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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닌 여자들 -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 북다 / 2024년 6월
평점 :

“이 지구상에서 허락된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설계한 삶 속에 자녀의 공간이 있는지 헤아릴 뿐이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세 자매, 버지니아 울프 등 역사에 늘 존재했던 ‘엄마 아닌 여자들’ 의 이야기
엄마 아닌 여자들에 붙어 있는 ‘비정상’이란 꼬리표를 떼다는 여성운동, 인권 등 다양한 주제로 역사학을 연구하고 있는 페기 오도널 헤핑턴 (Peggy O’Donnell Heffington) 작가의 책으로 왜 여성들은 ‘엄마가 되지 않기로’ 선택했을지 그 고독한 연대에 대한 문제적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책으로 기대가 됩니다. 요즘 시기에 많이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머니가 아닌 사람(not a mother)’이라는 말로 나를 설명하고 싶지 않다. 타인의 긍정적 정체성을 부정함으로써 내 정체성을 세우고 싶지 않다.” 실라 헤티(Sheila Heti)는 2018년 출간한 『모성(Motherhood)』에 이렇게 썼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아니지 않은 사람(not not a mother)”이라는 말을 제안했고 이 말을 어머니가 아닌 여성에게 하면 “‘어머니가 아니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부정적 정체성을 거부하는 표현이 됩니다. 이 말을 어머니에게 하면 이중부정은 강한 긍정이 되므로 다시 어머니란 뜻이 된다. 헤티는 이것이 “우리가 함께 쓸 수 있는 용어”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자녀가 아니다. 문제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다. ---p.279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독자는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세대입니다. 지금의 출산율을 그당시 예상했더라면 이런 슬로건을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다양합니다. 하지만 사회문제가 되면서 개인문제에서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환경에 대한 우려에서 출산을 미루거나 피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부조리하지도 특별히 새롭지도 않습니다. 두려운 미래에 직면하는 경험은 우리가 처음이 아니며, 자녀를 줄이는 대응도 우리가 결코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토머스 맬서스부터 폴 R. 에를리히, 스테퍼니 밀스, 현재 열 명의 청년 중 네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자녀가 환경에 미칠 영향과 악화된 환경이 자녀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 왔고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들은 가장 힘든 선택을 해왔습니다. 자녀를 갖지 않는 선택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성이 직장 때문에 아이를 가지지 않는다고 할 때 사무실과 회의실에서 바지 정장을 입고 일하다가 고양이가 가득한 고급 주택으로 퇴근하는 고학력 페미니스트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산업화 이전에도 유럽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이 직장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았습니다. 대공황 시절 미국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특히 여성들이 아이를 갖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1970-1980년대 화석 연료 가격이 증가했을 때도 그리고 애팔래치아산맥의 광산 지역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미국 성인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어떤 종류의 부모도- 양육권이 있든 없든, 생물학적 부모든, 입양 부모든 의붓부모든 어린 자녀를 가졌던 성년 자녀를 자졌든-비부모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보고하는 경우는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자녀 없는 사람보다 12퍼센트 덜 행복하다고 보고한다. 이것은 선진국 중에서 부모와 비부모 사이의 행복 격차가 가장 큰 영우다. ---p.278
시몬 보부아르는 1908년 프랑수아즈와 조르주 부부의 중산층 가정의 장녀로 태어나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작가나 교사가 되고자 공부에만 전념합니다. ‘시몬은 남자처럼 생각하지!’ 그녀의 아버지는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습니다. ‘남자처럼’ 생각한 덕분에 보부아르는 많은 일을 했습니다. 일과 가정을 둘다 갖고는 성공하기 어려웠을까요. 보통 이런 말을 합니다. 자식을 낳아 보지 않은 사람은 어른이 아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중요하고 어렵다는 말일 것입니다.
21세기 기술 발전에도 난임이 사라지지 않은데는 의학적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인간을 임신하고 키우는 생식 과정이 인체가 하는 일 중 가장 복잡한 것인데 이뿐 아니라 역사적인 이유도 있다는걸 이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난임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늘 다른 동기가 있었는데 19세기 미국은 신의 의지거나 자연이 부여한 가련한 상태인 난임이 현대 생활의 스트레스로 생겨냐 숙련된 의사의 치료가 필요한 병을 그저 지켜만 보았다고 합니다. 출산을 기피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난임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경제적 정신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엄마 아닌 여자들>은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특별한 책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