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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몸 -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
희정 글, 최형락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평점 :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 장인, 달인, 고수라고 우리는 부릅니다. 《베테랑의 몸》은 스스로 단련하는 시간 동안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체화된 기술과 일이 빚어낸 베테랑의 ‘몸’들을 드러내는 책입니다. 세공사 김세모,조리사 하영숙,로프공 김영탁,어부 박명순.염순애,조산사 김수진,안마사 최금숙,마필관리사 성상현,세신사 조윤주,수어통역사 장진석,일러스트레이터 전시기획자 전포롱,배우 황은후,식자공 권용국 한 사람 한사람 모두 이름을 올려 보고 싶은 책입니다.
수십 년간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일이 몸에 익숙해 집니다.몸에 밴다고 하죠. 수면 리듬, 자세, 업무 용어, 인간관계, 관심사 등이 몸의 일부를 이룹니다. 그런 최적화된 몸을 지닌 이들은 세상은 베테랑이라 부르며 이 책의 주인공들은 체화된 기술과 일이 빚어낸 베테랑 12인의 몸 이야기를 책에 담았습니다. 12인의 베테랑들을 인터뷰해 담담한 문장으로 질병·체형·자세·표정 등 몸의 변형과 어투·걸음걸이 등의 습관과 일의 태도를 꺼내 보여줍니다. 일의 노하우를 묻는 말에 “보면 아는데” “하면 되는데”라고 말하던 그들은 한결같이 ‘함께’를 강조했습니다. 혼자 하는 일 같아 보여도 그렇지 않다며 모두 “우리가 일한다”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노동이라는 것은 손에 무언가를 쥐고, 땅에 발을 딛고, 나와 다른 존재들과 연루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해를 부여잡아야 했다. 노동은 내내 헤아리고, 읽어 내리고, 귀를 여는 일이었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연결된 노동의 속성으로 인해, 나는 그가 다체로운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것을 본다---p.14
정교한 작업을 하느라 늘 한쪽 눈을 감은 마른 체구의 사내가 외누박이 커다란 새처럼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금속을 쪼아냈다. ---p.39 세공사 김세모
세상은 성실을 능력으로 치환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이때의 성실이란 몸에 손상을 입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기준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상 몸’에서 시작해 ‘정상화 된 몸’ 손상을 입은 이가 성실을 확보하려면 결심만으로는 부족한 세상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되고 나쁜 생각도 많이 했지만 2500시간 수업을 듣고 안마 치료사가 된 안마사 최금숙씨 편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을 못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없었던 때 눈물을 머금고 시작한 일 열악한 환경에서 아픈 사람들을 위해 재활의 힘이 되어주며 “내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하는구나.”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자신을 최고라 지칭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며 저마다 최선을 다하여 지키는 선이있다고 합니다. 베테랑이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과 기술로 먹고 살던 기술자들이었습니다. 이제는 기계가 자동화 되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몸은 일의 기억을 새기는 성실한 기록자라고 합니다. 이름 아침 작업장, 주방, 목욕탕, 출산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들의 성실은 성실하게 몸에 새져집니다. 이 채은 베테랑의 몸을 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노동이란 진정한 가치를 되새겨보는 책입니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