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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마음 농도
설재인 외 지음 / 든 / 2024년 9월
평점 :

취중 마음 농도
몸에 알코올이 흘러넘치는 두 주정뱅이의 '문학적 씨
“술은 독이 아니다. 독은 사람이다.” 16도와 40도의 취기가 만드는 아우성!
저 밑바닥에 숨겨둔 ‘날것’의 자신에 대한 솔직한 고백. 어쩌다 보니 삶에 술을 반려하게 된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혼술 메이트 에세이 <취중 마음 농도>입니다.
술이란 것이 세계 여기저기서 다발적으로 발명됐다는 역사가 주는 경이는 얼마나 근사한가, 하고. 사람들은 어떻게 과일이나 곡식을 썩히지 않고 발효시켜 마시면 기분이 이상해지는 독을 즐기기에 이르렀을까? 누가 가장 먼저 취했을까? 사람들은 취한 그를 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기에 함께 취하기 시작했을까? 라는 궁금증으로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술을 반려하는 두 작가, 아니 두 명의 주정뱅이가 있습니다. 주종을 가리지 않으며 몸에 주유가 최우선인 음주를 즐기는 설재인과 확실한 취향으로 마시는 주종이 꽤 명확하며 즐거움을 위한 음주를 즐기는 이하진. 주종도, 술자리 취향도, 술을 처음 접한 음주 문화도, 주사도, 무엇 하나 맞지 않는 두 주정뱅이가 함께 술을 마시며 편지를 씁니다.
정확히는 매번 술을 마실 때마다 서로에게 긴 글을 보냈습니다. 단 하나의 궁금증 때문에. ‘혼자 술을 마시는 내가 누군가와 함께 마시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된 음주가 한 잔, 두 잔, 세 잔이 되니 설재인, 이하진 작가는 한 질문을 마주합니다. ‘우리는 왜 술을 마실까?’ 대부분 거하게 취기가 올라 쓰인 편지들은 이 물음에 대한 거짓 없는 대답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들에게는 술을 마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독한 것, 지금도 충분하다지만
더 독한 것, 괴로울수록 모순처럼
무언가의 어딘가의 끝을 바라듯
향 연기처럼 겹치는
타들어가는 막대의 소멸과
바래버린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향 내음처럼 스미는
흘러내리는 액체의 휘발과
괴로울수록 모순처럼 다가오는 달콤함은
파괴에 대한 환희인가?
취한 혀는 대답을 거절한다.
무딘코는 질문을 듣지도 못했다
독한 것, 실재가 내게 향할수록
더 독한것, 괴로울수록 모순처럼
스스로 부수는 사람 -p.114
술을 주제로, 술을 마시며 써서 오가는 편지라니. 특별하고 기대 많은 날것의 자신을 마주한 두 사람의 이야기 !
술이란 액체 형태의 에탄올 수용액에 향미료를 추가한 혼합물로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오늘은 속상한 일이 있어서 또는 반가운 사람과 같이 마시기도 하지만 요즘엔 혼술을 권하는 술집도 많습니다. 술을 마시면 사람은 일단 솔직해져 마음속의 깊은 속내를 상대방에게 털어놓기도 합니다. 작가는 관계에 대한 욕망이 커서 취해 풀어진다는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 있는 친밀감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게 마치 타인과의 우정 따위를 증명받고 확인받는 것 같아서 안심되고, 거기다 오고 가는 이야기도 재밌고요. 나와 기꺼이 시간을 보내주고 내어주겠다는 친밀감의 보증 같다고 했습니다. 때론 거칠고, 찌질하고, 화끈하기도 한 두 작가의 글은 우리에게 꾸밈없는 나를 마주하도록 이끌고, 마침내 두 주정뱅이와 같은 질문에 다다르게 됩니다. 마시지 않고 취할 수 있다면, 우리는 술을 마시지 않을까?
출판사 제공 도서