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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즐거움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매혹적인 걷기의 말들
존 다이어 외 지음, 수지 크립스 엮음, 윤교찬.조애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0월
평점 :
“혼자 걸을 때처럼 완전히 살아 있어본 적도,
그렇게 철저하게 나 자신이 되어본 적도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떠 하루의 시작을 걷기부터 시작됩니다. 인간의 오랜 역사 중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이 있다면 아마도 걷기의 감각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걷기의 좋은 점은 이루말 할 수 없이 많습니다. <걷기의 즐거움>에서는 우리가 좋아하고 친숙한 작가들의 걷기 예찬을 했습니다. 이번에 인플루엔셜에서 출간된 책은 제인 오스틴, 헨리 데이비드 소로, 찰스 디킨스,E. M. 포스터, 샬럿 브론테, 버지니아 울프등 서른 세명의 유명 작가들이 길 위에서 쓴 사유와 감성의 문장들은 모은 기대되는 책입니다. 걷기의 즐거움을 만킥 하면서 명 문장들을 만나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매혹적인 걷기의 말들
『걷기의 즐거움』은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지만, 크게 네 가지 주제가 있습니다. 1장에서는 소로의 「걷기」, 버지니아 울프의 「밤 산책」 등 걷기 그 자체를 주제로 한, 산책자의 내면을 다룬 산문과 시를 만날 수 있고 2장에서는 걷기란 결국 어딘가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데 주목해,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 속 이탈리아 여행 장면 등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향하고, 홀로 또 같이 도보 여행을 떠나며, 우연과 가능성을 만나기도 하는 명문장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필사를 한면서 시간날때마다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3장은 ‘걷는 존재들’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글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조지 엘리엇, 해리엇 마티노 등 걷고 쓰는 행위가 사회에 대한 반항이자 해방이기도 했던 여성들의 소설부터, 노예로서 생존을 위해 걸어야 했던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기록을 다뤄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마지막 4장에서는 관찰자가 되어 배회하는 도시 산책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소음과 인파에 휩쓸린 위험한 보행을 묘사한 로버트 사우디의 글이나, 한밤중 불면증으로 고생해본 사람은 공감하게 만드는 노숙자들 사이를 헤매는 찰스 디킨스의 밤에 쓴 문장도 인상적입니다. “밤을 지새우는 것이 나의 주 목적이었기에 나처럼 밤새 특별한 목적없이 떠돌아 다니는 이들과 공감할 수 있었다.” ---p.238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산책에 꼭 필요한 여유, 자유, 독립은 돈으로 살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야말로 산책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산책자가 되려면 하늘에서 은총이 내려야 한다. 직접 하늘의 축복을 받아야 한다. 산책자 가문에서 태어나야 한다. 산책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걷기」중에서
도보 여행의 매력은 걷는 데 있거나 보는 풍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데에 있다. 걸을 때는 박자에 맞추어 혀를 움직이기 좋고, 걷기가 혈관과 두되를 자극해 활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 ---「마크 트웨인, 걷기」중에서

얼마전 친구와 만나 저녁 식사 후 석초호수길을 산책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모두 걷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유튜브와 SNS, 숏폼이 지배하는 세상, 영화나 드라마마저 ‘10분 요약’으로 즐길 만큼 숨가쁘게 돌아가는 가운데서도 걷기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바쁜 일상에서 걷는 행위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두 발을 번갈아 내딛는 단순한 행위이자, 수단이자 목적 그 자체인 ‘걷기’는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철학과 예술에 자극제가 되어왔습니다. 무조건 걸으라는 말도 있고 ‘걷기’는 현대인들에게는 가장 손쉬운 명상법이자 치유법이기도 합니다. 시, 에세이, 소설 등 서른네 명의 세계적인 작가가 길 위에서 써내려간 사유와 감성의 문장들이 한 권 안에 빼곡히 담겨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주말을 맞아 조금 여유롭게 즐기면서 산책하기를 저자가 말한 ‘자기만의 속도로 인생을 걷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