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생각했다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인간의 백분의 일이 줄어든다면 쏟아내는 독도 백분의 일이 될까?

기생수의 입을 통해서 인간의 위선과 이기심을 차갑고 거침없이 비판한다

“내 동족들이 배가 고플 때 인간을 잡아먹는 것은 정당하다. 생물이니까.”

“인간은 거의 모든 생물을 잡아먹지만 내 동족들이 먹는 것은 고작 한두 종류야”

“네가 악마라고 부르는 단어를 책에서 찾아봤는데 그것에 가장 가까운 생물은 역시 인간으로 판단된다”

HITOSHI IWAAKI 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 묻는다

자연을, 지구를 멸망으로 몰고 가는 인간은 대체 무엇인가?
인간 역시 자연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존재 아닌가?
각자 공정하게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 그러나
마지막 장을 펼치는 순간 기생수는
나에게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른쪽이와의 이별에서 영화 HER 가 겹쳐진다

이건 마치 책을 읽는것과 같아요
내가 깊이 사랑하는 책이죠
하지만 난 그 책을 아주 천천히 읽어요
그래서 단어와 단어 사이가 정말 멀어져서
그 공간이 무한에 가까운 그런 상태예요
나는 여전히 당신을 느낄 수 있고
우리 이야기의 단어들도 느껴요
그렇지만 그 단어들 사이의 무한한 공간에서
나는 지금 내 자신을 찾았어요

이제 너와 다신 얘기도 못하는 거야? 평생?
어쩌면 그래도 뭐.. 너나 나나 당장 죽는 건 아니잖아?
언제나 처럼 나는 눈을 뜨면 이 꿈에 대해서도 잊어버리겠지
알겠지? 눈을 뜨면 그것은 평범한 네 오른손이야

이별할때 우리가 소리쳤던 소리가 글자가 되어 내 눈앞에 보인다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내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고 생각했었구나

모든 이별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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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31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8-06-01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이치와 오른쪽이의 우정도 멋지죠^^

모든 이별을 애도하며, 좋은 밤 되세요~

나와같다면 2018-06-01 00:53   좋아요 1 | URL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면서 ‘헉‘ 놀라며 고양이라디오님 생각했는데..
좀 읽다보니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신이치와 오른쪽이를 보면서 서로 물들어간다는 이런거구나 생각들었어요

꿈속 이별장면 보면서 새벽에 엉엉 울었습니다. 덕분에^^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8-06-01 20:53   좋아요 1 | URL
재밌게 읽어주셔서 기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8-06-01 0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구가 절반으로 준다는 말에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제가 또 엉뚱하게 새는 것 같습니다. ㅋ

나와같다면 2018-06-01 16:06   좋아요 1 | URL
제가 어벤져스 무식자라..ㅋ
타노스.. 타나토스 죽음의 본능에서 유래되었나 보네요

얼마전 정수기물 대신 생수를 배달시켜서 먹었는데 쌓이는 플라스틱 병을 보니 마음이 안 좋더라구요
‘내가 뭐라구..‘ 이 말을 몇번이나 되내였는지 몰라요. 그냥 정수기 물 마시기로..

기생수를 보면서 지구생명체의 한 종으로서의 인간과 인간이 지구상 출현한 그 찰나적인 순간에 인간이 지구에 끼친 병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내가 뭐라고..‘
 

정치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위한 연민과 정의의 직물을 짜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릴 때,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이 맨 먼저 고통을 받는다. 그들이 고통을 겪을 때 우리 민주주의의 성실성도 고통을 겪는다.

인간의 마음은 민주주의의 첫 번째 집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묻는다. 우리는 공정할 수 있는가? 우리는 너그러울 수 있는가? 우리는 단지 생각만이 아니라 전 존재로 경청할 수 있는가?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용기 있게, 끊임없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동료 시민을 신뢰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가?

-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 <관여>


˝ 세월호 참사여파로 인한 소비위축이 올해 전체 경제 성장률의 발목을 잡을것으로 예상한다.˝

˝ 세월호가 살아나는 경기에 영향을 크게 줘서는 안되는데, 2분기 경제 성장률이 얼마나 떨어질지 걱정이다.˝

아이들이 바닷속에 있고, 온 나라가 정신적 공황에 빠져있을 때 정부와 경제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비통한 사람들의 눈물이 대한민국에 흘러 넘치고 있을 때 정치는 그들을 외면했다.

고통받는 타인을 향해 마음이 열릴 때 폭력대신 생명력을 불러 일으키고, 민주주의의 인프라는 지속할 수 있다.

지금 한국사회가 고민하고 바라봐야 할 시점.

민주주의를 염려하고 절망해 본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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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5-05 0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대 우리 사회의 가치 판단 기준이 경제, 특히 GDP 성장률이라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심지어는 통일의 문제도 ‘경제적 효과‘로 접근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나와같다면 2018-05-05 10:12   좋아요 2 | URL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 목소리를 ‘경제 프레임‘으로 가두려고 했던 정부의 과오.
공동체의 정의는 뒤로 밀리고 비용과 이익 분석이 절대적 기준이 되는 사회.

그래서 ‘사람이 먼저다‘ 라는 당연한 말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2018-05-06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8-05-06 18:08   좋아요 1 | URL
그런 프레임의 적용이 가능한 사회라는 것이 두렵죠..
비통한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는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2018-05-28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9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30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바다 (Intention, 2018)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
도대체 왜?

무수한 합리적 의문과 의심에 대해
영화는 온전한 팩트에 입각하여 대답한다

스릴러보다 더 무서웠던 영화
영화를 보는 중 한기를 느꼈다

나는 지금까지
진실을 드러나게 하는 힘은
신의 섭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4년간의 다큐 작업을 보며
신이 어떻게 인간에게 관여하고 간섭하는지
그리고 결국 진실을 드러나게 하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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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8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8-04-18 22:12   좋아요 2 | URL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집단 트라우마는 치유될 수 없을듯 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진실을 밝히는 것..
어쩌면 애도의 방식일 수도..

2018-05-03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8-05-04 22:04   좋아요 1 | URL
진실을 알아볼 수 있는 힘은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또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진실이 드러나기도 하고요..
 

Call me by your Name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께

sign을 보내
신호를 보내지 그랬어요?
보냈어. 그때

세상은 우리의 약점을 교묘하게 찾아내지

말하는게 좋을까요?
죽는게 나을까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알아줬으면 해서요

너희 둘이 서로를 알아 본 것은 행운이였어

우리는 몸과 마음이 단 한번 주어지지
마음이 갈수록 닳아 헤지고. 몸도 똑같아
지금 너의 그 슬픔과 그 괴로움을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나도 너와 같아. 나도 전부 다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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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물의 형태를 하고 있어요

물은 그릇에 담겨도, 물병에 담겨도, 욕조에 담겨도
그 형태와 크기는 다르지만 본질은 물이예요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는 것은
특별한 형체가 없는 물의 모양과 닮아있어요

물의 모양은 무엇이고, 사랑의 모양은 무엇인가요?

한 사람을 사랑할 때
세상의 모든 곳에 편재(遍在)해 있는 것처럼 느끼려면
그 사랑은 무정형일 수 밖에 없어요

사랑의 모양이 이렇다고
진짜 사랑의 형태는 바로 이래야 된다고 특정해서
규정하는 순간, 사랑의 신비는 휘발되고 그 규정밖의 사랑들에 대해서 폭력이 시작되요

그대의 모양 무언지 알 수 없네
내 곁엔 온통 그대뿐
그대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내 마음 겸허하게 하네
그대가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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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03-26 1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When he looks at me, the way he looks at me
He does not know what I lack or how I am incomplete
He seed me for what I am. as I am.

2018-03-27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8-03-27 22:04   좋아요 0 | URL
막지 말아요.. 그냥 흘러가게 둬요

사랑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였어요

겨울호랑이 2018-03-27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와같다면님 글을 읽다보니 <도덕경 道德經>의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이 떠오르네요^^:)

나와같다면 2018-03-27 22:10   좋아요 1 | URL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도를 도라고 말하면 영원한 도가 아니요, 이름을 이름 지우면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우리가 묘사하고 정의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영원한 진리가 아니죠

내가 했던 사랑을 돌아봤어요. 사랑의 모양은 이래야한다면 규정하지는 않았는지.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세상에는 우리의 개념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참 많아요..

겨울호랑이님 오늘 저에게 깊은 화두를 선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8-04-03 16:38   좋아요 2 | URL
두 분의 문답 멋집니다^^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ㅎ

2018-04-06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8-04-06 21:20   좋아요 1 | URL
제가 했던 사랑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였어요.. 사랑은 이래야한다며 규정하려했던 실수..
그래서 The Shape of Water 에서 저는 사랑의 형태를 본것 같았어요..
막지 말아요 그냥 흘러가게 둬요

2018-04-08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6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6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길위에서 길을 묻다 2019-08-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롬은 사랑의기술에서
사랑은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죠
테니스보다 쉬운가?
그런데 왜 그만큼도 고민하고 준비 않하고 난 안된다고 생각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