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다.
내가 가르치는 한 학생이 자신이 쓴 글을
보고 수정 좀 부탁한다기에 독후감이나
방학숙제려니 생각하고 '그러마'고 선선히 대답했다.
그런데 그 학생이 들고 온 것은
자신이 쓴 '교사 추천서'였다.
대입 수시 지원에 필요한 서류라고 했다.
자기 소개서와 함께 교사 추천서가 필수라면서
자신이 직접 썼기 때문에 선생님이 쓴 것처럼 만들려면
어른들 어투로 바꿔야 하는데 자신으로서는 난감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기껏해야 그 학생을 야자가 끝난 늦은 시각에
1시간 남짓 만나 공부를 도와주는 게 고작인데
더구나 많이 만나야 일주일에 두세 번인데
그 학생의 장단점을 세세히 알 리도 만무이고,
올 초에 처음 만났으니 고등학교 1,2학년 시기는
더더욱 알 길이 없다.
나는 그 학생의 교사 추천서를 고쳐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학생의 장래가 걸린 문제니 어쩔 수 없이
학생의 부탁을 들어줄밖에.
동네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고는 있지만
교사 추천서를 부탁받기는 처음인지라
인터넷에 혹시 예시문 같은 게 있을까 싶어 찾아 보았다.
그제서야 나는 이런 불법적(혹은 탈법적) 행위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올해부터 수시 지원이 6회로 제한되었다고는 하나
지원할 때마다 교사 추천서를 써줘야 하는 선생님들의 고충을
이해 못 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불합리하고
처리 불가능이면 상급기관(교육부가 되겠지만)에
따질 일이지 순진한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소임을 떠넘기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선생님이란 자리가 어떤 것인가?
아이들을 바르게 자라도록 지도하는 위치가 아닌가?
선생님 스스로 아이들에게 불법을 가르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학생이 쓴 교사 추천서를 읽으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그저 한심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