었다. 내용은 짧지만 뜻이 깊고 우주만큼 넓었다. 간단한 이야기 속에 우리가 살아가며 겪을 사회적 고민들이 고스란히 있었다. 동물들에게서 삶의 철학과 인문학적 향기를 느꼈다. 우화가 그저 동물들을 통해 풍자되는 사회상이라고 우습게 생각할게 아니었다. 재미있다기 보단 잔인하고 냉정했으면 약육강식의 세계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이는 멀리 있는 산넘어, 물건너 얘기가 아니라 진정한 자연의 섭리였다. 동물들의 세계가 그렇지 않은가. 가식이 없다. 맹수들은 배고프면 사냥을 해서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특히 병들고 다치거나 나약한 동물을 가장 먼저 잡아 먹는다. 때론 지독한 굶주림에 직면하면 동족 포식도 한다. 역시 잔인하지만 자연의 섭리 안에서 행해지는 것들이다. 순전히 살기 위해서고 병든 것은 자연히 사라진다. 우리 사회도 동물들의 세계와 비슷한 면이 있다. 우리가 의식을 하든 못하든 그런 인생의 단편들이 이솝 우화에 다 있었다.
이 책의 뒷면에 수록 된 해설편을 보면 좀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이솝 우화에 대해 알 수 있다. 일단 이솝 우화는 다국적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사자나, 코브라, 코끼리는 중동 국가 또는 정글이 있는 지역의 동물이다. 그리스에는 없었던 동물이기에 이솝 우화가 여러 나라로부터 구전이나 기록으로 전래 되어 왔음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이솝 우화를 연설가들이 활용을 했다고 한다. 상황에 빗대어 내기 좋은 쓸만한 이야기들이어서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러니까 필요성이 분명했기에 기록 될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말로 사람들을 혹하게 써먹기 좋은 이야기었다는 것이다. 
이솝 우화는 이야기가 짧아서 기억하기도 좋다. 단순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두고 두고 읽어 놓으면 보다 지혜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 책이 무삭제 완역본이었고, 이솝 우화 이야기를 빠짐없이 모두 수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인간사가 담겨있는 참 의미가 있는 이솝 우화.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널리 읽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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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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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17일_롤라 라퐁_문예출판사


표지가 참 인상적이다.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르는, 아마도 여성일 것 같지만. 인간의 눈이 떡하니 있다. 그것이 분노의 눈빛인지 아니면 진실을 말하려는 것인지는 독자가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분홍색을 사용한 것도 특별함이 있었다. 단순히 만들어졌다기 보단 상징성을 담고 있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17일.
"세뇌인가 선택인가."
1974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 스톡홀름 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심리학용어인 스톡홀름 신드롬.
간단히 말해 납치당한 여성이 범인을 사랑하게 된다는 그런 뜻이었다.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그 이면엔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들이 많았다.

문득 '17일' 에서 다룬 사건과 유사 사건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납치 사건과 일맥상통 할 순 없지만 인질이 범인과 살인 공조를 하거나 범죄를 은닉하려는데 협력하는 사례는 많이 있었다.
이 소설은 퍼트리샤 허스트의 재판 과정에서 그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진 제네바의 조사 과정이다. 진 제너바는 퍼트리샤의 변호사에게 사건 분석을 의뢰를 받는다. 사실 이 사건은 대략적인 것만 알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설은 소설일 뿐 너무 사실이라 치부되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이를 읽어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인질이 범인을 사랑한다는 스톡홀름 신드롬은 꽤나 매력적인 소재이지 않은가.

처음엔 사건 위주로 전개되며 퍼트리샤 허스트의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고 봤는데 예상과는 달라서 당황스럽긴 했다. 진 제네바, 비올렌 두 여성이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며 보고서를 썼고, 그러다가 녹음 된 페트리샤 허스트의 육성을 들으며 심리 분석을 한다. 사실 사건 외의 두 여성의 이야기는 살짝 진부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다 할 액션이나 긴장감도 없었고 그냥 보고서를 작성하며 겪는 두 사람 간의 상황이 다였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평범하기까지 해서 언제 사건 이야기를 하는 건가, 하며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그러니까 미스터리나 스릴러 소설이라고 생각할 순 없었다.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 사건에 관한 실화이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스릴러적 매력을 기대한다기 보다 이 사건의 이면적 진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며 읽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사건 자체도 그렇지만 당시 사회적 상황이 놀라웠다. 부유한 국가 미국에서 조차 굶고 사는 가난한 빈민들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SLA라는 무장 단체도 납치 범죄를 저질렀지만 자신들 나름의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 퍼트리샤 허스트를 인질로 삼았던 것이었다. 그녀는 최상류층에 속한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으며 아버지는 언론매체를 쥐락 펴락하는 절대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회적 위치를 기반으로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이 되고 약혼식까지 그녀가 성장해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퍼트리샤 허스트의 성격적인 면을 토대로 그녀는 납치범들과 타협하는 듯한  행동을 한다. 그것이 본인의 뜻인지 아니면 세뇌를 당한 것인지 알 순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사회적인 억압에 대항하려는 타고난 성격이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이를 토대로 옳은 정의를 스스로 판단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 모든 정황이 드라마틱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물론 소설이지만 단순하게만 생각해왔던 사건을 좀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고 내가 그 사건에 가까이 다가서서 정의를 판단 할 수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분명 납치는 나쁜 범죄지만 독자는 그게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는 건 인간의 '길티 플래슈어' 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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