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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리커버) -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격조 높은 미의식을 보여주는 ‘미나 페르호넨’ 이야기
미나가와 아키라 지음, 김지영 옮김 / 퍼블리온 / 2024년 9월
평점 :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격조 높은 미의식을 보여주는 ‘미나 페르호넨’ 이야기
독특한 수작업 문양, 자수, 프린트 제품으로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미나 페르호넨’ 창업자 미나가와 아키라의 삶과 일에 대한 철학
일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의 기쁨과 긍지는 어디서 오는가? 이 책은 자연을 모티브로 한 무늬, 간결함에 위트를 더한 감성적인 디자인의 패브릭과 의류, 디자인 소품과 인테리어로 유명한 ‘미나 페르호넨’ 창업주이자 디자이너 미나가와 아키라의 삶과 일에 대한 철학을 담아낸 책입니다. 미나가와 아키라는 능숙하지 못한 패션 일을 선택 했지만 열등감보다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소중히 여기며,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100년 이상 이어갈 브랜드로 키워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미나 페르호넨의 자세 본받을 만한 기대되는 책입니다.
일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의 기쁨과 긍지는 어디서 오는가?
저자는 고교 시절 육상선수를 꿈꾸었으나 부상으로 체육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미대 입시를 위해 화실에 다니던 중, 프랑스에 국립미술고등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파리 여행을 계획한다. 파리의 어학교를 다닐 때, ‘준코 코시노’의 파리 컬렉션을 돕고 있던 여성의 제안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패션을 공부하거나 컬렉션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양재(洋裁)는 해본 적도 없고 잘하지도 못했지만, 열등감을 느끼기보다는 일이 주는 보람과 감동을 뼛속 깊이 느끼며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게 되었다. 직접 부딪치며 피부로 이해해가는 것, 적어도 그에게 일을 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그는 패션 업계로 진로를 결정하면서 한 가지 마음먹은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애초에 못하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데는 고작 몇 년이 아니라 몇십 년을 꾸준히 노력하면 어떻게든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도중에 그만둔다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보잘것없게 만드는 것이며, 그것은 일을 잘 못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보다 훨씬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지난 26년간 미나 페르호넨을 이끌어오는 내내 변하지 않았다.
옷과 한 사람의 마음이 만나는 공간, ‘미나 페르호넨’

저자는 수입가구상을 운영하던 외조부모님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북유럽과 이탈리아의 가구를 접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밝고 거침없는 디자인의 핀란드 브랜드 마리메꼬(marimekko)를 알게 됩니다. 문화복장학원에서 패션을 공부하던 중 떠난 유럽 여행에서의 경험은 앞으로 그가 해나갈 디자인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습니다.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삶에 녹아 있는 디자인의 관계성에 매료되어,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도 좋은 물건이라면 변형하지 않고 계속 생산해내는 정신의 가치를 체득합니다. 그렇게 하여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한 그는 1995년 핀란드어로 ‘나’를 뜻하는 ‘미나(mina)’를 설립합니다.
2003년 브랜드 이름을 ‘미나 페르호넨(mina perhonen)’으로 변경하는데, 핀란드어로 페르호넨은 ‘나비’를 뜻합니다. 나비의 날개 무늬는 놀라울 정도로 다채롭고 저마다의 멋이 있습니다.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와 같은 도안을 만들고, 나비가 춤추며 날아가듯이 세계의 곳곳에서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는 염원을 담은 것입니다. 일본 외에 미국, 영국, 덴마크 등 11개국에서 미나 페르호넨의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으며, 화사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미나 페르호넨의 제품은 한국에서도 텍스타일이나 디자인 업계 관계자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미나가와 아키라의 신념과 비즈니스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옷과 한 사람의 마음이 만나는 공간, ‘미나 페르호넨’
임금이 싼 외국에 발주하지 않고 국내 섬유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 할인 판내 없이 고객이 구매한 옷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 같은 신념들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회사는 없다라는 말부터 그건 모두 미나가와 씨의 정의감이나 의협심에 기반한, 이익을 도외시한 낭만적인 태도라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난을 들어가면서 가치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창조할 수 있어 서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철학으로 하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옷을 만드는 것도 한 사람의 ‘나’, 옷을 입는 것도 한 사람의 ‘나’. 나라는 자아가 옷을 만들고 나라는 자아가 옷을 입는다. 따지고 보면 패션은 ‘나’다. 옷과 한 사람의 마음이 만나는 공간. 그렇게 ‘미나’가 탄생한다. ”
낡은 것, 오랜 시간 사용해 손때가 묻은 것, 긴 세월 이름을 지켜온 것들에 끌리는 이유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전쟁 같은 불가항력의 상황을 제외하면 자신의 인생의 사소한 부분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일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기를 원했습니다. 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실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지도 모르지만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저 계속 손을 놀린ㄴ 것, 만드는 것은 이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협찬 받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