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처럼 쓴다 - SF·판타지·공포·서스펜스
낸시 크레스 지음, 로리 램슨 엮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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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넷플릭스처럼 쓴다>_낸시 크레스 외 지음_로리 램슨 엮음_지여울 옮김_다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의 기대평>

어떤 창작세미나를 통해 제가 느꼈던 건 앞으로 극장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소 비약이 심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저에겐 하나의 문화적 충격이었어요. 그 중심에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있었습니다.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극장이 우리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절대적인 공식과도 같았죠. 영화는 무조건 영화관이었고, 상영시기가 끝나면 디브이디로 나오게 되었던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더라고요. 여태까지 일차원적이 었던 형태가 변화되어 안방에서도 영화를 비롯 다양한 콘텐츠들을 감상할 수 있는 편한 시대가 왔습니다. 그저 재방송을 보는 것이 다였던 인터넷 티비가 달라져 버렸습니다. 한정적이고 권위적이었던 공영 방송사와 극장계를 독점하다시피하던 모기업의 영향력이 이젠 예전같지 않은게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더불어 상업영화의 공식도 바뀌어져서 훨씬 다양화 되며 실험적인 것들이 시도되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라는 존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좀 더 많은 작가들이 장르적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있게 되었고 적어도 한국형 시나리오라는 정형화 된 틀을 벗어나 더 과감한 것들을 할 수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대중의 수준도 높아졌고요. 이런 시대에 발 맞추어 이젠 과감히 낡은 틀을 버리고 넷플릭스형 스토리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 시대는 넷플릭스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더욱 그 영향력이 커질 것 같아요. 흥하는 스토리가 무엇인지. 되는 스토리가 어떤 것인지. 넷플릭스가 원하는 이야기란 것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라면 보다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접근법과 함께 비밀스런 무기를 획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넷플릭스 플랫폼에 맞춰진 교육을 하는 기관은 국내에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모국어 만큼 영어를 잘 할 수준도 아니기에 외국 영상을 참고 할 상황도 아니고 그런 내용 조차도 이 책만큼 나와있지 않을 것입니다. 작법서는 시중에 많이있지만 넷플릭스가 원하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는 책은 아마도 이것이 유일한 듯합니다. 열심히 쓰는 것만으로도 부족하고 진짜 죽을만큼 열심히 쓰고 노력해도 바늘 구멍보다도 작은 공모전 당선의 길은 국회의원 되는 것보다도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고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넓은 마음으로 작법서들을 참고하고 교육원을 통해 공부하다 보면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차원적인 방법론 중에 바로 이 책이 저한테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네요. 분명 기존의 작법책들과는 구분되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방법이 될지는 직접 읽어봐야 겠지만 일단 방향성은 분명히 잡아서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하루 하루가 치열하고 고단한 순간이네요. <판데믹 코로나19> 로 인해 우리는 더더욱 움츠러들었죠. 이럴 때일수록 좋은 책, <넷플릭스처럼 쓴다.> 로 더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서평>

책 컬러부터가 넷플릭스를 상징하고 있다.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와 하얀색 글씨 그리고 서체의 느낌 또한 그랬다.

나는 <넷플릭스>처럼 쓴다. 
너는 <넷플릭스>스럽다. 
우리는 <넷플릭스>이다. 

어쩌면 넷플릭스는 단순히 세계 최대의 영상 콘텐츠 플랫폼에서 머무는게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문화가 된 느낌이다. 이 엄청난 기세를 몰아서 하나의 콘텐츠 국가를 건설해버렸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넷플릭스처럼 쓴다> 에 나오는 작가들을 통해 내가 느낀 건 기발함이었다. 특이하면서도 그럴 법했고, 이제는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것이 비단 전통적인 작법 은 아닐지라도 작가 공부를 하는 내게 너무 장황하고 어렵지 않으면서도 쉽게 적용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작법서였다. 작가들이 자주 고민하는 것들을 넷플릭스스럽게 썼다고 해야할까. 언급된 작가들의 이력을 보면 한 분 한 분 내공이 엄청난 분들이셨다. 

나는 <넷플릭스처럼 쓴다> 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웬만한 공포 소설 보다 긴장감 있었고 블록버스터급 SF영화처럼 우주적이고 판타지스러웠다. 이러면 너무 감성적이고 시적일까 싶지만 이마저도 이책에는 하나의 작법 기술로 언급이 되어 있다. 획일화 되고 뻔하고 너무  클리셰가 보이는 그런 작품은 당연하게도 매력이 없다. 일단 여기 작가님들은 하나같이 다름을 추구하는 듯했다. 이런 것들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초보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줄 것 같다. 물론 양면성이 있지만 기초가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적용하기에는 아직 섣부른 내용들도 있어서 그부분은 일단 저장해뒀다 그래서 그냥 넘겨 읽은 곳도 있다.

순문학 장르는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그리고 웹소설 작법도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다르다곤 할 순 없지만 <넷플릭스처럼 쓴다> 는 장르 소설에 관한 작법책이며 크게 SF, 판타지,공포, 서스펜스 장르에 대한 것들이었다. 표지에도 아예 장르가 나와있다. 그리고 현시대는 한가지 장르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혼합 장르의 시대라고 했다. SF안에서 판타지도 있고 로맨스가 있으며 액션까지도 섞인 말그대로 일명 짬뽕 장르가 된 것인데 이상하게 생각하는게 이상하게 되어버린 특이성이 주목받게 되어버렸다. 

일단 아이디어 착상에 관한 것을 예를들자면 꿈에 관한 얘기이다. 내가 꿈을 꾸고 일어난다. 그것을 깨어나자마자 기록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준비물로 내 잠자리 옆에 노트랑 필기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로움과 머뭇거림을 없애기 위해 타이머를 써서 기록 시간을 한정해버린다. 여기선 12분이었다. 그 시간 동안은 쓰다가 멈추거나 다른 생각을 한다거나 수정을 해서도 안된다. 모든 것들을 내 꿈에 집중하여 신속하게 써내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어느 독자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내 무의식과 내면의 세계가 전달하는 것들은 의식 세계와는 분명 다르게 느껴졌다. 꿈의 세계는 현실적이지 않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전달하기 보다는 상징성이란 것이 있다. 이를테면 내가 하늘을 걷고 있다거나  갑자기 방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 다거나 말도 안되는 엉뚱한 상황들이 나오는 것이다. 꿈이 색깔이 있을 때도 있고 흑백의 무채색이기도 했다. 


내가 연습한 것들을 적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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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노트. 12분의 기록.

그곳은 작은 건물에 계단이 있는 이층이었고 대지 60평정도 되는 내가 과거 살았던 주택이랑 크기가 비슷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갔는데 소규모 클럽이 있었다. 들어가니까 어둡고 하얀 조명이 살짝 반짝였고 테크노 음악이 나왔다. 바이닐이 있으면 누구나 연습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거기에 어떤 머리가 어깨 정도까지 오는 스타일 좋은 미모의 여자가 혼자서 음악을 틀고 있었는데 생긴 것이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아마 소미(가명)인 듯했다. 아마도 나는 음악을 어떻게 트는지 물어 본 것 같다. 그녀는 차분히 설명을 했고 특이점이 있다면 턴테이블에 버튼이 두개 있었는데 각 각 눌렀을 때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게 독특했다. 

나는 그 주택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데 건물 지붕 청소 일을 남자 동료랑 번갈아가면서 했다. 그 건물을 청소하러 올라갈 땐  추락하지 않을려고 했다. 안전 장치도 없이 높은 곳에서 먼지를 털어내는 일이었는데 위험해도 열심히 일을 했다. 아래쪽은 농경지의 수로처럼 보였고 물이 있었는데 깊지는 않았다. 나를 감독하는 어떤 사람이 트럭을 타고 곳곳을 돌았고 일을 하고 나서는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내게 두려움을 주는 인물이지만 돈을 주는 사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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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깨자마자 쓴 것들이다. 사실 요즘은 꿈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방금 꾼 꿈도 금방 잊혀져 버렸는데 나이가 들면 그런 것들이 더 심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마저든다. 동심이란 것이 점점 없어진다는 소리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 같다. 나는 잊혀져 가는 꿈의 기억을 잡으려고 다시 눈을 감고 생각나게 하려고 노력했다. 12분의 시간은 참 짧았다. 사실 12분이 지났는데 기록을 계속했고 수정을 좀 했으며 기억이 도저히 안나는 부분은 약간의 허구를 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 자체는 신선해 보였다. 그리고 고민을 너무해서 잘 써지지 않던 글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정말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처럼 <넷플릭스처럼 쓴다>는 단순해 보이면서도 글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쉬운 방법론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시간 제한을 하며 내 무의식에 있는 착상의 아이디어들을 신속하게 끄집어 내는 작업들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감탄이 나오는 재미있는 행위였다. 이런 것들이 이야기가 되고 완성이 되어져서 넷플릭스에서 주목받는 작품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독특한 것이 꼭 유명한 작가들의 결과물일거라는 섣부른 생각도 없어지게 되었다. 나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장르 소설을 좋아하고 특히 범죄 수사물이나 공포 쪽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 글들을 써오고 있기에 이 책을 더 집중하면서 보게 되었다. 거기다가 내게는 너무나 방대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SF나 판타지 장르도 다루고 있어서 나의 문학적 한계점을 극복하게 해주고 경험하게 해주었으며 그런 것들이 꼭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공포 장르를 쓰면서 정말 무서운 배경을 어떻게 쓰는지는 누구나 고민해 볼만한 것이었다. <리사 모턴> 작가님의 <공포스러운 배경을 만드는 법> 은 내가 그 공포스러움을 직접 체험을 해보라고 한다. 그 장소는 멀리 있지 않다. 내가 사는 동네의 어느 곳일 수 있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으스스한 공사장 일 수도 있다. 그 장소를 떠올리며 공포스러운 부분을 묘사를 하고 가능하다면 거기를 혼자 직접 가보라는 것이었다. 환한 대낮이 아니라 밤 12시에 맞춰서 가라고 하는데 혼자서 그 공포를 마주하면 그것이야말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무서움이 될 것 같다. 단순히 상상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체험을 하는 것이니까 세부적인 것까지 표현할 수 있겠다. 하지만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밤 12시에 사람도 없는 어둡고 무서운 곳을 가는 건 무리가 있다. 한 편으로는 작품을 위해 내 몸 불사르며 그 장소까지가는 열정이 있기에 넷플릭스가 사랑하는 훌륭한 작품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진지하게 작법을 배우고픈 분들에겐 하나의 요행처럼 느꺼질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넷플리스처럼 쓴다>의 작법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친절하게도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엔 아예 글이 막힐 때 넷플릭스 작가들은 어떻게 해결을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 

'백지 공포' 라는 단어가 몇번이고 언급되는데 작가라면 누구나 글을 쓸 수가 없는 순간을 겪을 것이다. 그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고 공포 영화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잔인한 장면을 떠올려도 내가 아무것도 쓸 수가 없는 공포만큼은 아닌 것 같다. 하물며 유명  작가님들 조차도 그런 순간때문에 고민을 하고 그 방법을 칮아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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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작가들의 노하우
넷플릭스에 팔리는 작품의 비밀5



글이 막힐 때는-

작업 환경에 변화를 주자.
차례를 먼저 만들자.
좋아하는 이미지를 떠올리자.
대화 장면부터 쓰자.
주인공의 외모를 바꾸자.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을 상상하자.
최신 과학 기사를 읽자.
초단편으로 점검하자.
규칙적으로 목표량을 정해 쓰자.
동시에 여러 작품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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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이 부분은 읽으면서 탄성을 내질렀다.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있지? 미쳤어 정말. 기발하다. 진짜 이러면 안 쓸 수가 없겠다." 

나를 소재에 가둬둔다는 말을 이해할른지 모르겠다. 막무가내로 소재가 선택되어지게 되면 그것에 따라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다. 내가 정해놓고 쓰는게 아니었다. 정말 쌩둥맞는 소재다. 소제목은 완성후에 바꿀수도 있다. 직접적인 내용은 여기에서까지 밝히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자제하겠다. 내가 서평을 쓰면서 영화처럼 스포를 안하겠다고 글을 쓴 건 이게 처음이자 최초인 것 같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위의 단락에 잘 나와있다.

이런 방법들을 내가 필요할 때 적용을 하면 글이 써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 같다. 하나의 챕터에서만 꺼내 쓸 것이 아니라 이 방법 저 방법을 섞어서 쓰면 더 재미있을  듯하다. 

책의 마지막은 작가 <데이비드 브린>님의 <작가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히는 법> 이 나온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과학자, 발명가다.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비롯 각종 상을 휩쓴 분이셨다. 이 부분은 사뭇 진지하게 읽게 되었다. 정말 냉정하고 현실적인 얘기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해 수 만편의 작품들 중에 영화화가 되는 건 고작 몇편 뿐이라고 한다. 저예산 영화는 그나마 좀 낫다지만 여러 사람들의 협력과 노고가 들어가며 수백억이 투자되는 상업 영화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그렇다고 우리들의 꿈마저 허황된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인생은 길다고 생각한다. 물론 짧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수십번 도전하고 쓰러지고 또 도전해도 평생 데뷔 한번 못해보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많지만 <넷플릭스처럼 쓴다> 는 일종의 희망을 담은 책이다. 작가로서 성공 가능성에 대한 방법을 배우고 꿈을 잃지 않아야 그 끝에 달콤한 결과가 내게도 분명 올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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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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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에픽#02>_ 다산북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표시가 알록달록 너무 예쁘다. <에픽> 창간호 이후 두번째 책을 읽어 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사실 어떤 내용의 책인지 예상을 할 수 없었지만 계간지처럼 나오는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첫인상이 굿이다. 적당히 크고 두툼한 굵기에 컬러풀한 표지 색깔과 뭔가 추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일러스트. 심플하고 깔끔한 글자체가 끝내준다.


목차를 보며 구성을 확인했다. 픽션과 녹픽션이 조화 되었고 중간에 책에 대한 1+1리뷰글이 수록 되어있다. 예술적인 사진과 함께 있는 수필들, 웹툰들도 있었고 편집자의 정성어린 발간 에피소드글이 초반에  책에 대한 기대 심리를 더욱 북돋아 주었다. 반가운건 신인 작가들이나 기성작가들이 투고를 해서 선택이 되면 에픽에 내 글을 수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나도 도전하고 싶으나 수록된 작가님들의 이력을 보니 적어도 책자 한 권이상은 내본 경력이 있는 분들이셨다. 그 이상의 분들도 많았다. 그래도 너무 마음에 막연 할 거라는 생각은 안들었다. 안녕하세요 <에픽02>발간을 위해 많은 분들의 수고가 있었다는 걸 뒷면의 편집자분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내용은 다양하고 풍성하게 수록되어있다. 눈에 띄었던 건 작가님들의 수필과 단편소설들이었다. 첫부분에는 예술적인 사진들이 정성스럽게 보였고 따스한 느낌이었다. 문지혁 작가님의 <앞장과 뒷장사이의 우주>는 수천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아버지와 책을 쓰고 출간하는 아들 사이에서의 묘한 관계가 독특했다. 아들이 책을 출간해서 아버지에게 한 권 선물을 하면 수고했다시며 소장은 하지만 읽어보지는 않는 것. 소장 자체가 읽었다는 것이 되어 버리는 것도 될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에게는 말이다.


 최현숙 작가님의 <두 사람의 내력 만나기>는 상당히 몰입되었다. 한 여성 노숙자를 인터뷰한 글이었는데 미쳐 깨닫지 못했던 그들의 삶을 알 수 있었고 노숙인은 비참하고 불쌍하며 사회로부터 버려진 존재라는 편견을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님의 세월 속에 녹아든 농밀한 글솜씨도 끝내줬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를 인터뷰 하는 건 생각보다도 고된 일 같았다. 극한직업이다. 인내심은 물론이고 자기를 놓고 온전히 대상자에게 맞춰 행동해야 뭐라도 더 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사회적 편견과 문제들을 예리하게 꼬집어 낸 부분은 일품이었고 새겨 듣고 싶었다. 수필이면서 인문학적인 향기를 느꼈던 좋은 글이었다.


정명섭 작가님의 글도 너무 반가웠는데 작품과는 별개로 밀리터리 덕후셨다는게 신기했다. 물론 사람이 생긴대로, 행동대로만 살아야 한다는 법칙은 없지만  취미 생활이 있다는 건 마땅히 존중되어 져야 할 것 같다. 내 주위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취미 생활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리뷰는 리뷰인데 일반적인 리뷰가 아니라 1+1 리뷰라는게 특이했다. 글을 쓰신 분들은 수준 높은 문학 평론가들이셨다. 예상보다도 진지한 분석글에서 전문적인 솜씨를 엿볼 수 있었고 예리하고 섬세함과 더불어 인문학적인 느낌이었다. 결코 가벼이 읽을 수 없는 글이었지만 하나 하나 살펴보면 소개하는 책에 대해 보다 자세한 것들을 알 수 있기에 지나칠 수 없는 글들이었다.


소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단편 소설 쓰는 것도 좋아하기에 소박함이 느껴지는 소설들이 너무 좋았다. 다양한 장르 소설들이었고 나름의 깨달음과 소설적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콘텐츠로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에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한 광고글이 없이 이대로 주욱 나와줘서 작가들에게도 풍부한 읽을거리와 창작의 밑걸음이 되어주는 책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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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시 그림이 되다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곽수진 그림, 이지은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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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비에도 지지 않고>_미야자와 겐지_곽수진그림_이지은옮김_언제나북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시인 미야자와 겐지님은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머무른다. 그는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주목 받는 시인이셨다. 개인적으로 <비에도 지지 않고>의 제목도 좋았고 최초의 제목이었던 <11월 3일>도 시 전체의 문맥상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동생분이 형의 작품을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던 것 같다. 그 덕분에  우리에게도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접할 수 있었기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시인 미야자와 겐지님은 젊은 나이에 병사로 요절하셨지만 살아 생전 100여편의 동화와 400여편의 시를 남기셨다. 특히 우리가 잘 아는 애니메이션인 <은하철도999>의 모티브가 되었던 작품이 <은하철도의 밤>이었다고 하니까 놀라웠다. 아이들을 사랑하셨을 것 같고 어른이였지만 동심어린 마음과 순수함이 작품에서도 잘 드러나 있었다. 

여기에 수록 된 시는 <비에도 지지않고> 단 한편이지만 이 시는 다양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곽수진 작가님의 그림은 그의 시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고 있다. 특이하게도 각 행마다 다른 그림들로 그려져 있는데 자연친화적인 녹색 숲의 컬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작가님의 그림을 찬찬히 음미하 듯 느끼며 보고 또 보고 했다. 나는 명상에 잠기기도 했고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으며 문득 그리운 마음도 들었던 그런 그림이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특히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여에도 지지 않는>

이 부분에서 양쪽면이 각각 다른 계절로 대비되어 그려진 것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였던 것 같다. 화이트와 그린, 겨울과 여름의 양면성. 그런데 그  조차도 너무나 예뻤다.

<비에도 지지 않고>는 평범한 듯 하면서도 소박함을 간직한 시였다. 각 행의 의미를 느껴본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시련을 이겨내고자 하는 조용한 강인함을 상징하는 것 같다. 

<튼튼한 몸과 욕심 없는 마음으로>
늘 건강하며 심리적 욕망을 자제하고.

<결코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음 짓고>
어떤 일에도 분노하지 않으며 늘 평화적인 마음으로 웃고.

<하루에 현미 네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굶지 말며 욕심없이 소소하게 식사를 하며.

<모든 일에 내 잇속을 따지지 않고>
어떤 일이든 내 이익만 챙기려 들지 않고.

<사람들을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존중하고 그것을 잊지 말며.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집에 살고>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게 살며.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다면 가서 돌보아 주고>
아이를 소중하게 사랑하고 보살피며.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다면 가서 볏짐을 날라 주고>
부모님을 돕고 효도하며.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두려움을 달래주고>
내 이웃을 내 가족처럼 돕고.

<북쪽에 다름이나 소송이 있다면 의미 없는 일이니 그만두라 하고>
이웃과 다투지 말며.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추운 여름이면 걱정하며 걷고>
시련이 오면 슬퍼하고.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사회와 사람들이 나늘 싫어해도, 좋은 말을 해도 흔들림 없는 마음을 유지하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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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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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고대근대편>_빌포셋외지음_김정혜옮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재미있는 책이다. 찬란하게 빛나는 백역사가 아니라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만약 기존의 역사와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각국의 주요 사건별로 수록이 되어있고 특이했던건 대사를 넣어서 재미있고 실감나게 써낸 부분도 있었다. 특히 여몽 연합군이 고려 정벌 후 일본 원정을 떠나는 부분이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몽고군이 정벌에 성공을 하는 것으로 전개가 되어서 신선하기도 했고 그것이 어떤 결과가 되는지 적혀있었다. 허구였지만 재미있었다. 나는 각 책을 순서대로 읽진 않았고 우리 나라랑 관련이 있는 것부터 찾아 보게 되었다. 특히 가슴아픈 전쟁 역사였던 임진왜란은 히데요시의 정치적 야망으로 선택되어진 조선의 침략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자 홧병으로 병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만약 조선의 침략이 아니라 그 대상이 중국 명나라였으면 어떻게 역사가 바뀌었을까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다. 당시 명도 상황이 좋지 않았었다고 한다. 아무튼 일본은 한국 본토를 거의 점령할 뻔하다가 명나라의 개입으로 실패했다. 이것을 6.25전쟁과 비교를 했는데 당시 한국군과 미군이 북한군을 거의 한반도에서 몰아냈을 때 중공군이 개입했다. 북한군의 요청이 있었는데 결국 압록강에서부터 다시 한미 연합군이 후퇴하게 되었다. 그때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었다. 근데 개인적으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범국 일본의 만행을 한국의 6.25전쟁과 비교 한다는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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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미술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미술가가 되었다면 유대인 600만명의 희생은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세계의 역사는 또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얘기도 재미있다. 그리고 당시 나치당이 생겨서 반유대인적 사상이 생긴건 아니라고 했다. 독일인들 사이에서 이미 그런 조짐들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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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이 병사하지 않고 스탈린의 정치 야욕을 막았으면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러시아 10월 혁명인 볼셰비키 혁명에 대한 해석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스탈린이 그렇게 잔인한 인물이었던 건 예상보다도 훨씬 충격적이었다. 물론 히틀러 만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거기서 더해 알래스카를 헐값에 미국에 팔지 않았더라면 오늘날의 러시아도 다르게 변모하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당시 미국도 국민들에게 그 일로 원성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결국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넘긴건 몰락한 정치적 문제와 빚더미에 앉은 텅빈 국고 때문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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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호의 침몰과 관련된 흑역사는 마음이 아팠다. 당시 그 배는 전함들 보다도 더 최신식 기술로 건조된 초대형 선박이었다고 하지만 애초에 결함이 많았던 배였다. 거기서 더해 신 조차도 타이타닉호는 침몰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갖게 했던 것 같다. 공교롭게도 배 주위의 빙산이나 암초 등을 육안으로 살피는 선원이 쌍안경이 있었더라면 타이타닉호는 침몰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은 안타까우면서도 작은 행위가 역사를 바뀌게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많은 사람이 살았을테고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도 침몰이야기가 아닌, 가슴 아픈 사랑 얘기가 아닌 행복한 로맨스 영화가 되었을 것 같았다. 당시는 쌍안경이 있던 사물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등항해사가 갑자기 바뀌어서 열쇠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흑역사는 작은 사건에서부터 그것들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며 커져가면서 비극을 낳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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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의 병력이 있었고 각 부족을 점령하며 번성했던 아즈텍의 몰락은 충격이었다. 왕의 허황된 서구 신격화 사상과 스페인군의 교묘한 작전으로 500명의 군사만으로 국가를 멸망시켰다. 당시 왕이 적이라 여겼던 그들을 극진히 대하고 황금을 줘가며 아즈텍의 현황을 고스란히 스페인군에게 알려주는 꼴이 되었고 아즈텍에 불만이 있던 소수부족들을 스페인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결국 아스텍의 왕은 시민들에게 죽임을 당해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고 아즈텍은 스페인에게 점령당해 몰락하게 되었다. 

이처럼 흑역사를 보면서도 백역사가 될 수 없었다는 건 안타까웠다. 이런 역사를 보면서 다시 안좋은 역사는 반복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게 되어 흥미로웠다. 좀 더 현명해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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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시간
해이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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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탑의 시간>_ 해이수_자음과모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막상 이 책을 읽고 무언가를 쓰려니 머뭇거려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싶다. 소설의 여운이 남아서일까. 아무튼 <탑의 시간>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은 누군가에게 마땅히 읽혀져야 할 문학이고 독자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읽었다. 이 책은 핑크빛의 유광 표지가 심플한 멋이있었다. 그림이 스프링처럼 보였지만 제목처럼 시간과 탑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과하지 않은 은은한 색과 멋이 있다. 뒷면에는 해이수 작가님의 멋진 사진과 함께 아담한 소개글이 보였다. 2000년에 등단 하신 후 꾸준한 집필 활동을 하셨고 단국대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계신다.

최초 출판사 소개글이나 서평에선 이 책의 배경에 대해서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제목처럼 탑을 주제로한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여행과 함께하는 사랑 이야기 같아서 기대가 되었다. 사실 나는 외국 작품들 보다 우리 나라 작가님의 소설을 더 좋아한다. 아마도 내가 한국인이라서 같은 정서를 느끼며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를 배경으로 하는 장소가 이해가 더 쉽고 번역서들과는 다른 있는 그대로의 글이기에 더 그랬다.

처음에는 좀 당혹스러웠다. 흔치않은 배경설정 때문이었다. 한국이 아니라 미얀마의 관광지와 탑이 있는 사찰이 주요 장소였다. 사실 나는 미얀마를 가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귀찮음으로 인해 억지로 찾아보거나 하는 수고로움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요즘은 메모도 잘 안한다. 그러나 왠지 이 소설만큼은 흐름을 끊지 않고 계속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내가 미얀마를 모른다고 해서 이 소설을 이해 못하진 않았다. 그만큼 해이수 작가님이 소설을 잘 쓰셨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미얀마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불교문화는 특이했다. 낯설으면서도 고요함과 사찰 특유의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 좋았다. <석가탄신일>에 산행을 하다가 사찰을 들르거나 어렸을 적 경주 불국사를 가본 사람들은 그 느낌이 어떤지 공감이 될 것이다. 물론 관광객들이 바글거리고 정신없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숲의 나무들이 조용히 움직이며 내는 소리들 그리고 자연의 풀내음을 떠올리면 내 마음도 차분해지고 명상에 빠지며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탑의 시간>은 그런 풍경이었다. 거기에 명과 연이라는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슬픔이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밝으면서도 조용하고, 그 이면엔 애잔함이 있다. 그리고 그들과 양면적으로 대비되던 최와 희가 있었다. 둘은 연인이 었고 연애 200일을 기념해 최의 출장을 겸해서 미얀마로 동반 여행을 왔다. 이 네 사람의 관계가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그 어느것 하나 소홀한 부분 없이 하나의 선물 세트처럼 느껴진 소설이었다. 그들이 미얀마를 여행하는 모습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고 내게는 간접적 체험이 되었다. 진짜 웬만한 에세이 서적들 보다 사실적이고 아름다웠다. 거기에 기가막힌 문장들과 인물들의 관계속에서 교묘하게 오가가는 사랑에 대한 감정 표현이 압권이었다. 어쩌면 이 소설이 존재할 이유가 이것 같았다. 그리고 미얀마라는 역사적인 특징과 함께 명상하게 되는 숭고한 종교의식은 탑의 시간 속에서 신성하게 빛나는 것 같다. 

사랑은 아름답고 우리들의 인생과 함께하는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탑의 시간>은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결코 기쁘기만한 사랑은 아니였다. 시작부터 명은 미얀마에 들어서며 탑 앞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슬퍼한다. 연 또한 탑 앞에서 슬픔에 젖어있다. 두 사람은 삼십대 중반의 남자와 50대에 들어서는 중년 여자였으며 전혀 관계가 없던 사람들이였다. 그리고 최와 희는 그들 앞에서 사랑을 속삭이며 즐겁게 관광을 하지만 둘 사이의 미묘한 사랑의 갈등이 있다. 

탑과 시간 그리고 네 사람은 미얀마라는 국가 안에서 서로 동반자가 되어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나서 추억을 만들며 급기야 관광도 같이 하게 된다. 그 속에서 서로는 내면의 빈 공간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의 공간을 채우며 교감을 한다. 빈 공간은 각각의 성격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사랑에 대한 상실일 수도 있고 배신에 대한 슬픔이기도 하며 외로움과 증오이기도 했다. 그것을 전혀 관계가 없는 네 사람이 마치 쳇바퀴가 굴러가듯 물리고 물리며 채워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혼자서는 알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들이 타인의 인생을 공유하며 감정 이입이 되어버렸다. 특히 보트를 타고 난 후 네 사람이 식당에서 <미얀마 비어>를 마시며 나누던 악어이야기의 엔딩. 최의 의견 차이로 인해 감정이 격해져 버렸다. 결국 그들이 처한 비워진 감정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았다. 그 이후 서서히 진실이 채워지게 되고 자신을 되돌아 보며 회상하는 모습은 해이수 작가님의만의 치밀함이 엿보였다. <탑의 시간>은 지나친 감정의 잔인함이 없다. 무서움도 없다.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막장 드라마는 더더욱 아니다. 그들의 사랑은 정상적이지 않은 불완전함 속에서 균형을 찾고 있었다. 사랑의 완성 앞에서 갈등하는 이는 결국 사랑을 위해 냉정하게, 과감하게 이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사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말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연과 명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슬프면서도 그럴 듯하게 보였다. 

그들이 평범해서 이해가 되었고 억지스러움 없는 갈등 관계는 자연스러웠다. 물론 다른 사람의 사랑을 빼앗는 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지만 그러기에 소설이고 그 속에서 인간미를 느끼며 재미와 깨달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에 대한 배신과 변심 그리고 의심. 사랑했기에 이별했고 이별은 결국 기억이 된다는 것. 소설 속에서 그러길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엄마는 아이가 태어난 순간이 생일이 아니라 아이를 생각하는 순간부터가 생일이라고 여기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렇듯 사랑 또한 이별을 하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내가 이별을 생각하는 것부터가 나는 이미 이별을 했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생각에서 더 나아가 사랑에 대한 심리적인 고찰을 느낄 수 있던 부분이었다. 

<탑의 시간>은 이렇 듯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문학적인 풍부함이 있었고 사랑에 대해 고민하며 스스로 결론 지을 수 있는 철학적인 물음들이 있었다. 요즘 자주 느꼈던 불안전한 구성과 클리셰가 있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설들과는 달랐다. 탄탄한 구성과 섬세한 감성이 충만했고 보기드문 순수성이 느껴진 명작이라고 하고픈 책이었다. 끝나버린 아쉬움을 남긴 채 책을 덮었지만 내 마음 속의 미얀마는 아직도 탑의 시간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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