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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뷰티 - 장애, 모성, 아름다움에 관한 또 한 번의 전복
클로이 쿠퍼 존스 지음, 안진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 정식 명칭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며, 2007년 4월 10일 제정되어 1년 후인 200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 땅에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법입니다. 한겨레 출판에서 출간된 <이지 뷰티>는 선천성 장애를 지닌 여성 철학자의 장애, 모성, 아름다움에 관한 사유의 책입니다.
“아름다움에 관해 생각하는 것은 나를 해방하는 행위다”
저자는 철학 교수이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녀는 선천성 희귀질환인 천골무형성증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장애여성’이 아닌 여성으로서, 외적이든 내적이든 아름다움에 관해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 해방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장애를 지니고 태어났던 저자는 ‘천골’이 누락된 자신의 몸은 처음부터 ‘불완전한 몸’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상처받으며 자신이 ‘장애인’임을 깨닫자 클로이는 본능적으로 이를 외면합니다. 브루클린의 술집과 로마의 미술관, 밀라노의 비욘세 콘서트, 그리고 프놈펜의 킬링필드까지 배제된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사유의 여정 기대 되는 책입니다.
‘사실 내가 남들과 달라서 내 삶에 긍정적인 것도 많다고 말한다면? 너에게는 그게 놀라운 말이겠네? 내가 말했다.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건 놀랍지 않아.” 콜린이 대답했다. “그건 청각장애인들이 청각장애인들의 문화를 사랑스러워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하지만 그건 문화가 아니라 장애에 대한 대응이지.” ---p.127
몸이 불편한 것은 삶이 불편한 것이지 삶의 전부가 나쁜건 아니라고 합니다. 장애여성이자, 철학자, 한 아이의 엄마인 클로이는 여행과 만남을 통해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들어 갔습니다. 그녀는 중립의 방을 찾아 수를 셉니다. 1,2,3,4,5,6,7,8 그렇게 찾아오는 통증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녀가 태어난 날 희귀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기를 보고 의사들도 당황했습니다. 평생 걷지 못할 것이고, 보조기구 없이는 똑바로 서지 못할 것이며 만약 살아남더라도 통증없는 삶을 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천골무형성의 병은 그렇게 처음부터 찾아왔습니다. 장애를 지니고 태어났던 그에게 ‘천골’이 누락된 자신의 몸은 처음부터 ‘불완전한 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상처받으며 자신이 ‘장애인’임을 깨닫자 클로이는 본능적으로 이를 외면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누락된’ 부분을 학문적·정서적인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철학자의 말들 속에 숨어 지내는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위대한 여성입니다.
책에는 그런 자기방어적인 태도로 ‘구경꾼’처럼 관조하며 살아왔던 그의 삶의 과정이 담담히 그려져 있습니다. 어릴적 자신을 거부했던 공간을 비롯해 여러 곳을 여행하는 동안 저자는 ‘장애’ ‘모성’ ‘아름다움’ 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답을 찾아나갑니다. 여행지에서의 사유에 녹아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아이리스 머독 등 철학자들의 말을 빌린 저자의 아름답고 은유적인 문장들을 마주하다 보면 깊은 문학적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책의 추천사를 쓴 김원영 변호사가 “이 과정을 따라가는 일은 문학적 체험이면서 여행이었고, 매우 신체적이면서도 철학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한 까닭입니다.
“우리가 육체에서 벗어날 때 아름다움이 발견된다. 그렇게 정화된 영혼은 육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지적인 이데아와 이성이다. 오직 이 신성한 질서에서만 아름다움에 대한 원천과 온갖 종류의 아름다움이 생겨난다.” ---p.139
여성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외모가 아름답다고 내면의 자아까지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장애를 극복한 저자는 ‘장애여성’이 아닌 여성으로서, 외적이든 내적이든 아름다움에 관해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 해방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아름다움’을 키워드로 저자가 여행했던 로마의 보르게세 미술관, 밀라노의 비욘세 콘서트장, 프놈펜의 킬링필드를 천천히 따라다가 보면 저자의 심리적 변화와 함께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아직도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차별없이 이 땅에서 불편함 없이 우리랑 똑같이 생활할 수 있게 만드는게 우리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쉬운 삶도 아니고 고통없는 삶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현실의 삶을 받았다.”고 한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