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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4 최고의 SF소설, 실존적 절망에서 한 줄기 희망에 이른다._데일리 메일
한국 문학 대표 번역사 안톤 허의 첫 장편소설 <영원을 향하여>가 출간되었습니다. 《영원을 향하여》는 일기 형식의 서사 구조 속에서, 노트를 이어받은 존재들이 각자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소설로 그 연결 고리는 언제나 ‘사랑’이며, 사랑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감정과 과정을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 과거와 미래를 가로지리는 감정을 작가는 어떻게 표현해 냈는지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사람 몸속의 암세포를 나노봇으로 교체한다면 암이 낫지 않을까? 이 책은 나노봇이 증식해 몸속의세포가 모두 나노봇이 된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그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지 저자는 독자에게 묻고 있습니다. 「영원을 향하여」 는 나노 치료와 인공지능 기술로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게 된 앞으로의 미래를 배견으로 하고 있습니다. AI 첨단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으니 이런 소설이 출간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미래를 상상해 보는 재미와 흥미도 있는 반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순수성을 침해하는 것도 생각해 볼 내용이었습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그를 본다. 또한 그의 과거를, 청년부터 노인까지 내가 알았던 모든 연령대의 그를 본다. 그는 나에게 언제나 젊을 것이다. 그의 얼굴은 나 자신의 얼굴보다도 나에게 친숙하다. 나이가 흠을 낼 수 없고 질병이 망가뜨릴 수 없다. 그 얼굴은 내 행복, 내 기쁨의 풍경 그 자체다.---p.59
스스로 깨어난다는 것은 가라앉은 상태이며 무의식이 되는 부분들을 범람시킨다는 것이다. 싹트는 기억과 생각을 따라 그의 의식이 수위가 차츰차츰 높아지며 그 기억과 생각들을 대부분 가라앉혀 버린다. 여기서부터 나노봇들은 하나의 서사를 결정한다. 그 서사가 그를 생산한다. ---p.349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지구, 말리 비코 박사의 일기를 따라 수백에서 수천 년에 걸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근미래, 미래, 먼 미래, 아주 먼 미래, 마침내 영원까지 이어지면서 불멸의 인간들, 인공지능 파닛, 복제된 클론 ‘이브’들이 차례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과거와 미래, 인간과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일기 형식이 독특합니다. 소설은 한 과학자의 실종 사건을 시작으로 불멸의 신체를 갖게 된 인물들, 감정을 인식하는 AI '파닛', 그리고 파닛의 정신을 계승한 클론 '이브 D'까지 이야기를 확장시킵니다. 책을 읽고, 시를 이해하며,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과연 누구인가하고 작품은 묻습니다.
작품은 SF 소설이라고 간단히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작품 속에 나오는 문학적 강점은 고전과 현대의 시들을 서사 구조 안에 유기적으로 녹여있어 마치 철학과 문학 작품들 T.S. 엘리엇, 크리스티나 로세티,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은 서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인간성과 예술의 의미를 묻곤 합니다.
평균수명은 점점 높아지고 인간은 어떻게든 오래 살기를 원합니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여 기대수명도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지구는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름 기온도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이 작품은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번역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렸던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안톤 허의 첫 소설로 정보라 작가가 번역했다는 점에서 우선 표지에 눈길이 갔습니다. 늘 영어로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어려웠던 안톤 허는 어느 날 이성복 시인의 「무한화서」를 만나고 마침내 ‘영어가 자신을 통해 글을 쓰는’ 경험을 합니다. 그렇게 쓰인 이 책은 나노 치료와 인공지능 기술로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한편의 소설이 되었습니다.책을 읽어보면 정보라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과도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영원이라는 철학적인 숙제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