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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85
다니엘 디포 지음,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8월
평점 :

18세기 인본주의 서사의 전범
재난 앞에서 윤리적 성찰과 사회 개혁을 역설한 고전
『전염병 일지』는 영국의 저널리스트 겸 소설가 다니앨 디포의 대표작 『로빈슨 크루소』 못지않게 영향을 끼친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17세기 영국의 페스트 대유행을 일지 형식으로 그려 낸 작품입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285번째로 출간되었습니다. 압도적인 재난 앞에서 인간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보여 주는 내용으로 글쓰기의 고전으로 꼽히는 문학작품이라고 합니다. 코로나를 겪은 우리가 한번쯤은 꼭 읽고 과거와 현재의 전염병에 대해 비교해 보고 고민해 보기에 좋은 책으로 읽었습니다.
“자기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때 타인에 대한 사랑과 걱정을 상실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P.159
사람들의 마음이 약해졌을 때 등장하는 것은 점성술, 꿈 미신 따위의 것들에 중독되기 마련입니다. 각종 유언비어에도 많이 현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악한 사람들도 넘쳐났습니다. 대니얼 디포는 1665년의 런던의 모습과, 최초의 감염자가 등장하고 뒤이어 무섭게 확산 되다가 절망의 끝에서 페스트가 사그라드는 일련의 상황을 촘촘하고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이 일지를 자세히 적는 것은 후대 사람들이 같은 시련에 비슷한 종류의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에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큰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664년 9월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페스트가 저자가 예언한대로 우리에게도 2019 코로나 바이러스가 찾아왔습니다.
두렵고 우울한 풍경이 도시를 덮쳐 무서운 재앙에 이르러서야 주인공은 런던에 남을 것인가 다른 사람들처럼 집을 버리고 피난을 떠나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아내와 두 아이를 베드퍼드셔로 보내고 뒤따라 갈 계획이었지만 그리고 사람들은 페스트에 대한 최고의 대처는 도망가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고민 끝에 도시에 남기로 합니다. 건강한 아들을 병자와 분리했다면 문을 봉쇄하고 밤낮으로 감시인을 두어 출입을 막았던 가혹한 조치가 현재와 다르지 않습니다. 의사들은 갖가지 향과 조제약을 잔뜩 처방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저 낮이고 밤이고 늘 창문을 열어 두고 방에 유황과 역청, 화약 등을 피우고도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사람들은 집을 환기하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집의 가재도구들을 소독해 전염병을 예방하고자 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방법이 거의 흡사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1665년의 끔찍한 전염병에서 주인공은 살아남았습니다.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이 나타난 것도 아닌데 전염병의 기세를 점점 누르러져 약해졌고 독성은 떨어졌습니다. 세계문학 285로 출간된 책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르포에 가까웠습니다. 전세계가 3년 동안 코로나를 겪으며 깨달은 중요한 사실은 전염병 상황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의 싸움만이 아니며 구조적 불평등과 지도층의 무책임 같은 누적된 사회문제와의 싸움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다른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의료시스템으로 우리는 살아남았습니다. 전염병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일반인이 겪는 사고와 질병,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우울감이 높아지고 행복감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독자는 무려 4세기 전의 영국으로 이동해 그 모든 고통과 절망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 재난의 풍경이 때때로 몹시 낯익은 것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은 우리에게 이 글이 주는 실감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