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이 1922년 소련에 입국할 때 작성한 서류

입국조사서는 러시아어와 중국어, 한글로 쓰여있는데 홍 장군은 자신의 사회 계층을 ‘농부(농민)‘으로, 직업은 의병이라고 적었다. 입국 목적과 희망은 ‘고려독립‘ 이라고 밝혔다. 소속 정당과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묻는 말에는 ‘없소‘ 라고 짧게 답했다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당시 같이 설치된 다른 독립운동가들 흉상들 역시 현재 설치된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육사 생도들에게 무엇을 보고 배우라는 것인가
이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국난극복의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공산당 참여 전력이 있는 인물을 육사 교정에 둘 수 없다˝는 것이다

1920년은 결코 ‘특정한‘ 시기가 아니라 한국군의 원년이며, 그 당시로 끝나지 않고 지금에까지 이어지는 해이며, 항상적으로 기리고 되새겨야 하는 뿌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5인의 흉상 철거야말로 특정한 시기 편중의 해소가 아니라 거꾸로 특정하게 편중돼 온 한국군의 역사의 ‘정상화‘와 복원을 막는 것에 다름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문제 삼는 소련 공산당 입당 전력은 무지한 역사인식이다. 당시 상황을 지금 이념 잣대로 들이대는 건 몰지각하다. 1920년대 미국과 소련은 같은 편에서 독일과 일본을 상대했다. 독립운동가들 중 소련 공산당원도 적지 않다

당시 소련과 가깝게 지내고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건 시대 상황이다. 지금 들이대는 잣대는 철 지난 이념 과잉일 뿐이다

독립군 영웅에게조차 이념 굴레를 씌우고 난타하는 정부가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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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9-02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정신 아니죠!
그거다 무식해서 그래요.

나와같다면 2023-09-02 16:22   좋아요 1 | URL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잉크냄새 2023-09-02 16: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그대로 폭주네요. 한국 사회의 시스템이 미친놈 하나로 무너질 정도로 허약하다는 것이 화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나와같다면 2023-09-02 16:36   좋아요 2 | URL
사회 시스템이 견고했다면 대통령
한 명의 의지로 무너지는 이런 일은 없었겠지요
우리 민주주의 토대의 연약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다수당으로 밀어준 민주당에도 화가 납니다

나와같다면 2023-09-03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라며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마땅찮은 세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분노가 필요한 것 같지만 그게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는 편이 분노보다 유용할 때가 많다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을 때, 시스 로드의 마지막 일격을 막아선 것은 그의 아버지 다스베이더였다
그는 강력한 어둠의 힘의 아니라 오로지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흑화된 분노를 극복하고, 마침내 포스의 균형과 은하계의 평화를 가져오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그간 지켜온 사회적 합의와 상식, 가치를 부정하면서까지 이전 정부의 정책을 폄훼하고, 이전 정부의 사람들을 사법적. 정처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슬그머니 두려워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두려움과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사람들의 선택지는 많지않다.
순응하거나 분노하거나 둘 중 하나다

모쪼록 윤석열 정부가 정신 차리길 바란다. 바뀌길 바라고, 잘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바뀌어야 한다.
전임 대통령과 전 정부에 대한 콤플렉스, 증오, 분노를 버리는 것이 가장 먼저다.
마음을 바꾸지 않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아임 유어 파더

그렇다면 나는 이 분노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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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9-01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이 책이 탁현민 에세이인데, 직원이 자신의 친구분이 디자인했다고 오늘 점심시간에 보여준 책인데, 여기서 보게 되니 신기하네욤!!ㅎㅎ

나와같다면 2023-09-01 15:12   좋아요 0 | URL
지인의 친구분이 능력자이시고 의미있는 일에 참여하셨네요^^

은은한 색감에 제주도의 돌. 바람도 느껴지는 사진

여백이 느껴지는 멋진 양장본 책입니다 📖
 

미안하다
처음은 그날 이태원 거리 이유도 모른체 쓰러진 청춘들에게 미안했다
그 다음에는 신림동 반지하방에서 물에 잠긴 서민들에게 미안했고
지루했던 여름 장마, 오송지하차도에 갇혀있던 차량 탑승자들에게 미안했다
새만금 땡볕아래 전세계 청소년들에게도 미안했고
위안부 할머니,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도 미안했고
지난 역사에 대한 어떤 사과도 받지못한
우리 국민들에게도 미안했다
‘일본해’로 강제 개명당한 ‘동해’에게도
외롭게 홀로 있는 독도에게도 미안했다
못난 후손들에게 죽어서도 수모를 당하는 홍범도 장군에게 미안했고
비겁하고 무책임한 지휘관들에게 너무도 과분했던 해병대 채상병에게도 참 미안하다
그렇게 미안하고 미안하다가
이제는 아!… 바다에게도 미안하다
일렁이고 출렁일때마다 미안하다
제 것도 지키지 못하냐고 밤바다가 뺨을 후려친다

어떤 것 하나도 미안하다고 끝 날 일이 아니어서 그래서 더 미안하다

얼얼해진 마음이 단단해졌으면 싶다
미안함을 꾹꾹 다져서 단단해지고 싶다

- 탁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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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피고인은 우선 이 항소의 목적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1심 선고형량의 과중함을 애소(哀訴)하는데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이 항소는 다만 도덕적으로 보다 향상된 사회를 갈망하는 진보적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의 소산입니다

만일 우리 사회가 젊은 대학생들이 동 시대의 다른 젊은이들을 폭행하였다는 불행한 이 사건으로부터 “개똥이와 쇠똥이가 말똥이를 감금 폭행하였다. 그래서 처벌을 받았다”는 식의 흔하디 흔한 교훈밖에 배우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건 자체보다 더 큰 비극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빛나는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 설레던 열아홉 살의 소년이 7년이 지난 지금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배처럼 비난받게 된 것은 결코 온순한 소년이 포악한 청년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대가 ‘가장 온순한 인간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를 만들어 내는‘ 부정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 것 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1985년 5월 27일

유시민

서울 형사 지방 법원 항소 제5부재판장님귀하


어떻게 저렇게 날카롭고 빛나는 문장을 쓸 수 있는지. 그것도 한번에
지금같이 워드도 없는 시대에
초고와 퇴고 없이 원고지에 일필휘지로

나는 유시민 작가가 그때,
스물여섯의 기백이 오래도록 살아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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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8-29 2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스템이 공고화됐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착각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허물어져 내리는 것을
보며 마음이 참담할 따름입니다.

정치해야 할 사람들은 그 판을
떠나고, 정상배들이 판을 치니...

나와같다면 2023-08-29 20:20   좋아요 2 | URL
이 절망감. 패배감. 죄책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참담하기만 합니다

다수의 의원석을 밀어준 민주당에도 실망하고 화가 납니다 ㅠㅠ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만나 그에게 매료되어 18대 대선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시절 확신에 찬 모습으로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때때로 엄습하는 불안감에 신영복 선생님께 여러 번 물었다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까요? 민주주의는 종종 엉뚱한 선택을 하곤 하잖아요.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죠?˝
그때마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걱정하지 말아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고 있어요. 세상은 언제나 앞으로 가지 않는 것 같지만 보다 넓게 멀리서 보면 분명히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어요.˝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문재인 후보는 당시 대선에서 패배했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엄존했고, 선거는 승패가 갈렸으며, 절망감은 구체적인 현실이 되었다

2012년 대선
중요한 것은 결국 그해 대선에서 우리는 지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반드시 이겨야 할 때 지는 것은 두 배의 원망을 받아야 하는 일이고, 개인이 겪어야 할 충격과 상처는 덤이다. 많은 절망을 느꼈고 시대와 사람들에게 실망했다



나의 한 시절이 그의 한 시대와 함께 흘러갈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굿바이, 마이 프레지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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