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29일 목요일 오후 5시 52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
그는 운이 좋게도 무자비한 확률 게임에서 살아남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선혈을 흘렸던 자리에 흉터가 남았다. 상처는 아물었지만 상흔은 그대로였다
그는 “사고를 기점으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며 “절대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남들은 다행이라고 얘기하지만, 죽음의 끝을 봐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한순간에 사람들이 죽고, 모든 것이 눈앞에서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그는 살아갈 의미를 잃었다
저자는 사회적 참사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낱낱이 공개한다
그날 우연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시작된 비극의 역사는, 우연히 살아남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가 붕괴했다 32명이 죽었다.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502명이 죽고 6명이 실종됐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299명이 죽고 5명이 실종됐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길위에서
159명이 죽었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한다]
당신들에게 되묻고 싶다. 어째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되는 거냐고.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은 것이 뭐가 잘못된 거냐고. 가해자 중 아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진실을 알기 위한 이 일을 그만둬야 하냐고 따져 묻고 싶다
단지 당신들 보기에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날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가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걸 대체 왜 참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묻고 또 묻고 싶다
그러니까 제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거든 차라리 침묵하자. 아니지, 자식의 목숨을 그 알량한 보상금 몇 푼과 맞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떠들자. 그런 사람이라면 떠들어도 된다. 그도 아니라면 제발 부탁인데 그 입 닫자
그것이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