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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맛집 산책 -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경성 맛집 산책』은 분명히 존재 했지만 지금껏 소홀히 다루어진 근대의 흔적인 ‘경성의 맛집’과 1920~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외식 풍경을 풍부한 자료를 통해 복원해 낸 특별한 책입니다.
‘경성’과 ‘맛집’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맛집’은 존재 했습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식민지 시대 경성의 맛집을 다룬 책은 처음 읽었습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했고 어떤 음료를 맛보았는지 음식점에서 음식을 처음 접하고 가정에서 직접 조리해 낯선 요리가 가정의 식탁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성 맛집의 풍경을 생생하게 살펴보기 위해 여러 소설의 도움을 받았다. 식민지 시대 맛집을 재현하는 작업에서 소설은 흥미로운 도구였다. 소설은 인물들 사이의 갈등과 그 전개를 양식적 특징으로 한다. ---p.6
책에 나온 장소 중 조선인이 경영한 최초 종로에 있던 ‘화신 백화점’ 이 반가웠습니다. 1931년 박흥식이 설립한 지상 5층의 백화점으로 서울특별시 종로구 공평동 현재 종로타워 자리에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 경성부의 제5대 백화점 중 하나로, 그 중 유일한 조선인 운영 백화점이었습니다. 백화점의 명물은 식당이었고 조선요리가 유명했습니다. 서양식28종, 일본식20종으로 외국의 다양한요리가 있었고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도 이곳에서 커피를 즐기던 고객이었다고 합니다.
책에 나오는 12곳의 장소와 음식도 궁금했지만 그 당시 가격은 어땠을지도 궁금했습니다. 이효식이<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소설 <성화>에는 호텔 식당의 정식와 백화점 식당의 런치를 비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호텔 식당의 칠면조와 삼페인은 거북했고 백화점 식당의 닭고기가 익숙해서 좋았고 1930년대의 런치 가격은 40전에서 50전 정도로 지금 가격으로는 2만원에서 2만 5,000원정도의 금액이라고 하니다. 장국밥, 비빕밥, 대구탕, 떡국도 20전에 판매했으니 대중적인 음식이 그시절 사람들의 입맛에 맞았습니다. 그 시절 식판을 메고 경성을 누비던 자전거들은 냉면을 배달했다고 해서 놀라웠습니다. 냉면을 직접 사 오는 것도다 배달을 시켜 먹었다는 사실은 처음알게 되었습니다.
미쓰코시백화점 식당에서는 서양요리나 일본요리뿐만 아니라 커피 맛으로도 경성에서 1, 2위를 다투었다고 한다. 식당의 축음기에서는 재즈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공간에 우아한 분위기를 더했다. 조금은 혼잡하게 느껴지는 지금 백화점 식당가를 떠올려 보면 당시의 백화점 식당이 훨씬 고급스러운 분위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파는 음식 가운데는 서양음식, 일본음식, 심지어 중국음식까지 있었지만 조선 음식은 없었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백화점에 자리 잡은 식당이었지만, 이곳에서도 식민지라는 멍에가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 p.70
저자 박현수 교수가 음식을 공부하게 된 이유중 하나는 그것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기억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식습관을 구성한 사회적, 문화적 취향과 그 근간에 놓인 제도를 더듬는데 머물고 있지만 나중에는 이전의 음식에 담긴 상징적인 사고를 밝히고자 하는데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유일 ‘음식문학연구가’로서 소설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식문화를 탐구했던 전작 『식민지의 식탁』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 근현대 소설에 등장한 음식점들에 주목해 책을 집필했습니다. 1부 경성의 핫플레이스 본정, 2부는 종로로 화신백화점과 이문식당 등이 소개되고 3부 장곡천정과 황금정으로 최초로 정통 프렌치 코스 요리를 선보인 조선호텔식당이 소개됩니다. 사극이나 옛날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찻집과 음식점을 서양인 선교사나 일본인이 관광을 위해 촬영한 그림, 사진과 함께 이번 기회에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귀한 책입니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