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우리가 도망쳐 떠나온 모든 것들에 바치는 영화입니다. 한때는 삶을 바쳐 지켜내리라 결심했지만 결국 허겁지겁 달아날 수 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담겨있다고 할까요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떠나갑니다. 모든 이별의 이유는 핑계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긴, 사랑 자체가 혼자 버텨내야 할 생의 고독을 견디지 못해 도망치는 데서 비롯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게 어디 사랑만의 문제일까요
도망쳐야 했던 것은 어느 시절 웅대한 포부로 품었던 이상일 수도 있고, 세월이 부과하는 책임일 수도 있으며, 격렬히 타올랐던 감정일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결국 번번이 도주함으로써 무거운 짐을 벗어냅니다. 그리고 항해는 오래도록 계속됩니다
그러니 부디, 우리가 도망쳐온 모든 것들에 축복이 있기를. 도망쳐야 했던 우리의 부박함도 시간이 용서하길. 이 아름다운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마지막 장면에서 처음으로 머리를 단정하게 묶는 조제 뒷모습처럼, 종국엔 우리가 두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삶의 뒷모습도 많이 누추하진 않길
이동진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