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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의 순례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고행의 순례자』(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이렇게 재미있는 시리즈를 지금에서야 만나다니....
캐드펠 이 사람이 더욱 궁금해 집니다.
엘리스 피터스(Ellis Peters)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hronicles of Brother Cadfael)’는 12세기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추리소설로,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 생생한 캐릭터, 선과 악, 삶과 죽음, 신과 인간 등 인간사 최고 난제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이 깃든 역사추리소설의 클래식입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중세 영국을 통째로 옮겨다 놓은 듯한 치밀한 묘사, 화려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문장, 빠르고 다채롭게 전개되는 스토리, 탄탄한 구성,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세대와 언어를 뛰어넘는 역사추리소설의 마스터피스로 손꼽힙니다.
바깥세상에서 마흔 해를 보냈고 지금은 엄격한 교단의 규율에 복종하며 자신을 치유하고 있지만 한때는 군인이었고 뱃사람이었으며 죄인이었고 십자군 전쟁에도 참전한 적이 있다며 까마득한 27년이 지난 과거의 일이라 회생하는 캐드펠은 이번에는 1141년, 성 위니프리드 유골을 슈루즈베리의 수도원으로 옮긴 지 4년, 유골 이장을 기념하는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순례자들이 수도원에 모여듭니다. 캐드펠 수사는 순례자들 중 누군가가 큰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상한 일들이 연이여 일어나면서 캐드펠의 의문이 증폭 되는데...
순례라는 행위는 신앙적 구원의 의미를 넘어, 인간의 죄책감과 그 속죄에 대한 복잡한 심리를 드러내는 말로 이 작품은 중세시대의 신앙과 종교행사,순례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거대한 쇠십자가를 목에 걸고 맨발로 여행하는 청년 키아란은 캐드펠의 의혹을 불러 일으킵니다. 청년은 잔뜩 부풀어 오른 상처투성이의 발과 피부가 벗겨진 목을 하고 십자가는 너무나 무거워 보였습니다. 도대체 어떤 소망을 품고 있기에 저토록 혹심한 고행을 감수한단 말인지 그 청년은 놀라움과 긴장이 깃든 눈빛을 하며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나타난 한쌍의 젊은이 캐드펠은 오일을 발라 잔뜩 위축된 종아리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마사지를 해줍니다. 흐륀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모님이 기적을 바라면서 이곳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그는 무릎을 꿇을 수 없어 목발을 짚고 있고 시종일관 제단을 응시합니다. 혹시라도 기적이 일어난다면 다리가 나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성당에 모인 사람들은 대체로 경건한 순례자들 같지만 의심스러운 구석이 엿보이는 자들도 캐스펠의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한 남자가 수도원장의 옷자락을 붙들며 우리 가운데 도둑이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있는 누군가가 허리띠에 매달린 갈색 린넨 자루를 칼로 잘라낸 자국이 있고 반지가 사라졌다고 하는데...
“목에 걸린 십자가를 벗겨내려 했을 때 키아란이 숨넘어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그걸 꼭 움켜쥐던 광경이 떠올랐다. 그때 매슈 는 이렇게 말했다. 저걸 벗겨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겠어요?” ---P.250
종교적 열의와 성심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소망과 동기로 유골 이장을 기념하는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순례자들이 수도원에 모이게 되는데 누군가는 집착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지 하지만 흐륀한테 일어난 일은 기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당황스럽고 놀랍지만 전형적인 추리소설에 더해 신앙과 순례 문화를 깊이 탐구하는 작품으로 중세 기독교 사회의 종교행사와 종교적인 열망을 기원하는 사람들을 통해 인간이 나약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외적인 행동이 아닌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독자는 생각합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기 서포터즈로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