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이 해제됐다 해도 탄핵 사유는 이미 발생했다

한편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대한국민의 신임을 저버렸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저항‘ ‘덕분에‘ 라는 단어가 주는 감동

평이하고 절제된 단어들로도 이렇게 아름답고 단호한 판결문을 써낼 수 있구나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판결문

역사에 남을 명문. 오래 잊히지 않을 것이다

피로 써온 헌법을 만든 국민들이 또 민주주의의 적을 민주주의의 힘으로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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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너무 행복한 꿈을 꾸었는데 진짜 깨고나니 눈물이 나오더라.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아니까 저절로 눈물이 흐르더라

인간의 한계를 절실히 깨달은 존재의 진실하고 절박한 울음이였다

[A Bittersweet Life]
삶은 달콤할 뿐만 아니라 씁쓸하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쓰디쓴 진한 에스프레소처럼 고통의 연속일 수 있다

어찌 인생이 달콤하기만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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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대표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에서 허클베리 핀은 도망 노예 짐과 함께 미시시피강을 여행한다. 허클베리 핀은 도망 노예와 함께 있다는 것을 신고하지 않고 같이 여행을 하는 엄청난 범법 행위로 인해 가끔 노를 젓는 손에 힘이 빠지고 고뇌에 휩싸인다

그러나 허클은 짐을 버리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지옥은 내가 간다.˝

허클의 이 말이 일본을 대표하는 ‘시대의 양심‘ 양심적 지성인,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2023)의 일생을 관통하는 행동철학이자 ‘명령어‘가 됐다

오에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허클의 ‘지옥은 내가 간다‘를 입속으로 되뇌면서 더 힘든 쪽‘을 선택해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길을 쭉 갔고 그것이 자기 인생의 방향성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공감 능력이, 신의 선물보다는 신의 형벌이라는 사실을 통감하게 되는 시기가, 나의 길지 않은 생애에 이따금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몇 달
2022년 10월 29일 이후의 몇 달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가 그런 시기였다

밤에 숙면을 취하는 게 어려웠다. 하루에 한 번도 웃지 않는 날이 많았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마음의 통증을 느꼈다. 슬펐다. 분노했다. 원통했다

‘지옥은 내가 간다’ 는 나에게도 선택의 순간에 떠올리는 중요한 문장이 되어버렸다

평생을 관통하는 정확한 수식어가 있다는 것은 힘이 된다

“All right, then, I’ll go to 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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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3-24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생을 관통하는 삶의 수식어는 그의 철학이 되겠네요.
‘분노의 역류‘라는 영화에 나온 ‘you go, we go‘도 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말입니다.

나와같다면 2025-03-24 20:01   좋아요 0 | URL
˝You Go, We Go (네가 가면, 우리도 간다)˝ 저에게도 잊을 수 없는 대사예요.
백드래프트라는 화재 용어를 처음 알게해 준 영화
 

대한민국은 역사적 분기점의 순간마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해 온 시민들이 있었고, 그들의 목소리는 ‘시국선언문‘이라는 텍스트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이제 시국 선언문을 다시 소환하여 포스터로 시각화 했다


우리는 이 순간을 목격했고, 그 자리에서 함께 했으며, 앞으로도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으며,
결코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수 없다.

어느 나라에서 법을 공부했길래 검사생활을 오래했다는 사람이 그런 무식한 발언을 감히 할 수 있는지

우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참히 짓밟히는 광경을 목도하였다.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이를 모두 직시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르다.

감추려 했던 것은 드러나 버렸다!

역사란 그렇게 발전해 왔다. 잊으라 하는 사람들의 ˝가만히 있으라˝는 요구 앞에서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행동했다.


1960년 4·19부터 2025년까지 발표된 시국선언문에서 한 문장씩을 발췌한 포스터들은 그 자체가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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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이 존경하는 거예요. 저는 연민으로 잘
못 움직여요. 저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존경심이고 감탄이에요. 그들은 슬프기는 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저보다 훨씬 괜찮고 위대한 사람들이에요

영화 <벌새>에서 “함부로 동정하면 안 돼.
알 수 없으니까”라는 대사가 있다. 이는 동정이나 연민이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엔 나를 위한 행위가 될 수도 있음을 이야기 한다

정혜윤 PD도 또한 누구도 동정하지 않고 함부로 연민을 가지지 않는다. 그는 슬픔의 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을 깨끗이 존경하며 그 힘으로 움직인다

정혜윤 PD는 세월호, 대구 지하철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수 많은 유가족 분들을 만나며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과 책을 써낸 인물이다. 그는 시선의 이동과 연대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자신의 시선이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향해 있는 것을 정혜윤 PD는 견디지 못한다. 그는 시선의 이동을 통해 연대를 이루어 낸다

‘깨끗한 존경’ 에서 정혜윤 PD는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 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포함해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들을 전달했다. 정혜윤 PD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세월호 유가족,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유가족,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이분들이 절대로 입 밖으로 내지 않는 말이 있다고 한다

“너도 한번 당해 봐” 다
자신들이 겪은 그 상실감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알기 때문이란다

나는 이 대목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지옥 같은 그리움을 꽃처럼 들고 살아가는 유족들의 이야기가 지금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상실 이후에도 무엇이 가능한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결국 서로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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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제 2025-03-17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민이나 동정은 감정적으로만 충족되는 것이지만, 존경이나 지지는 나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 정말 공감합니다!
나라는 사람은 누군가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사람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오랜만이네요ㅎㅎ
좋은 글 읽을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2025-03-18 16:29   좋아요 0 | URL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입장의 동일함 이란것이 있을 수있을까? 함께 비를 맞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슬픔과 고통앞에서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누군가의 손을 놓지않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