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과 한국 - 랩 스타로 추앙하거나 힙찔이로 경멸하거나
김봉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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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탄생 50주년! 한국 힙합의 역사와 가능성을 말하다

 

힙합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우리 시대 문화의 여러 축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반가운 책이 한겨레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서양에서 시작된 힙합이 한국에 들어와 어떤 역사를 거쳐 고유한 맥락과 색채를 지니게 되었는지 그동안 궁금했던 힙합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귀한 책입니다.

 

힙합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의 브롱스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춤과 대중음악으로부터 파생된 거리문화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힙합의 뿌리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의 움직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 힙합은 태생적으로 치유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1970년대 뉴욕의 브롱크스는 버림받은 땅이었습니다. 흑인 인권 운동이 남기고 간 아쉬움과 울분이 갱 문화로 이어져 많은 폭력과 희생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고 느낀 갱 단원들이 극적으로 평화 협정을 맺게 되고 그들은 총과 칼을 버리고 음악과 춤으로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이것이 바로 힙합 태동의 중요한 지점으로 폭력을 예술로 승화한 좋은 사례입니다.

 

1990년대 pc통신 힙합 동호회와 클럽 마스터플랜 시대, 2000년대 새로운 실험과 랩 스타의 등장, 힙합 경연 프로의 인기, 그리고 마침내 한국 대중문화의 주인공이 된 힙합. 저자는 1990년대 초 한국 힙합의 태동기와 2000년대 본격적인 힙합 신 형성기를 거쳐 쇼미더머니와 함께 전성기를 맞았던 한국 힙합의 역사를 돌아보며, 힙합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여러 논쟁들에 대한 성찰을 풀어 줍니다.

 

기성의 잣대로 보면 자랑스럽거나 아름답게 비치지 않는 부분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래퍼들의 모습은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많은 사람이 타인에게 자랑스럽거나 아름답게 비치지 않는 모습을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할 때, 래퍼들은 달랐다. 래퍼들은 솔직하게 다 뱉어냈다. 아니, 힙합이 다 뱉어내게 했다. 창피하거나 감추고 싶은 것마저도. 킵 잇 리얼. --- p.177 진실함은 나의 힘중에서

 

20여 년간 음악평론가이자 힙합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온 김봉현 작가의 신작 힙합과 한국50년 전 뉴욕 브롱크스에서 탄생해 1990년대 한국에 들어온 힙합이 어떻게 고유한 맥락과 색채를 지니며 지금,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지 짚어보는 책입니다. 힙합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힙합이 늘 자신에게 상승 지향공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이상을 넘어 영감을 준다도 합니다. 저자는 음악과 사회 전반에 대한 풍요로운 지식을 바탕으로, 오해나 왜곡, 과장이나 속단 없이 한국 힙합에 대해 정확한 위치와 의미를 설명 해주고 있습니다. 힙합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 예술의 한 장르로 모든 세대가 바라본다면 열광했던 쇼미더머니도 부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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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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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물 X 시대소설이라는 착상이 빛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야심작!

 

인간이 아닌자는 어디서 왜 나타났을까. 이미 죽은 사람을 어떻게 하면 다시 죽일 수 있을까, 죽여도 죽지 않는 인간이 아닌자와 난대없이 재앙으로 생활이 파괴된 인간들의 박진감 넘치는 미미여사 미야베 미유키의 매력이 넘치는 작품은 흥미로운 내용으로 이번에도 실망을 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겨울 아침, 밤사이 연못이 얼었는지 궁금해진 소년이 막대기로 연못을 휘젖다가 신원미상의 익사체를 발견합니다. 오랫동안 물에 잠겨 원래의 체격을 알기도 힘든 남자의 시체였습니다. 마을사람들이 처리 방법을 논의하던 중에 죽은 시체가 벌떡 일어나 마음 사람들을 덮치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화살을 맞아도 아무렇지 않은 익사체가 사람을 물자 똑같이 괴물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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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와 등에

질냄비 각시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시대소설과 판타지의 만남이 매력적인 작품이 북스피어에 출간되었습니다. 평소 판타지, 좀비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닌데 아기를 부르는 이름을 읽고 작가의 작품에 푹 빠진 독자입니다.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미미여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 거장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최신 소설입니다. 시대 소설이면서 좀비물이라는 대담한 내용으로 베스트셀러에 빛나는 작가의 야심작입니다. 밤의 산촌을 삼키면 인간이 아닌자들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와 좀비와의 공방을 박력 넘치게 그리면서 재앙에 맞서 파괴된 사람들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심하게 짚어줍니다.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는 흑백의 방이라는 객실에 손님을 초대하여 조금 특이한 괴담 자리를 마련합니다. 이 자리는 이야기 꾼 한 명에, 듣는 이도 한 명, 하는 이야기도 단 하나뿐입니다.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 좀 독특한 방식인데요. 이 자리는 좀 엉뚱한 미시야마의 취미로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첫 이야기꾼으로 모치타로가 등장 하는데 모치타로 역시 열한살 때 웃는 법을 잊어버려 그 후로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답니다. 모치타로가 입에 붙어 버린 오린이 아기인 동생을 어르면서 모치, 모치하고 부르는 바람에 모치타로로 이름을 정한 사연도 재미있습니다. 겐이치로가 순간에 반해버린 오린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게 되었네요. 혼담이 어이없게 깨저버려 혼례를 하지도 못하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길 누군가의 원한으로 오린에게. 등에가 씌었다고 하는데 벌레의 신도 아닌 등에만의 신이라니 독특하고 기발한 저자의 발상에 놀랍습니다. 오린이 부잣집으로 시집 가는걸 누군가가 질투를 했을 거라고 하는데 등에에게서 오린을 구할 수 있을지 흥미로운 결말은 생략합니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엄청난 떼다. 검게 빛나는 눈알, 굵은 콩처럼 통통하고 딱딱한 몸, 부웅부웅 하고 공기를 떨리게 하는 날개, 바쁘게 문질러 대는 다리, 등에 떼가 모치타로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온다. ---p.47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시대 소설에 좀비물의 요소를 융합시킨 야심작으로 밤의 산촌(山村)을 삼키면서 배회하는 '인간이 아닌 자'들로 인한 두려움! 공포 액션 영화 특유의 좀비와의 공방을 박력 넘치게 그리는 한편으로, 재앙에 의해 생활이 파괴된 사람들의 모습도 저자는 세심하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서로 몸을 의지하며 '인간이 아닌 자'로부터 도망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처럼 요즘 같이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 밝은 뉴스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기에 어울리는 소재의 이야기라 신만이 출입할 수 있는 도박장, 신과 인간의 삼각관계, 그리고 좀비까지 출현한다면 이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인간이 아닌 자들의 이야기 특별한 괴담의 자리가 펼쳐지는 기대해도 좋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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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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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것만이 명품은 아닙니다.

 

 

나만의 생활명품을 찾는다는 것,

한 번

뿐인 인생을 우아하게 살아가는 법

 

삶은 물건을 쓰면서 이어진다. 자신의 일상이 소중하다면 생활 물건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하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제 공간이 아름다워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저자는 전작 윤광준의 생활명품으로 이미 가치 있게 잘 만들어진 물건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한 바 있습니다. 값이 비싸더라도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면 그에게는 명품이 아니다. 저렴해도 쓰임새가 분명하고 만듦새 또한 아름다운 물건,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기업의 유구한 역사를 품어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진,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물건.

 

중앙SUNDAY대표 칼럼 윤광준의 생활명품45편을 엄선

 

저자는 전작 윤광준의 생활명품으로 이미 가치 있게 잘 만들어진 물건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한 바 있다. 값이 비싸더라도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면 그에게는 명품이 아니다. 저렴해도 쓰임새가 분명하고 만듦새 또한 아름다운 물건,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기업의 유구한 역사를 품어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진,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물건.

 

인간의 오감을 민감도에 따라 번호를 매기면 대략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순이다. 가장 둔감한 감각이라 할 후각은 한 번 박히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바뀐다. ---p.184 여행자의 추억을 되살리는 훈증 방식의 종이 인센스, 파피에르 다르메니 중에서

 

우리 생활에서 조명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을 바꾸는 중요한 물건입니다. 집 밖의 조명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쌍은 LED 라이트로 주 조명이 바뀌었습니다. 일광전구는 적어도 집안의 조명만은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저자는 효율에 가려 잃어버린 따스한 불빛의 재현으로 위안 삼아야 했습니다. 꼭 필요한 부분과 장소에 일광전구 클래식 시리즈를 달아 어둑한 실내에 부드러운 불빛을 선사 했습니다. 불비은 불현 듯 드뷔시가 달빛에 비친 물살을 가르며 다가오는 환영에 깜짝 놀란다고 했습니다. 조명이 주는 놀라운 생활의 변화 느껴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거의 많이 사용하지 않는 보온병’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는 스탠리 제품을 구하기 위해 남대문 도깨비 시장이나 군용품 좌판을 일일이 뒤지는 발품을 팔아야 하는 저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릴적 소풍이나 나들이를 갈 때 보온병은 필수 준비물이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물건들에 생활명품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여 대중이 더욱 친숙하게 느끼도록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직접 사용해보고 체화한 생활명품을 통해 독자는 오래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나아가 진심으로 갈망하고 있는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고 좋은 물건들을 향유함으로써 확고한 취향을 만들고 싶은 독자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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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의 기원 2 한길그레이트북스 84
한나 아렌트 지음, 이진우, 박미애 옮김 / 한길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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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라는 말을 요즘엔 듣기 어려운 용어인데 유대인 정치사상가인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라고 했습니다. 전체주의가 일반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후반부터이고 처음에는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의 나치즘, 일본의 군국주의 등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냉전체제하에서는 공산주의를 지칭하게 되어 반()공산주의 슬로건으로 전용되었다고 합니다. 간단히 개인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전체주의 이전의 반유대주의와 전체주의적 반유대주의의 차이와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실례가 바로 시온 장로 의정서라는 어이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치가 이 위조문서를 세계 정복을 위한 교과서로 이용한 사실이 반유대주의 역사의 일부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이야기가 왜 첫손 꼽히는 반유대인 선전 도구로 이용될 만큼 그럴듯해, 보였는지 이 역사만이 설명해줄 수 있다. ---p.44

 

반유대주의 역시 유대인들이 공적 기능과 영향력을 잃고 재산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을 때 절정에 달했다. 히들러가 권력을 장악할 무렵 대부분의 독일 은행에는 유대인이 없었다. 유대인이 100년 넘게 요직을 차지할 수 있던 곳도 바로 독일이었다. 독일계 유대인은 사회적 지위나 수적인 면에서 점진적 성장을 한 후 너무나 급격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통계학자들은 몇십년 내로 유대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까지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통계적인 관점에서 나치의 유대인 박해와 멸종은 내버려두어도 저절로 진행될 과정을 쓸데없이 가속화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p.85

 

아렌트는 전체주의가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축소하고 파괴했을 뿐, 인간의 마음에서 자유에 대한 사랑을 결코 지우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자유는 인간이 새로 태어나고 그래서 각자는 새로운 시작이며 어떤 의미에서 세상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사실과 동일하다.” 전체주의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진정한 자유를 위한 희망적인 시도인 것이다. 라고 합니다.

 

 

거의 3개월을 붙잡고 있던 책 읽기를 마치고 마감하자니 정리가 잘 안됩니다. 우리는 정말 모든 혜택을 다 누리며 안락한 생활을 하는 세대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태어난 기쁨이랄까요? 문명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문명이 산출한 세상이 더욱 완성되면 될수록, 인간이 자신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생산물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것, 수수께끼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에 적개심이 듭니다. 어떤 공동체 안에서 자리 자리를 찾는 것, 우리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세상이 아직 아닌 것이 우리가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전체주의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한나아렌트가 나치에 의해 시민권까지 박탈당하며 무국적자 생활을 한 장본인이라 그의 정치사상은 조금 사유가 됐습니다. 과거의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것은 교훈삼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한 이들이 헛수고가 아니길 잊혀지지 않기를 책을 읽은 독자가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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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의 기원 1 한길그레이트북스 83
한나 아렌트 지음, 이진우, 박미애 옮김 / 한길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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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라는 말을 요즘엔 듣기 어려운 용어인데 유대인 정치사상가인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라고 했습니다. 전체주의가 일반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후반부터이고 처음에는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의 나치즘, 일본의 군국주의 등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냉전체제하에서는 공산주의를 지칭하게 되어 반()공산주의 슬로건으로 전용되었다고 합니다. 간단히 개인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전체주의 이전의 반유대주의와 전체주의적 반유대주의의 차이와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실례가 바로 시온 장로 의정서라는 어이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치가 이 위조문서를 세계 정복을 위한 교과서로 이용한 사실이 반유대주의 역사의 일부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이야기가 왜 첫손 꼽히는 반유대인 선전 도구로 이용될 만큼 그럴듯해, 보였는지 이 역사만이 설명해줄 수 있다. ---p.44

 

반유대주의 역시 유대인들이 공적 기능과 영향력을 잃고 재산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을 때 절정에 달했다. 히들러가 권력을 장악할 무렵 대부분의 독일 은행에는 유대인이 없었다. 유대인이 100년 넘게 요직을 차지할 수 있던 곳도 바로 독일이었다. 독일계 유대인은 사회적 지위나 수적인 면에서 점진적 성장을 한 후 너무나 급격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통계학자들은 몇십년 내로 유대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까지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통계적인 관점에서 나치의 유대인 박해와 멸종은 내버려두어도 저절로 진행될 과정을 쓸데없이 가속화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p.85

 

아렌트는 전체주의가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축소하고 파괴했을 뿐, 인간의 마음에서 자유에 대한 사랑을 결코 지우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자유는 인간이 새로 태어나고 그래서 각자는 새로운 시작이며 어떤 의미에서 세상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사실과 동일하다.” 전체주의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진정한 자유를 위한 희망적인 시도인 것이다. 라고 합니다.

 

 

거의 3개월을 붙잡고 있던 책 읽기를 마치고 마감하자니 정리가 잘 안됩니다. 우리는 정말 모든 혜택을 다 누리며 안락한 생활을 하는 세대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태어난 기쁨이랄까요? 문명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문명이 산출한 세상이 더욱 완성되면 될수록, 인간이 자신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생산물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것, 수수께끼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에 적개심이 듭니다. 어떤 공동체 안에서 자리 자리를 찾는 것, 우리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세상이 아직 아닌 것이 우리가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전체주의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한나아렌트가 나치에 의해 시민권까지 박탈당하며 무국적자 생활을 한 장본인이라 그의 정치사상은 조금 사유가 됐습니다. 과거의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것은 교훈삼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한 이들이 헛수고가 아니길 잊혀지지 않기를 책을 읽은 독자가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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