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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선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2월
평점 :

네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줘요.
나에게는 그게 꼭 필요하니까.
<살인자의 건강법>이 출간 되자 마자 천재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문학계에 입지를 다진 벨기에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 <비행선>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는 <푸른 수염>과 <적의 화장법>으로 먼저 알게 된 작가입니다. 이번 비행선은 그의 스물아홉 번째 소설로 프랑스에서만 25만부가 판매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입니다.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열아홉의 문헌학도 ‘앙주’와 책을 읽기는커녕 단어 하나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열여섯의 고등학생 ‘피’ 그 두 주인공의 성장 분투기로 보이지만 마지막 반전 역시 노통브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아멜리 노통브은 <푸른 수염>을 비롯해 잔혹한 동화를 쓰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그의 스물아홉번째 작품 <비행선> 또한 독자는 결말에 놀랐습니다. ‘피’는 열여섯 살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2학년으로 그의 문학 선생 ‘앙주’를 만나면서 점차 변해 갔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작품을 들여다보면 피의 내면에는 그런 부모로부터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을 받지 못해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미움과 비판이라는 것이 마음속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나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줘요. 나에게는 그게 꼭 필요하니까.---P.155
고등학생임에도 소설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권도 읽지 않았다는 피의 말에 앙주는 놀랐고 제일 먼저 추천한 책은 <적과 흑>이었습니다. 당돌한 학생 피와 수업 내용을 몰래 엿듣고 있는 피의 아버지는 외환 딜러로 그레구아르입니다. 이 둘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거액의 보수에 다음 수업도 진행됩니다. 적과 흑은 일리아스로 이어지고 독서 장애를 고쳐 달라는 그레구아르의 요청은 결실을 맺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손해 볼 건 없잖아. 예를 들면, 아주 아름다운 책들을 읽는 건 모험에 앞서 훌륭한 준비 작업이 되지,---P.163

피와 앙주 그 둘의 만남은 모두 외톨이었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합니다. 피는 사춘기의 시련을 홀로 혹독하게 치루고 있었고 대학교 2학년인 앙주 역시 그 시절 작가의 분신이라는 자기만의 방을 갖고자 하는 외톨이였습니다. 누군가의 방을 발견하는 것은 늘 침입의 성격을 띤다. 피의 방을 보고 앙주가 느끼는 대목입니다. 고급 주택의 아르 데코 모티프들을 그대로 둔채 그 집이 가진 우아함을 전혀 해치지 않고 있었다고 그리고 이 작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인물 교수 도미니크도 등장합니다. 이 사람 또한 친구가 없었고 앙주만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이 둘 앙주는 도미니크가 손을 내밀자 얼른 잡았을까요.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입해 수집해 관리인의 손에 맡겨지는게 수집가의 취미라는 어머니의 우매함과 아버지의 감시와 통제 속 그런 부모에게 항상 갇혀 있던 피는 그 둘을 가위로 가르듯 싹둑 잘라 버려 비행선처럼 둥실 날아오르고 싶었을 것입니다. 부모에게 배울 것이 없고 부모에게는 삶이 없다고 느끼는 피의 말에서 그간의 부모와 자식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미뤄 짐작이 갑니다. 마지막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문학으로 만난 사제 지간 이제 ‘피’를 더는 볼 수 없다는 슬픔 외에도 부조리한 만큼이나 깊은 죄책감을 앙주는 느낍니다, 나는 결백한 자가 살인자가 되는 것을 막지도 못했다고 어쩌면 자신이 그런 힘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교만함을 반성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손에 놓지 않고 완독 했습니다. 이렇게 몰입감이 높은 작품 아멜리 노통브 작가의 장기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도 더 접해 보고 싶은 작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