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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홍라희 컬렉션 - 강력하고도 내밀한 취향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7월
평점 :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은 2021년 5월부터 1년간 국민일보에 연재한 명작in 이 이건희 컬렉션에 토대가 되었습니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평범한 일반인에게는 작품을 직접 보기가 어렵고 일단 책으로 만나는 일로도 매우 기쁜 일입니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고미술 수집에서부터 시작해 이건희·홍라희 부부의 미술품 수집 이야기를 서술한 책입니다. 한국 최고의 컬렉터 집안 이야기에 뛰어난 작가들의 명작 소개가 나오는 만큼,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 있습니다. 또한 이건희 컬렉션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갤러리스트들의 이야기까지 실려 있어 작품 감상 뿐 아니라 수집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천재 경영인의 미술 사랑
세기의 기증이란 엄청난 수사는 시간이 흐르면 죽은 문장으로 남게 마련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선사시대 청동 거울에서부터 고려불화, 조선백자, 일제강점기 김종태의 그림, 20세기 김환기의 그림을 관통하여 21세기 왕성하게 활동하는 박대성, 신학철, 임옥상의 그림까지 아우르는 한반도의 넓고 깊은 미술가가 책 한권에 모두 담은 컬렉션입니다.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삼성가의 명품주의는 컬렉션에서도 통한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의 최고의 작품을 실었습니다. 책은 크게 아버지 이병철로부터 상속받은 컬렉션, 본인이 모은 컬렉션, 아내 홍라희의 취향이 발현된 것으로 이건희, 홍라희가 30여 년에 걸쳐 모은 보석 같은 작품과 예술가에 관한 친절한 해설, 수집 과정과 세기의 기증에 얽힌 이야기까지 읽고 볼 수 있습니다.
국보급 문화재를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애국주의
국보급 문화재를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는 신념이 투철해 해외에 흩어져 있는 국보급 미술품을 찾아 국가가 나서 하지 못하는 부분을 구입해 <천수관음보살도>, <수월관음도>,<자수 아미타여래도>등 고려불화 10점도 국립중앙 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명성은 얻었지만 돈 버는 일에는 실패했다는 백남준이나 이우환에게 삼성은 컬렉터이면서도 든든한 후원자였습니다. 삼성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동양미술관인 파리 기메 박물관 한국실 확장 개관등을 지원했고 국립중앙박물관을 후원하는 등 우리나라 예술계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고미술을 시작으로 이건희 컬렉션은 출발했습니다. 실제로 부부가 첫 구매한 작품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라고 합니다. 청자 마니아로 불리던 이병철, 백자 마니아는 이건희라고도 불립니다. 도자기에 대한 사랑은 도자기를 알려면 도자기의 생산 전반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소’는 이중섭 자신의 화신으로 책에는 <흰 소>와 <황 소>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의 향토색을 띤 대표 소재로 소를 택한 이중섭은 소에 미친 사람처럼 틈나는 대로 들에 나가 소의 동작을 살피고 그것을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몰두합니다. 1972년 현대 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유작전에 나온 이후 행방이 모연한 흰소를 이건의 컬렉션 특별전을 통해 50년 만에 그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스케치북에는 항상 황소와 암소의 오놈, 또는 대가리나 뒷발, 꼬리부분 따위가 가득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건희 컬렉션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갤러리스트들의 이야기입니다. 갤러리현대의 박명자 회장, 가나아트·서울옥션의 이호재 회장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이 전 회장의 집에 어떤 그림이 걸렸는지, 이 전 회장과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 등 세세한 일화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을 구입하게 된 사연과 작품 설명까지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가, 저녈리스트 손영옥의 미술사적인 지식에 기반을 두어 작품을 분석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미술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에게 좋은 책입니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