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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저고리 ㅣ 파랑새 그림책 84
이승은.허헌선 글.인형 / 파랑새 / 2010년 3월
평점 :
어릴적엔 옷이 참 귀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데다 사남매라서 보통 명절이나 운동회, 소풍이나 가려면 옷을 사주시곤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아무 날이 아니어도 옷을 사주셨던 기억은 조금 더 지난 고학년이 되어서부터 였던 것 같다.
이 그림책은 우리 어릴적보다 조금 더 먼 옛날로 거슬러올라간다. 초가집에 무명 치마 저고리를 입고 살던 아주 오랜 그 시절로 말이다. 이 책은 연작 개인전의 '엄마 어렸을 적엔'작가의 두번째 그림책이라고 한다. 1996년부터 시작한 '엄마 어렸을 적엔....'이라는 연작 개인전과 책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인 이승연, 허헌선 부부가 함께 빚어낸 그림책으로 이 그림책은 전작 <눈사람>에 이어서 두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특이할만한 것은 전작 <눈사람>은 인형 작업만으로 선보였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고운 빛깔의 색동저고리도 만들어 입히는 등의 인형뿐만이 아니라, 글도 직접 쓴 그림책으로는 첫번째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개인전으로 통해서 13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우리의 정감 넘치는 한국적인 얼굴과 우리나라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해 내는 것으로 유명한 부부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긴 이 책에도 그 정성을 인형의 모습과 직접 빚어서 한컷 한컷 찍었을 그 정성에서 느껴볼 수 있었다.
내용도 참 따스했다.

황토가 군데군데 떨어지고 호롱불 하나에 의지한 방 안에 엄마와 돌이, 그리고 동생 분이가 살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오순도순 살아가는 돌이네 세 가족. 엄마는 삯바느질을 해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설이 다가오자 돌이와 동생 분이는 동네에 설빔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꿈도 못 꿀 일이다. 밤늦게 돌아와, 엄마를 기다리다 잠든 두 아이를 보고 엄마는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에 바느질을 시작하는데.....
설날이 다가온 어느 날, 돌이와 동생 분이는 곱게 설빔을 차려입고 예쁜 꽃신을 신은 동네 아이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자신들에게는 꿈도 못 꿀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 마음을 달래주려고 돌이는 동생 분이를 위해 가오리 연을 만들어 주기도 하며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데 그만 잠이 들고 만다.
밤늦게 돌아와, 자신을 기다리다 잠든 두 아이를 본 엄마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여의치가 않다. 그러다가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 엄마는 삯바느질하고 남은 자투리 천을 곱게 이어 꿰매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돌이와 분이의 머리맡에는 엄마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 시대를 반영하듯 호롱불에 황토 벽과 문, 궤짝,이불 등의 모습이 참 고스란히 재현이 잘 되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와 아이들의 표정과 머리카락까지도 참 섬세하게 잘 표현이 되어 있는 느낌이라 그림을 한장 한장 넘겨보는 재미가 이야기를 읽는 맛을 더해준다.
그 시절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었을 아이들의 모습, 지금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일 것도 같고 아이들의 지금의 정서와는 살짝 다르지만, 시간을 거슬러 옛 모습을 통해서 지금의 삶에 대한 감사와 함께 따스한 엄마의 사랑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에 돌이와 분이가 엄마의 선물에 신나서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에 마음도 한껏 행복한 마음이 전해져오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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