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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가의 비밀 - 이원수 중편 동화 ㅣ 햇살어린이 2
이원수 지음, 이광익 그림 / 현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동화는 아이들에게 깨닫지 못했던 교훈을 주기도 하고, 더 넓고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게도 하며, 때로는 과거 역사를 조명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시대를 가늠해보게도 하고,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며 즐거움을 더해주기도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동화들이 요즘 많이 소개되는 가운데, 그만큼 선택의 폭은 넓어졌어도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 동화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무조건 많이 읽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좀 더 가치있는 동화를 통해서 아이의 생각을 넓혀주었어면 하는 마음이 드는데, 그럴 때는 동화 작가로 유명하신 작품들을 선택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만난 이원수님의 작품은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우리 아이가 지금까지 읽어본 동화에는 없는 새로운 구성이라서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동화 작가 이원수 선생님은 우리나라 문학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분으로, 어려웠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도록 하는 다양한 동화를 지으신 분으로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고향의 봄'과 같은 동시는 어릴 적 음악 교과서에서도 수록되어 오래도록 불리었던 동요 중 하나였다.
지난 번 만나보았던 <산의 합창>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에는 <유령가의 비밀>이라는 작품집 속에 두가지 동화를 담고 있는데, 두 작품 모두 존재감이 대단했다. 특히, 제목이 된 <유령가의 비밀>은 이야기 구성이 참 독특했던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은 어린이들을 위한 탐정 소설이라는 점에서 색다르게 느껴졌다. 1956년에 창간된 만화잡지인 '만화 세계'에 발표된 작품이라고 한다. 전작들이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와 동화가 함께 어우러져 정말 스릴넘치게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늙은 소나무에 에워싼 외딴집에 엄마랑 단둘이 살고 있는 병약한 소녀 정란은 밤마다 잠드는 게 무섭기만 하다. 밤마다 찾아오는 모래비와 흰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피를 흘리는 귀신이 나타나 가뜩이나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상처가 깊은 모자에게 더한 시련으로 다가온다. 처음부터 머리가 쭈뼛서는 그런 느낌으로 읽다보면 반전이 허를 찌른다. 참 재미있어서 마구 빠져든 이야기다.
반면, 두번째 작품은 참 예쁜 작품이다. <구름과 소녀>라는 제목도 참 예쁘지만, 물의 순환과 같은 원리도 이 이야기를 통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한 소녀가 세수를 하고 화초밭에 끼얹은 우물물이 하늘높이 날아올라서 하얀 작은 구름이 되어 바람을 타고 여행한다. 구름은 세상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이곳저곳 여행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자기가 태어났던 그 소녀가 있는 곳을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향에 닿기를 희망하는 구름이 새로운 꿈을 꾸는 참 좋은 이야기였다.
두편의 작품 모두 참 알차고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우리 어린이들에게 많이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들이었다. 많은 동화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역시 세월을 초월해서도 좋은 작품은 있기 마련이다. 이원수님의 두 편의 동화, 세월을 초월하여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도 사랑받을 만한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운 시절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느껴보며 희망을 딛고 힘차게 일어서는 법도 배워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