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둘이 함께 살며 생각한 것들 - 비혼, 동거, 가족 그리고 집에 대한 이야기
박미은.김진하 지음 / 저녁달고양이 / 2020년 4월
평점 :
#둘이함께살며생각한것들 #박미은 #김진하 #저녁달고양이 #에세이 #에세이추천 #비혼 #동거 #내집 #연애스타그램 #비혼주의자 #오늘의집 #백도서관이벤트 #신간도서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백도서관이벤트

이번에 데려온 만리향과 수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냥 둬도 죽지 않을 정도로 자라 있다. 내 역할은 가뭄이 들면 물을 주고 잡초가 자라면 정리해주고 비정상적인 벌레가 꼬이면 제거해주는 것이다. 가지를 치는 일은 정말 신중 하려한다. 자연스럽게 건강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간섭은 하지 않겠다. 주어진 상황을 탓하지 않고 꾸준한 관심도 주어야 한다. 책에 이런 내용의 글이 와 닿았다. 둘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이런 것일거 같다. 관심은 두되 간섭하지 않고 취향은 가급적 맞춰가는거. 부모님과 지낸 오랜시간을 떠나 나만의 공간을 갖기 원하는 나이가 되면 이런 집에 살아야지 하고 꿈을 꾼다. 시작은 1평도 되지 않는 원룸이지만 꼭 결혼을 해야 새 가정을 꾸리는 시대는 아니므로 <둘이 함께 살며 생각한 것들>에서는 비혼,동거,가족, 그게 이성이든 동성이든 관계없이 우리가 사는 집에 대한 이야기. 삶을 결정짓는데 꼭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책입니다.

결국 내가 원했던 집은 나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나는 나보다 나와 함께하는 존재들이 평안하기를 더 바라고 있었다. 그제야 나도 행복할 수 있음을 긴 시간이 걸려 어렵사리 배웠다. 물론 나도 소중하다. 그리고 내가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내가 더 소중함을 느꼈고, 집은 그 모든 책임을 나와 함께 떠안은 내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p29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빗소리와 비 오는 날의 냄새가 좋다. 주택에 오니 이 두 가지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기분 좋은 둔탁한 소리가 난다. 내가 심은 나무와 꽃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마당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밤새 가까이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투둑투둑’ 잔잔한 백색소음에 노래도 더 잘 들리고 책에 집중도 더 잘 된다.
그런 날에는, 갓 지은 하얀 쌀밥에 매콤한 돼지고기 김치찌개, 어머니가 보내주신 멸치볶음으로 상을 차려, 음식과 빗소리에 온전히 집중하면 세상 고민이 사라진다. 가족이 더 사랑스럽고 괜히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하고 싶어진다. 한편으로는 길고양이들이 춥지는 않을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걱정도 된다. 비는 ‘새로움’이다. 비가 그치면 눈에 띄게 자란 나뭇잎과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나타나는 고양이들과 상쾌한 아침 공기가 나를 맞아 준다.
이 집에서 살면서, 비 오는 날 저녁의 어둡고 습하고 산소가 부족한 것 같은, 그런 분위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 p.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